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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모인 전 세계 한류동호회 활동가들의 이야기
글 권민지 (객원 에디터)
2000년대 초 드라마로 시작한 한류는 게임, 뷰티, 음식, 패션으로 이어졌고 이제는 대중문화 전반에서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며 동남아에서 유럽, 남미까지 퍼지며 분열된 전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단풍이 붉게 물들며 완연한 가을이 찾아온 지난 11월 4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는 이러한 한류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는 ‘2023 K-Community Festival’이 열렸다. 현장에는 해외에서 한국문화를 알리고 있는 한류동호회 팀은 물론, 명예기자단, K-인플루언서, 한류팬들이 참석해 그 열기를 더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원장 정길화, KOFICE)과 해외문화홍보원(원장 김장호, KOCIS)이 함께 개최한 ‘2023 한국문화 큰잔치(2023 K-wave Festival)’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코리아넷과 K-커뮤니티 페스티벌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으며, 전세계 6만여 명의 한류팬들이 함께했다.
한국문화가 새로운 문을 열다
해외 한류동호회 회원이 한국문화 강습 영상을 보고 스스로 공연하는 영상을 직접 찍은 후 전 세계 한류 팬들과 공유하는 ‘K-커뮤니티 챌린지(K-Community Challenge)’. 인기 케이팝 가수와 분야별 예술인들이 한국문화 강습 영상에 출연하여 한류 팬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물론, 멘토링을 통해 참가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조선팝, 태권무, 한국 현대 타악, 한복(비초청) 4개 부문으로 진행된 이번 공모전에는 총 66개국에서 341명이 지원하였으며, 9.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멕시코의 ‘크리스알리(CRISALE)’, 중국의 ‘에프엠에스 태무 댄스그룹(fMS TAEMOO)’, 나이지리아의 ‘강한(GANGHAN)’, 그리스의 '안나니이젤(AnnaNigel)'이 최우수상에 선정되었다.
*조선팝은 국악과 팝의 크로스오버로, 한국 전통음악의 리듬, 멜로디 등을 현대음악적 요소와 혼합한 장르이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최우수상에 선정된 팀은 8일간 한국에 머물며 K-커뮤니티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는 것은 물론, 미디어로 접하던 한국을 직접 경험했다. 올해 분야별 최우수상에 선정된 세 팀을 만나 한국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챌린지 과정 등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혼자가 아닌 함께였기에 강해질 수 있었다. - 나이지리아 ‘강한’
Q. 이번 케이 커뮤니티 챌린지 참여를 위해 팀을 결성하게 되었다고 이야기 들었습니다. 어떻게 팀을 구성하게 되었나요?
James Lyne Larai: 멤버들은 태권도와 K-POP을 통해 한국을 알게 되었어요. 나이지리아에 태권도가 들어온 지 오래되어 많은 사람이 알고 있고 낯선 문화는 아니에요. 저도 어린 시절 활동적인 운동을 배우고 싶어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배우고 있습니다.
Damina Jethro Luka: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챌린지를 알게 되어 멤버들과 팀을 만들고 지원하게 되었어요. 각자 따로 있을 때보다 같이 있을 때 더 강해진다는 의미를 담아 ‘강한’을 팀 이름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Q. 한국 현대 타악 분야의 최우수상 수상팀으로 선정되었는데 소감은 어떤가요?
Uke Tersoo Gabriel: 처음 우승 소식을 들었을 때 믿을 수 없었어요. 우연히 발표일이 Larai의 생일이었는데요, 그래서 더 특별하게 다가온 것 같아요. 전 세계의 훌륭한 지원자들이 많았을 텐데 우리가 우승자로 뽑혀 자랑스럽고 꿈을 이뤄서 행복합니다.
Damina Jethro Luka: 우리 멤버들 모두 태권도를 배운 경험이 있고, Larai와 Gabriel은 지금도 태권도를 배우고 있어 처음에 태권무에 지원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국 현대 타악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계속 기억에 남았어요. 2016년에 나이지리아에서 한국 타악연주자의 공연을 봤었는데 그때 연주자가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타악기를 섞어서 연주하였습니다. 그 공연이 기억나면서 나이지리아와 한국의 문화를 잘 접목해 담을 수 있을 것 같아 한국 현대 타악으로 최종 선택하게 되었죠.
Uhiene Joseph Enejo: 사실 저희가 영상을 제작하는 것부터 도전이었습니다.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전문적인 장비도 없어서 핸드폰으로 촬영했고 영상을 만들면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는데 너무 흔쾌히 도와줘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Q. 강한 멤버들은 오랜 시간 한국문화를 접하고 있는데요, 본인들의 삶에서 한국문화가 어떤 의미인가요?
Damina Jethro Luka: 저는 K-POP을 통해 한국을 알게 되었고 음식, 옷, 춤 등 한국문화 전반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한글 공부를 시작해 읽을 수 있게 되었죠. 이 모든 것이 K-POP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제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꿨습니다.
Uhiene Joseph Enejo: 2016년부터 K-POP 댄스와 태권도를 배웠습니다. 7년이 지난 2023년 드디어 한국에서 평소 좋아하던 아이돌을 만나고, 직접 한국문화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한국문화를 향한 저의 관심이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줬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한국은 저의 제2의 고향입니다.
Uke Tersoo Gabriel: 저는 평소 영상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간 미디어를 통해 한국을 보면서 많은 영감을 받았는데요, 직접 한국에 와보니 더 체감되는 것 같습니다. 한국은 저의 삶에 영감을 주는 대상이에요.
James Lyne Larai: 어릴 적 배우기 시작한 태권도를 통해 한국을 알게 되었어요. 나이지리아에서 패션디자이너로 일하면서 한복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습니다. 이번에 경복궁에서 한복 체험을 했는데요, 직접 입어 보니 너무 멋있고 좋았어요. 문화를 넘어서 한국이라는 나라를 앞으로 계속 사랑하게 될 것 같아요.
우리 부부의 연결고리는 ‘한국’입니다. - 멕시코 ‘크리스알리’
Q. 두 분이 한국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Bautista Guerrero Maria Cristina: 4년 전 동생이 K-POP을 들려줬어요. 그때를 계기로 K-POP을 알게 되었고, 음식을 포함한 한국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멕시코에서 저희 부부는 기자와 노래 선생님인데요, 저희를 만나게 해준 것도 한국문화였습니다.
Membrillo Garrido Alejandro: 저도 K-pop을 통해 한국을 알게 되었어요. 처음 듣기 시작한 블랙핑크와 트와이스 음악이 한국문화 전반에 관심을 갖도록 문을 열어 주었죠.
Q. 올해 처음으로 생긴 조선팝 분야에서 최우수 팀으로 선정되었는데 소감이 어떤가요?
Membrillo Garrido Alejandro: 저희가 우승할 거라고 생각조차 못 했는데 우승하게 되어 정말 놀랐어요. 가이드 영상을 보고 멕시코의 탈(Mask)와 피냐타(Pinata)가 한국의 탈과 탈춤의 사자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중심으로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또 우리가 멕시코 전통 시장에서 영상을 촬영했는데 영상을 보시는 분들이 멕시코 현지 분위기를 잘 느끼시길 바랍니다.
Bautista Guerrero Maria Cristina: 사실 저희에게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는 것과 영상을 직접 촬영해 제출하는 것까지 전체 과정이 도전이었습니다. 하지만 AUX(멘토)가 영상에서 가사 내용과 발음을 잘 설명해줘서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우리의 이러한 노력이 영상을 보신 분들에게도 전해진 것 같아 기쁩니다.
Q. 두 분에게 한국은 더 특별하게 다가올 것 같은데요, 삶에서 한국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Bautista Guerrero Maria Cristina: 오늘 아침에 “우리가 지금 한국에 있다는 것이 믿을 수 없고 너무 좋은 경험이다”라는 말을 Alejandro와 했는데요, 그만큼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문화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만난 사람들 모두 저희에게 너무 친절하게 대해줘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Membrillo Garrido Alejandro: 저희 부부는 멕시코에서 각자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가끔 예술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저희가 무대에서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어요. 특히 우리가 결혼한 첫해에 이런 상을 받게 되어 한국이라는 나라를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배우고 성장하고 싶어요. -중국 ‘에프엠에스 태무 댄스그룹’
Q. 에프엠에스 태무 댄스그룹은 멤버가 많은데요, 어떤 계기로 팀을 구성하게 되었나요?
Fang Rui: 한국 태권도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같이 팀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모두 태권도를 통해 한국을 알게 되었고, 태권도를 통해 자기 장점을 찾고 실현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Q. 영상에 차와 중국 광저우의 다양한 장소를 담았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Luo Wenting: 처음에 챌린지 참여를 결정하고 영상에 어떤 것을 담을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중국에는 귀한 손님과 멀리서 오는 손님들에게 차를 대접해 환영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그래서 영상에 중국의 ‘차’문화를 담아 영상으로 저희를 접하게 되는 분들을 맞이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를 태권도와 합쳐서 두 문화가 조화롭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습니다.
Wu Shanwen: 많은 사람에게 광저우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광저우를 상징하는 다양한 건물, 명소들을 담았죠. 영상을 통해 많은 분이 중국 그리고 광저우에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Q. 세 분야 중 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태권무에서 우승팀이 되었습니다. 소감이 어떤가요?
Wang Wendi: 태권도는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어 많은 참가자가 지원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승은 상상도 못 했는데 1등 소식을 듣고 정말 놀랐고 기뻤습니다.
Luo Wenting: 태권무 분야에서 우승하게 되어 기쁘고 자랑스러워요. 그리고 이번 우승을 계기로 태권도 그리고 태권무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게 되었습니다. 멘토분들을 비롯해 한국에는 태권도를 정말 잘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번 기회에 한국에서 태권도를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한국문화로 세계를 잇다
올해 우승팀 선정 이유를 살펴보면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국의 문화를 잘 녹여냈다는 것이다. 조선팝 분야의 ‘크리스알리’는 “영상에서 한국과 멕시코 문화를 잘 접목했으며, 특히 흥부가 박타는 장면을 뮤지컬의 한 장면처럼 표현했다”는 평가를, 한국 현대 타악 분야의 ‘강한’은 “생활 속 물건을 활용해 쉽게 접할 수 있는 한국 현대 타악에 개성 넘치는 나이지리아 문화를 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태권무 분야의 ‘에프엠에스 태무 댄스그룹’은 “태권도 안무에 중국의 문화를 더했다”며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이번 행사를 통해 K-커뮤니티 챌린지 한류동호회가 해외에 한국을 알리는 것을 넘어 한국에 자국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도 K-커뮤니티 챌린지를 통해 더 많은 국가에 한국문화가 알려지길, 더 나아가 한류동호회의 활동이 서로 다른 국가를 연결하는 문화교류의 기회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