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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길, 예술의 길
글 양재무 음악감독 (보이스 오케스트라 이마에스트리)
1990년 약간은 늦은 나이에 로마로 유학길을 떠났다.
이탈리아 로마는 나에게 문화를 가르쳐준 나라이고 도시이다.
많은 문화유적과 형형색색의 옷들이 나를 반겼고,
어디든 갈 수 있는 회전 로터리들은 나에게 앞을 내다보게 해주었다.
나의 로마, 나의 이탈리아는
웃음이 가득한 도시, 여유가 있는 나라다.
쌉쌀하면서도 고소한 에스프레소는 언제나 기억에 남을 것이다.
1990년 이탈리아 국영방송은 야심에 찬 계획을 세웠다. 그 결과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 이탈리아), 플라시도 도밍고(1941~, 스페인), 호세 카레라스(1946, 스페인) 3명의 테너가 카라칼라 고대 로마의 목욕탕 유적지에 모여 1990년 FIFA 이탈리아 월드컵 개막식 전야제를 밝혔다. 이 야심에 찬 계획은 의도했는지 아니면 시대의 요구가 그랬는지 종전의 히트를 했다. 3명의 테너는 3색의 소리로 청중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 서로의 가창력을 돋보이게 하는 치열한 기 싸움의 무대매너 역시 훌륭해 클래식의 매력에 세계인을 빠져들게 했다. 여름밤의 야외음악회를 후원했던 소니는 이 영상을 보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은 물론 전 세계인들에게 자신들의 브라운관 TV를 근 20년간 최고의 자리에서 판매를 이어갔고, 월드컵 전야제에서 파생된 디지털문화가 전 세계로 파급된 이 공연은 파리로 뉴욕으로 시드니로 계속됐다.
나는 이것이 문화라고 보았다. 기능적인 것 그 이상을 보면 예술이 서로 엉켜 새로운 모습으로 융복합되는 것이 세계를 지배하고 최고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한 사람의 연주자가 한 곡을 완주해야 하는 통념을 깨고 3명의 테너가 번갈아 가면서 청중들을 휘어잡았다. 클래식 음악에 새로운 접근 방식을 최초로 시도했고 청중은 매료되었고 최고의 자리로 모두를 불러냈다. 문화가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들고 그들에게 고급의 문화를 제공했던 것이다.
올해로 이탈리아와 수교가 140년을 맞이한다. 많은 교류 행사가 계획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속가능한 행사가 되도록 진지한 접근과 검증된 문화교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3테너의 공연 모습을 본 후 우리나라에 돌아와 앙상블 활동을 해보고 싶었다. 월드컵 개막식 전야제가 이제 소개할 이마에스트리의 창단의 계기로 작용했고, 우리나라에는 3테너보다 더 좋은 성악가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이마에스트리는 마에스트로들 영어로 Masters라는 뜻이 이탈리아어 Maestro의 복수이다. 3명이 아닌 45명의 남자 오페라 가수들로 창단한 이마에스트리가 19년 동안 국내외에서 활동을 해왔고 지금은 학장 2명, 교수들이 대거 포함된 남자 오페라 가수 110명의 정단원이 소속되어있다.
생소한 이름 이마에스트리를 소개하면...
이마에스트리는 성악의 본고장들에서 유학하고 국제콩쿠르에 입상한 후 유럽 등 해외에서 활동한 후 귀국한 남자 오페라 가수들이 결성한 단체이다. 성악을 기반으로 한 미래형 문화예술 종합 연주 플랫폼으로 국내외 교향악단과 국립국악관현악단 등과 협연을 통해 음악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음악 콘텐츠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고 한국을 대표하는 단체로 자리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서 연주된 양재무 편곡의 ‘아리랑’은 웅장함과 위용은 세계인의 관심을 넘어 기념비적 연주로 손꼽히고 있다. 해외 15개 국가 26개 도시의 주요 극장(비엔나 뮤직페라인, 북경의 국가대극원, LA 월트디즈니홀(광복70주년 기념), 프라하 방트슈타인궁, 드볼잨홀, 도쿄 산토리홀)을 누비고 클래식 음악을 통해 국제적 명성을 쌓고 있다. 연주자들의 국제적 연주 감각을 유지하고 최고 기량을 유지·발전시킬 수 있는 정보와 기회 제공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어 미래형 문화예술 종합 연주 플랫폼으로 한국을 대표하고 있는 단체이다.
이탈리아에는 3테너가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마에스트리 100명이 있다고 나는 이야기한다. 대통령 취임식에 이마에스트리가 선택된 것도 한 명 예술가의 힘도 중요하지만 100명의 예술가가 각자의 개성으로 뿜어내는 하나의 <예술 덩어리>에 대한 유기적 통일성으로 평가됐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마에스트리인가?
이마에스트리의 공연은 반응이 폭발적이다. 청중들이 아이돌 공연 본 것처럼 폭발적 반응을 한다. 그것은 이마에스트리의 음악이 적어도 유럽의 글로벌 스탠다드한 문화 요소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민요를 해도 서양의 악기와 접근 방식 그리고 국악기와 국악 창법을 연주한다. 그리고 벨칸토 창법을 연주한다. 폭발적 감동을 하는 이유이다. 둘째로 오페라 가수 한 명이 연주를 해도 무대를 장악하는데, 오페라 가수 100명이 함께 연주에 참여한다. 100명이 서는 것만으로도 무대는 압도된다. 이것이 바로 사람의 목소리로 오케스트라 소리를 낸다 해서 붙여진 별명 ‘Voice Orchestra’다. 이런 음향을 가진 단체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고 이마에스트리가 유일하다. 셋째로 청중은 지루할 틈이 없다. 오페라의 장면처럼 처음 시작해서 마칠 때까지 하나의 줄거리를 가지고 세계 공통의 주제인 사랑의 승리를 연주한다. 넷째 음향의 다양성을 제공하기 위해 솔로와 전체가 연주하는 Tutti를 협연하는 방식으로 교대로 연주한다. 또한 이러한 연주를 통해 개인 기량을 극대화 시키고 경우에 따라 국제무대로 진출하는 성악가를 양성하는 것이다. 무대가 스승인 것이다.
올해 한-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이 되는 해를 맞아 나는 오랫동안 페사로 시에서 한국주간의 유치를 위해 노력해 왔다. 알려지지 않은 페사로 시와 세계유산인 롯시니 오페라를 한국에 알리고 나아가서는 한국 성악가들이 페사로에서 주역으로 노래하여 국내에서 해외로 클래식 시장을 넓히는 일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다. 누군가 길을 내면 그 길로 사람들이 다니기 때문이다. 올해 비로소 그 길이 열렸다. 페사로 시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문화의 도시로 선정되어 6월 17일부터 23일 한국주간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이 시기에 페사로 국제영화제 60주년 폐막식 축하공연에 이마에스트리가 단독공연을 할 예정이다. 이 한국주간은 내년에도 계속돼서 우리나라 어떤 단체건 관심이 있는 단체면 연주를 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이탈리아는 지방분권이 잘 되어있는 나라이다. 대도시에서의 교류보다 더 깊이 있는 효과는 도시축제에 연계되어 참여하고 뿌리내리는 행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고 효과적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페사로가 작은 도시라고 생각되어 로마와 밀라노의 행사에 기울어져 있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이것은 이탈리아 문화를 몰라서 하는 얘기이다. 대도시에서의 행사는 매일 열리는 국제 행사 중에 한 번의 행사로 지나가 버리기 일쑤기 때문이다.
로마는 제국이 언젠가는 끝나리라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해야 하고 영원할 것을 계획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길(Via Appia)이다. 로마인들은 이 도로가 수만 년이 지나가도 닳아 없어지지 않게 설계하였다. 마차들이 2천 년을 다녔음에도 지금은 그 길 위를 피아트(FIAT) 자동차들이 백 년을 달렸어도 아직 그 도로가 사용되고 있다.
이것이 이탈리아 문화이다. 천년이 지나도 단단히 박혀있는 돌처럼 그들은 좀처럼 다른 나라 문화에 자신들을 내어주질 않는다. 그런 중에도 페사로에서 자발적으로 한국주간을 오픈하고 더욱이 자신들이 종주국이라고 생각하는 성악을 받아들여 무대를 만들어 주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마에스트리는 팬데믹 중 2021년 8월 유럽순회 연주를 간 적이 있었다. 유럽에서 느낀 한국의 위상은 그전과는 달랐다. BTS K-POP이 견인한 오징어게임의 효과였다. 내가 만나는 대부분이 유럽 사람들은 간단한 한국어 회화를 했고 오징어게임에서 간단한 한국말을 배웠다고 했다. 그들은 한국에 오고 싶어 했고 한국문화를 배우고 싶어했다.
방법은 우리 문화인에게 있다. 더 좋은 드라마를 만들고 더 좋은 음악을 만들고 그 들이 즐길 수 있는 K-컬처를 더욱 만들어야 한다. 지금 K-컬처 열기를 더하고 지속하기 위해 이탈리아 내에서 벌어지는 문화행사에 의미 있게 우리 문화가 들어갈 곳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우리 문화가 소나기처럼 흘려 지나가는 빗물처럼 그저 한순간 지나가서 잊혀버리는 문화가 되지 않을 것이다. 30년 전 일본문화가 우리와 비슷한 길을 걸었고 지금 우리가 그즈음 그 위치에 서 있을 수도 있다. 전 세계가 우리 문화에 주목하고 있는 이때! 우리는 저들이 만들어 놓은 문화유산에 우리 문화축제 한마당을 여는 지혜를 생각해 내야 한다.
예술은 영원을 만드는 창의적 상상력이다. 여러 개 중의 하나가 아니다.
내가 알고 있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예술! 그 하나>가 다이아몬드처럼 빛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