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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에서 K와 마주하다

  • [등록일]2024-05-02
  • [조회] 2840

국립민속박물관에서 K와 마주하다

- 국립민속박물관 상설전시관1 <한국인의 오늘> 개편 -


글 나훈영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지금, 우리는 K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음악과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 콘텐츠는 물론, 우리의 의식주 생활 전반에도 ‘K’가 붙고 있다. 그렇다면 K는 과연 무엇일까? 국립민속박물관은 K의 뿌리를 그간 우리가 축적해 온 민속문화와 일상생활에서 찾아보고자 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상설전시관1 《한국인의 오늘》이라는 새로운 전시 주제 개편 작업으로 구현되었다. 

 평범하고 때론 사소해서 우리에겐 익숙한 일상이 세계인의 호기심 어린 눈에 맺히는 오늘, 무엇이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는지 우리 스스로 K에 대해 톺아보는 상설전시관1 《한국인의 오늘》은 2023년 12월 28일부터 개관하여 국내외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온 나날을 담고 기억하는 국립민속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은 우리의 전통과 근현대의 민속문화를 수집, 연구, 전시 그리고 교육하는 곳이다. 매년 백 만명 내외의 국내·외 관람객이 박물관에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 박물관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3개의 상설전시관에서는 전통과 근현대의 생활을 세시풍속, 일생의례를 중심으로 한 전시를 만나볼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전통과 현대의 시대적 간극을 메우고, 관람객의 공감과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 2018년부터 상설전시관의 전시 주제 개편을 꾸준히 진행했다. 전통과 근현대의 다양한 계층의 한국인의 하루 모습을 살펴본 상설전시관1 《한국인의 하루》(2018. 12.~2023. 4.)를 시작으로, 계절 순환에 맞춰 살아온 우리의 세시풍속을 전시한 상설전시관2 《한국인의 일년》(2021. 3.~상시), 태어나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을 일생의례에 맞춰 살펴보는 상설전시관3 《한국인의 일생》(2021. 12.~상시)까지 총 3개의 상설전시관은 순차적으로 개편되어 관람객의 전시 흥미를 북돋웠다. 그리고 2023년 12월 28일, 상설전시관1은 《한국인의 오늘》로 다시금 개편되었다.


 


 ‘케이컬처’, 국립민속박물관 상설전시관1의 주제가 되다  

 1990년대에 등장한 ‘한류(Korean Wave, 韓流)’는 우리에게 ‘케이컬처’보다 더욱 익숙했던 용어로 대중들과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함께하고 있었다. 2020년대에 들어서는 ‘K-’, ‘케이컬처’ 용어도 사용되어, 지금은 ‘한류’와 ‘케이컬처’ 이 두 용어는 명확한 의미 구분 없이 쓰인다. 다만, ‘한류’가 대중문화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용어였다면, ‘K-’와 ‘케이컬처’는 대중문화 콘텐츠를 넘어 우리 생활 전반에 상품 라벨(Label)처럼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쓰이는 듯하다. 다양한 용례를 통해 ‘한국의’, ‘한국적인’을 뜻하는 ‘K-’에 컬처(Culture)가 결합된 케이컬처로 변모했다. 이는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의 전파 및 소비 양상을 의미했던 ‘한류’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022년 하반기부터 상설전시관1 개편 주제를 ‘케이컬처’로 정하면서, 2000년부터 2022년까지 발표된 한류, 케이컬처 관련 3,000여 건의 학술지를 분야별 연구 성과를 정리했다. 한류 현상, 한류 콘텐츠 분석, 한류의 경제적 효과와 소비 주체, 한류 기반 한국어 및 한국문화 교육, 관광 및 문화교류 측면에서 다양하게 전개된 일련의 과정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케이컬처’는 과연 무엇일까?

 케이컬처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전시한다고 했을 때, 대부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케이컬처를? 라는 의아한 반응이었다. 이 배경엔 ‘민속’을 기반으로 하는 박물관에서 기획하는 전시와는 동떨어진 주제라고 생각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국립민속박물관의 강점은 바로 ‘민속’에 있다. 민속은 그간 ‘우리’가 ‘함께’ 경험하고 이어온 ‘기억’들의 총체이자, 진부한 과거가 아닌 발광체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민속’의 가치를 어느 곳보다 가장 잘 알며, 이를 전시로 잘 구현하는 곳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의 강점은 바로 ‘민속’에 있었다. 민속은 그간 ‘우리’가 ‘함께’ 경험하고 이어온 ‘기억’들의 총체이다. 그리고 국립민속박물관은 민속의 가치를 어느 박물관보다 가장 잘 알고 있고, 이를 전시로 잘 구현하는 곳이다. 케이컬처의 빛나는 위상은 그간 특정한 콘텐츠와 인물, 케이팝 그룹의 객관적 성과, 지표로 그들이 오롯이 만들어 낸 것처럼 보이나, 그러한 성과를 이루는 근간은 우리가 함께 보낸 수많은 평범한 ‘오늘’에서 비롯한다.



 상설전시관1 <한국인의 오늘> 공간에서 펼쳐진 케이컬처

 케이컬처는 ‘한국 문화’와 같은 의미로 쓰이는 듯 하지만 면밀히 살펴보면 어딘가 다르다. 케이컬처는 오롯이 ‘우리의’, ‘우리에 의한’ 문화는 아니다. 오늘날의 케이컬처는 문화를 생산하는 자와 이를 향유하는 자의 콜라보(Collaboration의 준말)로, 다시 말해 문화를 공유하고 생산하는 한국인과 이를 공감하고 함께 즐기는 세계인의 결합물이다. 상호 작용을 통해 한국 문화가 더욱 다채롭고 풍부해진다는 점을 전시에 풀어내고 싶었다. 이에 이번 전시 기획 바탕에는 한국과 한국인의 모습을 사진과 글로 남긴 세계인의 시선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리고 그 위에서 더욱 다채롭고 풍부해지는 한국 문화를 전시에 풀어내고자 했다.



전설과 허구에 감싸인 또 다른 곳,‘은둔의 나라’로 알려진 한국은 오늘날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하퍼스 위클리』, 1889.01.12.

Today, Corea, the “Hermit Nation”, which has had also its phase of fable and fiction, is attracting the world’s attention.

January, 12, 1889, Harper’s Weekly


K의 모든 것: 계속해서 부상하는 한국 문화의 위상, 전 세계는 한국의 모든 것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영국 『더 가디언』, 2022. 9. 4.

K-everything: the rise and rise of Korean culture, the world has fallen in love with everything South Korean

September, 4, 2022, The Guardian



 고요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Morning Calm), 은둔의 나라(The Hermit Nation), 모자의 나라(The Land of Hats)… 세계인이 우리나라와 우리에게 붙인 별명은 셀 수 없다. 물론 당시 서구 중심적인 시각에서 서술된 글과 사진, 영상에는 아직은 단편적인 관점으로 바라본 한국 문화의 파편일 것이다. 이러한 과거와, 지금 이 순간에도 펼쳐지는 ‘오늘’을 보내는 우리를 유심히 관찰한 모습은 귀중한 의미가 있다.

 전시는 크게 프롤로그와 3개의 부, 에필로그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K-,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다’는 전통 요소를 현대적인 시각에서 재해석한 공예품을 선보인다. 전통이 ‘옛 것’으로만 여겨지지 않고 새로운 모습으로도 충분히 우리의 오늘 속에서 지속될 수 있다는 ‘새 전통’의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1부 ‘쓸모 있는’은 예부터 우리 곁에 자리하던 평범한 생활 물건을 세계인의 시선으로 재조명했다. 일상의 무게를 견뎌온 지게, 케이푸드의 근간인 옹기, 아마존(www.amazon.com)에서 열풍이었던 호미, 우리의 공간이자 생활소품이 되었던 한지를 선보인다. 일상적인 물건이기에 큰 눈길을 주지 않았던 우리가 다시금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유물과 현대자료, 작품을 함께 배치했다.



 2부 ‘자연스러운’에서는 자연을 곁에 두고, 자연을 취향의 기준으로 삼아온 우리의 일상을 만난다. 우리는 어떻게 자연을 받아들이고, 자연은 우리 일상에 어떤 모습으로 스며들었는지를 ‘공간’, ‘백자’, ‘백의’, ‘모자’, ‘색’, ‘아름다움’ 6가지의 소주제로 나누어 보여준다. 세계인의 시선에서 마치 구름 떼가 내려앉은 듯 눈부시게 하얀 백의를 입고 생활한 모습, 여러 모자가 한데 길을 걷던 옛 모습, 미의 기준을 ‘자연스러움’에 둔 우리의 시대별 유행 화장과 오늘날의 케이뷰티 연관성 등을 살펴볼 수 있다.



 3부 ‘함께 하는’은 오늘날 세계인에게 케이컬처로 새롭게 보이는 우리의 ‘함께 하는’ 일상을 실감형 영상으로 재현하였다. 관람객이 전시관을 나가서도 충분히 경험할 있는 동 시대의 평범한 일상행위를 주된 내용으로 삼았다. ‘밥 먹었니?’ 인사에 담긴 상대방을 생각하는 모습, 해질녘 삼삼오오 모여 기울이는 포장마차 술잔, 2002년 월드컵 응원 등은 ‘함께’의 가치를 아는 우리의 일상에서 비롯한다. 이런 우리 모습은 과거에도, 그리고 오늘날에도 계속 이어지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다.



한국인은 항상 혼자서 즐거움을 추구하지 않는다. 한국인들은 식사나 소풍 등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모임에서 함께하는 즐거움을 찾곤 한다. 

퍼시벌 로웰1855~1916,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 1886

The Korean does not, it is true, always seek his pleasure alone. He finds it commonly in gatherings with other men,? all-day dinners or excursions in Korea.

Percival Lowell (1855-1916), 1886, Choso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




 The K-존에 자리한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소중한 조사연구자료

 K 한 글자에 담긴 우리가 보내온 ‘오늘’, 200평 남짓의 전시장에 모두 구현하기엔 제약이 컸다. 그래서 에필로그 ‘The K-존’이라는 아카이브 성격의 공간을 기획하였다. 관람 동선을 기준으로 왼편 진열장에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까지 우리의 일상생활을 기록한 전 세계의 도서, 신문, 삽화와 사진 등 기록 자료를 전시했다. 세계인이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기록했는지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앞선 3개의 전시(부) 공간에서 녹여내지 못한 케이 문학, 케이팝 등 한국문화 콘텐츠와 2023년 박물관에서 진행한 케이컬처 강의 시리즈를 함께 제공하여 관람객 스스로 K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특히 이 공간에서는 이번 전시에서 귀중하게 활용된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발간자료를 만나볼 수 있다. 진흥원은 10여 년간 한류와 케이컬처에 대한 조사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고, 매년 『해외한류실태조사』, 『한류백서』, 『글로벌 한류 트렌드』, 『한류 파급효과 연구』, 웹진 『한류 NOW』등 발간·발행하고 있다. 한류, 케이컬처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을 대륙(권역)별 및 세부 콘텐츠 분야별로 나누어 매년 조사하고 도표와 그래프로 결과를 도출함으로써, 현재 세계에서 관심 갖는 콘텐츠, 분야는 무엇인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또한 케이컬처와 관련된 전문가의 칼럼, 향후 케이컬처 전망에 대한 의견 등은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들이 아니기에 귀중한 자료라고 생각한다. 진흥원의 연구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필자와 개편팀은 세계인이 콘텐츠에 담긴 우리의 문화적 배경, 생활까지 지속적으로 궁금해한다는 유의미한 결과도 도출할 수 있었다. 이는 개편팀의 전시 기획 방향에 토대가 되었고, 더욱 내실있는 전시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개편팀은 5개년 간의 『글로벌 한류 트렌드』(2017-2022)에 조사된 데이터를 취합·편집하여 관람객이 직접 태블릿 PC를 통해 알아볼 수 있도록 재가공했다. 관람객들은 그래프와 도표의 생생한 움직임, 손가락을 넘겨 연도별 다른 결과를 살펴보는 재미를 느꼈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에필로그 ‘The K-존’에서 관람객 스스로 케이컬처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 수준을 접하고, 세계 속 케이컬처의 위치를 가늠해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했다. 

 전시 기획과 의도를 깊이 이해하고, 많은 양의 자료를 요청했음에도 흔쾌히 제공해 준 진흥원에 지면을 빌려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한다. 




 새로움에 대한 기대보다는 타자의 시선에서 우리의 일상을 다시 바라봄으로써 우리는 새로운 일상을 발견한다. 전시장에서 관람객의 이야기를 조용히 귀 기울이다 보면 ‘이런 것도 있구나, 외국인에겐 이런 점으로 비춰지구나, 우리에겐 이런 모습도 있었네’ 등과 같은 감상평을 쉽게 들을 수 있어 필자와 상설 개편팀은 그 어느 때보다 뿌듯한 ‘오늘’을 보내고 있다.

 이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의 오늘, 어제와 비슷하나 다르다. 그리고 내일도 별일 없이 평범한 듯 색다르다. 23시 59분에서 0시 00분으로 바뀌는 찰나의 순간으로 새로운 오늘이 시작되고, 그렇게 쌓여가는 ‘오늘’은 앞으로 계속된다. 30년 후, 40년 후의 시간 속에서 다시금 오늘의 우리를 회상한다면 그때에도 평범하게 보일까? 우리가 과거의 우리를 신기하게 보듯, 미래의 우리는 오늘의 우리를 낯설게 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K의 토대가 되어간다.


 앞으로도 각 전공 분야와 연관된 세부 연구는 현재까지 활발하게 이루어짐과 동시에 ‘K’, ‘케이컬처’를 규명하는 본질적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물론 케이컬처에 포함되는 요소가 방대하기에 본질적 정의를 섣불리 내리기 어려움들을 해쳐나가야 할 것이다.





1) 본고에서는 K-에 대한 의미는 ‘한국적인’, ‘한국의’로 상정하고, K는 케이컬처와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