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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석학, 샘 리처드 교수에게 한류를 묻다

  • [등록일]2024-05-02
  • [조회] 3408

세계적인 석학, 샘 리처드 교수에게 한류를 묻다


글·정리 배기형 프로듀서 (한국방송)



샘 리처드(Sam Richards)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사회학과 교수다.

그는 인종, 계급, 젠더 등 다양한 사회학 주제를 연구하며, 강의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특권과 편견을 인식하고 타인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도록 장려하는 것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석학이다. 특히 그는 BTS의 세계적인 열풍을 예견했으며, 한류 현상에 대해 통찰력 있는 분석으로 유명하다.

KOFICE 뉴스레터에서는 샘 리처드 교수와의 대담을 마련하여 한류 문화에 대한 다각적인 지혜를 얻고자 했다. 대담자로는 30년 이상 한류 콘텐츠를 제작하여 전 세계에 배급한 KBS 배기형 PD를 모셨다. 배PD는 국제문화교류전문가이며 문화콘텐츠학 박사이기도 하다. 글로벌 문화연구자인 미국인 사회학자와 한류 콘텐츠의 제작 현장에서 일하는 한국인 피디가 나눈 의미있는 한류 담론을 뉴스레터에 옮겨본다.

대담은 영어로 진행되었으며 배PD가 우리말로 번역하여 정리해 주었다. 




배기형 PD:

우선, KOFICE 뉴스레터를 통해 교수님과 대화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서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동안 한류에 대해 교수님이 보여주신 깊이 있는 관심과 통찰력에 감사드리며 바로 질문을 시작해도 될까요? 


샘 리처드 교수:

네, 좋습니다. 그렇지만 먼저 어떻게 해서 선생님께서 저와 대담을 진행하게 되었는지 물어봐도 되나요? 


배기형 PD:

저는 오랫동안 한국의 공영방송 KBS에서 한류 콘텐츠를 제작하고 전 세계에 마케팅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한류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문화 교류와 소통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교수님께서 주목하신 한류의 사회학적 영향력은 제가 한류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늘 고민하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진 교수님의 통찰을 들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KOFICE에서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샘 리처드 교수:

베테랑 한류 콘텐츠 PD와 대담하게 되어 저도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 대담 내용이 제가 한류 문화 현상을 연구할 때 큰 도움을 받아온 KOFICE 뉴스레터에 실린다니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배기형 PD:

제가 알기로 교수님께서는 이미 1990년대부터 한국을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오래된 역사 혹은 빛나는 과거를 가지고 있는 수 많은 나라 중에 특별히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인식하게 된 계기가 있었을까요?


샘 리처드 교수:

애초 한국이 제 관심을 끈 것은 급속한 경제 발전 때문이었습니다.

전쟁의 폐허에서 시작해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한국이 단기간에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죠. 이러한 압축 성장의 과정에서 한국이 보여준 저력과 잠재력은 사회학자인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한류는 비서구 기반의 문화 현상으로서 전 지구적 문화 흐름에 있어서 전에 없이 독특하고도 주목할만한 현상입니다.

저는 한류를 ‘쓰나미’라고 생각합니다. 한류의 인기와 전 세계로의 확산이 마치 쓰나미의 파괴적이면서도 압도적인 힘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쓰나미는 해저 지진으로 인해 발생하는 거대한 파도로, 그 위력이 엄청나지만, 육지에서는 그 징후를 쉽게 감지하기 어렵습니다.

마찬가지로 한류도 초기에는 그 성장세와 잠재력을 많은 이들이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어느 순간 전 세계를 휩쓸며 그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쓰나미는 해안가에 도달하면 가공할 파괴력으로 모든 것을 삼켜버립니다. 이는 한류가 전 세계의  대중문화 시장에 진출하여 큰 성공을 거둔 것과 유사합니다. 쓰나미가 발생하면 전 세계가 주목하게 되듯, 한류의 성공으로 인해 전 세계가 한국 문화에 주목하게 된 것입니다. 


배기형 PD:

흥미로운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교수님 표현처럼 한류 쓰나미로 인하여 변모한 세계의 문화 정경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쓰나미가 밀려오면 그 지역에는 새로운 지형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한류 또한 글로벌 문화 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제 K-팝, K-드라마, K-무비 등은 전 세계인들에게 친숙한 장르가 되었고, 많은 이들이 한국 문화를 찾고 배우고자 합니다. 또한 쓰나미 이후에는 새로운 생태계가 자리잡게 됩니다. 한류의 성공은 다른 국가들, 특히 신흥국들도 자국 문화를 알릴 수 있다는 희망과 가능성을 보여주며 ‘기회의 담론’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류로 인해 조성된 문화 교류의 토양 위에서 더욱 다양한 문화들이 꽃피울 것으로 기대됩니다.

관련하여 질문 드리자면, 교수님께서는 그동안 여러 자리에서 한류의 인기 비결을 설명하고 앞으로의 전망도 제시하고 계십니다. 특히 건국대 석좌교수로 초빙받으시고 여러 대학이나 각종 포럼에서 강연하시는데, 한류와 관련하여 한국인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신가요? 


샘 리처드 교수:

한국은 이미 한류를 통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 한국인들은 세계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 위해 굳이 한국적인 정체성을 버리고 세계에 맞춰 변화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세계는 이미 한국 문화 자체를 좋아하고 관심 있기에,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고유의 문화를 자랑스럽게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한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도 의미 있는 일입니다. 한국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간직한 채 한류를 이어간다면, 이것은 곧 문화의 다양성 증진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한국 문화를 접하고 즐기면서, 자신들의 문화와는 다른 색다른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인들은 한류 열풍에 편승해 무작정 세계화의 물결에 휩쓸릴 것이 아니라, '한국다움'을 지키며 한국 문화의 가치를 높여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한류를 통해 전 세계와 공감하고 소통하는 바람직한 방향이 될 것입니다.




배기형 PD:

좋은 생각입니다. 교수님은 지난 2022년 서울에서 열린 ‘제9회 한류국제학술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당시 기조강연에서 KOFICE의 활동과 자료를 높이 평가한 바 있습니다. KOFICE의 어떤 점을 주목하고 있는지 문의드립니다. 


샘 리처드 교수:

저는 한류 현상을 연구하면서 늘 KOFICE의 자료와 책들을 참고합니다.

특히 KOFICE에서 발간하는 '글로벌 한류 트렌드' 보고서는 전 세계 한류 팬들의 특성과 한류 콘텐츠 소비 행태 등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자료로, 한류 연구자들에게 매우 귀중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보고서는 단순히 한류의 인기 지역과 규모를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별, 장르별로 세분화된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동남아시아에서는 K-드라마가, 유럽에서는 K-팝이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다는 식의 구체적인 정보를 담고 있죠. 이는 한류 콘텐츠 제작자들과 기획자들에게 타깃 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곧 CJ 이미경 부회장을 만날 계획이 있는데 한류 콘텐츠 사업을 위해서 KOFICE 보고서를 읽어보라고 권할 예정입니다.

KOFICE의 보고서는 한류 팬들의 한국 문화 인식, 한국 상품 구매 행태, 한국 방문 의향 등도 조사하여 한류가 경제, 관광 등 다방면에 미치는 영향을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이것은 학술 연구뿐 아니라 정책 수립, 기업 마케팅 전략 등에도 활용될 수 있는 소중한 자료입니다.


배기형 PD:

저도 방송 프로그램 PD이자 동시에 한류 연구자의 한사람으로서 KOFICE의 출판물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한류 연구의 저변을 확대하고 질적 수준을 제고하는 데에도 KOFICE의 역할이 지대합니다. 특히 세미나 개최,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 한류 관련 도서 출판 등의 활동을 통해 한류 연구의 플랫폼으로서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샘 리처드 교수:

동감입니다. KOFICE는 데이터에 기반한 심층 연구, 국제 교류와 협력 증진 등을 통해 한류 연구를 체계화하고 지원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KOFICE의 활동은 학술적으로나 실무적으로 한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배기형 PD:

얘기가 나온김에 KOFICE가 주관한 <2024 해외한류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류 경험자 10명 중 7명이 K콘텐츠에 “긍정적”이라고 답했습니다. 현대 대중문화의 주류 무대인 미국과는 다른 맥락과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이 단기간에 세계 대중문화의 주목을 끌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샘 리처드 교수:

한국이 빠른 시간 내에 세계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데에는 몇 가지 핵심적인 요인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단연 한국 문화 콘텐츠의 높은 품질과 매력입니다.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영화 등은 독창적인 스토리텔링, 감각적인 영상미, 탄탄한 제작 시스템 등으로 무장하여 전 세계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단순히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적인 감성과 공감대를 자아내는 콘텐츠의 힘이 돋보였죠. 한국인들의 눈에는 그 매력이 잘 안보일 수 있습니다. 마치 물속에 있는 물고기에게 물이 일상적인 환경이므로 그 매력이 못느껴질 수 있지만 외부자의 시선에서는 그 물이 굉장히 매혹적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한국 대중문화는 한국의 전통문화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가치를 지닙니다. 이것은 한국 대중문화가 한국인의 삶과 역사, 가치관 등을 내포한 문화 콘텐츠로서의 깊이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한국만의 창의력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죠. 앞으로도 이러한 강점을 살려 한국 문화가 세계와 더욱 활발히 소통하고 사랑받기를 기대해 봅니다.


배기형 PD:

K-컬처의 지속가능성은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한류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하여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샘 리처드 교수:

K-컬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창작자, 연구자, 정책 담당자 등 각계각층의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들이 힘을 모아 한류의 저변을 확대하고 질적 고도화를 이뤄낸다면 지금의 인기를 넘어 K-컬처가 명실상부한 세계 문화 트렌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한류 콘텐츠가 한국적 정서와 가치를 담아내되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도 갖춰야 하겠죠. 또한 전 세계의 수용자들이 누구인지 또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KOFICE의 자료를 읽어볼 것을 권합니다. 데이터를 통해 통해 향후 K-컬처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배기형 PD:

K-컬처에 기반한 국제문화교류 또한 한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과제라 할 수 있겠지요. 교수님 그동안 주장하신 것처럼 단순히 한국 문화를 일방적으로 전파하는 것이 아니라, 쌍방향 소통과 협력을 통해 상생의 문화 교류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등 다양한 인구 집단이 국가별로 한류를 접하고 이야기하는 방식에 눈에 띄는 차이점이 있나요? 또한 문화 교류와 세계화가 증가하는 맥락에서 향후 한류 문화의 도전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샘 리처드 교수:

한류에 대한 세대별, 국가별 인식 차이와 향후 한류 담론의 변화 전망에 대해 흥미로운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제 나름의 견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한류에 대한 인구집단별 반응의 차이를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젊은 세대가 기성 세대에 비해 한류 콘텐츠를 더욱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향유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젊은 층은 새로운 문화 트렌드에 민감하고 개방적이기에 K-팝, K-드라마 등에 빠르게 호응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반면 기성세대는 상대적으로 한류 콘텐츠 자체에 대한 관심도는 낮은 편이죠. 다만 한류를 통해 한국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도가 높아지고, 이것이 한국 상품 구매로도 이어지는 등 간접적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지역적으로 보면 중남미의 경우 K-드라마의 서사 구조나 로맨틱한 요소가 지역 정서와 잘 부합한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문화 산업이 발달한 북미나 유럽에서의 한류는 주로 K-팝을 중심으로 젊은 층에서 자생적 팬덤 양상으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요컨대 한류의 인기 요인과 향유 방식은 지역과 세대에 따라 다채롭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향후 세계화 특히 노동력의 이동으로 인한 도전 과제는 무엇보다 인종, 국적, 문화를 뛰어넘는 초국가적 보편성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예를 들어 '이태원 클라쓰'의 아프리카 출신 연기자의 등장은 K-드라마가 인종적, 문화적 다양성을 수용하며 한 단계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외국인 배우의 자연스러운 등장은 K-콘텐츠가 이제 한국인만의 이야기가 아닌,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로 거듭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것은 한국 사회의 다문화 수용성 제고라는 측면에서도 고무적인 변화입니다.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는 앞으로 한류 콘텐츠가 추구해야 할 방향성이기도 합니다. 



배기형 PD:

교수님의 통찰력 있는 답변 감사합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한류 담론에 있어서 보다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이 필요할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한류를 단순히 대중문화 차원을 넘어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해 이해할 필요가 있을거 같구요.

정치, 경제, 기술, 가치관 등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한류 콘텐츠에 어떻게 반영되고 재현되는지, 그것이 세계인들에게 어떤 함의를 던져주는지 살펴볼 필요를 느꼈습니다.

한류 담론은 이처럼 대중문화를 넘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차원에서 한국과 세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귀한 시간 내주시고 좋은 말씀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수님 말씀을 들으면서 K-컬처에 대한 세계인들의 해석과 평가, 한국인의 자기성찰적 목소리 등이 활발하게 교차하며 한류 담론의 외연을 확장해 갈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이를 통해 한류가 단순한 문화 트렌드를 넘어 상호 이해와 연대의 매개체로 기능하게 되기를 바래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