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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코리아시즌’ 개막, 파리에 꽃피울 한국문화

  • [등록일]2024-05-03
  • [조회] 6376

‘2024 코리아시즌’ 개막, 파리에 꽃피울 한국문화


글 이세은 기자(객원 기자)



 지난 5월 2일, 프랑스 파리 샤틀레 극장에서 개최된 ‘한국-프랑스 브레이킹 합동 공연<어번 펄스 업라이징(Urban Pulse Uprising)>’을 시작으로 ‘2024 코리아시즌’이 막을 올렸다. 올해 코리아시즌의 중점 국가는 프랑스로, 5월부터 11월까지 다채로운 한국문화 프로그램들이 파리를 물들인다. 올해 코리아시즌은 7월에 열릴 파리 올림픽을 동력 삼아 한국-프랑스 양국 간의 문화예술 교류에 활력과 깊이를 더한다. 세계인들이 어우러지는 올림픽을 매개로 더욱 뻗어 나갈 한국문화의 저력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이다. 더불어 올해 코리아시즌은 아랍에미리트(UAE)와의 문화예술 교류도 선보일 예정이다. 11~12월 집중적으로 열릴 UAE에서의 한국문화 행사에 대해서도 함께 알아보자. 




 

 확장된 문화교류 ‘코리아시즌’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함께 첫선을 보인 ‘코리아시즌’은 한층 더 확장된 문화 네트워크를 제시하며 문화·인적 교류의 새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첫해 멕시코에 이어 작년에는 영국이 코리아시즌 교류국으로 선정되면서 영국 현지에 한국문화를 집중적으로 알리며 뜨거운 현지 반응을 이끌어냈다. 작년 2월 영국 런던 바비칸 센터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회로 막을 연 이후, 무용·국악·클래식·시각예술·영화·한식 등 다양한 한국문화 콘텐츠를 통해 교류의 접점을 넓혔다. 


 코리아시즌은 다채로운 한국 문화예술을 통합적으로 알리며 문화파급력 확대와 문화교류의 진정성을 실현해 나가는 데 그 목적을 둔다. 문화적 파급력이 큰 국가를 선정하여 1년간 우리 문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코리아시즌 사업은, 국가 간 문화행사를 단기간이나 일회성이 아닌 장기간 진행함으로써 선정국가와의 우호적 관계와 탄탄한 국제문화교류 기반을 조성한다. 나아가 이렇게 구축된 관계는 추후 문화교류의 심화 단계 추진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 


 코리아시즌을 비롯한 여러 국제문화교류 사업은 목적만큼이나 그 과정 역시 매우 중요하다. 사업을 통해 물꼬를 튼 수많은 유관기관과의 만남, 다양한 국립예술단체와의 협업, 민간예술가(단체) 발굴, 공연 및 전시뿐만 아니라 문화 담론 개최 등 가치 있는 문화교류는 연속된 매 과정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는 결국 사람으로부터 시작되고, 교류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문화교류는 곧 인적교류라고 할 수 있다. 즉 코리아시즌이 열리는 1년이라는 물리적 기간은, 우리나라와 교류국의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문화 심리적 관계를 더욱 가깝게 구축하는 중요한 기회의 순간이라 할 수 있다. 




 문화올림픽, 문화교류의 듬직한 발판

 2024 코리아시즌이 열리는 프랑스는 한국과 가까운 문화교류국 중 하나로 손꼽힌다. 대표적으로 유럽 최대 한국영화제이자 프랑스 주요 영화 행사인 파리한국영화제(FFCP)가 2005년부터 현재까지 개최되고 있고, 프랑스 내 주요 한국문화행사인 ‘한국의 봄’ 축제가 매년 낭트에서 열리고 있다. 1980년 개원한 주프랑스한국문화원은 해외 주재 한국문화원 중에서도 두드러지는 활약을 펼치며 한-프 문화교류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코리아시즌은 ‘파리올림픽’이 중요한 매개가 된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통상 올림픽이 열리면 다양한 문화행사도 개최되기 마련. 올림픽은 글로벌 스포츠 경연장임과 동시에 세계인들이 하나 되는 축제의 장인 만큼 ‘문화올림픽(Cultural Olympiad)’은 올림픽과 동일한 문화적 의미를 갖는다. 문화올림픽은 올림픽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문화 프로그램으로써, 올림픽 기간 전부터 종료 시까지 열리며 개방적·참여적·통합적 등의 올림픽 가치를 실현하는 데 힘을 보탠다. 대표적인 예로 평창올림픽이 열렸던 2018년에는 K-Pop 월드 페스타를 비롯한 100개 이상의 공연, 설치미술 전시, 평창겨울음악제, 미디어아트쇼, 무형문화재 장인 시연, 조선시대 전통 행렬 재현 등 다채로운 문화예술 행사가 개최되었다.


 2024 코리아시즌의 프로그램들 역시 직, 간접적으로 ‘문화올림픽’ 키워드와 연결된다. 5월 2일 코리아시즌 개막을 알린 프랑스-한국 브레이킹 합동공연 <Urban Pulse Uprising>은 올해부터 올림픽 신규 종목으로 채택된 브레이킹을 기념하고자 기획된 무대이다.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 댄서이자 안무가 리아킴이 이끄는 원밀리언(1MILLION)과 프랑스의 포켓몬 크루(Pockemon Crew)가 만나 엄청난 열기의 무대를 선사했다. 이미 공연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일으켰던 본 공연은 프랑스 대표 공연장인 ‘샤틀레 극장(Theatre du Chatelet)’에서 열린 점 또한 이목을 끌었다. 샤틀레 극장은 1862년 개관한 3,000석 규모의 공연장으로 160여 년간 세계 최고 수준의 오페라, 클래식, 발레 공연이 오른 곳이다.


 샤틀레 극장에 이어 5월 18~20일에는 파리 음악계의 상징적인 공연장 ‘살 가보(Salle Gaveau)’에서 창작국악과 한국 클래식 음악가들의 무대가 열린다. 한국 전통 악기와 피아노, 전자음악의 조화가 돋보이는 프로젝트 그룹 ‘띵(tHinG)’의 무대를 시작으로, ‘김율희 프로젝트’, ‘상자루’ 총 3개의 창작국악 무대가 예정되어 있고, 클래식 공연으로는 소프라노 박혜상, 베이스 고경일, 허 트리오가 오른다. 파리챔버오케스트라와 한 무대를 꾸미는 소프라노 박혜상은 아시아 소프라노 최초로 굴지의 클래식 레이블인 도이치그라모폰(DG)의 전속 아티스트로 선정되며 큰 주목을 받았고, 2019년 덴마크 왕립 오페라단 역사상 최초로 종신 단원으로 임명된 베이스 고경일 역시 오페라 가수로 유럽 무대를 누비고 있다. 한국 아티스트들이 ‘전략적 거점’이라 할 수 있는 파리의 유서 깊은 공연장에 오르는 점 또한 매우 고무적인 문화교류의 핵심 요소로 볼 수 있다. 


 또한 본격적인 파리올림픽 기간에는 한국도자재단 공동기획으로 한국의 정서와 미감을 담은 <한국도자재단 전시>(7.26.~8.11.)가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리고, 그에 앞서 6~9월에는 파리올림픽 개최를 기념하여 e스포츠를 비롯한 ‘놀이’를 주제로 하는 <한국의 놀이-미디어아트 특별전>이 주프랑스한국문화원과의 공동기획으로 개최된다. 




 성공적인 문화교류를 꾀하는 현지 대표 축제 연계

 지난해 2023 코리아시즌의 일환으로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서 마련한 한국 특집주간 <포커스 온 코리아(Focus on Korea)>에 한국인 연주자(단체)들이 대거 올랐다.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한국인 아티스트가 오른 적은 있으나, 우리나라 작품과 아티스트들을 시리즈화하여 선보인 것은 작년이 처음이었다. 에든버러 페스티벌과 같은 세계적인 축제와 협력하여 문화교류 사업을 꾸려가는 것은 성공적인 문화교류를 위한 적확한 요소를 자연스레 갖출 수 있게 한다. 이미 입증된 축제의 정체성과 인지도, 교류의 접점을 넓힐 수 있는 물리적 공간(축제 현장) 확보, 현지 문화예술 인사들과의 인적 네트워크 등을 효율적으로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코리아시즌도 이러한 전략을 취해 한국문화를 프랑스인들에게 더 자연스럽게 각인시킨다. 프랑스 대표 축제인 ‘오리악 거리극 페스티벌(Festival international de theatre de rue Aurillac)’과 ‘아비뇽 페스티벌(Festival d’Avignon)‘과 연계해 다채로운 한국문화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매년 8월 넷째 주에 열리는 오리악 거리극 페스티벌은 전 세계 400개 이상의 공연 단체가 참여하고 약 20만 명이 찾는 성대한 축제로, 올해 오리악 페스티벌에서는 특별히 ‘Korean Focus’ 섹션을 마련해 한국의 동시대성과 정서가 담긴 다양한 공연 및 거리극이 소개된다. ▲연극(구자하 <쿠쿠>, 코끼리들이 웃는다 <물질>) ▲현대무용(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 <Fever>) ▲서커스(공연창작집단 사람 <숨>) ▲전통연희(리퀴드사운드 <긴: 연희해체 프로젝트Ⅰ>) ▲거리극(갈매 <여기는 아니지만 여기를 통하여>)이 오를 예정이다. 


 매년 7월 여름, 프랑스의 작은 도시 아비뇽에는 종합예술 축제 아비뇽 페스티벌(Festival d’Avignon)을 보기 위한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연극, 전시, 현대무용을 넘어 미술, 영화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아비뇽 페스티벌에서는 예술경영지원센터와의 협력으로 올해 한-프 아티스트 간의 인적교류 <Transmission Impossible>가 성사되면서 양국 예술가들이 의미 있는 만남을 갖게 되었다. 직접적인 인적 교류를 가능케 하는 담론의 장은 양국의 문화적 현상과 그 차이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를 돕는 중요한 다리 역할이 되어 준다. 


 2024 코리아시즌에서 마련한 ‘미래세대 예술교류 지원’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11~12월, 서울과 파리에서 열릴 ‘영상예술인 교류사업’은 프랑스 국립 현대예술학교와 프랑스국립 미술학교와 협력하여, 영화 분야의 미래 세대 교류를 목적으로 라운드 테이블이 개최될 예정이다. 미래세대 교류와 더불어 긴 호흡으로 한국문화의 발전과 성장을 응원하는 ‘민간예술 국제교류 지원’도 코리아시즌의 일환으로 마련되어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와의 교류 기반 확립

 한국과 프랑스가 2024 코리아시즌을 기점 삼아 기존 문화예술 교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확장’을 꾀한다면, 한국과 UAE는 이번 코리아시즌을 통해 문화예술 교류 기반을 ‘확립’한다. 아랍권 국가 중 최초 FTA를 체결하여 교류의 중요성이 커진 UAE와 전략적 문화예술 교류를 추진함으로써 교류 기반 확립 및 양국 우호 증진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한-UAE의 문화교류 행사는 근 3~4년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2020~2021년 이루어진 2년제 사업 ‘한-UAE 상호문화교류의 해’를 통해 K-pop 공연, 온라인 세미나, 신진예술가 교류사업 등을 개최해 긴밀한 교류 관계를 구축했고, 2022년에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트래블링 코리안 아츠의 일환으로 <오감도:한국미술의 다섯 풍경> 전시를 개최한 바 있다. 작년에는 아부다비 페스티벌 협력 시각예술 리서치 사업(국립현대미술관, 아트선재, 현대모터스 참여)에 함께하며 UAE와의 문화교류를 연속적으로 이어 갔다.


 UAE와의 문화교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 시점에, 코리아시즌을 통한 우호적 관계 형성은 한-UAE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교류에서는 한층 더 심화된 한국문화 콘텐츠들이 오른다. 오는 11월, NYU 아부다비 공연장에서 국립현대무용단의 공연이 아부다비 음악예술 재단과의 협력 아래 이루어지고, 12월에는 아부다미 문화재단과 함께 ‘K-인디나잇’을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11월에는 인터랙티브 전시와 미디어아트 전시를 선보이는 등 이번 교류를 통해 케이팝과 한류 콘텐츠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한국 고유의 문화를 UAE인들이 깊이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대중문화보다 순수예술에 초점을 둔 코리아시즌 프로그램들은 한류 열풍에 주목하기보다는, 한국의 고유성을 바탕으로 동시대적인 메시지가 담긴 문화콘텐츠들을 선보이고 있다. ‘장기간’, ‘인적 네트워크’, ‘현지 기관과의 우호적 관계’ 등 문화교류에 있어 핵심적인 부분을 구축해가기 위해서는 대중예술뿐만 아니라 한국 전통예술과 순수예술의 적극적인 추진은 반드시 필요하다. 대중예술은 민간 영역에서도 일부 자생이 가능하다면, 공공의 영역에서는 한국 전통과 순수예술을 통한 교류에 더욱 힘을 실을 의무를 갖고 있다. 순수예술을 통한 심도 있는 교류는 서로의 문화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자양분을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