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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문화를 다룬 독일 기사를 보면 눈에 익도록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노크 스토어(KNOK STORE), 베를린에서 문을 연 최초의 한국 패션 편집샵이다. 2016년 온라인으로 시작한 노크 스토어는 지난해 10월 말 베를린에 팝업샵을 냈다. 오는 4월 중순에는 정식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쾰른 등 독일 대도시에는 한국 디자이너의 개인샵을 종종 볼 수 있지만, '한국'을 테마로 여러 브랜드를 모은 컨셉은 노크 스토어가 최초다. 시작한 지 이제 겨우 1년 반, 성장이 빠르고, 독일 현지의 관심도 크다.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너 차이퉁》 등 주요 미디어는 한국 문화와 패션을 다루면서 이 이름을 빼놓지 않는다. 노크 스토어는 어떻게 하다가 이곳 베를린에 문을 열게 되었을까. 젊은 감성의 상점과 술집, 식당이 몰린 베를린 크러이츠베어크(Kreuzberg) 구역에 자리잡은 노크 스토어를 찾아가보았다. 노크 스토어를 만든 건 한국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김해란씨다. 새로운 삶을 찾아 온 베를린에서 최초의 한국 편집샵을 열기까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베를린 한국 편집샵 '크녹'을 운영중인 김해란씨>
▶안녕하세요. 베를린에서 노크 스토어를 열게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디자이너로 직장생활을 하다가 여름휴가로 베를린을 방문했어요. 다양한 공간과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고 느꼈죠. 뭔가 다시 시작해보고 싶어서 6년 전에 베를린으로 다시 왔습니다. 처음에는 온라인샵 스타트업에서 바이어로 일했는데, 한국의 다양한 브랜드를 유럽에 유통하는 일을 했었어요. 그중 몇 브랜드가 반응이 좋아서 회사에서 독립 후 제가 직접 유럽 전역에 홍보 및 판매하는 일을 맡게 되었죠. 또한 더 다양하고 훌륭한 한국 디자인을 이곳에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함께 일하던 친구와 온라인 스토어를 열었습니다. 가방 브랜드를 대표 상품으로 내세웠고, 여러 디자인 브랜드를 입점시켰습니다.
▶노크 스토어에서 주로 다루는 상품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가방 브랜드를 계기로 시작한 것이라 가방을 중심으로 의류, 신발, 시계 등 패션 관련 제품군이 많아요. 그 외 디자이너 아이디어 상품 같은 오피스용 소형 가전제품, 공예품과 페이퍼 종류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마스크팩 등 뷰티 상품도 추가를 했어요. 패션 의류쪽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영역의 한국 디자인을 보여줄 수 있는 제품군을 다루고 있습니다.
<베를린 한국 편집샵 '노크 스토어' 매장>
▶한국 디자인 의류와 제품이 이곳 시장에서 어떤 강점이 있나요? 한국에는 과거 봉제공장들이 아직까지 운영되고 있습니다. 숙련된 인력도 많은 편이에요. 덕분에 소위 가성비가 좋은, 질이 좋고 저렴하면서도 훌륭한 디자인을 갖춘 제품이 많이 있습니다. 그에 비해서 아직 다른 유럽권 의류나 디자인 등에 비해서는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처음엔 온라인으로 시작했는데, 오프라인으로 확대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온라인 스토어를 열고 나서 처음엔 정말 힘들었어요. 아무도 모르니까요 (웃음). 마케팅과 홍보, 이런 것들을 공부했어요. 모델에게 가방을 협찬해주기도 하고, 소셜 네트워크 등을 이용해 홍보를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현지 미디어에 보도 되고 이름이 알려지고 나니 뭔가 내보여줄,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게 되었어요. 그래서 임시로 장소를 빌려 지금의 팝업 매장을 열게 되었습니다. 사무실이자 매장으로 쓰고 있고, 회의도 여기서 한답니다.
▶현지 고객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한국 디자인, 한국 상품에 대한 인식이 어떤가요? 일단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부분을 강조해요. 독일은 의식있는 소비, 대안적 소비에 대한 개념이 비교적 강한 곳이라 동남아시아 등지의 착취적인 노동 환경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사지 않는 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수십년간 봉제일을 해온 장인이 합당한 임금을 받고 만든 디자인 제품이라고 설명하는데, 대부분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또한 최근 한류 트렌드에 따라 한국 상품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도 높아지는 것 같아요. 케이팝 등 대중문화 뿐 아니라 유럽 패션위크 등에서도 한국 디자이너 제품이 주목을 받고 있고요, 전반적인 관심이 높아졌다고 느낍니다. 최근에는 독일 의류 온라인 쇼핑몰 잘란도(Zalando)에도 입점을 했습니다.
▶잘란도에 들어가는 건 어떤 의미가 있는거죠? 잘란도는 독일에서 가장 큰 의류 온라인 쇼핑몰로 아마존이나 이베이처럼 아무나 등록해서 판매할 수 있는 오픈 마켓이 아닙니다. 잘란도 측에서 엄격하게 입점하는 제품을 심사하고 결정하죠. 입점이 결정되면 잘란도에서 새롭게 제품 사진을 찍고 판매 및 물류도 다 담당합니다. 잘란도에서 보증하는 상품인 셈이죠.
▶정식 매장을 오픈한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매장을 상상하고 계시나요? 4월 중순에 오픈 예정인 매장은 지금보다 규모도 4배 정도 크고 자유롭게 기획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물건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아티스트와 도예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등 여러 문화 예술 이벤트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노크 스토어를 통해서 한국 디자인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홍보를 좀 하자면 새 매장은 헤어만슈트라쎄 근처(Hasenheide 54, 10967 Berlin)입니다. 베를린 오시는 분들은 꼭 방문해주세요!
▶독일에서 한국 관련 사업군이 늘고 있는 것 같아요. 이곳에 오려는 이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요? 베를린은 돈이 많은 도시는 아닙니다. 그만큼 수요가 그렇게 큰 것도 아니죠. 베를린에서 작은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건 좋다고 생각합니다. 뮌헨 등 다른 대도시에 비교해서는 아직 월세나 물가가 저렴한 편이거든요. 또한 독일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은 아닌 것 같아요(웃음). 독일어를 못하면 변호사도 고용을 해야해서 인력 고용시 비용이 큰 경우라 이 부분 염두에 두셔야 하겠고, 어둡고 긴 독일의 겨울을 버티기도 쉽지 않습니다. 에너지가 넘치고 긍정적으로 꾸준히 해 나가실 수 있다면 도전해 볼만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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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크 스토어에서 대화를 나누는 짧은 시간에도 손님들이 연이어 매장 문을 열었다. 덕분에 대화는 몇 번이나 중단되어야 했다. 이곳을 이미 알고 오는 이들도, 길을 지나다 쇼윈도를 보고 들어오는 이들도 많았다. 상품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온라인 매장의 주소가 적힌 카드를 하나씩 챙겨갔다. 베를린 한 중간에서 한국의 디자인을 소개하고, 이를 두고 대화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최근 베를린 최고의 편집샵 중 하나로 꼽히는 안드레아 무르쿠디스에 한국 브랜드가 들어갔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한국 디자인'이란 정체성을 가진 편집샵 노크 스토어는 베를린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게 될까. 이야기를 마치고 나오는 길, 긍정적인 기대감이 피어오른다.
※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