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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대유행은 전 세계적의 경제, 사회, 정치 분야에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개인의 삶에도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특히 개인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콘텐츠 이용행태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선택과 집중을 통해 본인에게 익숙한 콘텐츠만을 즐기던 시청자들이 더 다양한 콘텐츠들을 찾게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양질의 한국 콘텐츠가 큰 주목을 받았다.
스페인은 3개월간 출입이 제한되는 초유의 사태 락다운을 겪었다. 사람들과 교류하며 야외 생활을 즐기는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힘든 시간이었다. 그 시간 동안 한국 드라마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고 영감을 받아 새로운 삶을 살아나가는 이들이 있다. 한국 드라마에서 영감을 받아 두 권의 소설을 출간한 에스더 감뽀(Esthercampo)도 그중 한 명이다. 통신원은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관광박람회(FITUR)에 참석한 그녀를 만나 인터뷰했다.
< 한국 드라마에서 영감을 받아 두 권의 소설을 출판한 변호사이자 비영리 기업의 대표 에스더 캄포 - 출처: 통신원 촬영 >
무르시아의 변호사이자 사회적 비영리 기업(FEYCSA)의 대표인 그녀는 락다운 이전에는 한 번도 자신을 위해 그런 많은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락다운으로 인해 갑자기 주어진 많은 시간에 오랜만에 긴 휴식기를 갖게 됐고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드라마 <초콜릿>을 처음 접했다고 한다. 이전에도 아시아의 문화에 관심이 많아 일본이나 중국의 드라마, 영화를 시청하기는 했으나 <초콜릿> 이후 시작된 한국 드라마 사랑은 그녀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한국 드라마에서 사람의 감정을 다루는 세밀한 방식이 맘에 들어요. 자신이나 타인의 감정을 인지하는 능력이 뛰어나요. 저는 감정을 분출하는 사람이 아니라 많이 안으로 삭히는 편인데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며 울고 웃고 공감하면서 제 감정을 들여다보고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어요."
다양한 한국 드라마들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고 한다. 그녀가 대표로 있는 기업(FEYCSA)은 사무용품 판매와 출판을 주로 하는 비영리 기업으로 장애인들의 사회적 진출을 돕고 있다. 현재 70여 명의 장애인이 근무하고 있다. 그들 대부분은 지적 장애인들이다. 한국 드라마를 통해 얻은 영감으로 다양한 커리큘럼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한국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방식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고 이를 동료들과 함께 실천하기도 했다.
"한국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영감을 얻은 것들로 제품을 제작하다 보니 한글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고 되었죠. 글을 모르는 많은 이들을 위해 쉽게 글자를 만들었다는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는 아름답기까지 해요."
SNS를 통해 다양한 한국인들과 교류를 맺고 있다는 그녀는 한국을 방문해 그들을 만날 날을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페이스북으로 인연을 맺은 정한용 시인은 그의 그림과 시를 활용한 공책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정한용 시인의 수묵화를 겉표지로 꾸민 공책에는 스페인어, 영어로 번역된 시가 적혀있다.
< 정한용 시인의 시와 그림이 수록된 공책과 한국 속담집 - 출처: FEYCSA 공식 온라인 샵 >
한국 드라마는 그녀가 작가로 살아가는데 큰 기반이 됐다. 글 쓰는 것을 좋아했던 그녀는 수많은 한국 드라마들을 보아오면서 강렬한 영감을 받아 사랑 이야기를 담은 『보이지 않는 감정(La carta coreana)』을 탈고했다. 그녀의 소설을 읽은 첫 독자인 그의 아들의 응원에 힘입어 아마존 무료 출판 및 판매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2020년 12월 첫 소설을 출판했다.
이어 까미노 데 산티아고를 걷는 많은 한국인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2022년 『한국의 순례자(los peregrinos de Corea)』이라는 두 번째 소설을 출간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리에바나, 카라바카 데 라 크루스로 이어지는 길을 배경으로 자신의 소명을 찾아 떠나는 한국 청년들의 모험을 그려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그녀는 한국의 천주교 전파 배경과 그 역사에도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 이 소설을 위해 한국에서 15년 동안 선교사로 활동 중인 마리아에스테르 팔마(Maria Ester Pala)와의 수많은 인터뷰를 거쳤다고 한다.
"많은 한국인들이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걷고자 먼 스페인까지 찾아온다는 것이 정말 흥미로웠어요. 산티아고 길에서 영감을 받아 제주 올레길이 탄생했다는 것도 정말 감동이었죠. 그래서 그 길들을 배경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어요. 사실 많은 한국인들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가 종점인 프랑스 길이나 북쪽 길만 알고 있지만 제가 사는 도시 무르시아 지방의 카라바카 데 크루스(Caravaca de la Cruz)도 가톨릭 종교의 성년을 기념하는 다섯 번째 도시에요. 그래서 소설에서 빼놓을 수 없었죠. 언젠가 한국에 제 책이 소개되는 날에는 한국인들이 카라바카 데 크루스 길을 알아줬으면 해요."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문화를 알게 되어 개인적으로 성장해 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는 그녀는 추후 한국을 꼭 방문하겠다고 전했다. SNS으로 맺은 많은 인연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며 말이다. 언젠가 자신의 소설이 한국어로 번역돼 한국 독자들에게도 소개가 되기를 바라는 소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녀를 인터뷰하며 백범 김구선생이 말했던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이었던 문화의 힘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개인의 삶을 버티고 꿈을 꾸게 하는 힘. 그것이 진짜 문화의 힘이 아닐까?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 FEYCSA 공식 온라인 샵, https://www.latiendalaborviva.com/
참고자료
- 에스더 캄포(Esthercampo) 개인 블로그, https://esthercamposauthor.com/conta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