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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표적 OTT 플랫폼 유쿠(优酷, YOUKU)에서 2월 14일부터 한국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1월 비리비리(哔哩哔哩, bilibili)를 통해 <갯마을 차차차>가 서비스된 것에 이어 <나의 해방일지>는 올해 중국에서 정식으로 공개된 두 번째 한국 드라마가 됐다. 유쿠 공식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나의 해방일지>의 독점공개를 알리는 광고가 크게 게시됐다. 유쿠의 웨이보 계정에서도 대대적인 드라마 홍보를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나의 해방일지>의 주연 배우 이민기가 중국 방영을 축하하는 영상 메시지를 남겨 중국 내 한국 드라마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또 드라마 평을 남긴 네티즌을 대상으로 <나의 해방일지> 사인 CD를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하는 등 드라마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유쿠 공식 홈페이지 메인 화면을 장식한 '나의 해방일지' 독점공개 광고 - 출처: 유쿠 공식 홈페이지 >
국내에서의 평을 먼저 살펴보자면 《세계일보》는 "<나의 해방일지>는 쉬운 드라마는 아니다. 그래서 해석이 많이 나올 수 있는 드라마다. (중략) 서사가 굉장히 은유적이고 대사도 문학적이다."라고 전했다. 경기도에 사는 평범한 삼 남매의 일상을 다룬 <나의 해방일지>는 "날 추앙해"와 같은 독특한 대사나 손석구가 연기한 '구 씨'라는 캐릭터가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그렇다면 중국 대중들은 한국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사실 <나의 해방일지>는 2022년 한국에서 방영을 시작했을 때부터 중국의 젊은층 사이에서 '힐링 드라마', '명언 드라마'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큰 호평을 받았다. 중국 최대 콘텐츠 리뷰 사이트 더우반(豆瓣)에서도 약 10개월 넘게 평점 9점대를 유지하며 네티즌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는 드라마 속 한국 청년들의 모습이 중국 직장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관계가 노동이에요.", "월급 들어왔을 때 딱 하루, 내 심보가 잠깐 좋아진다." 같은 명대사는 중국 SNS에서 회자되고 있다. 또한 네티즌들은 드라마 주인공들의 이미지를 활용해 간단한 밈을 만들어 직장 생활의 피로함을 유쾌하게 토로하기도 한다.
< (좌)'자본주의 미소', (우)'돌격! 퇴근 GO!'와 같은 문구가 삽입된 '나의 해방일지' 밈 - 출처: 웨이보 계정(@娱旅君, @追剧当家人)>
중국 유명 주간지 《南方周末(남방주말)》도 <나의 해방일지>를 호평한 바 있다. 주간지에 실린 칼럼은 "드라마 속 출퇴근 장면이 중국 연교(燕郊; 베이징 외곽)에서 베이징으로 성을 넘어 출퇴근하는 무리를 연상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의 아저씨>, <또 오해영>을 쓴 박해영 작가의 <나의 해방일지>는 막장 연출에 기댄 중국 현실 소재 드라마와 달리 명대사를 활용해 극을 풀어간다. 작가는 참을성 있는 필으로 현대인의 상태를 묘사했다. (중략) 우리가 지금 또 한 번 한국 드라마 속에서 공감을 얻었다."라며 극찬했다.
< 유쿠 SNS 계정에 게시된 '나의 해방일지' 홍보 게시물 - 출처: 유쿠 공식 웨이보 계정(@优酷) >
한국에서 <나의 해방일지>는 2022 4월 JTBC와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됐다. 중국에서는 넷플릭스 접속이 제한돼 있지만 사실 비합법적인 루트를 통해 당시 드라마가 유통됐다. 따라서 중국 대중들의 'N차 시청'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2022년 말 중국에서 공개된 <나의 슬기로운 의사생활>, <스물다섯 스물하나>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해방일지>의 동영상 댓글 단무(弹幕; 관람자가 콘텐츠를 보며 남기는 댓글이 해당 영상 위로 지나가는 자막)나 드라마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을 살펴보면 "N차 정주행할 거다.", "유쿠 대단하다. 이 드라마를 들여오다니! 두 번째 정주행이다."와 같은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편 "OO 사이트에서 무료로 전편을 볼 수 있다."와 같은 심드렁한 반응도 눈에 띈다. 굳이 유쿠에서 유료 시청하거나 아직 미공개된 회차를 기다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 보니 여전히 <나의 해방일지>를 무료로 스트리밍하거나 다운로드할 수 있다.
< '나의 해방일지' 중국판 포스터 - 출처: 유쿠 공식 웨이보 계정(@优酷) >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한국과 중국 간 비자 발급 문제가 가까스로 봉합된 가운데 양국의 문화산업 교류에 다시 청신호가 켜져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한중 문화산업 교류는 양국의 외교적 이슈로 잦은 제동을 받는 경향이 있다. 외교적 난국에도 중국 엔터테인먼트사들은 글로벌 대세가 된 한국 콘텐츠를 자국에 들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들여온 한국 드라마들이 중국 시청자들의 'N차 시청'에 기대어 경쟁력을 찾을 수 있는 구조라면 중국의 한국 콘텐츠 수입이 계속 매력적으로 다가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진출처
- 유쿠 공식 홈페이지, https://youku.com/channel/webtv
- 유쿠 공식 웨이보 계정(@优酷), https://www.weibo.com/youku?refer_flag=0000015010_&from=feed&loc=avatar&is_hot=1
- 웨이보 계정(@娱旅君), https://weibo.com/u/2313002885
- 웨이보 계정(@追剧当家人), https://weibo.com/u/3702164407
참고자료
- 《세계일보》 (2022. 5. 31). 두 평론가가 본 ‘나의 해방일지’… “세대마다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어”, https://www.segye.com/newsView/20220531515272?OutUrl=naver
- 《南方周末》 (2022. 5. 6). 《我的解放日记》:“清醒的每个瞬间都在劳动”, http://www.infzm.com/contents/227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