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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40여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KOFICE 통신원들이 전하는 최신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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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이집트 피아노 거장 오마르 카이라트(Omar Khyrat) 공연

  • [등록일] 2024-05-06
  • [조회]2013
 

조용한 무대 위에 피아노 선율이 울리기 시작한다. 건반 몇 개가 천천히 움직였을 뿐인데 박수갈채가 터져 나온다. 도입부만 듣고도 무슨 곡인지 알아챈 청중들은 반응을 하고 곡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레한다. 곧이어 나오는 오케스트라가 그 피아노 곡에 풍성한 색을 입히기 시작한다.

 

지난 4 24 이집트 카이로 오페라 하우스에서 열린 오마르 카이라트(Omar Khyrat, 75)의 콘서트 장면이다. 오마르 카이라트는 이집트 클래식과 대중문화를 망라해 인기를 끌고 있는 작곡가, 피아니스트, 지휘자다. 그는 음악가의 집안에서 자라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시작했다. 카이로 음악학교(Cairo Conservatoire)를 세운 이집트의 유명 작곡가 아부 바크르 카이라트(Abou-Bakr Khairat)의 조카로서 카이로 음악학교에서 수학한 후 이탈리아 지휘자에게서 피아노를 배우고 영국에서는 작곡을 공부했다.

 


< 오마르 카이라트 공연 홍보 포스터 - 출처: 인스타그램 계정(@omarkhairatofficial) >


그가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게 된 것은 1983년 이집트 영화 <파트마가 체포되던 밤(The Night of Fatma's Arrest)>의 OST를 통해서다. 영화의 서스펜스한 분위기를 한껏 올려주었던 그 음악의 성공 이후 영화 및 TV 프로그램의 OST를 여러 곡 작곡했고 그중 많은 곡들이 여전히 사랑을 받는 국민 노래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이집트 내 활동뿐만 아니라 다른 아랍 국가 및 유럽 국가의 기념식에서 연주를 하거나 곡을 작곡하는 등 국내외로 명성을 얻는 음악가다.  


오마르 카이라트는 지난 15년간 카이로 오페라 하우스에서 연간 몇 차례 정기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공연의 티켓 가격은 평균 1,700EGP. 2023년 말 이집트 파운드 가치가 대폭 하락해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5만 원 정도지만 이는 대졸 초임의 40% 정도에 이르는 고액이다. 그럼에도 매 공연이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오케스트라 혹은 밴드팀은 아랍의 악기와 서양의 악기가 함께한다. 전통 오케스트라의 현악기 관악기 구성에 하프, 마림바 등이 더해지고 아랍 악기로는 오드(Oud), 까눈(Qanun), (ney)가 포함돼 있다. 또한 클래식 악기뿐만 아니라 베이스 기타와 드럼 등 밴드 악기도 있다. 서양과 아랍의 음악을 오묘하게 잘 섞어낸 그의 곡들이 여러 악기를 통해 진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 아랍 악기(중앙)와 오케스트라의 악기가 어우러진 공연 현장 - 출처: 통신원 촬영 >


오마르 카이라트는 다수의 음악비평가들에게 "현대 아랍음악과 서양의 음악이 깊이 있게 어우러질 수 있게 기여했다."라는 공통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공연은 서양 오케스트라 악기와 기법을 보여주면서도 아랍의 음색과 기법을 능숙하게 통합하는 데서 빛이 났다.


한편 그는 '아랍의 엔니오 모리코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통신원은 그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영화를 모두 다 관람하지는 못한 외국인이었지만 그가 선율로 그리고자 했던 그리움, 행복, 낭만, 희망, 슬픔 등의 다양한 감정을 다른 이집트 청중들과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공연을 함께 관람했던 한국인 피아노 전공자 유승혜 씨는 "곡 전반적으로 아랍 느낌이 나는데 화성의 변화는 일반적인 아랍 음악 이상으로 다양하고 풍성하다."며 "오마르 씨는 기승전결의 스토리가 있는 음악으로 부드러움과 웅장함의 변화를 써내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음악가인 것 같다."고 감상평을 남겼다.


이번 공연의 관람이 18번째 오마르 카이라트 공연 관람이라는 이집트인 알래 압들바리 씨는 "오마르 카이라트는 놀라운 작곡자이며 연주자다. 이집트인들의 감성을 정말 깊이 건드린다."라고 말하며 "공연을 관람하러 올 때마다 감동을 받는다."고 전했다


공연이 무르익어가며 점점 청중들의 흥이 고조되는 모습이었다.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어깨를 들썩이며 리듬을 타는 사람들도 보였다. 연주를 하는 사람들도, 듣는 사람들도 함께 흥겨운 모습이었다. 한 곡의 연주가 끝난 후 잠시 고요한 시간에 그 적막을 깨고 "알라께서 당신에게 건강을 주시길", "건강하세요", "사랑해요" 등의 응원 메시지가 큰 소리로 울리기도 했다.


음악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그에게는 무대 위에서의 권위 의식이나 엘리트주의가 없어 보였다. 청중들을 향해 함께 노래하자며 반주를 해주는 모습이 마치 풍금을 두드리는 시골 선생님과 같이 정겨웠다. 공연의 레퍼토리뿐만 아니라 연주자와 청중의 상호작용은 한 편의 영화 같기도 했다.   

 

오마르 카이라트의 오케스트라 공연은 아랍 지역에 와서야 볼 수 있는 해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공연이다. 공연 자체가 이집트 사람들의 정서와 분위기를 보여주는 깊이 있고 독특한 콘텐츠라고 생각한다이와 같은 공연을 관람하는 것은 아랍의 감성을 이해하는데 매우 유익하다또한 아랍 음악의 선율은 한의 정서를 담아내는 한국의 전통 음악과 닮아 있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아랍 음악과 동양 음악이 만난다면 그 선율은 또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며 그런 공연을 보게 될 날을 기대한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인스타그램 계정(@omarkhairatofficial), https://www.instagram.com/omarkhairatofficial/

통신원이미지

  • 성명 : 손은옥[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집트/카이로 통신원]
  • 약력 : 한국문화공간 The NAMU 운영 한국 소개 매체 다수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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