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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5일 화요일부터 28일 금요일까지 스웨덴 고틀란드(Gotland)주 뷔스비(Visby)의 알메달렌(Almedalen) 공원에서 알메달렌 주간(Almedalsveckan) 행사가 개최됐다. 알메달렌 주간은 스웨덴 민주주의를 위한 박람회이자 정치 축제로 정치인, 정부 행정 전문가, 시민단체 종사자, 활동가, 기업가, 언론인, 시민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만남의 장이다. 올해 알메달렌 주간은 56주년을 기념하며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 알메달렌 공원에서 경찰을 인터뷰하는 기자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 축제의 시작은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틀란드는 스웨덴의 제주도 격으로 스웨덴인들이 여름휴가를 위해 많이 찾는 섬이다. 당시 교육부 장관이던 올로프 팔메가 비스뷔로 여름휴가를 왔을 때 알메달렌 공원 옆의 트럭 뒷좌석에서 즉석 연설을 한 적이 있다. 1991년부터는 의회의 모든 정당 지도자들이 알메달렌 주간에 참석했고, 1996년부터는 정당 외에도 다양한 조직과 기업이 알메달렌 주간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이 전통이 이어져오고 있으며 현재는 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알메달렌 주간을 더욱 풍성한 대화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 더불어 스웨덴의 하지 미드솜마(Midsommar) 이후 본격적으로 휴가철이 시작되기 때문에 스웨덴 여러 곳에서 고틀란드로 휴가를 온 관광객이자 시민들도 군중 속에 섞여 더 흥미로운 분위기가 형성됐다.
< 알메달렌 공원의 스웨덴 의회 정당 부스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올해 스웨덴 의회 8개 정당이 알메달렌 주간에 참여했다. 수년 동안 정당들은 알메달렌 주간에서 구심점 역할을 해왔으며 정당들 또한 알메달렌 주간을 새로운 정책을 소개하고 홍보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여긴다. 실제로 각 정당의 부스를 자유롭게 방문하며 질문하고 서로 토론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는 유권자들과 정당 관계자들이 직접 만나 대화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였다. 싸움이 일상인 한국 정치계를 떠올리며 나름 긴장감 있는 분위기를 상상했는데 실제 정당 부스 구역은 다른 구역보다 더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알메달렌 주간에서 정치인들이 참석하는 행사는 전체 행사의 약 50%다. 매일 하루에 두 번씩 정당 대표들의 연설이 진행됐는데 해당 연설들은 스웨덴 방송에서 매일 생중계 보도되기도 했다.
< (좌)장애인 관련 단체 부스의 휠체어 쿠키 틀, (우)캠페인 홍보 중인 청소년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고틀란드 주에서 제시하는 기준만 충족하면 누구나 알메달렌 주간에 부스를 열거나 행사를 개최할 수 있다. 그만큼 다양한 단체들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알메달렌 주간에 참여한다. 비스뷔 인포센터 앞에서는 인권 운동가들이 중국 정부의 강제 장기 기증과 인권 탄압에 관련된 시위를 진행하고 있었다. 실제로 공안과 의사 옷차림을 하고 수술대 위에서 마네킹의 장기를 적출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알메달렌 공원 옆 비스뷔 도서관 앞에는 비영리 단체들의 부스들이 보였다. 장애인 인권, 아동 인권, 동물권, 이민자 권익 관련 단체들이 자신들의 비전과 활동을 설명하며 앞으로 열릴 세미나에 대해 소개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 사이로 보이는 부스에서는 세미나가 진행되기도 하고, 캠페인을 홍보하는 포스터를 들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활동가들도 있었다. 자유로운 축제 분위기를 통해서 왜 알메달렌 주간이 정치 축제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
< 세미나를 듣는 청중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비스뷔 전체에서 시시각각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세미나가 진행됐다. 여러 주제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되고 서로 질문하고 답변하는 대화의 장이 열렸다. 대규모 글로벌 기업인 스포티파이나 구글 같은 기업은 AI와 회사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세미나를 진행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자신의 코뮌에서 어떤 정책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소개했고 시민들의 의견을 들으며 대화를 나눴다. 유니세프는 청소년 정신 건강, 아동 인권, 전시 상황 중 아동 보호 등에 대한 세미나를 진행했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자주 띄었던 주제는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세미나였다. 예를 들어 고틀란드 주에서는 '아침 바다 수영으로 물 부족을 완화할 수 있는가?'라는 기발한 주제의 세미나를 열어 고틀란드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아침 샤워 대신 바다에서 수영한다면 얼마나 많은 양의 물을 절약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로 공동 아침 수영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지역을 소개하기도 했다. 독특한 여러 아이디어와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대화가 오고 갔다.
< (좌)워크숍이 진행 중인 부스 바로 옆의 해변, (우)비스뷔 시내의 알메달렌 홍보물 - 출처: 통신원 촬영 >
알메달렌 주간의 비스뷔에서는 아주 독특한 풍경이 펼쳐진다. 해변에서 수영하고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람들 옆에는 정책에 대해 연설하는 사람, 와이셔츠를 입은 사람, 휴양지 옷차림인 사람들이 섞여 비스뷔의 좁은 골목에서 땀 흘리며 열성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볼 수 있다. 고틀란드의 폭염도 알메달렌의 열기는 꺾지는 못했다. 공공, 민간, 및 비영리, 언론 분야의 전문가들과 일반 시민들이 중요한 사회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은 스웨덴 민주주의 구현에 소중한 역할을 수행한다. 모든 이를 위한 개방성, 접근성, 및 상호 존중이라는 알메달렌 주간의 정신. 이는 비스뷔를 예상치 못한 만남을 통해 대화와 교류가 이루어지는 마법 같은 공간으로 바꾸어 놓기에 충분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알메달렌 주간(Almedalsveckan) 홈페이지, https://almedalsveckan.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