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40여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KOFICE 통신원들이 전하는 최신 소식입니다.
각 국에서 사랑받고 있는 한류소식부터 그 나라의 문화 소식까지 매일 매일 새롭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스웨덴 출신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Ingmar Bergman)은 20세기 최고의 감독으로 꼽히는 인물 중 한 명이며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스웨덴 화폐 200크로나 지폐에 그의 초상화가 인쇄돼 있기도 할 정도로 스웨덴을 대표하는 예술가 중 하나다. 끊임없는 미학적 실험과 신의 존재, 죽음, 치유, 신앙, 구원 등의 철학적이고 존재론적 주제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해 현대 영화를 예술로 격상시켰다고 일컬어진다. 아버지가 엄격한 루터교 목사였던 베리만은 유년 시절 교회에서 아버지가 주관하는 장례식, 결혼식, 세례식을 접하며 생과 사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교회에 그려진 중세 벽화 속 신, 죽음, 악마에 사로잡힌 인간의 모습은 이후 그의 작품의 모티프가 되기도 했다.
< (좌)베리만 센터, (우)포뢰 섬에서의 촬영 사진 및 자료 - 출처: 통신원 촬영 >
'베리만 센터(Bergman Center)'가 위치한 포뢰(Fårö) 섬은 영화배우 탕웨이와 영화감독 김태용 감독이 결혼식을 올린 곳으로 한국에는 더 잘 알려져 있다. 영화인인 두 사람은 베리만 감독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포뢰 섬을 방문한 것이라고 밝혔다. 잉마르 베리만은 포뢰 섬에서 4편의 영화, TV 시리즈, 2편의 다큐멘터리를 촬영했고 약 40년 동안 이곳에 거주했다. 베리만은 2007년 포뢰 섬의 자택에서 8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포뢰 섬에 처음 온 것은 1960년 4월이었다. 영화 촬영 장소를 찾는 것을 시작으로 베리만은 포뢰 섬에 영화 세트장을 짓고, 오래된 집의 창문을 빌렸다. 섬 주민들은 그의 영화에 출연하거나 그의 영화 제작에 과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실제로 포뢰 섬 주민들은 베리만 감독이 어디 살고 있냐는 질문에도 "모른다."는 대답을 일관하며 그의 사생활을 지켜줬다고 한다.
< (좌)베르만 감독 제작 영화 포스터, (우)아카데미 트로피 - 출처: 통신원 촬영 >
그의 혁신적인 촬영과 편집 기법은 세계적으로 후대 여러 감독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아카데미 시상식, 칸영화제, 베를린영화제, 베니스영화제 등 국제 영화제에서 여러 차례 수상하며 예술인으로서 인정을 받았으며 1976년에는 공헌도가 큰 예술인들에게 수여되는 괴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베리만 감독은 170편의 연극, 77편의 영화와 TV 시리즈, 37편의 라디오 시리즈, 10편의 드라마, 2편의 오페라를 직접 쓰거나 감독했다.
< 잉마르 베르만 감독의 사진, 수기 시나리오 사본 - 출처: 통신원 촬영 >
'베리만 센터'는 당시 감독이 쓰던 물건들이나, 작업 및 제작 과정을 담은 사진들, 직접 쓴 수기 시나리오의 사본을 전시해 관람객들이 그의 작품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했다. '베리만 센터'는 베리만 감독뿐만 아니라 카메라 앞과 뒤에서 일한 배우와 제작진, 포뢰 섬의 이웃이나 집을 지어준 목수, 가정부까지 그를 스쳐간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흥미로웠다. 또한 각 영화에 대한 줄거리와 특색에 대한 설명이 제공됐고 방문객들이 영상과 음성 자료도 직접 보고 들을 수 있게 해 영화를 관람하지 않은 사람도 그의 작품 세계를 조금이나마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베리만 감독이 털어놓은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베리만 감독에 대한 일화가 아카이빙 돼 있어 해당 센터를 둘러보는 것이 마치 <잉마르 베리만>이라는 영화를 감상하는 듯했다.
< (좌)베리만 센터 뒤뜰, (우)베리만 주간 영화 포스터 - 출처: 통신원 촬영 >
'베리만 센터'는 5월부터 9월까지만 문을 열어 스웨덴의 봄, 여름에만 찾을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매년 6월 말 베리만 주간(Bergmanveckan)이 개최돼 특별한 프로그램들을 경험할 수 있다. 올해 베리만 주간은 20주년을 맞이해 세계 여러 곳에서 온 방문객들로 붐볐다. 전시관에는 그동안 베리만 주간의 역사를 자랑하듯 행사 사진, 안내 책자와 포스터들이 전시돼 있었다. 베리만 주간 동안 어린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예술 워크숍도 눈에 띄었다. 실제로 '베리만 센터' 뒤뜰 카페 옆에서는 부모들은 커피를 즐기고,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유망 감독들과의 대화는 물론이고, 콘서트, 영화 촬영지 투어 등이 이어졌다.
< (좌)포뢰 교회, (우)교회 내 잉마르 베리만 묘지 - 출처: 통신원 촬영 >
베리만 주간 개막식에서는 베리만 감독의 묘지가 있는 포뢰 교회에서 베르만 감독의 영화에 나온 음악이 연주되는 음악회가 진행됐고, 그와 함께 작업한 동료 레나 엔드레(Lena Endre)가 개막 연설을 맡았다. 베리만 주간 내내 그의 작품은 물론 그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거나 그와 관련 있는 영화가 상영됐고, 영화 감상 후에는 감독과 영화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이는 '베리만 센터'가 후대 영화감독들을 지원하는 방식 중 하나다. 또 포뢰 베리만 재단(The Bergman Estate on Fårö Foundation)은 영화인들과 예술인들을 위한 수많은 종류의 보조금과 장학금을 제공하고 포뢰 섬에 있는 그의 자택에서 묵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 스웨덴 정부는 동시대 및 후대 영화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베리만의 공로를 인정해 1978년 '잉마르 베리만 상(Ingmar Bergman Award)'을 제정했다. 그가 사망한 2007년까지 매년 스웨덴의 우수한 영화인들이 수상자로 선택됐다. 베리만 감독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와 그의 작품은 아직도 스웨덴은 물론이고 세계 영화계에서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Bergman Center, https://bergmancenter.se/
- BergmanVeckan, https://bergmancenter.se/bergmanveckan
- Arthouse Momo, https://www.arthousemomo.co.kr/pages/board.php?bo_table=hall_of_fame&wr_id=2&ckattempt=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