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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분석] 한국 청소년들에게 금지됐던 스웨덴 성교육책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 금지 철회

  • [등록일] 2024-07-09
  • [조회]1083
 

지난 4월 19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간행물윤리위원회(이하 간윤위)가 스웨덴 성교육 전문가 인티 차베즈 페레즈(Inti Chavez Perez)가 쓴 책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를 음란/유해 도서로 심의 결정했다. 그 이후 법적 효력에 의해 '19세 미만 구독 금지' 표시 없이는 유통할 수 없어 도서 전량이 반품 및 판매 중지됐다. 해당 도서의 스웨덴어 도서명은 '존중-남성을 위한 성 도서'이라는 뜻의 Respekt, en sexbok for killar』다. 해당 도서는 스웨덴에서 최우수 청소년 도서상을 수상했으며 전 세계 19개국에서 번역 출간됐다. 해당 도서를 출판한 한국의 문예출판사는 해당 도서는 "자위행위, 남녀 및 동성 간 성행위 등 성 전반의 지식을 직설적이고 구체적으로 기술했으며 성관계 시 상호 존중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현재 청소년 성 실태에 걸맞은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포괄적인 성교육 도서이며 유네스코의 '국제 성교육 가이드' 기준에도 벗어나지 않습니다."라고 밝혔다. 여러 한국 성교육 전문가들 역시 청소년의 성에 대한 무조건적인 통제와 금기시는 시대착오적이라는 의견을 내며 간윤위의 결정을 비판했다. 문예출판사는 5월 16일 성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서와 재심의 신청서를 제출했다.

 

< 저자 인티 차베즈 페레즈와 그의 책 '일단, 성교육을 합니다' - 출처: 'QX' >

 

이와 같은 소식은 스웨덴의 다수 뉴스 미디어에 보도됐다. 잡지사 《QX》는 결정이 철회되기 전 사건에 대한 기사를 보도했다. "한국의 한 기독교 단체에 의해 해당 책이 신고됐다."며 소식을 전했고 저자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저자 인티 차베즈 페레즈는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제가 성, 평등, LGBTQ에 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이 책은 표적이 됩니다. 이는 이 책이 인기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지만 여러 단체가 이 결정에 항의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는 독자들이 걱정됩니다. 이제 제 책은 학교와 도서관에서 회수될 예정입니다. 책을 즐겨 읽은 이들에게 수치심의 신호를 보내는 셈이죠. 대체 청소년들이 성과 성 건강에 대한 지식을 어떻게 얻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지식을 금지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입니다. 이 사건 때문에 앞으로 성교육 관련 서적을 출판하려는 출판사 사이에서 자체 검열이 발생할 위험이 있습니다. 책을 인쇄하는 데에는 비용이 듭니다. 책이 금지되면 이는 엄청난 재정적 위험을 불러오고 앞으로 출판사에서는 해당 책을 한계로 간주할 것입니다."

 

해당 기사는 "출판사는 결정에 대해 항소할 예정이며 저자는 해당 도서에 대한 지지를 모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알렸다. 더불어 저자는 "앞으로 스웨덴의 대규모 단체가 이 책의 금지에 대한 항의를 표명하기를 바란다. 한국의 활동가와 출판인들은 자신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한국은 외부 세계의 눈이 한국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누구도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지만 누구나 무언가 할 수는 있다."라며 스웨덴 관련 단체들에서도 목소리를 내주기를 촉구했다. 다행히 이 소식이 전해진 스웨덴에서는 6월 20일 스웨덴작가연합(The Swedish Wrtiers Union)이 한국에 해당 심의에 대한 입장문을 전달했다. 스웨덴작가연합은 해당 책이 판매 금지됐다는 소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밝혔으며 해당 도서의 금지 결정은 자유롭고 민주적인 한국 사회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를 내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한국이 해당 도서에 대한 금지를 철회하고 책이 번역 출간된 일본, 독일, 미국, 헝가리, 세르비아, 스페인, 폴란드 등 다른 국가들에 동참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청소년이 독립적으로 책을 읽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권리는 강력한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매우 중요하며 이는 허위 정보와 심리전이 난무하는 시대에 모든 국가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입니다. 또한 포괄적인 성교육은 청소년에게 해롭지 않으며 오히려 성교육이 건강에 긍정적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WHO의 입장입니다. 젊은이들은 자신의 성, 성 건강 및 권리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을 때 성행위 시작을 늦출 가능성이 높으며 관계를 가질 때 더 존중을 가져 안전하게 실천합니다."

 

결국 6월 27일 간윤위는 재심의 결정을 번복한다는 공문을 전달했고 해당 도서는 다시 판매 재개 절차를 밟게 됐다. 스웨덴 공영 뉴스 채널 SVT는 심의 결정이 철회됐음을 알리며 저자를 인터뷰했다. 저자 인티 차베즈 페레즈는 "금지 철회 소식을 들어 기쁘고, 이는 멋진 승리"라고 전했다. 또 그는 "해당 도서가 건전하고 더 이상 금지되지 않는다는 점은 상징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이 책이 실제로 금지됐다가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이 더 많은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른들이 청소년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스웨덴의 빠른 지원이 없었다면 이런 결과를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해당 결정은 향후 유사한 책이 금지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전했다. 언론사 《Aftonbladet(아프톤블라데트)은 "안티 차베즈 페레즈의 책은 한국의 도서관과 학교에서 사용되는 성교육 서적의 출판을 중단시키고자 하는 한국의 보수 단체를 화나게 했지만 이제 금지령은 철회됐다."고 전했다. 해당 소식은 Sveriges Radio(스베리예스 라디오)Dagens Nyheter(다겐스 뉘헤테르)Göteborgs-Posten(예테보리스 포스텐)Omni(옴니) 등 여러 스웨덴 뉴스, 잡지 채널에서 다뤄지며 큰 관심을 받았다. 앞으로 한국에서 구시대적인 도서 검열이 사라져 더 많은 청소년들이 올바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기를 바란다. 또 한국이 성 지식과 성 정체성에 대한 열린 대화가 가능한 더 포용적인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문예출판사 공식 블로그 (2024. 5. 16). [공지]<일단, 성교육을 합니다> 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유해간행물 심의에 대한 공식 입장문, https://blog.naver.com/imoonye/223448635893

- 문예출판사 공식 블로그 (2024. 6. 27). [공지]<일단, 성교육을 합니다> 청소년유해간행물 심의 결정 번복되었음을 알립니다, https://blog.naver.com/imoonye/223493285681

QX (2024. 6. 19). Svensk sexbok förbjuds i Sydkorea: ”Ett steg bakåt för landet”, https://www.qx.se/noje/268662/svensk-sexbok-forbjuds-i-sydkorea-ett-steg-bakat-for-landet/

SVT (2024. 7. 2). Efter protester – Sydkorea häver förbud mot svensk bok om sex, https://www.svt.se/kultur/efter-protester-sydkorea-haver-forbud-mot-svensk-bok-om-sex

- 《Aftonbladet》 (2024. 7. 2). Grönt ljus för svensk sexbok i Sydkorea igen, https://www.aftonbladet.se/nojesbladet/a/4BoEkq/gront-ljus-for-svensk-sexbok-i-sydkorea-igen

통신원이미지

  • 성명 : 오수빈[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웨덴/스톡홀름 통신원]
  • 약력 : 현) 프리랜서 연구원, 통번역사 전) 재스웨덴한국학교 교사, 스톡홀름대학교 국제비교교육학 석사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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