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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5일 '한국-캐나다 상호 문화교류의 해' 양해각서가 체결됐다. 이를 통해 19세기부터 이어진 양국의 오랜 우정은 외교와 경제 영역을 넘어 문화 영역으로 확대되며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도 양국의 문화교류는 다양한 층위와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는데, 언어와 문화의 상이성을 이어주는 이들이 보이지 않는 중심에서 활약해 왔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콘서트, 갈라쇼, 스포츠 경기, 영화 및 문화 축제 등 캐나다에서 개최되는 한국문화 이벤트에서 관객과 스텝들의 반응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영어 혹은 불어로 통역해 관객과 스태프들의 이해를 돕기 때문이다.
통신원은 캐나다 토론토의 한국 행사에서 양국의 문화 및 언어의 벽을 넘나들며 최전선에서 글로벌 소통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김예원 씨를 만나 캐나다 내 한국문화의 위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인터뷰를 위해 김예원 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캐나다 토론토를 중심으로 열리는 한국과 캐나다 양국의 문화 관련 행사에서 진행과 통역을 주로 맡고 있는 김예원(Jennifer)이라고 합니다.
가장 최근 행사 이야기부터 하고 싶은데요. 지난 6월 '토론토국제작가축제(Toronto International Festival of Authors)에 참가하셨던 것으로 아는데요. 어떤 축제였고, 그곳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셨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매년 9월 개최되는 TIFA는 문학과 독서를 장려하고 다양한 장르의 작가와 독자가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연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올해 6월에는 이러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모티브 크라임 앤 미스터리 페스티벌(MOTIVE Crime & Mystery Festival)'이라는 제목으로 범죄와 미스터리 장르에 초점을 맞춘 워크숍, 사인회, 토크쇼 등 흥미로운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전 세계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들이 모인 가운데 『밤의 여행자』의 윤고은 작가님께서 토론토에 오셨고, 저는 통역을 위해 TIFA에 참가했습니다. 윤고은 작가님은 전직 아이슬란드 여성 정치인이자 『데드스위트(Dead Sweet)』의 작가인 카트린 율리우스도티르(Katrín Júlíusdóttir)와 함께 '악행의 세계: 카트린 율리우스도티르와 윤고은의 대담(The Business of Being Bad)'이라는 제목의 토크쇼에 참여하셨습니다. 윤고은 작가님의 도서 『밤의 여행자』는 재앙, 지진, 화산과 같은 것을 상품화하는 여행사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그 저변에는 여성주의적인 관점이 깔려 있습니다. 이와 같은 독특한 설정과 내용은 청중들에게 큰 흥미를 불러일으켰고, 특히 윤고은 작가님의 탁월한 언어 표현력이 청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번 행사는 한국 문학의 매력을 널리 알릴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전 세계의 문학 애호가들과 교류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TIFA는 매년 새로운 주제와 프로그램으로 문학의 다양성과 깊이를 소개하고 있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싶은 행사입니다.
< 토론토국제작가축제(TIFA)에서 통역을 하고 있는 김예원 씨의 모습 - 출처: 김예원 씨 제공 >
그동안 많은 행사에서 진행 및 통역을 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2013년 캐나다 온타리오 런던에서 열린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 대회는 제게 매우 의미 있는 행사였습니다. 당시 김연아 선수가 참가하면서 통역이 필요했는데 제가 우연히 그 역할을 맡게 됐습니다. 이후 대한빙상경기연맹과 스케이트 캐나다(Skate Canada), 2015년 FIFA 여자 월드컵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블루제이스의 류현진 선수, 평창 올림픽 등 스포츠 관련 통역과 행사 진행 그리고 인터뷰를 담당해 왔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토론토국제영화제(TIFF) 레드카펫에서 류승완 감독님을 비롯한 다양한 영화인들, 걸그룹 여자친구 및 여러 래퍼들과 인터뷰 및 통역을 진행했고 케이콘(KCON)을 포함한 많은 행사에서 통역과 진행을 맡았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코 '토론토한인대축제'의 메인 MC를 맡았던 경험일 것입니다. 매년 수만 명의 캐나다 사람들에게 한국문화를 소개하며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이 행사는 저에게 큰 기쁨과 보람을 선사합니다. 하루에 10~12시간을 일하기도 하는 강도 높은 일이지만 매년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행사를 통해 한국문화를 알리는 데 일조할 수 있어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도 이 역할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문화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 김연아 선수를 통역하고 있는 김예원 씨 - 출처: 김예원 씨 제공 >
캐나다에서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자신의 위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제 역할에 대해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역할이 주는 책임감과 무게감 또한 크기 때문에, 캐나다인들과 한인분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일부러 아나운서 학원에서 개인 강습을 받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제 위치는 단순히 한국어와 영어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누가 보더라도 전문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가볍고 재미있게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목표는 캐나다인들이 봤을 때도 캐나다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한국인들이 봤을 때도 한국의 정체성을 잘 담아내는 것입니다.
캐나다 내 한국문화에 대한 인식 변화를 가장 최전선에서 경험하신 것 같은데, 어떠신지요?
2003년에는 저에게 한국이 중국의 수도냐고 물던 캐나다 친구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음악, 영화, 문학, 음식 등 한국문화 전반에 열광하는 것을 보면서 그 변화가 신기할 따름입니다. 한국문화 자체의 매력도 무척 크지만, 캐나다 사회 전반에서 한국계 캐나다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훌륭한 리더 역할을 잘 해주고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긍정적인 영향력이 지속되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지난 10년간 토론토 내에서 한국 관련 행사를 진행하면서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예를 들면 한국 식당의 경우 주인이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한국 음식을 잘 만들어 낸다면 그것을 한국 식당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됐습니다. 실제로 '토론토한인대축제'에 여러 음식 판매자들이 참여하면서 한국 음식으로 100%를 채우기보다는 열린 형태로 점차 변화하고 있습니다. 물론 변형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지만 오로지 한국 사람만이 참여할 수 있다고 제한하기보다는 열린 형태를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 직접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김예원 씨의 모습 - 출처: 김예원 씨 제공 >
캐나다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직접 만들고 있는 영화인으로서 위 질문을 했었는데 답을 찾는 것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영화나 창작 분야에 있다면 자주 만나겠지만 일의 특성상 각자의 작업에 몰입해 일하다 보니 연결점을 만들고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또한 프로젝트 위주로 진행되니 작업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과 계속 함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서로 연결시켜주는 창작자들의 편안한 네트워킹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오는 8월 24일 '토론토한인대축제'가 시작됩니다. 이어 9월에는 TIFF 레드카펫 행사가 예정돼 있으며 10월에는 '한인장학회' 행사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영화 제작자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한국문화가 캐나다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앞으로 한국문화가 더 다양하게 확산되며 사랑받을 수 있도록 저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캐나다에서 한국문화에 대한 인식은 2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이는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한국계 캐나다인들이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리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이면에는 김예원 씨처럼 문화교류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음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한국-캐나다 상호 문화교류의 해'를 맞이해 콘텐츠 교류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고 이들의 협력을 통해 더욱 큰 가능성이 열리는 문화교류가 있길 기대한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 김예원 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