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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생산국 중 하나로, 와인은 단순한 음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탈리아 문화에서 와인은 역사적, 사회적, 경제적 맥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탈리아인의 일상생활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흔히 토스카나 지역의 끼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 피에몬테 지역의 바롤로(Barolo), 베네토 지역의 아마로네(Amarona)를 이탈리아 3대 와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최고의 와인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우리 동네 와인'이라고 말한다는 우스갯소리는 그저 웃자는 얘기가 아니라 이탈리아인들에게 와인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보여준다. 이탈리아에는 각 지역의 독특한 기후, 토양, 재배 기술에 따른 다양한 와인 생산 지역이 있으며 각 지역은 고유한 포도 품종과 제조 방식으로 유명하다. 또한 지역 주민들은 자신의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이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고 믿는다. 가족과 함께한 식사, 특별한 행사 등 이탈리아 사람들의 추억과 경험 속에는 와인이 함께 있다. 이처럼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의 와인에 대한 자부심을 키우면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운다.
지난 8월 30일 통신원이 찾은 와이너리는 리베티(Rivetti) 가문이 소유하고 있으며 토스카나와 피에몬테 자체 재배 포도 품종을 사용해 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라 스피네타(La Spinetta) 와이너리다. 이탈리아의 와이너리는 대부분 가족 경영으로 이탈리아 와인산업이 여러 세대에 걸쳐 가족에 의해 운영되는 오랜 전통이 있다. 이는 수십 년, 심지어 수백 년에 걸쳐 쌓아온 전통과 경험을 갖고 지역의 독특한 포도 품종과 양조 기술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며 지역의 특성과 문화를 와인 경영에 반영해 품질 높은 와인을 생산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오늘날에는 와이너리의 가족 경영이 경영인 본인이 나고 자란 고장을 돌보기 위한 지속가능한 농업 및 환경 보호라는 점에서 더욱 그 가치를 발하고 있다.
라 스피네타 와이너리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미리 예약한 소규모 팀에게 와이너리를 오픈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곳의 투어 가이드 줄리아가 "8월 말 라 스피네타 와이너리의 포도밭에서 이제 막 포도를 수확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해 주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포도 수확철은 일반적으로 9월 중순에서 10월 초까지이며 대체로 이 시기에 대부분의 포도가 가장 이상적인 상태에 도달한다.
< 수확한 포도는 적절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보관고에 저장된다. 라 스피네타 와이너리의 포도 보관고 - 출처: 통신원 촬영 >
줄리아는 "라 스피네타 와이너리에서는 산지오베제(SanGiovese) 품종의 포도를 사용한다."며 산조베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산조베제는 토스카나 주를 중심으로 이탈리아 중부에서 널리 재배되는 포도로 산지오베제 와인은 보통 중상 정도의 루비 색상을 띠며 숙성될수록 점차 오렌지 빛을 낸다. 산지오베제 와인은 체리, 붉은 자두, 라즈베리와 같은 붉은 과일 향을 중심으로 감초, 허브, 가죽, 그리고 가벼운 스파이스 향을 포함하는 복합적인 향을 지니며 산도가 높고, 탄닌이 적당히 강하다. 미디엄 바디에서 풀 바디까지 다양한 스타일로 만들어진다. 특히 신선한 과일 맛과 함께 토양의 특성이 반영된 흙 내음과 허브 맛을 느낄 수 있으며 신맛이 강하면서도 떫거나 부담스럽지 않아 밸런스가 좋다. 또한 산지오베제 품종의 와인은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린다. 특히 토마토소스가 들어간 이탈리아 요리, 그릴에 구운 고기, 피자, 그리고 다양한 치즈와 잘 맞는다. 높은 산도와 적당한 탄닌 덕분에 지방이 많은 음식과도 균형을 이뤄 맛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 라 스피네타 와이너리의 포도밭 풍경. 산조베제 품종의 포도가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탈리아 와인 라벨은 와인의 품질, 생산지, 품종, 생산 방법 등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이탈리아 와인의 특성과 규제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투어에 함께한 한 이탈리아 여행객은 "가벼운 자리에 어울릴 와인을 찾을 때는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병에 'DOCG'라고 쓰여 있는 와인을 고르면 실패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해 주었다. 'DOCG (Denominazione di Origine Controllata e Garantita)'는 포도 수확량과 생산 방법을 엄격하게 제한해 이탈리아 정통 와인에만 적용하는 등급이다. 실제로 이탈리아에 어느 마트에서나 'DOCG'라는 띠가 둘러진 와인을 저렴한 값에 구매할 수 있다. 그 외에 'D.O.C(Denominazione di Origine Controllata)', 'I.G.T(Indicazione Geografica Tipica)' 등의 등급이 있는데 이러한 마크를 받은 와인은 수준 이상의 와인에 해당한다.
< 라 스피네타 와이너리 라벨링 컨베이터 벨트 앞에 세척과 라벨링을 하기 위해 준비된 7년 이상 된 빈티지 와인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와이너리 투어 끝에는 6개의 각기 다른 와인을 시음하는 시간을 갖는다. 지역에서 재배하고 만든 빵과 올리브오일, 치즈, 프로슈또가 함께 곁들였다. 와이너리 투어에 함께 한 사람들과 와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삶을 나누는 귀한 시간이었다. 라 스피네타 와이너리는 투어를 통해 이탈리아 와인의 매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자기 고장의 와인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자부심을 갖게 한다. 와인이 단순한 음료를 넘어 이탈리아인들의 일상과 특별한 순간들을 연결하는 중요한 요소이자, 다양한 경험과 기억을 공유하게 하는 매개체로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사진출처: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