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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K-코믹스 월드투어(K-Comics World Tour)' 인도네시아 행사의 관련 전시회가 9월 5일 자카르타 시내 이쿼티 타워(Equity Tower)에 위치한 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 강당에 설치됐다.
< 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 강당에 설치된 '지금 우리 학교는' 전시물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국 웹툰을 순회전시하는 이번 행사는 6월 필리핀을 시작으로 9월 베트남, 인도네시아, 벨기에, 10월 이탈리아, 11월 싱가포르 등 총 6개국에서 열린다. 인도네시아 행사는 9월 5일부터 10월 4일까지 한 달 동안 계속된다.
'한국만화-웹툰 전시'라는 한글 행사명만 보면 다양한 만화와 웹툰들이 행사장에 전시될 것 같지만 이번 인도네시아 행사에는 2009~2011년 네이버웹툰에 연재됐고 넷플릭스에서 드라마화돼 2022년 1월 프리미어 스트리밍된 <지금 우리 학교는(All of Us Are Dead)> 한 편만을 소개한다. 한국문화원 강당에 전시 및 체험 공간이 마련됐고, 행사 이튿날인 9월 6일에는 해당 웹툰을 그린 주동근 작가의 팬미팅이 자카르타 시내 퍼시픽 플레이스 몰(Mall Pacific Place)의 CGV 상영관에서 진행됐다.
6월 필리핀 행사에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 <옷소매 붉은 끝동> 두 편이 전시됐고 9월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이태원 클라쓰>와 <스위트홈>, 벨기에에서는 브뤼셀 국제만화축제(BD Comic Strip Festival) 기간에 한국문화원 부스를 만들어 <지금 우리 학교는>과 <나 혼자만 레벨업>을 전시한다.
위 작품들은 웹툰 연재 당시에도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 방송사나 OTT에서 드라마로 제작돼 국내외에 소개됐다. 특히 <지금 우리 학교는>과 <스위트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돼 세계 팬들의 큰 호응을 얻었고 <나 혼자만 레벨업>은 'Solo Leveling Manhwa(솔로 레벨링 만화)'라는 영문 제목을 달고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K-코믹스 월드투어' 국가 중 한 개 작품만 전시된 곳은 인도네시아가 유일하다. 현지 한국문화원에 문의한 바 전시, 체험 행사 및 주동근 작가 팬미팅 외에도 행사 기간 중 몇 건의 소규모 행사가 계획돼 있다고 한다. 한국 웹툰을 두 편씩 선정한 타국 행사에 비해 <지금 우리 학교는> 한 편만을 원톱으로 삼은 인도네시아에서 앞으로 어떤 프로그램들을 통해 행사 초반의 높은 관심과 호응을 한 달간 유지해 나갈지 한국문화원의 기획력이 주목받고 있다.
주동근 작가의 팬미팅은 CGV 퍼시픽 플레이스점 1번 스튜디오 200개 좌석을 가득 채우며 성황을 이루었다. 이날 행사는 MC의 작가 소개, 김용운 한국문화원장 인사말, 웹툰에 댓글로 달린 질문들에 대한 답변, 주동근 작가가 직접 준비한 지우학 퀴즈, 팬미팅 참가 신청 당시 접수된 질문 및 현장 즉석 질문에 대한 응답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 주동근 작가 자카르타 팬미팅 - 출처: (좌)통신원 촬영, (우)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 홈페이지 >
웹툰 작가를 초청한 팬미팅 형식이었지만 이날 참석한 현지 팬들은 웹툰 자체보다 넷플릭스에서 <지금 우리 학교는> 시리즈를 본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2022년 공개된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의 후속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시기임에 비해 웹툰의 경우 인도네시아 라인 웹툰을 통해 2016년에 14편까지만 번역 및 연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의 원본 문화를 소개하는 행사로서는 충분히 시의적절했다.
주동근 작가는 "웹툰이 아직 서브컬처에 머물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앞으로 작품의 퀄리티를 더 높여 진정한 메인컬처로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며, 현재 한국 작가들 외에도 많은 해외 작가들이 웹툰산업에 들어오고 있어 그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이한 점은 통역도 하기 전에 주동근 작가의 발언에 바로 웃거나 탄성을 지르는 등 즉각적인 반응이 자주 나왔는데 이는 한류를 소비하는 현지 젊은 세대 중 전공 또는 독학을 통해 일상 대화나 드라마를 통역 없이도 이해하는 수준에 오른 이들이 적지 않음을 방증한다.
이날 주빈이었던 주동근 작가 못지않게 MC를 맡은 조유리도 자신의 인기를 증명했다. BTS 등 케이팝 아이돌 현지 콘서트에 통역이나 MC로 자주 등장한 조유리는 최근 배우 지창욱 팬미팅에도 통역으로 참석했다. 7만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그녀는 현지인 MC나 프레젠터 못지않은 유창한 인도네시아어와 유려한 진행 능력을 보여 현지 TV 등 매체에 초청되면서 얼굴을 알렸다. 지난 2022년 11월 관광창조경제부가 한국과 일본의 신문 및 매체 대표들을 초청해 진행한 2박 3일간 코모도 해양공원 시범여행에도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자격으로 별도 초청된 바 있다. 주동근 작가 팬미팅에서도 조유리는 언어 및 진행에서 자기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 배우 지창욱 인도네시아 팬미팅에서 통역을 담당한 조유리 - 출처: 인플루언서 조유리 인스타그램 계정(@yuriiaw) >
아직은 척박하기만 한 인도네시아 웹툰산업은 라인웹툰을 제외하면 거의 모두 한국 웹툰을 무단 게시하는 해적 사이트들로 도배돼 있어 합법적인 팬들을 늘려 나기에는 적잖은 제약이 존재한다. 하지만 웹툰을 기반한 영화와 드라마들이 많이 제작되면서 오히려 영화, 드라마를 보고 한국 웹툰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지난 4월 23일 인도네시아 국가연국혁신청(BRIN)의 언어문학연구센터(Pusat Riset Bahasa dan Sastra)가 주최한 '호러문학과 영화화산업(Sastra Horor & Industru Ekranisasi)'이라는 제목의 세미나에서 여러 현지 교수들과 배우, 저명한 앙기 움바라(Anggi Umbara) 감독 등과 함께 참석한 한국인 발표자는 한국 웹툰이 활발하게 영화화되고 있는 상황을 소개하기도 했다.
< 2024년 4월 23일 진행된 국가연국혁신청(BRIN) 세미나 - 출처: (좌)통신원 촬영, (우)PPT 슬라이드 자료 >
웹툰은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시작된 문화인만큼 조금 더 아이디어를 짜낸다면 해외에 관련 문화를 뿌리내리게 할 좋은 기재가 될 것이다. 따라서 많은 동남아 국가 사이에 거의 유일한 합법적 웹툰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라인웹툰이 금명간 일본에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작금의 상황이 매우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 홈페이지, https://id.korean-culture.org/ko/1525/board/232/read/132127
- 인도네시아 라인웹툰, https://www.webtoons.com/id/
- 《데일리비즈온》 (2024. 9. 6). 브뤼셀 국제만화축제, 한국 웹툰 전시, https://www.dailybizon.com/news/articleView.html?idxno=29732
- 《연합뉴스》 (2024. 9. 5). '하노이서 이태원클라쓰·스위트홈 체험'…K만화·웹툰 전시회, https://www.yna.co.kr/view/AKR20240905163900084
- 인플루언서 조유리 인스타그램 계정(@yuriiaw), https://www.instagram.com/yuriia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