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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2일 토요일 스페인 마드리드 미겔 리오스 공연장에서 KBS <뮤직뱅크 인 마드리드>가 전 세계 87여 개국에서 온 3만여 명의 관객들이 모인 가운데 스페인 밤을 뜨겁게 달궜다. 원래 <뮤직뱅크 인 마드리드>는 레알 마드리드 축구팀의 홈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경기장 측의 갑작스러운 취소 통보로 공연 장소가 마드리드 도심에서 15km 떨어진 리바스 시의 공연장으로 한차례 변경됐다. 마드리드의 상징 중 하나이자 마드리드를 방문하는 많을 관광객들이 필수 방문 관광지이기도 한 이 경기장은 축구 경기 외 대규모 콘서트 및 행사 개최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 문제로 주민들과의 갈등을 겪어 왔다. 마드리드 시의회와 레알 마드리드는 예정된 콘서트들의 마감 시간을 오후 11시로 제한하고 주민 우선 주차 공간을 만드는 등 합의를 통해 주민들의 불만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지만 9월 8일 열린 콘서트에서 또 한 번 소음 제한을 초과하면서 결국 내년 3월까지 예정된 모든 음악 공연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 '뮤직뱅크 인 마드리드' 공연 현장 - 출처: 통신원 촬영 >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은 공연은 10월 12일 예정돼 있던 <뮤직뱅크 인 마드리드>였다. 공연 주최 측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간에 불가피하게 장소를 변경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무사히 다른 공연장을 섭외하고 공연을 진행했다. 사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공연장 취소 소식이 스페인 언론을 통해 전해졌을 당시 케이팝 아이돌의 무대를 볼 수 있다는 큰 기대를 걸고 예매했던 팬들은 혹여 취소되지는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마드리드에서 개최되는 공연이지만 스페인 전 지역은 물론 전 세계 80개가 넘는 국가에서 위 공연을 보러 가기로 마음먹었던 팬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 공연 취소를 막기 위한 팬들의 온라인 청원 - 출처: 'change.org' >
공연 취소 소식이 알려지자 소셜미디어에서 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팬들은 공연 취소를 막기 위해 "우리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사라질 위기다. 아이돌이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그토록 꿈꾸던 희망을 위해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서명을 한다."는 내용의 온라인 청원을 시작했다. 해당 온라인 청원에는 7일 만에 약 1만 4,000명이 서명했다. 위 청원이 <뮤직뱅크>가 장소를 변경해 무사히 해당 날짜에 공연을 개최한 것에 실질적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지만 스페인을 비롯한 전 세계 케이팝 팬들이 얼마나 해당 공연을 절실히 기다려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임은 분명하다.
리바스 시청도 대규모 공연이 열리는 만큼 늘어날 교통 체증을 우려해 관객들에게 대중교통 이용을 독려하고 마드리드 버스 회사와 지하철 측과 협력해 공연 당일 도심에서 연결되는 버스와 지하철의 빈도 수를 늘리는 것을 합의했다. 우려와는 다르게 장소를 옮겨 무사히 열리게 된 공연에 안도한 팬들은 마드리드에서 공연 전날 자주 가는 로컬에서 다양한 이벤트들에 참가하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클럽에서는 <뮤직뱅크 인 마드리드> 라인업에 포함된 아이돌 그룹의 음악으로 파티가 열렸고, 버블티 카페에서는 포토카드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행사가 눈에 띄었다. 각 팬클럽은 오프라인에서 모여 자신들이 좋아하는 그룹을 응원할 방법을 강구하기도 했다.
< 악천후에도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공연 당일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에도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한 팬들로 공연장 근처가 들썩였다. 대형 공연장을 가득 메운 우비를 입은 관객들은 공연 전 대형 스크린에서 나오는 영상을 시청하며 실제 공연인 듯 함성을 지르면서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분출했다. 빗줄기가 거세져도 이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듯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볼 수 있다는 벅찬 설렘에 눈물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이윽고 당일 진행을 맡은 배우 박보검이 무대 위로 등장하자 관객들의 함성소리가 공연장을 흔들었다. 여기 저기서 "께 구아뽀(잘생겼다)"라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고 무엇보다 어린 자녀를 동반한 엄마들의 뜨거운 반응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번 공연에는 키스오브라이프, 라이즈, 보이넥스트도어, 엔믹스, 엔하이픈, 에스파, 피원하모니, 마마무+ 등 총 8개의 그룹이 참가했는데, 관객들은 폭발적인 환호성과 떼창으로 자신들의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 준 아티스트들을 응원했다.
비를 맞아가며 응원하고 있는 팬들을 위해 무대에 선 아티스트들은 스페인어로 인사를 건네고, 열정적인 무대로 팬들을 감동시켰다. 그룹 무대 이외에도 현지 팬들을 위한 합동 무대가 펼쳐졌다. 마마무의 솔라와 키스오브라이프의 합동 무대는 스페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수 로살리아(ROSALÍA)의 <BIZCOCHITO>를 선보였다. 스페인 팬들은 크게 따라 부르며 감동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스페셜 무대를 통해 다채로운 공연을 선사해 관객들은 약 3시간 3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온 에너지를 다해 그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무대와 가까운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새벽부터 친구들과 줄을 서서 기다렸다는 에이다(19)는 "공연이 취소될까 마음 졸이며 이날 만을 기다렸는데 그 기다림을 보상받은 기분"이라며 "오늘 밤이 끝나지 않길 바란다."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공연 막바지에 이르자 이제는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많은 팬들이 눈물을 흘리며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마지막 엔하이픈의 무대를 눈물범벅으로 호응하는 관객들의 모습은 짠한 감동을 주었다. 공연장 변경과 악천후에도 무사히 열린 <뮤직뱅크 인 마드리드>, 케이팝으로 스페인 밤을 뜨겁게 달군 공연은 스페인 및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찾아온 한류 팬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의 선물이 됐을 것이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 change.org, https://www.change.org/p/permitir-que-el-music-bank-2024-se-real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