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0일 아스타나 시내의 자스타르(жастар) 극장에서 제2회 케이팝 파이트 대회(K-POP FIGHT 2024 vol.2)가 열렸다. 2023년 11월에도 열린 바 있는데 디사(DISA) 댄스 스튜디오라는 사설기관에서 주최했다. 해당 댄스 경연 대회에서는 케이팝 그룹의 댄스를 그대로 모방해서 무대를 꾸며 보여줘야 한다.

케이팝 커버댄스의 기량을 뽐내는 위 대회는 9월 초부터 홍보를 시작해 2024년 10월 20일 일요일에 개최됐다. 디사 댄스 스튜디오는 "수도권과 그 외 지역에서 케이팝 문화를 홍보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이 대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 대회의 목적은 첫째, 카자흐스탄에서의 수도권 케이 컬처(K-Culture)의 발전을 위함이다. 둘째, 케이팝 커버댄스 팀의 통합 및 발전을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각 수준의 댄서들 간 경험을 교환하고자 함이다. 케이팝 파이트 대회 참가 등록은 이메일 신청을 통해 가능했으며, 1차 접수와 2차 접수 2회에 걸쳐 등록이 진행됐다. 9월 28일까지였던 1차 접수는 1인당 4,000텡게(약 1만 1,000원) 등록비를, 10월 13일까지였던 2차 접수는 6,000텡게(약 1만 7,000원) 등록비를 납부해야 했다. 한편 대회 당일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관람 티켓을 구매해야 입장이 가능했다. 관람 티켓은 장당 2,000텡게(약 5,700원)였다.

대회에는 몇 가지 규정 사항이 있다. 각 팀의 공연 시간은 최대 3분 30초로 제한돼 있으며, 시간을 초과할 경우 초마다 페널티가 부과되거나 중도 퇴장을 하게 될 수 있다. 본 곡 무대 전반부에 인트로(Intro) 또는 후반부의 아웃트로(Outtro)는 모두 합쳐 30초 허용했다. 대회의 종목이 케이팝 커버댄스이기 때문에 다른 노래와의 리믹스는 허용되지 않고, 원작과 100% 비교해 그 완성도를 평가한다. 또한 카자흐스탄에서는 다수의 대회 참가 경험이 있는 댄서들을 '프로 댄서'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들이 '비기너(Beginner)'나 '주니어(Junior)' 부문에 참가할 경우 팀에 1명 만이 협력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다. 평가 기준으로는 댄스 기술, 공연성, 무대 의상이나 무대 이미지를 통한 감성 표현, 창의성 이렇게 4개의 주요 기준이 있다.

< 케이팝 파이트 대회 홍보 포스터와 심사위원 - 출처: 디사 댄스 스튜디오 인스타그램 계정(@disa_dance_studio) >

2023년에 비해 행사 준비와 참여자의 규모가 더 커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년에는 댄스 스튜디오 근처의 한 레스토랑에서 열렸다. 당시 장소는 무대가 따로 마련돼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연 대회 참가자 외 인원은 수용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경연 대회 참가자들조차 대기실이 없어 자신의 차례가 올 때까지 레스토랑 밖에서 기다리기도 했다.

작년의 미흡함을 반성하기라도 한 듯 이번 대회는 아스타나 시내의 한 공연장에서 열렸다. 2023년 경연 부문은 어린이 댄서, 초보 댄서, 그리고 프로 전문 댄서 그룹의 세 파트로 나뉘었던 반면 올해에는 케이팝 커버 키즈, 케이팝 커버 비기너, 케이팝 커버 주니어, 케이팝 커버 오픈 부문까지 4개로 나뉘었다. 대회는 20일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4시에 막을 내렸다. 각 부문이 끝날 때마다 10분 내지 20분씩 케이팝 랜덤댄스 시간을 가진 것에서 위 대회를 참가자와 관람자 모두 즐기는 자리로 마련했음을 엿볼 수 있었다.

2023년에는 심사위원에 대한 공지도 불분명해 공정성 부문에 다소 논란이 있었는지, 올해는 홍보 초반부터 3명의 심사위원(알피야, 소냐, 디아이)에 대한 공식 안내가 있었다. 각 부분의 우승자에게는 상금이 수여됐는데, 케이팝 커버 키즈와 비기너에서 우승한 팀에게는 각 2만 5,000텡게(약 7만 1,000원), 케이팝 커버 주니어와 커버 오픈 부문에서 우승한 팀에게는 각 5만 텡게(약 14만 2,000원)가 주어졌다. 이날의 우승은 키즈 부문 RED FLAVA, 비기너 부문 A-WOLF, 주니어 부문 NOVA CREW, 오픈 부문 QTEEZ 팀이 차지했다.

사실 경연 대회 홍보 포스터에는 상금이 10만 텡게, 그리고 5만 텡게라고 쓰여 있었는데, 실제 상금 수여는 각 부문의 팀에 나누어 수여한 점이 홍보 과정과는 상이했다. 사실 각 팀에 보통 6-8명의 인원이 있는데 그들에게 받는 참가비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에 비해서 상금의 액수 문제라든지, 수상은 오직 하나의 우승 팀에게만 수여하는 점이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다.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케이팝 댄스 열풍이 여전한데 최근에는 특히 어린이 댄서들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틱톡이나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댄스 챌린지가 이곳에서도 역시 유행이다. 젊은 세대가 춤을 통해 일상의 즐거움도 누리고, 그들만의 문화를 발견해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그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자리로 커버댄스 경연 대회와 같은 자리를 마련한 댄스 스튜디오의 발상도 멋지다. 하지만 등록비와 관람비, 그리고 상금의 금액을 볼 때 케이팝 댄스가 돈벌이로만 이용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한다. 다만 케이팝 문화가 악용되지 않기를, 건전하고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문화 자원이 되기를 바란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디사 댄스 스튜디오 인스타그램 계정(@disa_dance_studio), http://www.instatgram.com/disa_dance_studio?igsh=bnBIOXRRibHphNGU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