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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종종 언급하는 것 중 하나는 필리핀 사람들이 사진 찍기를 매우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과장된 것이 아니다. 필리핀 사람들이 사진 촬영을 좋아한다는 점은 다양한 연구와 설문조사를 통해 입증됐다. 《Philstar(필스타)》는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인용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설문조사는 필리핀을 비롯해 미국, 싱가포르, 스웨덴, 스위스, 이탈리아, 인도, 중국 등 8개국 국민 중에서 카메라가 장착된 휴대전화를 소유한 8,07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필리핀 응답자 가운데 70%가 주 1회 이상, 31%는 매일 사진을 촬영한다고 답했다. 중국 응답자들이 주 1회 이상 사진을 찍는 비율이 86%, 매일 사진을 찍는 비율은 33%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미지를 공유하는 부문에서는 필리핀이 1위를 차지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필리핀 응답자 중 50%가 소셜 미디어에 사진을 올리며, 그들 가운데 47%는 소셜미디어에 올리기 위해 사진을 촬영한다.
기사를 보면 필리핀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자기 자신을 더 많이 촬영하며(49%), 역시 자신 사진을 온라인에 더 많이 공유한다(44%). 15세에서 25세 사이 필리핀 여성 응답자 가운데 84%가 휴대전화로 자신을 촬영한다고 응답했으며, 같은 연령대 남성 응답자는 60%가 그렇다고 답했다. 필리핀 사람들 사진 촬영과 관련하여 《Time》은 필리핀 금융 중심지인 마카티시가 '세계 셀피 수도'라고 밝혔다. 《Time》은 25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전 세계 459개 도시를 대상으로 '셀피' 촬영이 가장 많은 도시 순위를 매겼다. 스스로를 촬영한 사진을 뜻하는 영단어 '셀피(Selfie)'를 수백만 장 분석한 결과 마카티가 1인당 가장 많은 '셀피'를 촬영하는 도시로 밝혀졌다. 온라인에 사진을 올리는 행동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기록을 남기는 것도 된다. 누구와 함께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고, 또 무엇을 먹었는지를 남기는 것이다. 이렇듯 필리핀 사람들은 자신을 노출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사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작고한 필리핀대학교 인류학 교수 펠리페 란다 호카노(Felipe Landa Jocano)에 따르면 '자아존중감'을 뜻하는 스페인어 '아모르 프로피오(Amor propio)'는 필리핀 문화의 일부로 자신을 촬영한 사진이나 음식 사진을 올리는 것은 '아모르 프로피오'와 관련이 있다. 필리핀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에 음식 사진을 자주 올리며, 특히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이 마시는 음료나 음식 사진을 촬영하여 올리는 것을 좋아한다. 필리핀 사람들이 사진과 스스로 자신을 촬영한 '셀피'를 사랑하는 이유는 단순한 개인적 취미를 넘어선 사회적 연결과 이야기 공유라는 문화적 경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필리핀 사람들은 하루 평균 약 4시간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 사용에 소비하며, 모바일 사진 촬영은 이러한 디지털 문화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필리핀 사람들은 사진을 온라인에서 공유하면서 자기를 표현하고 서로를 연결하며 동시에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 (좌)SM메가몰에 문을 연 인생네컷, (우)인생네컷에서 다양한 사진을 촬영하는 필리핀인들 - 출처: 인생네컷 필리핀 페이스북 계정 >
이렇게 사진 촬영을 좋아하는 필리핀인에게 맞춤형 한국문화가 도입됐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인생네컷이라는 무인 사진관이다. 인생네컷은 2017년 4월에 등장한 국내 최대 무인 사진관 브랜드로 현재 국내 400개 이상 매장에 연간 약 2760만 명이 찾고 있다. 사진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브랜드 이름이 고유명사로 자리를 잡았다. 빠르게 성장한 인생네컷은 미국 진출을 시작으로 현재 25개국에서 매장 300개 이상을 운영 중에 있다.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의 필리핀 내 인기에 힘입어 인생네컷이 이곳에도 진출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필리핀 젊은 세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며 이를 위해 사진 촬영을 즐기고 있다. 인생네컷은 이러한 소비 경향을 반영해 2022년 11월 26일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SM 메가몰(SM Megamall)에 매장을 열었다. 필리핀인들은 새롭게 등장한 무인 사진관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사진 촬영 경험을 하고 있다.
< (좌)SM 클락 인생네컷 매장, (우)매장 내 준비된 다양한 소품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인생네컷이 성공한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인생네컷은 필리핀 고객들 취향과 문화에 맞춘 다양한 포토 프레임과 배경을 제공해 현지화 전략을 구사했다. 또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고객들이 찍은 사진을 공유하도록 유도해 자연스럽게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처음 방문한 사용자를 위해 직원들이 다양한 소품과 기계 사용 방법 등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특히 젊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었으며 이는 매장 방문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인생네컷 SM 클락 매장에서 만난 마리오 산토스(Maria Santos) 씨는 "직원들이 친절하게 알려줘서 가족들과 함께 사진 촬영하는 것이 쉬웠다."고 밝혔다. 후안 델라 크루즈(Juan Dela Cruz) 씨도 "다양한 배경과 소품 덕분에 친구들과 소셜미디어에 올리기 좋은 사진을 얻었다."고 말했다. 멜빈 발레라(Melvin Valera) 씨는 "잘 정돈된 소품이 보기 좋다."는 말을, 카를로스 레예스(Carlos Reyes) 씨는 "이번이 세 번째 방문으로 생각보다 사진이 잘 나와서 계속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생네컷은 필리핀 소득 대비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현재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다양한 소품을 활용해 사진을 촬영하고 그 사진을 즉석에서 인화해 서로 나눠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인생네컷이 주는 재미에 빠진 사람들도 많다. 또한 한국 드라마와 음악을 통해 접한 필리핀 사람들은 인생네컷을 한국식 놀이문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필리핀 내 인생네컷 매장에는 필리핀 젊은 세대를 비롯해 다양한 연령대 고객들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결론적으로 인생네컷은 필리핀에서 한국의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고, 지금도 여전히 성장 중이다. 인생네컷은 단순히 사업적인 성공만 거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유행을 선도하며 더 나아가 한국문화를 알리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사진촬영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Philstar》 (2011. 8. 7). Survey shows that Filipinos are number one at taking pictures of themselves, https://www.philstar.com/lifestyle/gadgets/2011/08/07/713691/survey-shows-filipinos-are-number-one-taking-pictures-themselves
- 《Time》 (2014. 3. 10). The Selfiest Cities in the World: TIME’s Definitive Ranking, https://time.com/selfies-cities-world-rankings/
- 인생네컷 필리핀 페이스북 계정(@lifefourcutsph), https://www.facebook.com/lifefourcuts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