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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생인 민 틸러만스(Min Tielemans)는 본인의 한국어 이름 '민지영'이 여전히 어색하기만 하다. 벨기에에서는 이름으로 '민'을 사용하는데, 최근 한국어를 배우며 한국어 이름을 다시 사용하게 되면서 성이 '민', 이름이 '지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7살 때 벨기에로 입양된 민지영 씨는 당시 주변에 한국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한국어를 완전히 잊어버렸다고 한다. 민지영 씨는 지난해 39년 만에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벨기에인 건축가로서 그리고 한국 입양인으로서 바라본 한국의 모습은 어땠을까? 민지영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세도시 겐트에 살고 있는 벨기에 가족의 한국 여행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한국을 방문한 민지영 씨 가족 - 출처: 민지영 씨 제공 >
가족과 함께한 첫 한국 여행은 어땠나요?
한국에 39년 만에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 방문한 경험은 정말 흥미로우면서도 동시에 조금은 두려웠습니다. 기대감과 함께 '과연 내가 행복할까? 실망할까?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있었죠. 한국에서 처음에는 작은 문화 충격을 겪기도 했습니다. 특히 겐트에 사는 저에게 서울처럼 큰 도시에서의 생활은 익숙지 않아서 조금 혼란스러웠어요. 그러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그 모든 경험을 되돌아보니 다시 한국을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좋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다시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면 이번에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한국을 탐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한국은 그리 저렴한 여행지는 아니어서 바로 다시 가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벨기에 건축가로서 한국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한국의 경제 성장과 서울의 청결함, 그리고 그곳에서 볼 수 있는 혁신적인 기기들에 정말 놀랐습니다. 또한 서울에서 경험한 새로운 것과 옛 것의 조화, 바쁜 도시와 고요한 자연의 대조,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의 공존 등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한국인들의 문화와 자연에 대한 존중도 매우 인상 깊었어요. 특히 한국의 자연보호와 문화유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정말 멋졌습니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건축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 한국에서의 과도한 플라스틱 사용에는 정말 놀랐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매일 생산하는 쓰레기와 에너지 소비량을 생각하니 혼란스러웠어요. 특히 길거리 곳곳에 보이는 에어컨을 보면서 한국이 에너지 소비에 있어 얼마나 많은 부담을 지고 있는지 느꼈습니다. 한국은 충분히 지속가능한 솔루션을 도입할 수 있는 자원과 기술, 자본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이 이를 실현한다면 경제적으로도 큰 이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며 전 세계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한국 음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가장 맛있었던 음식은 무엇인가요?
한국 음식은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다양한 맛을 느끼면서 어린 시절의 기억도 떠올랐고, 맛의 깊이에 놀랐습니다. 가족 모두가 한국 음식을 즐겼어요. 특히 한국 바비큐와 샤브샤브를 먹으면서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몇 가지 음식은 저희에게 너무 매워서 조금 먹기 힘들었던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전반적으로 정말 맛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불편했던 점이나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요?
한국 여행 중에 태풍과 폭염을 경험했습니다. 여행 중 서해안을 가는 일정을 취소해야 했고, 동해안에선 태풍이 다가왔으나 다행히도 태풍이 육지에 상륙하지 않아 예정대로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잼버리에 참가한 첫째 딸이 대피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 다소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다행히 딸에게서 간간이 소식을 들을 수 있어 다소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잼버리를 마친 큰 아이가 합류해 함께 여행을 계속했습니다. 남편은 무더위에 적응 못하고 힘들어했죠. 안 좋았던 날씨 외에는 특별히 어려웠던 점은 없었습니다.
<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민지영 씨와 첫째 딸 이너 - 출처: 민지영 씨 제공 >
현재 첫째 딸과 함께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데요. 한국어를 함께 배우자고 딸에게 제안하신 건가요?
첫째 딸 이너(Ine, 16세)가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순전히 본인의 의지예요. 잼버리에 참석한 후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진 것 같아요. 본인이 무엇인가를 하고자 하는 의지가 분명하고 그것을 해내고자 노력하는 성격이 타고났어요. 공군 조종사가 되는 것이 앞으로의 꿈이라고 합니다. 똑똑하고 멋진 아이라서 잘 해내리라 생각합니다.
사진출처: 민지영 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