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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8일은 '세계 이주민의 날(International Migrants Day)'이다. 이날은 2000년 12월 4일 국제연합(UN) 총회 결의를 통해 전 세계 이주노동자를 단순한 노동력으로 간주하지 않고 거주하고 있는 나라 국민과 동등한 자유를 가질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정했다. '세계 이주민의 날'은 지난 1990년 12월 18일 국제연합총회에서 채택한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 권리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on the Protection of the Rights of All Migrant Workers and Members of Their Families, 이주노동자권리협약)'을 기념하는 날이기 때문에 '이주노동자의 날'로 불러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와 관련해 노동계는 '세계 이주민의 날' 대신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로 부르면서 이를 기념하고 있다. 협약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는 "국적국이 아닌 나라에서 유급 활동에 종사할 예정이거나, 종사하고 있거나, 종사해 온 사람"이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 세계 국제 이주자는 2억 8,100만 명이다. 2000년부터 2022년 사이 해외 송금은 1,280억 달러에서 8,310억 달러로 650%나 급증했으며, 이주자가 보낸 돈은 개발도상국(Developing Nation)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외국인직접투자(FDI)보다 큰 영향을 미쳤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 16일에 2022년 기준 전 세계에서 근로 중인 이주민 남성이 1억 270만 명, 여성은 6,490만 명으로 발표했다. 이는 2013년 이후 3,000만 명가량 증가한 수치로 세계 노동 인구 중 4.7%를 차지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중 68.4%는 서비스 부문에 일하고 있으며 이들은 고소득 국가에서 돌봄과 같은 영역에 주로 종사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실업률은 7.2%로, 비(非)이주노동자(5.2%)에 비해 높게 나타났으며, 이들은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언어 장벽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필리핀 중산층 거주 주택가 - 출처: 통신원 촬영 >
대부분 인력을 송출하는 국가들은 이주노동자 인권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인력을 받아들이는 고소득 국가 정부는 이에 화답하고 있지 않은 양상이다. 한편 국제노동기구는 한국에서 시행 중인 '고용허가제'를 강제노동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이 3회로 제한된 부분에 대해 지난 2007년 헌법소원이 진행됐으나 기각된 바 있다. 내국인 근로자 고용기회 보장과 사업장 변경으로 인한 외국인 근로자 강제노동 방지라는 측면에서 본 법률조항이 합리적이라는 이유로 기각됐다. 필리핀 출신 해외이주노동자(OFW)가 가장 많이 체류 중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지에서는 '카팔라 제도(Kafala System)'를 운영 중이다. '카팔라 제도'의 핵심은 고용주가 외국인 노동자 근로비자 발급을 보증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는 고용주 동의 없이 전직하거나 그만둘 수 없고, 임금체불에도 항의할 수 없는 등 사실상 노예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보다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외국으로 떠나는 필리핀인들이 많다. 관련해 20204년 9월, 해외이주노동자(OFW)가 필리핀으로 송금한 액수는 전년대비 3.3% 증가한 약 30억 달러였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송금액은 252억 3,000만 달러로 역시 전년대비 3% 증가한 수치였다. 금융 관계자 말처럼 송금은 필리핀 경제에 기여하고 있으며, 필리핀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약 10%를 차지한다. 낯선 해외에서 일한다는 것은 장점과 함께 단점도 있다. 가족과 떨어지면서 겪게 되는 외로움, 그리움부터 언어 장벽과 문화적 차이로 인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 또한 겪을 수 있는 단점이다. 또한 계약 위반과 불공정한 대우 심지어 학대를 당할 수도 있다는 문제 등도 있다. 필리핀 정부는 해외이주노동자(OFW) 보호를 위해 나서고 있지만 해외에서 발생하는 일에 대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 지난 8월 5일 필리핀에서 진행된 외국인 가사관리사 환송식 - 출처: 'The Philippine Star' >
필리핀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3년 4월부터 9월까지 해외이주노동자(OFW)는 약 216만 명으로 전년 동기간 대비 9.8% 증가했다. 해외이주노동자(OFW) 가운데 55.6%인 120만 명이 여성이었고, 남녀 불문 45세 이상 노동자가 24.1%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남성은 45세 이상이 전체 해외이주노동자(OFW) 가운데 29.2%로 높았지만 25세부터 44세 사이의 연령대에서는 여성 비율이 남성보다 높았다. 해외이주노동자(OFW) 중 41.1%가 청소, 세차, 주방 보조와 같은 기초적인 업종(Elemetary Occupation)에 종사하고 있다. 해외이주노동자(OFW)는 아시아(77.4%)에 가장 많이 나가 있으며 뒤를 이어 북미 및 남미(9.8%), 유럽(8.4%), 호주(3.0%), 아프리카(1.3%) 순이었다. 해외이주노동자(OFW) 가운데 20.0%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체류하고 있으며, 그다음으로 아랍에미리트(13.6%)에 거주하고 있었다. 반면 싱가포르에는 전체 해외이주노동자(OFW) 가운데 3.9%만이 체류하고 있다.
이주노동과 관련해 한국 정부는 지난 1995년부터 도입 논의를 시작했으며 관계법령은 2004년부터 8월 17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고용허가제(Employment Permit System)'는 고용주가 정부에 노동자를 신청하면 정부에서 외국인을 선별하여 취업비자를 발급 후 한국에 입국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제도다. 외국인 노동자는 1번에 최대 4년 10개월까지 노동이 가능하며 재신청 하면 다시 4년 10개월간 노동을 할 수 있다. '고용허가제'는 2006년까지 시행됐던 '산업연수생' 제도가 송출비리, 불법체류 조장, 인권침해 등 많은 문제를 극복하고자 만든 제도다. 하지만 이직 가능 횟수가 3회로 제한돼 있고 고용주가 여권을 압수하거나 임금 체불, 성범죄 등에 대해 대응하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이주노동자가 받은 부당한 대우나 범죄 사실을 입증하려면 법률적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시민단체들은 자유로운 이직 등이 가능한 '노동허가제'의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올해는 '고용허가제' 시행 20주년이 되는 해로 필리핀은 지난 2004년 현재 17개 파견국 중 최초로 한국에 근로자를 파견한 국가라는 의미가 있다. 지난 20년 동안 약 10만 명에 달하는 필리핀인들이 한국 제조업에 기여했다. 또한 올해 8월 6일에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으로 필리핀에서 가사관리사 100명이 입국했다. 입국한 가사관리사들은 국내 적응과 업무 전문성을 위해 4주 160시간 동안 안전보건 및 기초생활법률, 성희롱예방교육, 아이돌봄·가사관리 직무교육, 한국어·생활문화교육 등을 받았다. 양국은 수교 75주년을 맞아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 증진을 도모하고 있으며 이는 노동 협력 분야에도 적용된다. 한국은 지난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17년에는 고령사회에 이르렀다. 고령화 추세는 계속되고 있으며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돌봄 부분과 관련해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더욱 국내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돌봄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며 서로에 대한 신뢰가 필요한 부분이기에 이를 통해 양국은 더 깊은 문화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Philippine News Agency》(2024. 9. 17). OFWs remittances up by 3.3% in September 2024, https://www.pna.gov.ph/articles/1237996
- 필리핀 통계청 홈페이지, https://psa.gov.ph/statistics/survey/labor-and-employment/survey-overseas-filipinos?r
- 국제이주기구 홈페이지, https://worldmigrationreport.iom.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