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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40여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KOFICE 통신원들이 전하는 최신 소식입니다.

각 국에서 사랑받고 있는 한류소식부터 그 나라의 문화 소식까지 매일 매일 새롭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문화정책/이슈] <빌 비올라: 고요>, 느림의 미학과 고요의 메시지

  • [등록일] 2024-12-20
  • [조회]376
 

미술관을 즐겨 찾는 애호가라면 전시장 입구에서 주최 측이 제공하는 헤드셋을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전시 작품에 대해 보다 전문적인 해설을 듣기 위해서다그런데 여기 헤드셋 대신 이어 플러그를 건네주는 미술관이 있다입장과 동시에 관람객은 '소리를 제거한 상태에서 작품을 경험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전시장 입구에서 이어 플러그를 건네받는 관람객의 모습 – 출처통신원 촬영 >

 

이어 플러그를 착용하고 전시실에 들어가면 어둠과 고요 속에서 일련의 영상 작업을 마주하게 된다관람자들은 대부분 영상의 재생 속도에 주목할 것이다영상의 재생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이다슬로 모션을 사용한 첫 번째 영상 작업에서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남성과 여성이 고요 속에서 천천히 절규한다이들은 한 화면에 존재하지만 마치 이면화처럼 고립된 화폭 속에 놓여있는 듯 보인다서로의 절규를 공유하거나 소통할 수 없는 고립된 이들의 절규이지만 이들의 절규는 닮아 있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지평선이 아늑하게 펼쳐진 사막 속 화면의 양 끝에서 여성들이 관객을 향해 걸어온다느리게 재생되는  영상에서 마침내  여성들이 화면 중앙에서 만나고는 다시 등을 돌려 각자 자신의 길을 향해 걷는다전시장 초입에서 받은 이어 플러그는 이번 전시의 본질을 암시하는 것이었다고요 속에서 발견하는 느림의 미학이 전시를 관통하는 키워드다이 전시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네오 컨템퍼러리 아트 스페이스(NEO) 2년의 공백을 깨고 지난 11 22일 선보인 비디오 아트의 거장 고() 빌 비올라(Bill Viola, 1951~2024)를 기리는 고요전이.


 

전시장 입구 – 출처통신원 촬영 >

 

뉴욕 퀸즈 출신인 빌 비올라(1951~2024)는 비디오 아트의 개척자로 현대 예술에 영상 매체를 도입하며 예술의 지평을 넓힌 인물이다특히 그는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의 영향을 공공연히 인정하며 백남준을 자신의 스승으로 언급한 바 있다. 1960년대 등장한 비디오 기술을 활용한 그의 작업은 단순한 실험에 머물지 않고 인간 존재의 본질심리적 갈등그리고 초월적 경험을 탐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그의 작업은 영상 매체를 통해 시간을 재구성하고움직임과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하며관객들에게 정서적 울림을 선사하고자 했다.

 

1980년대에 이르러 비디오 기술이 성숙기에 접어들자 그는 기술적 발전을 예술적 언어로 전환해 비디오 아트를 독립된 예술 장르로 정립하는 데 기여했다그의 작품은 종교적 상징철학적 사유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빌 비올라는 현대미술 전시장에서 비디오 아트를 중요한 위치로 격상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그의 대표작들은 명상적이고 서사적인 방식으로 구성돼 있으며 인간의 삶과 죽음고통과 치유그리고 영적 탐구를 다룬다그는 전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며 국제적 명성을 쌓았고그의 작품은 미디어 아트의 가능성을 새롭게 정의한 사례로 남아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네오 컨템퍼러리 아트 스페이스는 그동안 빌 비올라의 작업을 만나보지 못했던 헝가리 시민들에게 명상적이고 평화로운 빌 비올라의 작품 세계를 선보이고자 한다.

 


전시 설치 장면, (좌)'SilentMountain', (우)The Encounter' 출처통신원 촬영 >

 

이번 전시에 선보인 빌 비올라의 세 작품-(2001), (2012), (2012)-은 인간 존재와 내면의 심리적 여정을 탐구하며고요와 느림을 통해 현대 사회에 중요한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한다(2001)는 고통 속에서 분출되는 인간의 감정을 포착하며고요와 슬로 모션을 통해 관객에게 절제된 감정의 깊이를 체험하게 한다이는 고통이 단순히 외부로 드러나는 감정이 아니라 내면의 성찰을 통해 초월적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2012)는 두 여성의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 인간관계의 덧없음과 지속성을 동시에 탐구한다사막이라는 공간은 단절과 연결의 역설적 상징으로 작용하며 만남과 이별이 인생의 본질임을 관객에게 상기시킨다(2012)는 조상과의 연결시간의 흐름그리고 인간의 궁극적 여정을 다룬다광활한 사막 속 느린 걸음은 존재의 근원을 묻는 깊은 영적 탐구를 제시하며관객에게 삶과 죽음의 순환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짐작해 보게 한다이 세 작품은 각각 고요와 느림이라는 예술적 언어를 통해 현대 사회가 잃어버린 내면의 평화와 성찰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빌 비올라는 인간 존재의 근본적 질문을 던짐으로써 관객들이 자신과 타인그리고 우주와의 관계를 재조명한다.

 

느림의 미학과 고요의 메시지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소위 '빨리 감기 세대'로 불리는 오늘날 빌 비올라의 영상은 우리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연말연시로 유럽은 크리스마스 축제 분위기에 들떠 있지만 동시에 끊이지 않는 전쟁과 가짜 뉴스자극적인 숏폼 콘텐츠의 범람으로 혼란과 소음이 가득하다이러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빌 비올라의 전시는 우리를 멈추게 하고 고요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특히 (2001)에서 슬로 모션으로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인물의 움직임은 소리가 없음에도 관객의 감각을 강렬하게 자극한다적막한 영상 속에서 등장인물의 절규는 귀가 아닌 눈으로 들리는 듯한 강렬한 시각적 사운드를 만들어낸다이어 플러그를 착용한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이 작품은 고요를 통해 더욱 큰 울림을 준다우리는 자극적이고 빠른 숏폼 영상에 중독된 나머지 고요와 느림 속에서 사고할 기회를 잃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빌 비올라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과도한 정보와 끊임없는 소음 속에서 우리는 멈출 수 있을까스스로의 생각을 되찾고 고요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마주할 수 있을까? 빌 비올라의 느림의 미학은 단순히 영상의 형식을 넘어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을 회복할 기회를 제시한다.

 

부다페스트의 네오 컨템퍼러리 아트 스페이스(NEO) 소개

헝가리 정부가 부다페스트를 유럽의 문화 수도로 만들기 위한 야심찬 계획인 리겟 부다페스트 프로젝트의 일환인 네오 컨템퍼러리 아트 스페이스(NEO Contemporary ArtSpace)는 헝가리를 대표하는 컨템퍼러리 미술 전시 공간이다리겟 부다페스트 프로젝트는 부다페스트 시민공원에 헝가리의 주요 문화예술 기관을 통합해 2030년까지 부다페스트를 유럽 문화예술 특구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헝가리 민속 박물관(Museum of Ethnography)이 올해 상설전을 오픈하며 프로젝트의 큰 퍼즐을 맞추었다거기에 2022년 이후 전시 활동이 중단됐던 네오 컨템퍼러리 아트 스페이스가 2024년 빌 비올라 개인전을 통해 다시 활기를 띠며 리겟 프로젝트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고 있다.



부다페스트의 네오 컨템퍼러리 아트 스페이스 – 출처네오 컨템퍼러리 아트 스페이스 홈페이지 >


네오 컨템퍼러리 아트 스페이스는 런던의 서펜타인 갤러리와 같은 동시대 최고의 컨템퍼러리 미술 전시 공간을 지향한다현재 이 공간은 부다페스트 미술관(Museum of Fine Arts Budapest)의 전문가 멘토링을 받으며 운영되고 있다리겟 부다페스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부다성에서 이전을 추진 중인 뉴 내셔널 갤러리(New National Gallery)와 함께 리겟 부다페스트 프로젝트에서 핵심적인 문화예술 기관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네오 컨템퍼러리 아트 스페이스 홈페이지, https://neo.millenniumhaza.hu/en/about-uhttps://neo.millenniumhaza.hu/en?utm_source=google&utm_medium=organic&utm_campaign=&utm_content=organic-search&_gl=1*xhyti*_up*MQ..*_ga*NjY3OTE1NzMzLjE3MzQ2MjI5MDE.*_ga_BFEBVHE337*MTczNDYyMjg5OS4xLjAuMTczNDYyMjg5OS4wLjAuMA..

통신원이미지

  • 성명 : 유희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헝가리/부다페스트 통신원]
  • 약력 : 『한국 영화 속 주변부 여성과 미시 권력』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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