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한류는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며 음악, 영화뿐만 아니라 경제 및 사회적 측면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문화적 영향력은 단순히 엔터테인먼트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국가 간의 경제적 협력과 사회적 교류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도네시아 정부가 2023년 8월 도입한 골든비자(Golden Visa) 제도는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려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장기 체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혁신적인 비자로 주목받고 있다.

재외동포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2만 5,153명으로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에서 재외동포 수가 16번째로 많은 국가다. 거주 자격별로는 일반 체류자(재외국민 중 영주권자, 유학생, 여행자 제외)가 2만 1,023명으로 가장 많고 장기체류비자(KITAP) 소지자 3,180명, 외국 국적 동포(인도네시아 국적자) 843명, 유학생(인도네시아 학업비자 소지자) 107명 순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경제에서 현지에 체류하는 한국인은 중요한 위치에 있다. 2023년 10월 기준 인도네시아에 취업비자를 소지한 외국인은 13만 8,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국적별로 살펴보면 중국이 약 6만 7,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1만 3,300명)과 한국(1만 3,000명)이 뒤를 이었다. 크리스나 굽타 인도네시아 정책연구센터(CIPS) 선임연구원이 "특정 기술을 가진 인도네시아 근로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더 많은 고숙련 노동자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현지 근무하는 한국인들은 인도네시아가 필요로 하는 자리를 채워주며 양국 간 경제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도록 기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가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이 인도네시아에 더 쉽게 장기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발표했다. 예를 들어 2023년 8월 30일 인도네시아 정부는 인도네시아에 좋은 영향력을 끼친 외국인이 장기 체류할 수 있는 골든비자(Golden Visa)를 처음 발표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4년 한 해 동안 1,000건 이상의 골든비자를 발급할 계획을 발표했으나 12월 기준으로 471건을 발급해 9조 루피아(약 8,000억 원)를 유치하는 데 그쳤다. 해당 정책 론칭 행사 당일 상징적으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골든비자를 전달받은 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1호 수혜자가 됐다.

< 2024년 7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으로부터 골든비자를 받은 신태용 감독 - 출처: 'Jakarta Globe' >

인도네시아는 광대한 국토와 많은 인구에 비해 현지에 체류하는 외국인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국가다. 그 외국인들 중 순수 투자자들의 숫자는 더욱 제한적이다. 티고르 시아한 인도네시아 상공회의소 통화정책 및 금융서비스부 부장은 2023년 12월 '경제전망 2024 행사'에서 "인도네시아보다 인구수가 적은 태국에 외국인이 약 400만 명이 체류하며, 일본에는 약 300만 명, 싱가포르에도 약 180만 명의 외국인이 있다. 인도네시아도 외국인 수를 200만 명까지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인도네시아 인구는 약 2억 8,000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2020년 기준 인도네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은 35만 6,000여 명으로 전체 인구 중 0.1% 수준에 불과하다.

< 인도네시아 골든비자 혜택 – 출처: 인도네시아 한인상공회의소 >

그래서 인도네시아는 골든비자에 앞서 2022년 10월 세컨드홈(Second Home) 비자를 먼저 발표한 바 있다. 세컨드홈 비자는 인도네시아에 20억 루피아(약 1억 8,000만 원) 이상의 자금이나 해당 금액 상당의 부동산을 보유한 외국인에게 최대 10년까지 체류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세컨드홈 비자 소지자는 인도네시아 계좌를 개설할 수 있고 인도네시아 운전면허증이나 인도네시아 신분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세컨드홈 비자는 애당초 은퇴비자를 대체할 목적으로 만들어져 이 비자로는 취업이나 영리활동을 할 수 없지만 골든비자는 기본적으로 대형 자본주를 위한 투자자 비자이므로 이를 통해 한국 기업 또는 개인 투자자들의 인도네시아 활동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인도네시아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장기체류 비자를 다양화하고 있다.

2024년 2월 21일 실미 카림(Silmy Karim) 당시 인도네시아 이민청장은 인도네시아 한인상공회의소(KOCHAM)에서 개최한 교류행사 및 골든비자 설명회에서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는 외국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효율적이고 신속한 정책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쁘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의 새 정부에서 이민교정부 차관으로 영전했다.

인도네시아는 매년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약 300억 달러(약 43조 원) 규모로 유치하고 있지만 비자제도가 보수적이고 장기 체류 허가 취득이 번거롭다는 점이 고질적인 주요 장애물 중 하나로 꼽혀 왔다. 철저히 자국 이익 중심의 외교정책을 채용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대 외국인 정책이나 비자 정책이 꼭 호의적이라 할 수만은 없지만 최소한 외국인들로서는 비자 선택의 폭이 늘어나면서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기업의 투자와 사업 활동에 있어서도 그 지평이 더욱 늘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인도네시아 법무인권부 이민청 홈페이지, https://evisa.imigrasi.go.id/

- 경상북도 자카르타사무소 홈페이지, https://www.goindonesia.net/gb/page/?pid=visa

- 웰콘(WelCon) 주요국가 시장 정보, https://welcon.kocca.kr/ko/info/market/indonesia#country-indonesia

- 주네덜란드 인도네시아대사관 홈페이지, https://indonesia.nl/en/visa/golden-visa

- 《ASEAN BRIEFING》 (2024. 8. 1). Indonesia Launches Golden Visa to Drive Investment, https://www.aseanbriefing.com/news/indonesia-launches-golden-visa-to-drive-investment/

- 《Jakarta Globe》 (2024. 7. 25). Coach Shin Tae-Yong and Sam Altman Among Foreign Nationals Awarded Indonesia's Golden Visa, https://jakartaglobe.id/news/coach-shin-taeyong-and-sam-altman-among-foreign-nationals-awarded-indonesias-golden-visa

- 《Antara》 (2024. 12. 17). 471 golden visas issued, generate Rp9 trln investment, https://en.antaranews.com/news/338426/471-golden-visas-issued-generate-rp9-trln-invest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