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전체 검색영역
  • Twitter
  • Facebook
  • YouTube
  • blog

전세계 40여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KOFICE 통신원들이 전하는 최신 소식입니다.

각 국에서 사랑받고 있는 한류소식부터 그 나라의 문화 소식까지 매일 매일 새롭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문화정책/이슈] 따뜻한 한식의 이미지를 전한 '아일라 한식 프로젝트'

  • [등록일] 2024-12-21
  • [조회]250
 

여느 한식 행사 때와는 사뭇 달라 보이는 다소 진중한 분위기 속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한식 행사가 진행됐다. 행사명은 '아일라 한식 프로젝트'다. <아일라(Ayla)>는 지난 2017년 10월 튀르키예에서 개봉한 영화로 528만 7,00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5위에 오른 대흥행작이다. 더 나아가 <아일라>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아시안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국제영화제에서도 편집상을 수상하면서 국제적으로도 작품성을 인정받은 대작으로 꼽힌다.

 

그러나 통신원이 현지에서 분석하는 영화 <아일라>의 영향력은 관객수나 국제적 수상에 따른 작품에 대한 인지도 그 이상이다. <아일라>가 개봉된 2017년은 튀르키예 국내외적으로 한창 어려움이 시작된 시기였다. 미국과 EU와의 외교적 갈등으로 리라의 가치가 본격적으로 폭락하기 시작했고, 2016년 실패한 군부 쿠데타로 정치∙경제∙사회∙문화∙의료∙과학 등의 분야에서 쿠데타 배후로 지목된 사회 주요 인재들이 하루아침에 내려오거나 해외로 망명을 떠나는 일이 있던 시기였다. 굵직한 국립대학병원들이 문을 닫고 의사들과 학교 교사들까지 쿠데타 가담자로 의혹을 받아 하루 만에 직장에서 내쫓김을 당했다.

 

여기에 날마다 치솟는 물가에 직장까지 잃고 한순간에 실업자가 된 이들이 급증했다. 당시는 튀르키예 국민들은 물론 현지에서 거주하고 있는 필자와 같은 해외 외국인들에게도 매우 힘든 시기였다. 대중들은 이 같은 어려운 시기를 지나면서 아픈 현실을 위로받기 위해 극장가를 찾았다. 튀르키예 국영 언론사 《Anadolu Ajans(아나돌루 아잔스)》의 보도에 따르면 2017년 개봉 영화는 국내 151편, 해외 242편으로 총 393편이며 영화관을 찾은 총 관객수는 무려 7,100만 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22%가 증가한 수치이고, 2005년 이후 최다 관객수를 기록한 해로 꼽힌다.

 

2017년 튀르키예 영화가에서는 단연 코미디 장르가 대세였다. 7,100만 명 관람객들 중 39%의 관객들이 코미디 장르를 관람했다. 관람객들은 답답하고 어려운 시기 속에서 코미디 장르의 영화들을 보면서 대신 위안을 삼았을 것이다. 《Anadolu Ajans》가 영화 <아일라>를 주목한 부분도 바로 그것이다. 39%의 관람객들이 코미디 장르 영화를 시청하면서 극장가를 가득 메웠는데 드라마 장르인 <아일라>가 개봉하자마자 주말 관객수 110만 명을 돌파하며 1위에 오르더니, 총 관객수 528만 명을 동원하며 역대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는 개봉 영화들 가운데 역대 두 번째로 흥행한 영화가 된 대기록이라 더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 영화 '아일라(Ayla)'의 한 장면 - 출처: 넷플릭스 >

 

대중들은 아픔의 시기에 영화 <아일라>를 관람하면서 무엇에 그토록 감동을 받았던 걸까? 더 놀라운 것은 7년 전 개봉했던 한 해외 영화 <아일라>의 감동을 튀르키예 국민들은 다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일라>는 잔 울카이(Can Ulkay)가 연출하고 이잇트 규랄프(Yıgıt Guralp)가 각본을 썼다. 연기파 배우 이스마일 하즈오울루(Ismail Hacioglu)가 주연을 맡았고, 아일라 역은 한국 아역 배우 김설이 맡았다. 영화는 1950년 11월 중공군의 개입으로 UN군 피해가 매우 컸던 평안남도 군우리 전투 현장에서 어느 날 튀르키예군 슐레이만 하사가 어린 여자아이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어린아이는 전투가 맹렬했던 그곳에서 부모와 집도 잃은 채 말조차 할 줄 몰랐다. 슐레이만 하사는 동그란 얼굴의 여자아이에게 '아일라(튀르키예어로 달빛)'라는 이름을 지어주면서 1년 반 동안을 아버지처럼 돌봐 주었다. 그렇게 1952년 봄이 되자 슐레이만 하사는 귀국 명령을 받는다. 전쟁고아가 된 아일라를 친 아버지처럼 돌봐준 슐레이만은 상자를 만들어 그 속에 아일라를 넣고 몰래 돌아오려고 했으나 적발돼 생이별을 해야만 했다. 그 후 아일라는 '김은자'라는 이름으로 그리움의 세월을 살았다. 마치 동화와 같은 이 실제 사연은 튀르키예에서 영화로 만들어져 큰 감동을 안겨 줬고 지금도 여전히 튀르키예인들에게 따뜻한 영화로 기억되고 있다.

 

이번 행사를 개최한 이삭 씨는 "한국전쟁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아일라>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면서 행사를 준비하게 된 취지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6.25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22개국(전투지원 16개국과 의료지원 6개국)에서 참전을 했는데요. 전투지원국으로 참전한 튀르키예군은 전쟁으로 724명의 전사자가 발생해 22개 참전국들 중 파병 규모 대비 가장 많은 군인들이 목숨을 잃어가면서 전쟁으로부터 지켜준 국가가 됐죠. 여기에 튀르키예군은 참전국들 중에서 유일하게 부대 내 고아원을 설립해 전쟁고아를 돌봐주었습니다."

 

"6.25 한국전쟁에서 희생한 튀르키예 군인들의 사랑을 저의 본업인 한식으로 보답해 드리고 싶었어요. 사실 이번 '아일라 한식 프로젝트'는 튀르키예 아내와 함께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2023년 튀르키예 남동부 대지진 당시 가장 피해가 컸던 카흐라만마라쉬 지역에서 살고 있던 처형의 시댁 식구 7명이 한 건물에서 모두 목숨을 잃는 큰 아픔의 일이 있었어요. 이 때문에 집안 가족들이 심리치료도 받아야 했고 저희도 너무 힘들었죠.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지진 이재민들과 함께 탈레반의 폭정에 대한 공포로 자국을 떠나 튀르키예로 온 아프간 난민들을 초대해 따뜻한 한식을 대접해 드리고자 행사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 '아일라 한식 프로젝트'를 준비한 이삭 씨와 튀르키예인 아내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삭 씨는 본 행사에 대한 긴 취지의 메시지를 통신원에게 하나의 흐트러짐도 없이 분명하게 설명해 주었다. 설명을 듣고 나니 마음이 숙연해졌다. 이삭 씨는 가능한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한식으로 배를 채울 수 있도록 100인분의 식사를 준비했다. 그의 아내와 한인 청년 한 사람과 함께 힘을 모아 본격적인 요리를 시작했다. 메뉴는 볶음밥, 로제 떡볶이, 양념치킨, 샐러드, 호떡, 수제 레몬에이드였다. 이와 함께 행사장에 온 사람들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털장갑 선물까지 준비했다.

 


< 아프칸 전쟁 난민들과 튀르키예 지진 이재민들을 위해 100인분의 한식을 준비한 이삭 씨 부부와 한인 청년 임지웅 씨 - 출처: 통신원 촬영 >

 

시간이 되자 '아일라 한식 프로젝트'가 열리는 행사장에 초대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행사장 내부에는 아일라 영화 포스터가 전시됐고 그 옆에는 튀르키예 어린아이를 안고 있는 이삭 씨 자신을 합성해 새로운 포스터를 만들어 전시했다. 그리고 테이블 중앙에는 태극기를 걸어 두었다. 행사를 주관한 이삭 씨는 영화 <아일라>의 이미지를 선보이기 위해 직접 공수한 튀르키예 군복을 입고 행사를 준비했다. 

 


< '아일라 한식 프로젝트' 행사장 전경 - 출처: 통신원 촬영 >


행사장에는 어색하고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참석한 아프간 전쟁 난민들이 주를 이루었고 튀르키예 남동부 지진 피해 이재민들도 참석해 한식으로 공복을 채웠다. 본 행사와 관련된 이삭 씨 계정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은 3만 3,000개 이상의 '좋아요'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받았다.

 


< '아일라 한식 프로젝트'에 대한 이삭 씨 소셜미디어 반응 - 출처: 인스타그램 계정(@leesaktr) >

 

'아일라 한식 프로젝트' 행사를 취재하면서 한식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생각해 봤다. 다양한 한식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고, 한식의 맛에 감동한 한류 팬들의 숫자가 늘어가고 있는 모습은 분명히 고무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행사와 같이 한식을 경험한 이들이 앞으로도 한식을 떠올릴 때 한국인의 따뜻한 정, 감사한 마음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한식에 대한 이미지 개발도 필요하지 않을까초대를 받아 이번 행사에 참석한 지진 피해 이재민이나 전쟁 난민에게 중요한 것은 '한식은 맛있다'를 넘어 '어려운 상황에 있는 당신을 기억하며 함께 한다'는 감정이다. 통신원은 '아일라 한식 프로젝트'가 이 같은 따뜻한 이미지를 충분히 전해 주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앞으로도 '한식'하면 떠오르는 일련의 이미지를 알릴 수 있는 행사가 더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인스타그램 계정(@leesaktr), https://www.instagram.com/leesaktr/

- 튀르키예 문화관광부, https://basin.ktb.gov.tr/TR-197388/sinemada-tum-zamanlarin-rekoru-kirildi.html#:~:text=%22Ayla%22y%C4%B1%20Sinemada%205%20Milyondan,de%20tercihini%20komediden%20yana%20kulland%C4%B1.

통신원이미지

  • 성명 : 임병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튀르키예/이스탄불 통신원]
  • 약력 : YTN world 해외 리포터, 민주평통 남유럽협의회 튀르키예 지회 자문위원 ​
  •  
  • 등록된 글이 없습니다.
  •  
  • 덧글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