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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식민지 시대의 정취가 남은 파타힐라 광장(Fatahillah Square)에는 인도네시아 전통 그림자극용 인형인 와양부터 영국, 인도, 프랑스 등 다양한 국가의 전통 인형들이 전시된 와양 박물관(Museum Wayang)이 있다. 이곳에는 인도네시아 교민 이혜경 작가의 닥종이 공예작품 '우리는 단짝 친구(We Are Best Friends)'도 전시돼 있다.
와양 박물관은 자카르타의 대표적인 박물관 중 하나로 1975년에 공식 개관했다. 그러나 박물관 건물 자체의 역사는 수 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본래 이곳에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17세기에 세운 '드 오우데 홀란췌 케르크(De Oude Hollandsche Kerk)'가 있었다. '오래된 네덜란드 교회'라는 뜻인 해당 교회는 30여 년 후 지반 침하로 철거됐다가 1736년 더 니우웨 홀란스허(De Nieuwe Hollandsche) 교회(Kerk)로 재탄생했다. 이후 1912년 무역 회사인 헤오 벤흐리 & 코퍼레이션(Geo Wehry & Co)이 이곳에 네오 르네상스 양식 건물을 새로 짓고 사무실로 사용했다.
20세기에 들어서 이 건물은 1939년 바타비아 고풍 박물관(Old Batavia Museum), 1957년 같은 의미의 인도네시아어인 '무세움 자카르타 라마(Museum Djakarta Lama)'로 이름을 몇 차례 바꾸었다가 1975년 8월 13일 '와양 박물관'이라는 현재의 이름으로 재개관했다.
유서 깊은 이곳에 전시된 한국 닥종이 인형 '우리는 단짝 친구(We Are Best Friends)'는 2013년 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다양한 전시회를 통해 한국 닥종이 공예를 소개한 교민 이혜경 작가의 작품으로, 재인도네시아 한인회 명의로 2016년 와양 박물관에 기증된 것이다.
< '우리는 단짝 친구(We Are Best Friends)' 이혜경, 닥종이에 철사, 39X50cm – 출처: 통신원 촬영 >
'와양(Wayang)'은 그림자 인형극용 인형 혹은 인형극 자체를 뜻하는 말로 와양 박물관에서는 가죽 소재의 와양 꿀릿(Wayang Kulit), 목재 소재의 와양 골렉(Wayang Golek), 와양 끌리띡(Wayang Klitik) 등 다양한 소재와 형태의 인형 전시물을 만날 수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와양은 나무 막대기로 움직이는 입체형 인형을 뜻하는 와양 골렉이다. 와양 꿀릿은 동물 가죽으로 만들어져 그림자극에 사용되는 한편 와양 골렉은 인형극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와양 골렉의 기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자바섬에 이슬람을 전파한 수난 꾸두스(Sunan Kudus)가 16세기 말에 고안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17세기 서자바 또는 북자바에서 기원했다는 것이 정설로 여겨진다.
와양 꿀릿은 '와양(Wayang)'과 가죽을 뜻하는 '꿀릿(Kuilt)'의 합성어로 2차원인 평면에 표현돼 있지만 그림자극 스크린에서는 팔을 움직이며 뛰고 싸우고 날아다닌다. 10세기 초 남인도의 인형극 '톨루 봄말라타(Tholu bommalata)'에서 유래한 것으로 정교한 그림자와 인형을 다루는 연기자이자 변사인 달랑(Dhalang)의 열연, 자바 전통 가믈란 악단 등이 어우러진 독특한 분위기의 공연이 전통적으로 인도네시아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와양 꿀릿은 그 예술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으며 2003년 11월 7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와양 박물관 방문객들은 와양 꿀릿을 포함한 여러 인형을 통해 인도네시아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 (좌)전시된 와양 쿨릿, (우)박물관 입구에 전시된 와양 골렉 - 출처: 통신원 촬영 >
와양 박물관에는 일본 인형도 전시돼 있는데 최근 이와 별도로 일본국제교류기금(Japan Foundation)이 인도네시아 국립 갤러리(National Gallery of Indonesia), 인도네시아 교육문화연구기술부와 함께 인도네시아-일본 수교 65주년을 기념해 '닌교: 일본 인형의 예술과 아름다움(NINGYO: Art and Beauty of Japanese dolls exhibition)'라는 전시회를 열며 보다 본격적인 인형을 통한 문화교류를 시도한 바 있다.
< 인도네시아-일본 65주년을 맞아 열린 일본 닌교 인형 전시회 – 출처: 통신원 촬영 >
인도네시아에 한류가 불면서 현지인들이 한국 기념품 가게나 공항 면세점에서 유리 곽 안에 든 전통 복장의 신랑 신부 인형을 사오기도 하고, 한국문화원이나 특정 한식당에서는 닥종이 공예품들이 전시된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에 많이 알려진 다양한 분야의 한국문화 가운데 한국 인형 역시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된 것이다.
와양 박물관에서 인도네시아 와양 꿀릿 인형들과 어우러진 한국의 닥종이 인형처럼, 앞으로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문화교류에 있어 인형과 인형극 또는 인형공예가 그 일부 역할을 담당해 양국 간 이해를 높이고 한국을 더욱 알리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넷플릭스를 통해 <오징어 게임>이 공개된 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의 마스코트 '영희' 인형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한국의 아이콘이 돼 인도네시아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각광받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호주 영상 센터(Australian Centre for the Moving Image) 홈페이지, https://www.acmi.net.au/
- 브리태니커(Britannica) 홈페이지, https://www.britannica.com/
- 익스플로러 순다(Explore Sunda) 홈페이지, https://www.exploresunda.com/
- 《Medium》(2019. 11. 20). Exploring Batavia — Jakarta’s Colonial Heritage, https://medium.com/@andrejsbyr/exploring-batavia-jakartas-colonial-heritage-2bb79b196bb1
- 《Now! Jakarta》(2023. 2. 15). Jakarta’s Ondel-Ondel, Explained, https://www.nowjakarta.co.id/did-you-know-the-story-behind-jakarta-s-ondel-ondel/
- 《데일리 인도네시아》(2013. 7. 27). 같은 공간 다른 시간의 소통, http://www.dailyindonesia.co.kr/news/print.php?no=68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