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색다르게 설날을 즐기는 문화가 있다. 한국에서는 12월 말부터 여러 방송사에서 '연예대상'이나 '가요대상' 등 한 해 동안 사람들에게 특별한 기억을 남긴 연예인들에게 상을 주는 방송이 방영된다. 일본에서는 12월 31일 밤 <홍백가합전(紅白歌合戦; 코우하쿠우타갓센)>이라는 일본의 최고 연말 가요제가 방영된다. 홍팀과 백팀으로 나눠 가수들이 큰 인기를 얻은 노래들을 부르며 노래 실력과 인기를 겨루는 NHK의 방송 프로그램이다. 승패 결과와 상관없이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으로 모든 가수가 하나돼 가요제를 즐기는 문화가 인상적이다.

한류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에는 케이팝 아이돌 그룹도 <홍백가합전>에 출연해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추세다. 제75회를 맞이한 2024년도 <홍백가합전>에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아일릿, 트와이스, 르세라핌 등 케이팝 보이그룹, 걸그룹이 출연해 큰 환호를 받았다. 일본의 연말 가요제에 인기 있는 케이팝 아티스트가 등장하는 것에서 한류가 일본 사회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 2024년도 '홍백가합전'에 출연한 4개 케이팝 그룹 - 출처: NHK >

또한 신사가 많은 일본에서는 설날이 되면 신사에 가 새해의 소원을 비는 문화가 있다. 일본어로 '하츠모우데(はつもうで)'라고 표현하는데 '처음으로 인사를 드리다'라는 의미다. 동네에 있는 신사에 찾아가서 소원을 비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전국적으로 유명한 신사에 소원을 빌러 가는 사람들의 행렬도 끊이지 않는다. 신사에 가서 한 해의 소원을 나무판자(えま, 에마) 위에 적어보거나 운세를 점쳐보는 제비뽑기(おみくじ, 오미쿠지)를 하는 등 신년을 맞아 신사 문화를 즐기는 일본인이 많다. 

< 설날 당일 신사를 찾은 끊이지 않는 사람들의 행렬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 해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게 연하장(年賀状, ねんがじょう)을 보내며 근황을 전하고 새해에도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를 주고받는 문화도 있다. 새로운 지역에 이사를 가거나 대학에 합격했다는 등 다양한 소식이 연하장을 통해 오고 간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연하장을 주고받는 문화가 있어 12월 초부터 우체국에서는 다양한 연하장을 판매하고 연하장 관련 업무는 매우 분주해진다. 전형적인 연하장의 인사말로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明けまして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 아케마시테오메데토우고자이마스)"가 있다. 지역별 랜드마크가 새겨진 엽서도 판매되는데 시마네현에서는 좋은 인연이 찾아오기를 빌며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이즈모 신사가 새겨진 엽서가 판매되고 있다.

< (좌)일본 우체국 은행에서 판매되는 연하장, (우)시마네 연하장 - 출처: (좌)통신원 촬영, (우)'anahitastyle' >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기 위해 한 해를 추억하는 방송을 시청하고, 신사에 소원을 빌며 새해를 맞이하는 일본인들. 한국과는 비슷하고도 다른 문화지만 새해를 잘 보내고 싶다는 마음만은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NHK》 (2024. 11. 19). 紅白歌合戦 出場歌手一覧 初出場は Creepy NutsやME:Iなど10組, https://www3.nhk.or.jp/news/html/20241119/k10014642681000.html

- 《anahitastyle》 (2020. 3. 1). 【めのうさとえすこな散歩】神在月 出雲大社 ｜「縁結び」の地、出雲に八百万の神々が集まる！ 第9回 ｜ これを知っておけば、参拝が10倍楽しくなる！16のポイント, https://anahita-style.com/reading/menousanpo/830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