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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분석] 초유의 바둑경기

  • [등록일] 2025-01-31
  • [조회]1436
 

2025년 1월 23일 바둑 메이저 대회로 꼽히는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전에서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 중국 내 여론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중국의 커제 9단과 한국의 변상일 9단이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에서 만났는데, 최종 3국에서 새롭게 바뀐 규칙으로 인해 커제 9단이 경고와 벌점 등에 불복하며 기권패했다. 커제 9단은 1월 20일 1국에서 변상일 9단에게 2집반으로 첫승 거두었지만 이틀 뒤인 22일 18수에 1차 반칙, 80수에 2차 반칙으로 패했다. 이때도 커제는 이 규칙에 대한 항의로 1차 경고에 34분간, 2차 경고 때는 57분간의 항의로 대국이 중단됐고 이후 패를 인정하고 결승 3국으로 간 상태였다.


   

< 변상일 9단을 좋지 않은 이미지로 변형한 밈이 온라인상에 돌고 있어 2차 피해도 우려된다 - 출처: '小红书' >

 

새롭게 바뀐 규칙은 '사석 관리'에 관한 규정으로 상대로부터 딴 돌을 아무 곳에 두면 안되고 돌함 뚜껑에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규칙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바둑 규칙은 국가와 지역별로 차이를 보여 바둑을 즐겨두는 대표적인 한, 중, 일 세 국가를 두고 보더라도 규칙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된 선례를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번에 바뀐 사석 관리에 대한 규정도 커제 9단은 일반 중국인들의 바둑 관습대로 돌을 뚜껑에 두지 않고 그냥 테이블에 방치해 생긴 일이다. 


지난해 11월 한국기원은 새로 바뀐 '사석 관리'에 관한 규정을 중국 바둑팀에도 전달한 상태이기에 바뀐 규정에 대한 내용은 사실 커제 9단도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규정이 대회 2개월 전에 바뀌어 기간이 워낙 짧았고 오랫동안 이 규정을 따르지 않는 중국기사의 입장에서는 쉽게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이유로 중국기원 관계자 혹은 중국인들은 이 규칙 자체가 부당하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입장을 정리하자면 규칙의 중요성은 인정하나 이번 규칙은 너무 형식적인 부분에 치중한 나머지 바둑 본연의 경기에는 정작 안 좋은 영향을 미치며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중국의 입장에 동의하는 한국기원 관계자의 의견도 찾아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커제 9단의 실격과 기권패로 현재 이 사건은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큰 논쟁으로 이어졌다. 

 


< 이번 상황에 대해 커제 9단을 응원하는 목소리뿐만 아니라 주최 측인 한국의 규칙을 지켰어야 한다는 비난의 의견도 많다 - 출처: 'LEO张大志' >

 

커제는 세계적으로도 최고의 메이저 대회로 꼽히는 이번 LG배 기왕전 우승으로 역대 9승을 바라보고 있는 중요한 시기였으므로 이번 사태가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의 여러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 많은 언론이 이번 바뀐 규칙이 대회 전에 중국기원과 선수들에게 전달됐음을 고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언론은 이 규칙 자체가 중국기사들에게 불리하게 적용하며 바둑 경기에 전혀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 하나의 지적은 경기 규칙이 정해졌다면 그것을 정확히 이행해야 하는데 미흡한 경기 운영으로 당시 심판진은 상황에 대해 바로 판단하지 못하고 미숙하게 진행해 결과적으로 선수들이 큰 피해를 봤다는 점이다.



< 이번 사태를 92년 전 일본기사와 있었던 비슷한 사례와 비교하고 있는 언론. 당시 중국기사는 끝까지 경기를 진행해 결국 패했다.  출처 : LEO张大志>


3국 경기에서 커제 9단이 돌 관리를 하지 못한 것을 심판진이 보지 못하고 상대 선수인 한국 선수가 지적하게 되면서 중국 온라인상에서는 한국 선수를 비난하는 의견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 누리꾼 중에서도 커제를 비난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선 경기 규칙이 어찌 됐든 미리 공지가 됐다면 이유를 막론하고 그 규칙을 존중하고 따르는 것이 바른 자세라는 지적이다. 만약 해당 규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참가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까지도 찾아볼 수 있다.


어찌 됐든 현재 한국기원은 위 사건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문을 발표했다. 구정설 연휴로 인해 2월 3일 이 사건에 대한 회의가 열릴 것이라고 보도됐는데 그 결과에 대해서도 걱정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재경기를 치른다면 한국 측이 정한 규칙을 스스로 잘못됐다 인정하고 중국 측의 입맛에 맞추는 모양새가 되고, 승패가 유지된다면 앞으로 한중 바둑 교류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 측은 한국기사와 관련된 여러 대회 규정과 제한을 시작할 조짐을 보였다. 각국이 서로의 바둑 문화를 심도 있게 이해하고 좋은 방향으로 협의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을 갖지 못한 점, 대회에서 좀 더 철저한 운영 규칙을 적용하지 못한 점 등 이번 대회는 확실히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확실히 이번 사태는 한중 바둑 교류에 있어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러나 언젠간 상호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았기에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하고 서로 원만한 합의 결과를 도출해 낸다면 앞으로의 교류는 더 긍정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小红书》(2025. 1. 23).  韩国女棋手把男棋手下崩溃当场痛哭还自抽耳光, http://xhslink.com/a/Hu6iLWcAAHU4

- 《LEO张大志》(2025. 1. 23). 面对不公,柯洁选择退赛,92年前吴清源选择坚持,为什么?, https://ms.mbd.baidu.com/r/1xf44A1iXkY?f=cp&rs=1287490047&ruk=VFzNAc6nU2-TWi0lNFSEZg&u=472826e2ca1c977f&sid_for_share=129973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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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 : 한준욱[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충칭)/충칭 통신원]
  • 약력 : 일사광선(一丝光线) 스튜디오, 아트노벰 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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