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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얻은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아르헨티나는 1년 만에 치솟는 인플레이션, 달러 대비 페소화가치 급락 등 고질적 경제 문제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월스트리트 등 세계 증권가와 세계은행에서도 아르헨티나 경제의 안정화를 축하하면서도 내수경제 침체 등의 문제를 향후 개선과제로 지적하는 등 밀레이 정부가 승리를 자축하기에는 이르다며 일축하기도 했다.
밀레이 정부의 여러 정치적 결단과 결정 중에서는 문화 및 교육 분야에 대한 것들도 포함됐다. 작은 국가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던 밀레이는 집권과 동시에 여성, 젠더 다양성부, 교육부, 보건부, 노동부, 사회개발부를 축소 또는 폐지하면서 문화부 또한 문화청으로 격하하고 인적자원부 소속기관으로 만드는 등 문화예술 및 교육 분야에 대한 국가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이는 국내외 문화예술계의 우려를 산 바 있으며 지난해 교육 예산 삭감에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대중집회가 열리는 등 국민적 반발이 일기도 했다.
밀레이 대통령의 집권 후 행보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기반으로 한 정치 개혁에 있다. 그는 아르헨티나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좌파가 미친 도덕적 문제'로 꼽으며 "교육, 문화, 미디어를 통해 사회주의 이념을 퍼뜨렸다."고 지적한다. 그는 지난 20년간 정권을 잡고 있었던 부부 대통령 키르치네르 정부가 추진했던 사회 정의, 권리 확대, 포용 정책을 비판해왔다. 그의 입장은 지난 1월 '2025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워크(Woke) 이데올로기가 페미니즘, 다양성, 포용성, 형평성, 이민, 낙태, 생태주의, 젠더 문제를 담론으로 끌어들여 국가의 간섭과 공공지출 증대를 정당화해왔다. 워크는 반드시 제거해야 할 암 덩어리며 이에 대해 '문화적 전쟁'을 선포한다."고 한 발언에서도 잘 드러난다.
<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취임 100일 동안 추진한 '문화적 전쟁'의 5가지 노선 - 출처: 'BBC' >
그렇다면 그가 이야기하는 '문화적 전쟁(Batalla Cultura)'은 무엇일까? 《BBC》에서는 지난 3월 18일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취임 100일: 이념적 전쟁과 정책 변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의 '문화적 전쟁'을 1. 공교육 개선 및 예산 삭감, 2. 진보적 정책 철폐, 3. 반폐미니즘 정책, 4. 공영방송 폐지, 5. 문화부문 예산 삭감까지 총 5가지 노선으로 정리했다. 여성부 폐지, 공립대학 및 공공 연구기관 예산 감축, INCAA(국립영화영상위원회) 예산 대폭 감축, INADI(국립차별혐오방지연구소) 폐쇄, 경찰력을 동원해 1945년 설립된 남미 최대의 국영 뉴스 통신사 텔람(Télam) 폐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 '여성의 방(Salón de las Mujeres)'이라는 대통령실 내 공간을 '영웅의 방(Salón de los Próceres)'으로 바꾸고 모두 남성 정치 지도자들로 구성하는 등의 도발로 논란을 일으킨 것도 포함된다.
이런 정부의 결정에 대해 "예술가들이 정치적 조작의 도구가 되고 있다."며 예산 삭감 및 지원을 줄이는 이유를 설명했지만 시민단체, 학계, 예술계에서는 이를 '문화예술계 말살'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대선 패배, 전 대통령 부패사건 및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의 가정폭력 사건 등으로 사실상 야당이 약화돼 밀레이를 견제할 세력이 없는 상황이다. 이념적, 문화적 대립이 극심해지는 양상 속에서 밀레이의 정책이 앞으로 어떤 사회적 영향을 남길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국제적으로도 이 달 취임한 미국 대통령 트럼프(Trump), 이탈리아 총리 멜로니(Meloni), 엘살바도르 대통령 부켈레(Bukele) 등도 이와 유사한 노선을 취하고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BBC》 (2024. 3. 8). 5 frentes de la "batalla cultural" que impulsó Milei en sus primeros 100 días como presidente de Argentina, https://www.bbc.com/mundo/articles/ce487p4zjq5o
- 《EL PAÍS》 (2024. 4. 27). La cultura argentina se pone en guardia ante las amenazas de Milei, https://elpais.com/argentina/2024-04-27/la-cultura-argentina-se-pone-en-guardia-ante-las-amenazas-de-milei.html
- 《La Nación》 (2024. 11. 6). La Secretaría de Cultura pasa a depender directamente de Presidencia de la Nación, https://www.lanacion.com.ar/cultura/la-secretaria-de-cultura-pasa-a-depender-directamente-de-presidencia-de-la-nacion-nid0611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