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 거주하다 보면 생소하거나 처음 경험해보는 일들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인도네시아가 한국과 같은 아시아이면서도 인구의 대다수가 이슬람 신자인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종교와 정치가 분리된 인도네시아이지만 전체 인구의 88%에 달하는 2억이 넘는 무슬림 신자가 있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슬림이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우리가 볼 때는 색다른 풍습이 많이 있는 것이다. 음력 계산이나, 구정, 추석 등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는 매년 양력 기준으로 15일 정도씩 앞당겨져서 이슬람력으로 계산되는 라마단이나 그에 따르는 금식 기간 등을 가까이서는 처음 접하게 될 때는 무척 재미있는 경우도 많다.

날짜가 매년 달라지기 때문에 올해는 7월 8일부터 시작된 라마단은 원래 이슬람력으로 아홉 번째 달을 일컫는 말이고, 아랍어로는 무더운 달이라는 의미가 있다. 이슬람교에서 무슬림이라면 지켜야 할 5가지 의무 중 금식을 행해야 하는 달로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금식해야 하는 달이다. 해가 떠 있는 동안에 금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위도와 경도가 다른 각 나라 별로 시간이 조금씩 달라져서 각 나라마다 이슬람 종교를 관장하는 단체에서 공지하는 시간이 달라지는 것이 보통이다. 금식을 하는 이유는 가난한 이들의 굶주림을 체험하는 동시에 신에 대한 믿음을 시험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30일에 이르는 금식 기간이 끝나고 찾아오는 금식 해제로써의 이둘 피트리 기간에는 친지와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 파티를 벌이며 한껏 명절 분위기를 낸다. 금식이 끝나고 첫 식사를 하는 때가 되면 이슬람 사원에는 장막이 세워지면서 나라 전체가 흥겨운 분위기에 둘러싸이며,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이슬람권 국가 전체에서는 최고의 축제가 펼쳐지기도 한다.
 

원래는 낮에 금식을 하고 해가 진 이후에 금식을 해제하면서 이웃과 함께 식사를 나누며 이슬람의 계율을 지키는 시기이지만, 일부는 자기 전에 폭식을 하거나 금식 시간 직전에 잠시 일어나 음식을 많이 먹어두는 경우도 있어서 건강을 해치는 일이 최근 많이 보이는 것도 재미있는 풍경이다. 다른 시기와는 달리 저녁에 식사를 하면서 가까운 이웃들이나 친지들과 모여 부까 뿌아사(금식 해제의 의미)를 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금식 기간 동안 현지인들의 경우 들떠 있는 경우도 많아 쇼핑도 늘어나고, 음식 소비도 더 늘어나기 때문에 서구의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소비 특수 기간이기도 하고, 그 결과 인도네시아의 많은 기업들도 자연히 이 기간에 많은 주목을 해서 실제로 르바란 세일을 많이 하기도 한다.

낮 동안에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다 보니 해가 진 이후에 처음 먹는 음식들은 주로 소화하기 쉬운 당분이 포함된 푸딩류가 가장 많고, 시럽류, 야자 대추 등으로 비어있는 위를 달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아무래도 가족단위로 식당을 찾아 파티 분위기를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식당, 호텔 등에서는 여러 가지 패키지를 만들어 특수를 즐기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의 본촌 치킨도 라마단 패키지를 만들어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슬람권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농심의 신라면도 이슬람의 율법이 정하는 할랄 방식으로 신라면을 만들어 해외로 판매하고 있는데, 식자재를 취급하는 한국 기업들도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인구의 23%를 차지하는 이슬람권을 겨냥한 타겟 마케팅을 하는 것도 앞으로는 새로운 시장 개척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라마단 시기에는 일반 상품뿐만 아니라 식품류에 대해 많은 구매가 일어나는데, 특히 인도네시아에서는 사재기도 많이 하기 때문에 농심과 같이 할랄 인증을 취득한 식품들이 늘어난다면 로컬 문화를 이해하는 상품으로 더 높은 인기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