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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1일 말레이시아 독립기념일을 맞아 열린 콘서트 무대에 케이팝 걸그룹 엔믹스(NMIXX)와 말레이시아 걸그룹 돌라(Dolla) 등 양국의 인기 아티스트들이 함께 올랐다. 엔믹스는 이날 슬랑오르 아이디어 라이브 아레나(Idea Live Arena)에서 열린 'K-웨이브 슈퍼 콘서트(K-Wave Super Concert)'에 참여했다. K-웨이브 엔터테인먼트와 LOL 아시아(LOL Asia)가 공동 주최한 이번 공연에는 엔믹스, 돌라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싱어송라이터 아이샤 레트노(Aisha Retno), 말레이시아 국민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인 가수 장한별도 무대에 섰다.
말레이시아 국가 <Negaraku(나의 조국)> 제창으로 시작한 콘서트는 아이샤 레트노가 자신의 곡 <Jeda>와 <W.H.U.T.>로 포문을 열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어 장한별은 오디션 프로그램 <빅 스테이지(Big Stage)> 결승에서 불렀던 <Luka Dan Bahagia>를 한국어와 말레이어로 열창해 큰 환호를 받았다. 현지 인기 걸그룹 돌라는 <Bad> 등 5곡을 연달아 선보이며 무대를 달궜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엔믹스는 <Run For Roses>를 시작으로 <DASH>, <별별별>, <DICE> 등 총 8곡을 선보이며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과 누리꾼들은 이번 공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말레이시아 대표 언론 《Malay Mail(말레이 메일)》은 9월 2일 "엔믹스가 말레이시아의 국경일을 기억에 남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누리꾼들 역시 "엔믹스와 돌라라니 너무 좋아요.(@hazzyfiles)", "이번 독립기념일 정말 재밌어요!(@josephinetly)", "돌라도 공연한다니! 당장 표 예매해야겠어요.(@fifiabdullahofficial)", "엔믹스가 말레이시아에 온 김에 공식 독립기념행사도 참여했으면 좋겠어요.(@hfzzaidy)" 등의 반응을 보였다.

< 엔믹스의 말레이시아 공연 소식을 보도한 현지 언론 - 출처: 'Malay Mail' >
그러나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독립기념일에 열린 케이웨이브 슈퍼 콘서트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한쪽에서는 "독립을 기념하는 날에 한국 가수가 공연을 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다른 쪽에서는 "문화예술 공연일 뿐 문제 삼을 이유가 없다."는 반론이 나왔다. 누리꾼 사이에서는 "하필 우리가 독립을 기념하는 날에 오다니.(@mo_junee)", "독립기념일에 케이팝 콘서트를? 정부가 취소시키지 않다니.(@gabe_0719)", "독립기념일이 공연 금지일은 아니에요. 콘서트 개최하고는 상관이 없어요.(@kitjordan1978)" 등과 같은 의견이 이어졌다.

< 독립기념일에 개최된 한류 슈퍼 콘서트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친 말레이시아 누리꾼 - 출처: 인스타그램 계정(@kwavemalaysia) >
이 같은 논란의 배경에는 '애국의 달(Bulan Kebangsaan)'이 자리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8월과 9월은 국가 정체성과 주권 회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기로 8월 31일 독립기념일과 9월 16일 말레이시아의 날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전국적으로 열린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독립기념일 당일 말레이시아 가수가 아닌 한국 가수를 초청한 공연이 개최된 것을 두고 잘못됐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특히 이번 논란은 단순히 케이팝 공연에 대한 불만을 넘어 말레이시아 국경일을 둘러싼 역사·정체성 문제와 연결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바와 사라왁 등 동말레이시아 지역에서는 독립기념일(8월 31일)에 비해 말레이시아의 날(9월 16일)이 상대적으로 소외된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말레이시아의 날이 아닌 독립기념일에 공연이 열린 것이 불만을 더욱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Dayak Daily(다약데일리)》는 "8월 31일을 국경일로 보는 것은 사라왁과 사바의 역사를 지우고 왜곡하는 행위"라고 지적했고 동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일간지 《Borneo Post(보르네오 포스트)》는 9월 16일을 '진정한 국경일'로 공식 인정할 것을 연방정부에 촉구하며 말레이시아의 날이야말로 평등·존중·진실을 바탕으로 연방이 하나 되는 날임을 강조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 독립기념일이 아닌 말레이시아의 날을 국경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현지 언론 - 출처: 'Dayak Daily' >
8월 31일은 쿠알라룸푸르를 비롯한 말레이반도의 독립을 기념하는 날로 사바와 사라왁의 독립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이날을 국경일로 칭하고 대규모 행사를 여는 것은 사바·사라왁을 하나의 말레이시아에서 배제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반면 9월 16일은 사바와 사라왁이 합류해 오늘날의 말레이시아가 탄생한 날이기 때문에 이날이야말로 진정한 국경일로 기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말레이시아에서 8월과 9월은 '애국의 달'로 불리며 독립기념일(8월 31일)과 말레이시아의 날(9월 16일)을 중심으로 국가 정체성과 주권 회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중요한 시기다. 그러나 두 기념일이 지니는 역사적 맥락은 단일하지 않다. 독립기념일은 주로 말레이반도의 독립을 기념하는 날인 반면 말레이시아의 날은 사바와 사라왁, 그리고 과거 싱가포르가 연방에 합류해 오늘날의 말레이시아가 형성된 날로 동말레이시아인들에게는 더욱 직접적인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8월, 9월 개최되는 문화예술 행사는 단순히 대중적 즐거움에 머무르지 않고 이러한 다층적인 역사와 지역적 감수성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특정 지역이나 공동체가 소외되지 않고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국민들이 하나의 연방 안에서 존중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한류처럼 외부에서 유입된 대중문화가 현지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수록 그것이 단순한 공연을 넘어 사회적 의미와 역사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수용되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독립기념일이라는 중요한 국가적 의미를 갖는 날에 한국 가수가 공연을 개최한다면 단순한 오락적 성격을 넘어 독립기념일이라는 의미를 반영한 공연을 구성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말레이반도만의 독립을 기념하는 8월 31일이나 사바와 사라왁이 연방에 합류해 오늘날의 말레이시아가 탄생한 9월 16일에 개최하느냐 자체가 역사적 의미와 지역 정체성 문제와 맞물려 있어 논란의 소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Borneo Post》 (2025. 8. 31). It’s time to recognise Malaysia Day as true National Day – rights activist, https://www.theborneopost.com/2025/08/31/its-time-to-recognise-malaysia-day-as-true-national-day-rights-activist/
- 《Borneo Post》 (2025. 8. 31). A short reflection on Merdeka and Sabah Day 2025, https://www.theborneopost.com/2025/08/31/a-short-reflection-on-merdeka-and-sabah-day-2025/
- 《Borneo Post》 (2025. 8. 30). TYT: National Day a time to reflect on Sarawak’s journey, place in Malaysia, https://www.theborneopost.com/2025/08/30/tyt-national-day-a-time-to-reflect-on-sarawaks-journey-place-in-malaysia/
- 《Dayak Daily》 (2025. 8. 31). Activist: Time for Malaysia to recognise Sept 16 as ‘ture’ National Day, https://dayakdaily.com/activist-time-for-malaysia-to-recognise-sept-16-as-true-national-day/
- 《Free Malaysia Today》 (2025. 8. 27). Kitingan moots marking Sabah Day on Aug 8 instead of Aug 31, https://www.freemalaysiatoday.com/category/nation/2025/08/27/kitingan-moots-marking-sabah-day-on-aug-8-instead-of-aug-31
- 《Malay Mail》 (2025. 8. 4). K-pop group NMIXX set for Merdeka Day debut in Malaysia — who are they and why fans love them, https://www.malaymail.com/news/showbiz/2025/08/30/k-pop-group-nmixx-set-for-merdeka-day-debut-in-malaysia-who-are-they-and-why-fans-love-them/189318
- K-웨이브 말레이시아 인스타그램 계정(@kwavemalaysia), https://www.instagram.com/thehighlightermy/?utm_source=ig_embed&ig_rid=bea3f418-d7f4-48af-b43e-36675f2d187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