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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우리나라 교과서에도 실려 있었던 <마지막 수업>이라는 단편이 있었다. 프랑스 남부 출신의 작가인 '알퐁스 도데'의 단편이었는데, 보불전쟁에서 패한 프랑스가 알자스 지방을 독일에게 빼앗기게 되었을 때, 마지막 수업을 진행하던 선생님이 눈물을 흘리면서 "비록 이제 이 땅은 독일의 소유가 되지만, 우리는 우리의 아름다운 프랑스어를 결코 잊지 말아야 됩니다"라는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당부를 하게 된다. 언어를 잊지 않으면 내 나라는 가슴 속에 그대로 살아 있는 것이라는 의미였는데, 당시 학생들에게는 묘한 내셔널리즘을 자극해 준 작품이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하지만 이제 정작 그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마저도 영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오는 판국에 언어 내셔널리즘을 얘기한다는 건 시대착오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사는 우리 한인 후예들의 한국어 구사 능력이나 핏줄에 대한 아이덴티티의 문제 등은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얼마 전 뉴욕 퀸스대 민병갑 교수와 오하이오 라이트 주립대 김치곤 교수가 미국 인구센서스 속에 나타난 한인 후예들의 결혼 양태를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이미 한인 후예들 중 반 이상이 히스패닉이나 백인, 타 아시안 등, 타 민족과 결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여성은 같은 한국인과 결혼하는 비율이 채 40%도 안 되고 있다.
단일 민족이니 뭐니 하는 국수주의적 사고를 강조하는 것은 우스운 얘기가 되겠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타 민족과 결혼해서 한국 커뮤니티 밖으로 점차 멀어져가는 현상보다도, 우선 언어라는 측면의 문제이다.
우리 한인 2세 이하 세대에서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는 사람은 솔직히 그리 많지가 않다. 안타깝게도 이민 1세대에서 한국어의 맥이 끊기고 만 것이다. 1세대끼리 만나면 한국어로 얘기하지만, 섞이게 되면 언어도 한국어와 영어가 섞이게 된다. 그리고 2세대 이하가 만나게 되면 당연히 공용어는 영어가 된다. 어린 학생들까지도 유창하게 중국어를 구사하는 이 곳 미국의 차이나 커뮤니티 사람들하고는 너무나 대조가 되는 상황이다.
보기 드문 단일 민족의 혈통을 이어 온 사람들치고는 타 민족과 결혼하는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 싶은데, 그 이유는 바로 이러한 언어 교육의 부재에 있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이민 2세나 3세 중에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거의 드물다는 건 참으로 서글픈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한인 커뮤니티의 공용어가 영어 하나이고 한국어는 통역이 붙어야 할 정도라면 그건 이미 혈통을 같이 한다는 공통분모조차도 별 의미가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스패니쉬 모임에 가보면 공용어는 당연히 스페인어다. 일본인들 모임에서도 역시 일본어를 대부분 다 편하게 구사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중국인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유독 한국 커뮤니티의 행사에 가보면 참가자가 누구냐에 따라 언어가 달라진다. 장, 노년층 모임에서는 한국어지만, 그 아래 세대에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영어만을 사용한다. 우리 한국 드라마도 자막이 없이는 볼 수가 없는 게 그들 이민 2세들인 것이다. 우리 드라마에 자막을 까는 건,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다. 현실적으로는 우리 2세, 3세들을 위한 서비스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해외 교민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관리 정책에 대한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현실을 그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우리 교민들부터가 고국을 잊지 않고, 내 뿌리가 어디에 있다는 그 아이덴티티의 문제를 정확히 정립해 갖고 있을 때, 그게 바로 한류의 시작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