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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40여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KOFICE 통신원들이 전하는 최신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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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가는 헐리웃의 스타 파워

  • [등록일] 2008-06-26
  • [조회]3938
 

헐리웃을 가리키는 말 가운데 '꿈의 공장(Dream Factory)'이라는 말이 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감정 이입이라는 과정을 통해 아름다운 환상을 제공한다는 의미다. 그 환상이 바로 마약처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중독 현상을 일으키고, 스튜디오는 그것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아 나간다. 여기까지가 바로 헐리웃 영화 산업의 근간을 만들어 온 얘기가 된다.

바로 이러한 환상 만들기의 중심축에 있는 것이 바로 '스타'들이다. 그러기에 헐리웃은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여 '스타 만들기'에 전력투구를 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스타'들은 다시 헐리웃에 돈을 가져다주었다. 스타를 만들기 위해선 배우의 이력이나 출신 등을 조작하는 정도는 아무런 일도 아니었다. 이런 스타 시스템이 한창 붐을 이루었던 4,50년대의 헐리웃에선 오클라호마 출신 시골 계집애를 어설픈 러시아어 몇 마디를 가르쳐서 러시아 마지막 황족 출신이라고 말도 안 되는 슈가코팅을 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 같아선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얘기지만, 그때는 이런 수작까지도 서슴없이 동원이 됐던 것이다.

그렇게까지 해야 했던 건 바로 '스타 = 흥행 보장'이라는 간단한 공식이 마법처럼 전 방위로 적용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한 때 신성일이라는 배우가 동시에 10편을 찍는 일도 있었다지 않는가. 신성일이라는 스타를 써야지만 흥행이 된다는 데야, 어느 제작자가 그를 데려다 쓰려고 하지 않겠는가.

헐리웃 역시 마찬가지다. 작품이 먼저 있고 배우가 있는 게 아니라, 스타가 있기 때문에 작품도 있다는 식의 기획이 억 단위의 달러가 투입되는 작품에서도 흔히 찾아 볼 수 있다. 때문에 자연히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서 우위를 점하게 마련인 스타들에게 있어 몸값 상승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 아닐 수 없었다. 편 당 3천만 달러 이상을 받는 배우가 나오고, 심지어는 흥행지분까지 포함하여 1편의 개런티로 1억 달러 이상을 챙겨가는 배우까지 있을 지경이 되었다.

물론 계속 흥행 호황이라면 전혀 문제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선 이런 왜곡된 제작 구조가 헐리웃 스튜디오의 숨통을 조이는 요소로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 '스타 = 흥행 성공'이라는 공식에 큰 금이 가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스타의 근황이 거의 실시간으로 중계가 되는 탓에 스타의 신비로움이라는 말은 이제 어느덧 '사어(死語)'가 되어가고 있다. 린제이 로한이 술 먹고 토하는 사진이나, 제시카 알바가 입 벌리고 자는 사진이 실 시간으로 뜨는데 더 이상 무슨 스타의 신비로움이 남아 있겠는가.

얼마 전 ‘헐리웃 리포터’에서 조사한 리서치에 따르면 헐리웃 영화에서 스타가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떨어져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87년엔 44%, 1997년엔 무려 60%까지 치솟았던 스타의 비중이 2007년에는 약 17% 정도로 급감을 했다는 것이다. 한때는 탐 크루즈, 탐 행크스, 멜 깁슨, 줄리아 로버츠 등, 이 정도의 스타라고 하면 그 이름만을 듣고서도 무조건 표를 샀던 관객들이 이제는 점차 스타의 네임 밸류 앞에 냉정해져 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올 여름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져서 스타 마케팅의 덕을 본 영화라고 하면 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 <핸콕(Hancock)> 정도뿐이라는 게 이 곳 헐리웃의 평가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영화의 제작사는 스타급 배우의 확보보다 새로운 소재의 개발에 더욱 주력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유난히 눈에 띄는 장르는, 인기 있는 만화 혹은 소설 등의 원작을 리메이크 한 것과 수퍼 히어로의 캐릭터가 등장한, 이른바 프랜차이즈 영화들이다. <트랜스포머>, <쿵푸 팬더>, <원티드>, <아이언 맨> 등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들 영화들이 대부분 스타급 배우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좋은 흥행기록을 보여주었다. 출연료로만 수천 만 달러를 휩쓸어가면서도 흥행을 전혀 보장해주지 못하는 '스타급 배우'들보다는 '스타급 소재'가 돈도 덜 먹히고 흥행도 보장이 된다는 걸 제작자들이 눈치를 챈 것이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측이 되고 있다. 더욱이 <베오울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앞으로는 실사 배우들만큼이나 컴퓨터 그래픽 배우들의 활약도 가히 눈부실 것이라는 짐작이다. 그들은 술도 안마시고 나이트클럽이나 파티장에서 추태도 안 부리며, 더욱이 개런티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제작자의 구미대로 이미지를 구축해 나갈 수 있고, 말도 잘 듣는다. CG의 발전 속도로 볼 때, 이제 10년 안에 거의 실사 배우와 구별이 불가능한 정도의 CG배우가 등장을 해서 탑 스타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고 확언을 할 수가 있다.

그리하여 이제 헐리웃의 오랜 전통이었던 스타 시스템이 서서히 종언을 고하고 있는 현장에 우리는 서 있다. 우리가 울고 웃고, 감정을 내맡기던 스타들, 안타깝게도 그들의 빛 바래가는 뒷모습들을 우리는 서서히 지켜보게 될 것이다. 어쩌면 10년 후쯤, 헐리웃 스타의 거리에 새로 등장한 CG 스타들의 손도장을 보면서, 조금은 우울해질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말썽을 피우던 예전의 스타들이 그리워질 지도 모르겠다.

통신원이미지

  • 성명 : 김준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 통신원]
  • 약력 : 동덕여자대학교 방송연예과 졸업
    Los Angeles Film School 졸업
    현재) CK 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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