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 세계는 디지털 혁명기를 맞이하고 있다. 영화도 필름의 시대가 저물고, 이제는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그대로 현장에서 편집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헐리웃도 역시 디지털 혁명기를 맞고 있어 영화 전반에 걸쳐 디지털로의 전환 작업이 바쁘게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그 일환으로 3-D, 즉 입체 영화의 제작 바람도 거의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그동안 영화가 텔레비전에 비해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요소 중의 하나가 바로 큰 스크린과 대형 스피커에서 터져 나오는 박진감 있는 음향 효과 등이었다. 하지만 텔레비전 화면이 점차 대형화 되면서 영화만의 강점이 점차 희석이 되어가고 있다. 더군다나 인터넷을 통해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해적판 콘텐츠 등, 영화 산업을 위협하는 요소는 점차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대응하여 헐리웃이 들고 나온 카드 중에 하나가 바로 디지털 3-D 영화인 것이다.

이 3-D 영화에 거는 헐리웃의 기대치는 상당한 수준이다. 3-D가 헐리웃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하나의 돌파구를 제공하리라는 생각까지 하고 있을 정도다. 이미 월트 디즈니, 드림웍스,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앞으로 2년에 걸쳐 약 20여개 이상의 3-D 영화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이를 추진해 나가고 있다. 현재 미국 내에는 1,000여개의 극장이 이미 3-D 디지털 상영관으로의 전환을 끝내놨고, 다른 극장들도 앞으로 무수히 쏟아질 디지털 영화들에 대비해서 기존 극장보다 몇 배 이상의 높은 설치비용을 감수하고라도 디지털 영사기 등의 시설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는 추세이다.

이런 디지털 혁명기에 한 가지 고무적인 일은, 이런 헐리웃 디지털 산업 분야에서 우리 한인들의 참여가 적지 않게 눈에 띄고 있다는 점이다. 무술 영화계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이연걸과 성룡이 출연한 영화 <포비든 킹덤>에도 영화 전반의 특수 효과를 담당한 팀이 한국 회사였다. 언론사에 배포하는 자료인 프레스 킷에서도 한국 회사라는 점이 강조되어 있다. ‘마카오그라프(Macaograph)’라는 한국회사였는데,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영화 <로버트 태권브이>의 특수효과도 담당한다고 한다.

그 밖에도 <트랜스포머>(Transformer), <베어울프>(Beowulf), <수퍼맨 리턴즈>(Superman Returns), <스타워즈>(Star Wars) 등의 유명 영화에도 한인들이 특수효과 팀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소니 ‘이미지웍스’의 정유진과 강윤극, ‘조지 루카스’ 회사에 소속 된 홍재철 등이 바로 그들이다. 특히 작년에 제작된 <베어울프>의 경우 영화 속의 모든 배우들의 움직임을 미리 촬영한 뒤 컴퓨터 그래픽(CGI)을 통해 새로운 캐릭터로 재창조 하였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가공의 캐릭터들이 너무나도 생생히 현실감 있게 잘 표현되어 진짜배우들이 연기하고 있다고 믿었을 정도였다. 바로 이런 작업들 속에서도 한인 기술자들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가슴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기술 분야에서 꾸준히 재능 있는 인재를 배출해내기 위해서는 모국의 영화 토양이 좀 더 튼실해져야만 할 것이다. 특수효과는 이른바 '후반작업'이라고 하는 영화의 맨 마지막 공정이다. 바로 이 공정에 엄청난 시간과 제작비가 투입이 된다. 영세한 한국 영화계의 현실에서 이 엄청난 제작비의 하중을 견디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러한 작업이 미래 영화의 트렌드라는 걸 인식하고 좀 더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