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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40여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KOFICE 통신원들이 전하는 최신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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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인디오 마을에 사랑 심은 브라질 한인의사들

  • [등록일] 2008-05-08
  • [조회]6223
 

- 상파울루에서 비행기로 5시간 → 경비행기로 3시간 → 배로 3일
- 아마존 검은 강 유역 인디오 마을 의료봉사, 외지인으로는 첫 발

상파울루에서 5,000Km 떨어진 멀고 먼 아마존강 유역 인디오 마을에 외지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한인들이 발을 들여놓았다.

브라질 한인 의사협회(회장: 서주일 박사) 3명의 의사와 민주평통남미동부협회장과 한인회부회장 등 총 7명이 지난 3월 24일부터 4월 2일까지 10일간 의료봉사와 약품지원, 식생활지원 차 아마존강 유역 인디오마을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것이다.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까지 가기 위해선 먼저 상파울루에서 비행기로 5시간을 날아 아마조니아주의 수도 마나우스에 도착해야한다. 마나우스는 브라질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경제특구로 우리나라 삼성과 엘지를 비롯해 세계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앞 다퉈 현지공장을 설립, 각종 혜택을 받으며 급성장하고 있는 산업도시이다.

하지만 결코 아마존의 원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인디오들을 위한 시설은 아니다. 다국적 대형 공장에는 대도시에서 일자리를 찾아온 값싼 노동력의 브라질 종업원들과 각 나라에서 파견 온 관리자급 사람들로 이루어졌을 뿐 도시가 불야성을 이룰수록 인디오들은 더 깊은 곳으로 거처를 옮기게 된다. 브라질의 법으로 인디오들은 사적 재산권도 선거권도 없는 미성년자 신세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 인디오들을 만나기 위해선 마나우스에서 다시 일주일에 한 번 운항하는 경비행기로 갈아타고 3시간을 더 날아가야 한다. 비싼 경비행기를 타고 아마존강을 날아 도착한 성 가브리엘 다 까쇼에이라 공항은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와의 국경지역이라 특히 군인들의 검문이 심하다. 치안과 무기밀매, 마약거래, 아마존 환경파괴 문제들로 군부대가 주둔하여 검색을 강화하고 있었다. 적도가 지나가는 곳으로 원래는 인디오 마을이었으나 100년 전 국경수비대가 주둔하면서부터 비인디오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이 지역은 총 인구 37,000여명이며, 면적은 남한의 1.2배나 되는 곳이다. 이 마을에서 1박을 한 뒤 마을 사람들을 잠시 진료하고 곧바로 최종목적지인 성 가브리엘 인디오 마을을 가기 위해선 다시 배를 타고 3일을 달려야만 한다. 이 배는 아마존 근처에서 1997년부터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검은 강 상류 신학교' 교장 김철기 한인선교사의 도움으로 이루어졌으며, 이번 한인의료봉사 역시 이 한인 선교사의 요청으로 진행되었지만 인디오 봉사에 관심 있는 여러 한인교포들의 정성과 후원으로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오랜 여정 끝에 드디어 목적지인 인디오마을이 보인다. 흔히 인디오라고하면 옷도 안 입고 '우가우가' 야생생활을 하는 무리로 떠올리기 쉽지만, 그런 모습은 관광특구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일 뿐, 생김새만 약간 다를 뿐 외형적인 모습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미 브라질의 원 주인이었던 인디오들은 인디오특별보호라는 의미심장한 법에 얽혀 거처도 지정받아야만 하지만 FUNAI(인디오 관리 보호국)에서의 생계나 의료/교육 지원 등은 참으로 열악한 수준이다. 더구나 이곳 성 가브리엘은 그나마 정부 산하 FUNAI의 지원이 적어 아마존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유지를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검은 강(Rio Negro)은 베네수엘라의 과아니아에서 출발하여 브라질 영내에서는 검은 강이라 불리며, 브라질 아마조나스의 수도 마나우스까지 흐르다가 그곳에서 다시 페루에서 시작하는 황토 빛 물이 흘러 브라질의 SOLIMOES 강을 만나 비로소 아마존 강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된다. 황토 빛과 검은색이 결코 섞이지 않고 12Km를 나란히 흐르는 미스테리한 아마존 강, 그곳을 지키며 살고 있는 작은 부족이 인디오인 것이다.

브라질 전 지역에 인디오 부족들은 약 240부족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직도 백인이나 타 인종과의 접촉이 없이 과거 문화를 그대로 이어가며 살고 있는 인디오 부족들만 해도 약 30부족 정도 된다고 한다.

검은 강 유역은 금과 다른 광물들이 풍성하지만 토지는 산성 성분이 많아 박토인데다 강물이 검어서 물고기가 많이 서식하지 않은 이유로 인디오 부족들은 늘 식량이 넉넉하지 않아 영양실조나 질병 등으로 고생을 하는 형편이었다.

 
  

아마존의 검은강 물줄기를 따라 깊은 곳에 위치한 이 성 가브리엘 마을 인디오들은 아마존에서 물고기도 잡고 다시 이곳에서 그릇도 씻고 빨래도 하는 등, 그야말로 아마존강물을 먹고 마시며 살고 있는 셈이다. 아이들에겐 대자연을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수영장, 놀이터이기도 하다.

인디오 부족이 사는 마을의 모습을 살펴보자. 마을을 이루고 있는 공간 전체가 하얀 모래로 뒤덮여 있어 식물을 재배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보니 식량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며, 강을 벗어나면 아마존 밀림에서 기생하는 각종 독성 벌레들로 인한 의료문제 역시 심각하다.

 

성 가브리엘 다 까쇼에이라 시에 도착한 한인 의료봉사단은 시내 치과 병원을 방문한 뒤 선교학교 학생 및 가족 20여명을 진료하고, 다시 다음 날 12시간을 병원선을 타고 산타 이사벨 시에 도착, 시장, 보건소장, 시의원을 만나 의료현황과 도움이 필요한 것들을 의논하였다.

 

의료봉사단은 다시 8시간을 병원선을 타고 깜삐나스 바레 마을에서 64명을 진찰, 침술, 치과, 이발, 즉석 가족사진 촬영 인화, 영화상영 등을 마치고 다음날 이타베마 마을로 이동, 40여명을 진료한 뒤 다시 이동, 다음 날은 아하 마을에서 주민 20여명을 진료, 다음 날 에스삐리또 산또 마을에서 12가족 70여명을 진료한 후 병원선 → 경비행기 → 큰비행기를 타고 상파울루로 돌아오는 강행군을 펼쳤다.

진료 모습들을 보면 마땅한 진료소도 없지만 의자 몇 개 모아두고라도 진료를 시작해야했다. 모래바닥에 나무를 침대 삼아 간단한 외과수술도 이참에 해야 한다. 물론 시작이 반이라고 이제 첫 발을 내딛었으니 한국인과 인디오와의 친구가 된 우정과 인연으로 2차, 3차 의료 봉사를 오겠지만 단시일 내에 다시 오기엔 그리 호락호락한 거리와 경비가 아님을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하얀 모래땅에서도, 검은 강에서도 아이들은 다행히 건강하게 잘 자라주고 있다. 의사는 진료를, 다른 봉사자들은 생필품들을 나눠주며 인디오들과 친해지기 위해 마을 구석구석을 다니며 사진도 찍어주었다. 인디오 마을 가족들을 각각 사진촬영 한 뒤 그 자리에서 인화하여 사진을 나눠주니 신기해하며 웃는 미소에 디지털 문명이 준 혜택에 함께 즐거워했다.

 

떠나기 전 아쉬움을 나누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브라질 한인의사협과 한인들은 다음 방문 때는 좀 더 많은 지원을 위해 범교포 차원에서 후원회를 만들어갈 계획도 세웠다.

 

아마존 검은 강물 위 작은 인디오 마을 하얀 모래 바닥이 분홍 꽃잎으로 아름답다. 절대 섞이지 않는다는 아마존 두 강물처럼 인디오 부족의 전통과 문화를 그대로 지켜가기 위해 깊은 곳에 외로이 머물고 있는 사람들. 브라질 원 주인으로서의 자존감을 끝까지 지켜가기 위해선 최소한의 필요한 것들이 충족되어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브라질은 법으로 인디오들의 발과 권리를 묶어 둔 채 자연 소멸하도록 해가 지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최소한의 식량, 생필품, 교육, 의료지원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교민들의 의료봉사는 사람의 마음과 정만은 함께 나눌수록 섞일수록 더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확인하는 따뜻한 만남의 시간이 되었다.

도도한 아마존은 결코 홍수가 나도 단 한 번 섞인 적 없이 유유히 흐른다하더라도 사람은 피부, 인종, 국적, 종교를 떠나 함께 이 시대를 살고 있고 한 공간 안에서 숨 쉬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이웃이 되고 필요할 때 서로 친구가 되라고 거대한 아마존강물은 말하고 있지 않을까 돌아오는 긴 시간을 깊고 검은 아마존 강 속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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