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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2회 일본 기성전 7대국 중 첫 번째 대국을 치르기 위해 기성 케이고 야마시다(29)와 도전자 조치훈(51) 씨가 브라질에 왔다.
조치훈(9단) 씨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바둑 기사로 7살에 바둑 공부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현재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세계 바둑계의 거목이다.
<"Shall We GO♪" : 일본말로 바둑을 GO 혹은 IGO라고 하는데 브라질에서도 그대로 "고"라고 한다. "조치훈 씨와 함께 바둑 한 판 두실래요?">
<브라질로 떠나기 전 일본에서의 기자회견>
챔피언이나 도전자나 모두 일본 거주인이니 일본에서 하는 것이 편하겠지만, 일부러 브라질 까지 와서 2008년 첫 대국을 치르게 된 이유는 브라질에 불고 있는 바둑 유행의 저변확대를 위해서라고 한다. 일본기원을 중심으로 점점 늘어나는 브라질의 바둑인들에게 좋은 대국을 직접 보임으로써 바둑을 확실한 일본문화로 정착시키려는 의지로 보인다.
한국 시간으로 13일과 14일에 대국이 잡혀 조치훈 씨가 며칠 먼저 도착해 한국기원의 교포들과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다.
조치훈 씨가 앉은 쪽은 모두 브라질 이민 100년의 일본기원 관계자들이고, 맞은편은 이제 이민 45년 된 한국 기원 교포들이다. 사실 이번 대국은 모두 일본기원 측에서 주최하는 것이라 한국 교포들과의 만남이 미리 약속되지 않아 만남이 불투명하였지만, 한국기원 박세동 원장의 몇 차례 연락 끝에 한국 교포들과의 만남이 흔쾌히 받아들여져 韓日바둑인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게 되었다.
“조치훈 씨는 어려서 일본에 가서 쭉 일본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한국말을 잘 못한다. 이젠 거의 일본사람이다.” 조치훈 씨에 관한 이런 소문을 들어 처음에는 말이 안통하면 어쩌나 겁을 좀 먹었는데, 결론적으로 미리 준비해간 어설픈 일본말과 인터뷰 종이들은 전혀 필요 없었다. 한국말을 얼마나 능숙하게 잘하는지, 오히려 일본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통역까지 맡아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한 유쾌한 자리가 되었다.
그는 일본에서 대장금을 비롯한 한국 드라마를 거의 다 본다고 한다. 가라오케에서도 한국 노래를 자주 부르다보니 저절로 한국어 공부가 된다며, 뿌리는 한국인임을 분명히 밝혀주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일본 정부에서 파견된 브라질-일본기원의 바둑지도 선생은 단순히 사설 일본기원 협회 소속의 파견선생이 아니라고 한다. 일본 정부에서는 바둑도 하나의 일본 문화로 인식하여 일체의 경비와 월급을 지불하는 홍보대사를 일정 기간 동안 교대로 세계 각국에 파견한다고 한다.
브라질에 온지 이제 며칠 되지 않은 이 지도 선생은 조치훈 씨를 따라 상추에 김치와 불고기를 같이 싸서 먹고는 한국음식의 매력에 푹 빠졌다. 조치훈 씨는 한국 음식은 양념이 배어 더 맛있고 특히 김치는 밥만 있으면 언제든지 먹을 수 있으니 모임이 끝날 때 한국식당 주인에게 말해서 김치를 싸가라고 알뜰히 챙겨주기까지 한다.
부스스해 보이는 헝클어진 머리, 콧수염, 작은 눈……. 일본 언론을 통해 봤을 땐 왠지 좀 까칠할 것 같은 선입견이 있었는데, 실제 인터뷰를 해보니 얼마나 소탈하고 진솔한지. 대국을 앞두고 있어서 인사차 건넨 맥주 반 잔 마시고도 목부터 온 얼굴까지 벌게진 채 열심히 통역을 해가며 웃음을 그치지 않는 모습이 천진난만 그 자체였다.
좋은 시합, 멋진 브라질 방문으로 2008년 힘차게 열어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