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40여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KOFICE 통신원들이 전하는 최신 소식입니다.
각 국에서 사랑받고 있는 한류소식부터 그 나라의 문화 소식까지 매일 매일 새롭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한국의 방송과 민주주의, 그리고 시장>
지난 11월 30일 금요일, 릿쿄대학 이케부쿠로 캠퍼스에서는 한국방송위원회 조창현 위원장의 초청 강연회가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약 2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조창현 위원장은 한국 방송의 발달과정과 민주주의와의 관계, 그리고 시장의 역할에 대해 포괄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강연했다.
강연 내용은 <서언, 한국의 방송미디어 발전과정, 민주주의와 시장 그리고 방송의 삼각관계, 방송의 민주적 기능의 확장, 방송 2.0시대를 위한 제언> 등 총 다섯 개 부분으로 나뉘어 구성되었다. 이를 각각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서언>에서는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언급을 통해 언론의 자유에 수반되는 책임을 강조하면서 그 역할이 단순히 민주적인 정치참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예술, 문화, 젠더 등 다양한 공공의 가치관, 즉 사회적인 영역으로까지 확대되어야 함을 전제했다.
이어 <한국의 방송미디어 발전과정>에서는 방송에 대한 정부의 역할에 따라 시대를 구분, 한국의 방송역사를 개괄했다. 주로 일본방송을 중계하는 역할을 했던 식민지 시대의 경성방송국(1927-1948)으로 출발한 한국의 방송역사는 1945년 해방 이후부터는 미군정의 공보부 방송을 거쳐, 이를 인수한 한국정부의 공보처를 통해 한국전쟁 보도 및 선전을 주요 기능으로 한 국영방송시대(1948-1953)를 맞이한다. 이러한 국영방송의 시대를 거쳐 1960-70년대에 민영방송이 도입되고 상업방송으로서 자리매김 되어 가던 와중에 1980년대 군부에 의한 언론통폐합을 거쳐 다시 공영방송의 길로 접어들지만, 민주화 운동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90년대 이후의 다매체, 다채널시대로 진입해 가는 과정을 설명했다.
세 번째 <민주주의와 시장 그리고 방송의 삼각관계>에서는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할 방송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국가권력과 시장임을 전제하고, 방송과 국가권력, 그리고 시장이 서로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작용과 반작용을 반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하자면 방송은 국가권력의 독주를 감시, 비판하는 이른바 Watch-dog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며, 이에 대해 국가권력은 방송의 이념과 제도 등을 규정하고 규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1980년대 이후 서서히 자유화되기 시작한 방송시장이 90년대 이후에 시장 자유주의로 급속하게 돌입, 변모하게 되면서 방송 또한 <권력>보다는 <시장>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되었음을 지적한다. 이러한 시장으로부터의 영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방송의 공공성이라는 기능을 확대함과 동시에 시장(여론에 의해 형성된)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 공립적인 미디어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권력의 <애완견>도 아닌, 그렇다고 해서 공적 신뢰를 상실한 채 단순히 싸우기만 하는 <투견>같은 존재도 아닌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보호견>으로서의 방송의 역할을 설명하면서도, 이를 과신하여 방송이 권력화 될 <언론의 자유>가 <언론사의 자유>로 뒤바뀔 위험성에 대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제한된 강연시간 관계상 시간이 부족하여 네 번째 <방송의 민주적 기능의 확장>에 대해서는 강연 후 질의응답을 통해 <민주주의를 위한 방송의 새로운 존재방식>으로 갈무리하여 대신했다. 언론은 공공문제에 대한 다양한 입장과 견해를 매개하고 소수자의 입장과 견해도 대변해야 하며, 정부가 추구하고자 하는 공공의 목표와 공익성에 대해서도 책임을 갖고 보도해야 한다는 것이 그 주된 내용이었다.
마지막으로는 시청자가 방송에 적극 참여하는 <참여 민주주의>로서의 방송을 미래지향적인 방송의 새로운 모습으로서 제시했다. 지금까지는 방송의 주인임에도 불구하고, 방송제도, 기능, 시장에 대한 논의에서 상대적 입장에 있어야만 했던 시청자들이 적극적으로 방송의 주체로서 변화해야 한다는 <web 2.0>의 참여, 공유, 개방의 정신으로 <방송2.0>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제언하면서 강연회를 마무리했다.
강연회를 찾은 100여명의 일반 시민과 학생들은 진지하고 흥미로운 태도로 강연을 경청했으며, 질의 응답시간에는 한국 방송의 현주소와 민주주의와의 관계, 한일 방송교류의 미래 등에 관한 깊이 있는 질문과 응답이 오고 갔다. 이러한 강연은 최근 일본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한국의 <방송>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방송>그 자체가 갖고 있는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도록 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최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