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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만에 한국의 가수들이 브라질에 왔다. 지난 18일(토) 디너쇼를 시작으로 19일 저녁에는 8시 30분부터 장장 다음 날 새벽 1시경까지 상파울루 아넴비 대극장에서 모처럼 교민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의 1부에서는 교민 가요제가 열렸으며, 2부에서는 한국 초청가수 8명의 공연이 이어졌다.
<사진 왼쪽부터 (주)영음기획 대표, 강진한 악단장, 황인지MC, 김현석 복지TV 본부장>
재 브라질 한인회(회장: 박동수)주최로 개최된 이번 행사인 '고국 연예인 초청 공연'을 위해 기획과 연출을 맡은 홍사인(영음기획 대표)씨 등 일행 3명이 먼저 15일 상파울루에 도착, 제 62주년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한 후 좋은 공연을 위해 미리 준비에 들어갔다. 나머지 초청가수들은 17일에 도착해 바로 다음 날 저녁 디너쇼 무대에서 열창을 하기도 했다. 이번 일행들은 30시간 동안 비행기 타고 온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이날 디너쇼에는 브라질 소극장에서 진행되었는데 약 270여명의 교민들이 참석했다.
다음 날 행사는 전체 교민을 위해 무료(경비는 모두 교민들의 찬조금과 한국의 문화관광부 후원으로 이루어졌음)로 진행되었다.
<교포 가수들의 즐거운 어울림 무대>
1부 교민 가요제에서는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기 위해 11명의 교민들이 참가했다. 1부 행사는 우열을 가리는 경쟁 가요제가 아니라 서로의 실력을 뽐내고 격려하며 함께 즐거워하는 화합의 무대였다. 참 재미있는 것은 브라질에서 열린 한국인 가요제에 악단은 일본인과 브라질인, 지휘는 한국에서 온 강진한 악단장, 그리고 가수들은 모두 한국 사람으로 한국 노래를 불렀다는 것이다. 글로벌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마음을 열고 함께 즐기면 더 신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부분이다. 최선을 다해 자기 실력을 뽐내며 고국의 가수들과 한 자리에서 공연을 펼쳐준 교민 가수들, 고단한 이민 사회에서 가끔씩 누릴 수 있는 비타민같은 선물이었다.
<‘고향의 봄’을 합창하는 교민 가수들>
이어서 진행된 2부 한국 가수들의 공연은 소명의 첫 무대를 시작으로, 강민주, 정삼, 오은주, 박정식 등의 공연이 이어졌으며, 이번 공연의 악단장으로 참가한 강진한 단장의 색소폰 연주가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또한 성악가인 이지은의 ‘그리운 금강산’을 듣고 있자니 곧 있을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이 떠오르기도 했다.
마지막 가수인 장미화의 공연만을 남겨둔 시간이 이미 밤 12시를 훨씬 넘겼다. 브라질에서는 야심한 밤에 정말 긴급한 일이 아니면 잘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14년 전 고국 연예인 초청 공연 때 장미화가 초청된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가수의 목소리는 변하지 않는 것처럼 세월이 갈수록 고국에 대한 향수는 더 진해져만 간다.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지키며 기립박수를 보내는 교포들>
<공연 후기 - 발전적 공연 문화를 위한 제언>
사실 이번 공연을 보기 전에는 좀 시시할 거란 생각을 미리 하고 참석 여부에 대해 많이 고민했었다. 출연진들을 보면서 한국에 이런 가수들이 있어? 한 물 간 가수들 아냐? 아님 밤무대 가수? 이런 생각들을 하곤 했었다. 그 이유는 브라질의 경우 아주 유명한 가수라서 TV에 자주 나오는 사람이 아니면 아무래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는 한 대표 인기곡 외엔 따라 부를 수 있는 곡도 없기 마련이다.
그런데 막상 가서 보고 정말 오길 잘 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곳까지 오는 비행기 비즈니스석이면 한국 돈으로 약 400만원 정도한다. 비싸기도 하고 또 워낙 멀기도 하기에 고국에서 연예인들이 오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또한 힘들게 왔다하더라도 브라질이란 나라를 후진국으로 생각하고, 교포들에게까지 무례하게 굴까봐 내심 걱정을 했다.
그러나 이번에 온 초청가수들은 정말 목이 터져라 마이크가 부서져라 열창을 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 자신들의 히트곡 하나라도 더 불러주려고 시계를 보고 또 보며 애를 쓰는 모습은 정말 감동이었다. 무대 매너, 멘트 하나하나까지도 진심으로 교민들을 위한 공연, 겸손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 같은 한국인으로서 정말 보기 좋았다.
이렇게 열심인 그들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우리가 노래를 잘 몰라서 "함께 불러요"라고 하는데 멍하니 있었던 것이 미안할 정도였다. 앙코르를 몇 번이고 더 외치고 싶었는데 너무 늦은 시간이라 귀가 길이 무서워 입을 꼭 다물고 있어야했던 것이 정말 속상했다. 아넴비 대극장을 공연장소로 선정하다보니 일요일 밖에 예약이 안 됐던 것은 이해하지만, 왜 그렇게 늦은 시간으로 공연을 잡았는지 그건 정말 이해가 잘 안가는 부분이다. 모처럼 온 가수들이 자신의 히트곡 조차도 시간에 쫓겨 다 못 부르며 시계를 봐야하고, 교포들도 마음껏 즐거움을 나눌 수 없었던 것이 옥의 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대극장 좌석도 대략 반 쯤 찬 것 같은데, 들인 경비와 노력에 비해서 많이 아쉬운 공연이었다.
참가자 수의 조정과 시간배분을 통해 보다 질적으로 알찬 공연이 되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리고 이왕 먼 고국에서 가수들을 초청한다면 교민들을 대상으로 사전 조사를 통해 다양한 연령층이 좋아하는 많은 장르의 가수들이 온다면 보다 많은 참여와 관심으로 공연장이 꽉 차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마지막으로 이번 공연을 위해 수고하신 모든 분들과 후원을 해주신 한국의 문화관광부에도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