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40여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KOFICE 통신원들이 전하는 최신 소식입니다.
각 국에서 사랑받고 있는 한류소식부터 그 나라의 문화 소식까지 매일 매일 새롭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중국 드라마 시장은 수년간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 상태가 지속돼왔다. 이 수치는 2007년 더욱 증가됐는데, 광전총국이 올해 북경TV박람회에서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2006년 중국 드라마 생산량은 13,840회, 하지만 이 중에서 방송국 골드 타임에 진입한 드라마는 겨우 3,000회에 불과했고, 기타 시간대에도 대략 4,000회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올해 중국에서 촬영된 드라마는 거의 17,000회에 달하는데, 실제로 일 년 동안 방송되는 드라마는 겨우 7,000회 안팎에 불과하다. 미방영 드라마의 평균 회당 제작비가 30만 위안(한화 약 37,110,000원)이라고 계산한다면 일 년에 10,000회의 드라마가 미방영되므로 대략 30억 위안(한화 약 371,100,000,000원)의 자본이 회수되지 못하는 실정인 것이다.
이렇듯 시장의 불균형이 계속되자 업계 일각에서는 한국 드라마의 ‘제작 동시 방송’ 시스템 도입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화상보(华商报)는 8월 31일자 기사에서 “광전총국이 골드타임에 수입 드라마의 방송을 제한했지만, 적지 않은 중국 방송국들이 한국 드라마로 시청률 상승을 꾀했고, 심지어 어떤 방송국은 하루에 연속으로 2부의 한국 드라마를 각각 방송하기도 했다”면서 한국 드라마의 우수성을 ‘제작 동시 방송’ 시스템과 연관지으며 주목했다.
그 예로 한국 드라마 <겨울연가>를 꼽았는데, 극의 주인공인 강준상(배용준)의 운명은 원래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것이었는데, 제작진들이 시청자들의 반응과 의견을 수렴해 신속하고도 적절하게 스토리의 방향, 인물의 운명을 조절해서 강준상이라는 인물이 계속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제작 동시 방송’ 시스템은 아니지만 편성 상에서 기존의 시청습관에 도전하며 미국의 시리즈물을 모방한 실험작이 있는데, 최근작으로는 작년 말 동방위성TV에서 방송한 <개구리왕자·青蛙王子>를 들 수 있다. 매일 방송이나 1일 연속 방송이 아닌 주 1회 방송으로 다소 파격적인 편성이었는데, 이 드라마를 연출한 씨에펑(叶烽) 감독은 “중국은 아직 ‘제작 동시 방송 시스템’에 익숙하지 못 할 뿐더러 정책상의 한계도 있고, 이 시스템이 적용되려면 대본 집필 수준이 확실히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며 “중국 시청자들은 외국 시청자들과 시청습관이 달라 주 1회 방송에 인내심을 발휘해야 하며 끝까지 쫓아보기는 힘들다”고 말해 시도만큼 결과가 긍정적이지 않았음을 피력했다.
안휘위성TV 편집실의 장팅팅(张婷婷)도 “중국 드라마는 외주제작사들이 제작하고, 이들 외주제작사들은 다시 배급 업무에 직면해있기 때문에 완성된 작품 없이 대본만 들고 방송국들과 협상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제작 동시 방송’ 시스템이 중국에서 실현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청자들도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제작 동시 방송’ 시스템을 지지하는 한 네티즌은 자신을 한국 드라마 팬으로 소개하면서 “난 한국 드라마 제작-방송 시스템을 좋아한다. 그들은 시청률이 저조하면 곧바로 문제 수습에 나선다. 시청자들과의 피드백도 좋아 극에 긴장감이 돌고 대본 수준도 매우 성숙해있다. 하지만 중국은 시청자들이 뭘 보고 싶어 하는지 모른다”며 중국 외주제작사와 방송국을 향해 일침을 놓았다.
사실 앞의 논의들은 쉽게 결론지어질 수 없다. 중국 TV방송국의 규모와 역량, 외주제작사들의 제작·유통 시스템, 시청자들의 시청습관, 정부의 정책문제에 이르기까지 중국과 한국의 방송문화 풍토는 현저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국이 자구책으로 한국 드라마 제작-방송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려는 논의가 있었다는 점은 그만큼 한국 드라마의 우수성을 인정한다는 방증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이 앞서 헐리웃과 비교하며 ‘사전제작제’를 논의했던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