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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일본통신원] 아시아적 공감대 조성, 영화 화산고
- [등록일] 2004-10-18
- [조회]5459
지난3일, 채널6에서는 한류의 기세에 힘입어 <화산고>를 방영하였다. 일본의 관서 지방 출신의 재즈가수까지 동원하여 이 영화를 광고하고 마치 보지 않으면 세기에 뒤떨어질 듯하게 강하게 어필하였다. ‘…이렇게 좋은 영화가 왜 관객이 적게 들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요. 영화 관계자들이 마켓팅을 잘 했다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정말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꼬옥 보십시요’ 이 재즈 가수의 멘트에는 진한 사투리 만큼이나 감정이 실려있었으며 영화를 소개하는데 있어 무척 자신이 담겨있었다. <화산고>는 <매트릭스>에서 나올 듯한 첨단 영상기술을 동원하여 화려한 무술을 시종일관 선보이면서 관객을 매료시켰던 영화였다. 단지 약한 스토리 구성으로 인해 그토록 주력한 시각효과가 빛을 잃어 많은 관객을 불러 모을 수는 없었지만 한국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는 거의 의견의 일치를 보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영화는 한국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적 요소를 찾기는 힘들다. 교복도 80년대 자율화 이전, 일제시대에 디자인된 교복 그대로이고 라면이 담긴 사발도 어딘지 일본 우동 그릇과 유사하다. 한글 간판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임팩트를 주기 보다는 스쳐 지나간다. 화면의 전체적 분위기는 한국적 특징을 강조하기 보다는 아시아적 공통성를 추구하고 공감대를 이루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김대중 정권 시절, 영화는 수출의 대상이었다. 그렇다고 한국 영화 대외수출이 김대중 정권부터 이루어졌던 것은 아니다. 영화에 대한 해외 진출에 대한 논의는 박정희 정권시절부터 있어 왔다. 그러나 해외의 극장, 특히 개발도상국이 아닌 선진국에서 한국 영화를 극장에서 상영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일본에서는 과거 단절되었던 국교 정상화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던 무렵인 60년대 초반, 한국 극영화를 개봉관에서 상영하였다. 그러나 그것도 극히 소수에 불과하였으며 70년대에 접어들어 일본에서 상영된 한국극영화는 단 한편도 없었다. 80년대에 들어 상영관에서 한국영화를 제한적으로 볼 수 있었지만 9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는 정책에 크게 힘입어 한국영화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로서 인식되고 있다. 한국의 영화에 대한 전략도 한국적인 것을 세계에 알리고 평가 받으려 했던 시절에서 지금은 그런 지역성을 뛰어넘어 세계적 보편성으로 승부하려는 케이스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 것 같다. <화산고>는 한국의 전통적인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우리 현대 사회의 한 단면, 예를 들어 한국의 시끌벅적한 시장의 묘사(일본에서는 이와 같은 광경이 한국적인 이미지로 작용하기도 한다) 같은 것이 배제되어 있다. 그 대신 보다 아시아적 보편성, 즉 홍콩 영화의 배경화면 및 액션을 비롯하여 일본적 의상 및 소품을 화면에 채움으로써 아시아적 공감대를 조성하려는 노력을 읽을 수 있다. 이제는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일 뿐 만이 아니라 세계의 것을 우리 나름대로 흡수하여 공감대를 연출하는 것이 하나의 과제가 될 것이다. <일본통신원-김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