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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일본통신원] <철도원>을 통해 본 일본사회
- [등록일] 2004-11-17
- [조회]6023
낮은 출산율과 평균 수명 연장으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일본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사회를 어떻게 재구성해 가야 하는가에 대비하고 있다. 앞으로의 미래를 담당할 현재 20대의 일본인들을 보고 있노라면 과거 기성세대가 보여주었던 성실함이 결여되어 있는 모습으로 일본의 장래가 그다지 밝아 보이는 것은 아니다. 패전 후 일본의 경제를 일구었던 일본인들의 긍정적 이미지, 즉 책임감 있고 믿음직스러우며 다소 고집스럽다고 하여도 자신의 옳다고 생각한 길에 신념을 가지고 행하던 그 모습은 그들의 무대 퇴장과 더불어 서서히 종말을 고하고 있는 것 같다. 일본에서 약 700만이라는 관객을 모은 <폿포야> 라는 영화는 한국에서 <철도원>이라는 타이틀로 개봉이 되어 관심을 모았었다. 영화의 내용은 시골 한 촌의 이제 폐쇄를 앞둔 역의 역장이 자신의 죽은 딸을 유년기와 사춘기의 모습으로 만나고 해후를 나누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역장은 패전 후 일본을 이끌어 왔던 세대의 모습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이를 물고 사회를 위하여 자신의 책임을 다해 일본의 경제를 일으켰던 평범하면서도 결코 평범하지 않았던 가장들의 모습. 그러나 그 믿음직스러운 가장은 사회를 위해 아내의 출산을 도와주지도, 딸과 아내의 임종을 지켜보지도 못했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사적인 생활보다 공적인 사회를 위해 일하는 것이 중요하며 사적인 가정은 공을 위해 희생의 공간으로 밀어내야만 했던 것이다. 그러기에 그들은 좋은 가장이 결코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그들을 바람직한 가장상으로 묘사하였다. 출생 후 얼마 되지 않아 고열에 시달리다 죽은 딸은 사회를 위해 가정을 희생한 아버지를 위로하기 위해 저승에서 온다. 그녀는 가정에 대해 무책임해 보이는 가장을 다시 한번 바람직한 가장으로 인정해 주고자 하기에 사적 공간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아버지를 용서하며 달랜다. 그리고 아버지를 자신이 있는 공간으로 초대한다. 이 영화에서 아버지 역을 맡은 다카구라 겐은 전후 일본을 경제대국으로 이끌어 왔던 원동력으로서의 아버지 상을 대표하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패전 후 경제를 이끌었던 이런 주인공들은 이제 역사 속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경제적 기적을 일구어낸 이들은 전망이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는 일본의 젊은 세대를 위한 위인으로 재구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철도원>의 주인공 같이 공적인 사회를 위해 자신의 사적 생활을 포기하면서도 결론적으로는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 모두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영화적인 허구에서나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점차 개인주의를 강조하는 경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일본에서 <철도원>과 같은 영화는 점차로 소멸되어 가고 있는 이전 세대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그러한 시대와의 결별을 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지 모르겠다. <일본통신원-김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