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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대만통신원 칼럼] 대만 매스컴의 파파라치 경향

  • [등록일] 2005-04-13
  • [조회]4977
 

 

한국의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대중매체의 분위기와는 달리 대만은 유럽과 미주 그리고 홍콩 등지로부터 영향을 받아 근래 파파라치 풍의 기사가 대중매체와 잡지 등의 지면을 크게 장식하고 있다. 이런 파파라치풍은 최근에 일반 신문잡지에서 TV뉴스까지 그 영역이 크게 확대되었다.

대만 대중매체가 전면적인 변화를 맞이했던 5∼6년 전만 해도 뉴스는 여전히 공신력과 전문성의 원칙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근래 몇 년 동안 24시간 뉴스전문 케이블 채널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하면서 현재 대만은 모두 7개의 뉴스 전문 채널을 보유하게 되었고 뉴스 전문 채널이 아닌 방송사에서도 하루에 3∼4차례 뉴스방송 시간을 편성하고 있다. 뉴스방송 시간이 되면 약 15개의 채널에서 동시에 같은 뉴스를 방송하게 되는 셈이다. 대만 뉴스 채널의 다양화와 함께 격렬한 경쟁체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체제는 필연적으로 기사를 독점하는 것을 최고의 선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타 매체가 보유한 기사를 놓치지 않는 것이 각 뉴스 프로그램의 사활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어 버렸다.

이같은 대만 대중매체의 선정주의(Yellow Journalism) 풍조는 3년 전 홍콩매체가 대만에 진입하면서부터 비롯되었다. 신문과 주간지를 보유하고 있는 이 매체는 대만에서 처음으로 파파라치 시대를 열었으며, 연예인과 유명인의 프라이버시에 초점을 맞추고 선정적인 표제와 사진 등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사회 대중들의 관음증과 호기심을 유발한 것이다.

이에, 본래 시청률 경쟁이나 부수 경쟁이 심했던 대만의 대중매체는 자극을 받아 더욱 더 연예인 기사에 비중을 두었고 유명인의 프라이버시 등을 특종으로 보도했다. 국외 유명인사의 대만방문 시에도 파파라치가 동원되어 사진을 찍는 일이 일어났다. 한국 연예인들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에도 상황은 똑같았다. 그런데 한국 연예인들은 이러한 풍조에 비교적 적응이 되어 있지 못해 대부분 이를 피하거나 저지하는 태도를 취한다. 하지만 대만은 민주사회로의 발전과정에서 일종의 필연적 현상으로 과도한 명예훼손이나 사실과 전혀 다른 허위보도 외에는 일반 대중들도 이러한 풍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센세이션 지향의 매체들이 항상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만은 아니어서 때로는 일부 정부관계자와 기업계 인사의 부정행위 사건을 추적하며 대중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도한 스캔들 위주의 기사와 파파라치 성향이 TV뉴스로까지 번져가게 되자, 그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최근 모 주간지가 폭로한 한 뉴스앵커의 스캔들 사건의 경우 그 당사자가 유명 앵커였기 때문에 많은 매체들이 앞다투어 이 기사를 보도했다. 치열한 부수와 시청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신력있는 방송뉴스채널 또한 대규모의 인력을 투입하며 이 사건을 보도하기에 바빴다. 심지어 하루 3분의1 가량의 뉴스시간을 한 앵커의 스캔들 기사가 차지하기도 했다.

이번 경우는 최근에 '연예인화' 되어 버린 앵커들의 외도와 삼각관계 등의 부도덕적인 행위를 다루고 있어 대중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나 그 보도 수위가 과도했고,  대대적인 광고와 함께 당사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추적하기까지 했다. 특히 그들의 과거를  파헤치고 극히 사적이고 사소한 것까지 크게 보도하여 대만 사회에 한바탕 풍파를 일으키게 되었다.

유명인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을 강제로 완전히 금지할 수는 없으나 문명사회인만큼 개인의 권익을 존중하는 규범을 지켜야 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대중매체의 윤리는 더욱 더 공사를 구별하고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의 이러한 보도 풍조를 지켜보면서 대만의 대중매체는 하루빨리 자율적인 정화기능을 발휘해야 하며 보도의 가치를 공중이익과 연관시켜야 한다는 것을 진심으로 느낀다.

언론계에서 20년간 종사한 한 베테랑 기자는 “신문기자와 파파라치는 분명한 경계선이 있다. 전자는 대중에게 사실적이고 공정한 보도를 해야 하며, 후자는 스캔들과 같은 사적인 영역을 위주로 한다. 과거 대만의 몇몇 큰 신문사는 일류대학 졸업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회사 중 10위 안에 들었지만 근래의 유언비어 남발, 스캔들 캐내기 등의 언론풍조로 인해 대중들이 점점 기자와 파파라치를 구별하지 못하고 있어 기자에 대한 이미지가 굉장히 악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대중의 기호가 유언비어와 스캔들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원래 뉴스윤리를 유지하고 있는 많은 기자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며 부득이하게 진정으로 중요한 사회문제를 희생시키면서 곧바로 관심을 모을 수 있는 뉴스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는 식으로 언론계 분위기가 변했다”고 토로했다. 또한, “얼마 전 한 여자아이가 아버지에 의해 폭행과 학대를 받고 병원에 실려갔으나 병원시스템의 문제로 적당한 병원을 찾을 수 없었고 결국 치료도 받지 못한채 사망한 뉴스는 병원과 의사에게는 대중의 비난을 유도할 수 있었지만 정작 중요한 '아동학대' 문제는 오히려 쉽게 잊혀져 버렸다”고 밝혔다.

이러한 개방 물결과 함께 이에 대한 강력한 견제 제도가 없다면 이와같은 대만의 언론 상황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 희망적인 것은 이러한 선정주의가 일부 대중매체에 국한되어 있고 대만에는 아직도 공신력을 생명으로 여기며 공정성을 유지하는 매체가 다수이고, 점점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대중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곧,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하고 있는 대만 민주주의의 한 현상이기도 하다. 

 

                                                                                                 _대만통신원 : 주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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