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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으로 본
K-드라마의 국제상 수상
국제상을 수상한 K-드라마의 위상과 경계가 확장된 것을 읽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볼 때 K-드라마의 좌표는 분명하게 달라졌다. K-드라마는 아시아에서 전 세계로 글로컬 문화 수용의 지리적 경계를 확장했다. K-드라마의 위상은 문화적 할인을 뛰어넘는 글로벌 소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으며 제고되었다. K-드라마는 지역적 확장과 더불어 서사적 확장을 도모하며 취향 집단을 넓힘으로써 코스모폴리탄 지향을 강화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우리는 글로벌 대중문화가 혼종의 새로운 미디어 정경을 보여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이은 국제상 수상을 통해 K-드라마가 가진 혼종성과 초국적성, 글로컬리티를 재확인하고, 한류 담론을 산업적, 문화적 맥락에서 수용자 중심의 맥락으로 진전(進展)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배기형 KBS 국제방송국 프로듀서
1. 곰비임비 들려오는 국제상 수상 소식
상(償)을 받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지난 11월, KBS에서 방영되었던 <연모>가 제50회 국제에미상을 수상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우리 드라마가 국제적으로 칭찬을 듣고 인정을 받은 셈이니 그야말로 춤이라도 추어야 할 것 같은 경사(慶事)다. 그렇지만 이제 한국의 콘텐츠가 세계 무대에서 큰 히트를 하며 국제상을 받는다고 해도 엄청나게 호들갑 떨 일은 아니게 되었다. BTS가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고 아메리칸뮤직어워즈에서 연이어 수상하고,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고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는 등 여러 국제상을 휩쓸었으며, <오징어 게임>이 지난해 프라임타임에미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 콘텐츠의 계속되는 성과에 이미 익숙해진 탓이다. 그렇지만 케이팝이나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인 <연모>가 세계 무대에서 메이저 국제상을 수상한 것은 매우 놀랍고도 대단한 사건이며 그 의미도 심장(深長)하다. 알다시피 케이팝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가사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비언어적인 요소인 음률과 화려한 비주얼로 소구하는 장르이며, 영화는 전통적으로 극장이라는 특정 공간의 몰입적 구조에서 향유되는 미디어다. 따라서 집이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TV로 시청하는 드라마는 그야말로 일상에서 즐거움을 제공하는 콘텐츠이며, 이러한 TV 드라마 시청에 문화적 할인을 감수해야 하는 외국의 콘텐츠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좁아 보였다. 그런데 한국어로 만들어진 K-드라마1)가 어느 사이에 세계인들이 가장 즐겨보는 드라마가 되었고 한국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뚝딱뚝딱 잘 만들어 지구촌에 뿌리는 창의적인 나라로 대접받게 되었다.
국제상을 수상함으로써 확인한 K-드라마에 대한 전 세계인들의 초국가적 애정과 향유는 자랑스럽고도 뿌듯한 일이다. 그렇지만 학교에서 우수상 몇 번 받았다고 이것이 곧 훌륭한 인생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이 글에서는 K-드라마의 국제상 수상(受賞)을 무조건적으로 예찬하지도 그렇다고 폄하하지도 않으면서 그 문화적, 산업적 함의를 찬찬히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것은 향후 K-드라마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나름 뜻있는 일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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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회 국제에미상을 받은 KBS 드라마 <연모> (2021) 포스터 (출처: KBS 공식 홈페이지)
1. 한국을 의미하는 ‘Korea’를 표상(表象)하고 있는 ‘K-’는 한국의 대중문화를 대외적으로 발신할 때 매우 유용한 접두어라고 할 수 있다. 한류 현상이 한국의 대중문화가 해외에서 인기리에 수용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라면, ‘K-드라마’는 해외에서 ‘한국의’ 혹은 ‘한국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드라마를 말한다.
2. K-드라마, 이제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건가?
K-드라마는 최근 2~30년 동안 일본, 중국을 비롯하여 동남아, 중동 등에서 큰 인기를 얻어왔다. 그렇지만 세계 영상산업의 메이저라고 할 수 있는 북미와 유럽에서는 그렇게 큰 반향을 얻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한국을 비롯한 여타 지역에서는 오랫동안 서구의 문화상품을 일방적으로 수입해왔다는 점에서 최근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시장에서 K-드라마에 대한 호명과 뜨거운 반응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북미와 유럽이 영상시장에서 ‘메이저’가 된 것은 세계 어떤 지역보다 더 많은 콘텐츠를 제작하여 배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콘텐츠 구매력에서도 다른 지역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메이저’ 국제상 수상은 K-드라마가 아시아권 일부에서가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서 통했다는 것을 보여준 문화적 성취다. K-드라마에 대한 선호가 더 이상 문화적 유사성과 지리적 근접성에 의존하여 주변국에서만 일어나는 문화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상을 받은 작품이 곧 최고의 작품이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작품의 우수성과 완성도를 시장에서 인정받고 전 세계인들의 취향과 선호를 획득해내었다는 상징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 드라마의 국제상 수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6년 KBS에서 방송된 김홍종 감독의 <길 위의 날들>이 이탈리아상에서 드라마 부문 대상을 받은 이래 우리 드라마는 지속적으로 국제상을 수상해왔다. 그렇지만 이번 국제에미상 수상은 그 의미와 파급력이 전과 같지 않다. <연모>가 국제에미상을 수상한 것은 K-드라마 수용의 지리적 확장과 바뀐 지형도를 보여주며 예술성과 완성도보다 작품의 산업적 의미가 상당한 메이저 국제상이기 때문이다. K-드라마가 국제에미상에서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큐멘터리 장르는 2010년 MBC의 <휴먼다큐 사랑, 풀빵 엄마>가 다큐 부문에서, 2013년에는 역시 MBC의 <안녕?! 오케스트라>가 예술프로그래밍 부문상을 수상했다.
에미상은 미국의 텔레비전예술과학아카데미에서 주관하여 1949년부터 TV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시상하는 상이다. 에미상에는 원래 ‘Emmy’가 없었다. 애초 텔레비전용 촬상관(撮像管)인 ‘이미지 오시콘 튜브’(image orthicon tube)에서 따온 ‘이미(Immy)’가 상 이름이었는데, 친숙한 여성의 이름인 Emmy로 부르다가 그냥 그대로 굳혀진 것이다. 에미상은 프라임타임에미상(황금시간대에 방송된 프로그램), 데이타임에미상(낮시간에 방송된 프로그램), 스포츠 에미상, 뉴스 다큐멘터리 에미상, 국제에미상(미국을 기준으로 해외 제작 프로그램을 대상) 등 여러 부문으로 나누어 시상하는 복합적인 시상식이다. 이쯤에서 프라임타임에미상의 <오징어 게임>이나 국제에미상의 <연모> 둘 다 한국산(韓國産)인데 왜 각기 다른 상에 출품하여 수상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겨날 것이다. <오징어 게임>은 감독과 주요 연기자가 한국 사람들이니 당연히 한국 작품으로 여겨지고 또 스토리의 배경을 감안한 서사적 관점에서도 한국 작품이지만, 산업적 관점에서 보면 미국의 자본으로 제작되었고 콘텐츠 IP도 넷플릭스가 100% 가지고 있는 미국의 콘텐츠 상품이다. 프라임타임에미상에 출품한 것은 오롯이 모든 권리를 가진 넷플릭스의 선택이다. 얼핏 미국 국내 프로그램에 한정한 프라임타임에미상보다 국제에미상이 더 권위 있으리라 여길 수 있겠지만, 미국 영상산업의 시장 규모나 세계 시장 지배력을 감안한다면 미국 국내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이 곧 전 세계 시장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것이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넷플릭스는 수상에 따른 티켓 파워 효과가 더 큰 프라임타임상을 노렸고, 한국의 이야기지만 세계적인 공감대와 소구력을 가진 <오징어 게임>은 당당히 프라임타임에미상에서 감독상(황동혁)과 남우주연상(이정재)을 수상했다. 물론 여기에서 티켓 파워는 <오징어 게임>을 공개한 플랫폼이 OTT라서 극장 매표 수입이 아니라 구독자의 유입과 록인(lock in) 효과를 통한 시장성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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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상은 미국의 텔레비전예술과학아카데미에서 주관하여 1949년부터 TV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시상하는 상이다. (출처: 셔터스톡)
한편 <연모>는 사극으로는 최초로 넷플릭스 글로벌 톱10에서 비영어권 시리즈 부문 4위에 올랐었다. <연모>는 프로그램의 권리를 나누어 갖고 있는 KBS, 아크미디어(제작사), 몬스터유니온(KBS의 드라마 자회사), 넷플릭스가 공동으로 국제에미상의 텔레노벨라 부문에 출품하여 수상했다. <연모>는 한국의 서사 배경을 갖고 있는 사극이지만 미국인에게는 이국적인 문화 요소 및 풍경과 더불어 남녀의 사랑이라는 통속극 시리즈에 포함된다고 하여 텔레노벨라 부문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원래 텔레노벨라는 ‘TV 소설’이란 뜻을 가진 중남미에서 주로 방송되는 연속극을 가리키지만 국제에미상은 지역성보다는 장르적 성격을 우선하여 텔레노벨라 부문을 시상하고 있다. 이쯤 하면 국제상의 부문 혹은 장르 구분이 메이저 글로벌 기업들의 산업적 요구에 의해 자의적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OTT의 특성상 프라임타임이 따로 있을 수 없지만, 최고의 TV 프로그램을 가리는 시상에, OTT나 레거시미디어를 가리지 않고 수상작을 결정하는 것도 산업적 이해를 따른 좋은 예다. 어느 사회에서나 의제를 설정하는 주류 혹은 인싸(!)가 있는가 하면 수동적으로 그 의제에 맞춰 따라가야 하는 구성원이 있을 수 있다. 국제상에도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이해관계는 첨예하게 작동한다. K-드라마를 포함하여 한류 콘텐츠가 향후에도 세계시장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담보하려면 글로벌 대중문화의 산업적 이해와 헤게모니에 대한 전략적 분석과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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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가 수여하는 아카데미상. 전년도에 발표된 미국 영화 및 미국에서 상영된 외국 영화를 대상으로 한다. ‘오스카상’으로도 불린다. (출처: 셔터스톡)
<연모>의 수상 외에도 CJ ENM의 이미경 부회장이 한류의 글로벌 확산과 문화산업 발전에 끼친 역할을 인정받아 공로상을 받았다. 한국인 공로상 수상은 2012년 당시 KBS 김인규 사장에 이어 두 번째다. 공로상의 경우 수상자의 활약과 공헌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러한 성과는 현재와 당시에 한국을 대표했던 콘텐츠 기업의 국제협력 전략과 활동이 작동해서 얻은 결과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점차 국제상 무대에서 한국에 대한 지명도가 커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러한 사례는 심사위원의 구성에서도 알 수 있다. 필자는 현장 전문가이자 문화콘텐츠 연구자로서 지난 5년 동안 계속해서 국제에미상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왔는데 예심, 준결, 결선에 이르기까지 3차에 걸쳐 진행하는 심사에 한국인 심사위원의 수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스카상을 결정하는 아카데미 멤버도 2018년 이래 평균 11명의 한국인이 초청받아 심사에 참여하고 있다. 아카데미 멤버는 신규 회원 중 유색인종이 29%를 차지하며 이들의 국적이 지금은 59개국에 이르고 있을 정도로 글로벌화(!)가 진전되었으며 이들에 대한 영화제작사들의 로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메이저 국제상 수상은 앞서 말한 티켓 파워로 연결되어 달콤한 산업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는 영화사들이 심사위원들에게 펼치는 캠페인과 기념품 제공을 허용하고 있는데, 넷플릭스는 지난 아카데미 캠페인에서 무려 7,000만 달러가 넘는 금액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김효정·오동진, 2020). 그러고 보니 <오징어 게임>과 <연모>가 이룬 성취는 기본적으로는 작품의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쾌거지만,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넷플릭스에 올라탄 수상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즉 K-드라마의 성취는 로컬 콘텐츠의 전 지구적 가능성을 확인한 의미 있는 사건이지만, 넷플릭스의 산업적인 이해관계와 영향력이 동시에 작동한 맥락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메이저 시장에 진입한 것과 본격적으로 메이저가 되는 것은 다르다. 이제 한국은 국제무대에서 룰 추종자(rule taker)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룰 입안자(rule maker)로 한 걸음 더 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3. 이제 K-드라마의 놀이터는 글로벌 OTT 플랫폼
애초 K-드라마는 전통적인 배급망 즉, 한국의 지상파 방송사에서 제작하여 수입국의 네트워크 방송사로 수출되는 구조였다. 이러한 방식으로 해외에 수출되던 <사랑이 뭐길래>, <겨울 연가>, <대장금> 등 1세대 한류 드라마들은 중국과 일본 등 이웃 나라에서 기대 이상의 뜨거운 반응을 얻게 되었다. 이후 이러한 열기는 대만, 홍콩, 동남아시아, 중동 등으로 지역적인 외연을 확장했다. 그 결과 한국의 방송 프로그램 수출은 수입을 능가하기 시작했으며, 이때쯤부터 한류 담론이 정부의 정책 아젠다에 중요하게 자리 잡게 되었다. 전통적인 방식의 콘텐츠 해외 배급은 이후에도 <파리의 연인>, <천국의 계단>, <풀 하우스> 등으로 이어졌고, K-드라마는 점차 충성스러운 해외 팬덤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렇듯이 외국의 방송사 플랫폼을 통해 배급되던 K-드라마는 2014년을 기점으로 중국에서 중앙방송(CCTV)이나 성급 방송사가 아닌 OTT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배급망을 얻게 된다. 2014년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 아이치이(iQIYI)에 수출되어 25억 뷰를 넘기며 큰 인기를 얻었고, 2016년 <태양의 후예>가 26억 뷰를 돌파하는 등 OTT 플랫폼이 중국에서 K-드라마의 주된 유통 창구로 부상하였다. 애초 중국 당국의 규제를 우회할 목적으로 OTT 플랫폼이 선택되었지만, OTT의 막강한 자본과 배급력은 K-드라마의 제작 관행을 바꾸어 버릴 정도로 막강했다. 그때만 해도 ‘쪽대본’이 일상적인 K-드라마 산업현장에서 사전 제작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쪽대본은 기본적으로 국내 드라마의 부실한 제작 여건에서 만들어진 것이긴 했지만, 시청자 반응을 순발력 있게 작품에 반영할 수 있으며, 제작 도중이라도 PPL을 통해 계속해서 협찬 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드라마 제작사에게는 좀처럼 떨쳐버리기 힘든 관행이었다. 그렇지만 OTT 플랫폼의 요구는 쪽대본의 당일치기 제작 관행을 사전 제작 방식으로 변모시켰다. 또한 <태양의 후예>는 사전 제작이 초래할 수 있는 콘텐츠의 불법적 유통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방영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이것은 한국 콘텐츠의 해외 유통 시차가 없어지는 획기적인 사건이었고, 이후에도 K-드라마는 플랫폼 최적화를 지향하며 생태계적 진화를 이어간다. 그렇지만 한한령은 중국이 아닌 동남아와 세계 여타 지역으로 K-드라마의 수출 시장을 전환할 것을 강제하였다. 사실 그동안 K-드라마가 문화적 할인을 상쇄하는 소구력을 지니고 있음이 증명된 지역은 아시아에 그치고 있었다. 특히, 비영어권에서 제작된 콘텐츠에 폐쇄적인 미국시장으로 K-드라마를 수출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여기에 물꼬를 터며 K-드라마의 소비 시장을 획기적으로 바꾼 것은 글로벌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다. K-드라마가 넷플릭스에 올라타면서 비로소 전 세계 190여 개국에서 2억 명이 넘는 시청자들을 확보하게 되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기반한 OTT 플랫폼에서의 드라마 소비를 급증시켰고, K-드라마가 가진 양질의 완성도는 미국 시청자들도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으며 K-드라마를 향유하는 데에 합류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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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태양의 후예> (2016) 포스터(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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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갯마을 차차차> (2021) 촬영지 ‘사방기념공원’ (출처: 셔터스톡)
OTT 플랫폼의 K-콘텐츠 수급 방식은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한국에서 제작해 국내에서 방송된 프로그램의 라이센스를 획득하여 자사의 OTT 플랫폼 서비스 목록에 포함시키는 라이센스형이 있다. 초록뱀에서 제작해 채널A에서 방송된 <펜트하우스>, 스튜디오드래곤에서 제작해 tvN에서 방송된 <호텔 델루나>는 이런 방식으로 동남아의 OTT 플랫폼인 뷰(Viu)에 배급되었다. 또한 에이스토리가 제작하여 케이블 ENA 채널을 통해 방송하며 17.5%(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로 대박을 터뜨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전 세계 배급 라이센스를 넷플릭스에 제공했다. 한편, 아예 글로벌 OTT 플랫폼의 기획과 자본으로 제작하는 오리지널형이 있다. 이 부류의 작품으로는 <킹덤>, <오징어게임> <파친코> 등을 들 수 있다. 라이센스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케일이 크고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대형 프로그램들이다. 글로벌 OTT 플랫폼의 제작비 투자가 있었기에 비로소 제작이 가능했던 프로그램들이다. 라이센스형이건 오리지널형이건 글로벌 OTT 플랫폼들은 가성비 좋은 K-드라마를 수급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K-드라마의 경쟁력은 2022년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100위권에 수십 개의 K-드라마가 자리 잡고 있을 만큼 인정받고 있다. 넷플릭스에서는 <지금 우리 학교는>, <소년 심판>, <안나라수마나라>,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블랙의 신부>, <모범가족>, <수리남>, <글리치>, <썸바디> 등이 공개되었다. 디즈니 플러스에서도 <너와 나의 경찰수업>, <그리드>, <사운드트랙 #1>, <키스 식스 센스>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형사록>, <3인칭 복수> 등을 제공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넷플릭스로 과도하게 쏠리는 것을 막고 경쟁 구도를 유지하게 한다는 점에서 K-드라마 생태계에 긍정적으로 작동한다. K-드라마의 지속적인 생산에 국내 OTT 플랫폼인 웨이브나 티빙도 의미 있는 기여를 하고 있지만 해외 배급은 글로벌 OTT의 막강한 배급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글로벌 OTT의 자금력과 배급력이 없었다면 오리지널형은 물론이고 라이센스형도 제대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갯마을 차차차>나 <신사와 아가씨> 등은 방송이 끝난 후에야 넷플릭스에 서비스되었는데, 해외에서 국내에서의 반응을 뛰어넘는 반향을 일으키며 글로벌 OTT 플랫폼의 위력을 실감하게 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나 <연모>가 넷플릭스에서 개봉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전 세계 시장에서 화제성을 이어 나가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수가 있었을까? 앞으로 K-드라마의 생태계는 글로벌 OTT 플랫폼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K-드라마에 대한 글로벌 OTT의 지배력이 구조적으로 강화된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OTT가 한한령으로 위기에 빠진 K-드라마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중국 중심을 탈피하며 전 세계적인 유통채널을 제공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이성민이 지적한 것처럼 글로벌 OTT는 한국의 드라마 제작자들에게 기존에 의미 있는 시장으로 인식하지 못했던 취향 중심의 시청자를 위한 작품을 창작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한국 드라마의 레퍼토리 지평을 넓혀주었으며, K-드라마는 진정한 글로벌을 지향하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이성민, 2022). 전통적인 콘텐츠 배급 방식으로 이룬 1세대 한류 드라마의 열풍이 “설계되지 않은 성공”이었다면, 최근 K-드라마가 성취한 혁혁한 성과는 OTT 플랫폼의 글로벌 전략과 투자에 힘입은 ‘정교한 기획의 성공’으로 볼 수 있다. K-드라마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는 바로 글로벌 OTT 플랫폼이다.
4. K-드라마가 성취한 서사의 확장과 취향 집단
영상 콘텐츠에는 본연적으로 콘텐츠가 재현하는 사회문화적인 설정이 내재되어 있다. 즉 문화상품으로서 그 사회의 가치와 이미지가 영상 콘텐츠에 담겨져 있다. 헐리우드 영화는 본질적으로 미국적 가치와 이미지의 지향을 보여준다. <연모>나 <오징어 게임>도 그 속에는 전통적 혹은 현재 우리 사회의 욕구를 반영하는 가치 설정이 담겨있다. 영상 콘텐츠의 시장적 특징은 사회적 욕구를 반영하여 소비를 불러일으키는 경험재적 성격에 있다. 이런 의미에서는 욕구의 경쟁을 촉발하여 해소하는 것이 대중문화 콘텐츠다. 해외에서 성공을 거둔 K-드라마의 원조라 할 수 있는 <겨울연가>는 전통적인 순애보에 만화적 상상력을 더하여 완성도를 높인 로맨스 드라마다. <겨울연가>는 일본 드라마에서 미처 제공하지 못했던 일본 중년 여성들의 숨겨진 로맨스 욕구를 끌어내었고, 이를 채워준 것이 붐을 일으킨 비결이다. 중국에서 <대장금>의 성공은 권선징악과 전통 가치에 대한 옹호 등 중국인들이 편하게 수용할 수 있는 보편성을 바탕에 두고, 드라마 주인공 장금이의 드라마틱한 성공담을 절묘하게 이야기화한 덕분이다. 이것은 주변부 인생이 신분 차별과 성차별, 직업 차별을 이겨내고 꿈을 이루고자 하는 향유자들의 상상(fantasy)을 자극했다. 공감 스토리텔링에 성공한 것이다. <별에서 온 그대>와 <태양의 후예>도 로맨스 판타지물이라는 점에서 전통적인 K-드라마의 소구점을 지향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상을 수상한 K-드라마는 아시아권에서 통하던 ‘기승전연애’라는 공식을 완전히 뛰어넘는 서사를 보이고 있다. 드라마의 서사는 곧 우리가 사는 모습이며 꿈꾸는 이야기다. 우리가 맨날 연애만 하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지구촌의 드라마 향유자들은 로맨스에서 한 걸음 더 나가 현실의 이야기와 접점을 가진 보편적 서사를 기대했고, 새로운 상상력으로 포장된 다양한 스토리와 꿈을 드라마에서 찾고 싶어 했다. 이를 간파한 글로벌 OTT 플랫폼은 아시아에서 검증된 스토리텔링 작가와 연출자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뛰어난 제작 기술을 축적하고도 가성비 좋은 한국의 드라마 제작사들을 막대한 자본으로 포섭했다. 제작비뿐만 아니라 그동안 국내에서는 결코 얻기 힘들었던 제작 자율성이라는 날개를 얻은 한국의 드라마 프로덕션은 코로나19의 와중에도 순발력을 발휘하여 K-드라마 서사의 확장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나갔다. 굳이 로맨스가 아니더라도 창의에 바탕을 둔 보편적 서사가 주는 감동은 세계를 열광시켰다. K-드라마는 허구적 현실과 현실적 허구를 드라마 서사에 능숙하게 녹여버리며 전 세계 향유자들에게 다가갔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영국 BBC에서 평가한 것처럼 현대사회의 계층 갈등을 전 세계인이 공감하는 방식으로 풀어낸 보편적 서사에 힘입은 바 크다. <이태원 클라스>, <빈센조>는 부의 불평등을 고발하며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공감대와 소구력을 가진 이야기다. 좀비물 <킹덤>, <지금 우리 학교는>, 법정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소년심판> 등 다양한 서사가 K-드라마의 레퍼토리를 풍성하게 하였으며 <스위트홈>, <지옥> 등 크리처(creature) 재난물도 이제 K-드라마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K-드라마의 서사적 확장은 한국발(韓國發) 글로컬 콘텐츠의 문화적 다양성 증대에 크게 공헌했다. 한국어는 한반도에 고립되어 있지만 한국의 서사는 세계를 향했다. 아니, K-드라마 덕분에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케이팝과 K-드라마 덕분에 한국어를 접하고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공부하게 되었다는 사람들이 부지기수(不知其數)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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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드라마 <겨울연가>(2002)의 촬영지 ‘남이섬’(출처: 셔터스톡)
K-드라마 서사의 확장은 지구촌 향유자들에게 취향 중심의 향유 습관을 다지는 데에 큰 동력으로 작동했다. 넷플릭스는 구독자들의 콘텐츠 소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취향 중심 전략을 취했고, K-드라마는 여기에 복무하게 된다. 그렇지만 신흥 글로컬 콘텐츠인 K-드라마는 단순히 글로벌 플랫폼의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이 아니라 자체의 독창성과 기술력을 가지고 혼종화를 통해 세계인의 취향과 기호를 충족시켜주는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이다. 할리우드로 상징되는 전통적 글로벌 지배 콘텐츠에서 혼종의 글로컬 콘텐츠로 변화하는 대중문화의 흐름은 마치 기후변화처럼 특정 지역이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정경을 바꾸어 나간다. 이러한 현상을 촉발하고 촉진한 대표적인 글로컬 콘텐츠인 K-드라마는 아시아를 넘어 미국을 포함한 전 지구촌에 혼종문화를 수용하는 새로운 취향 집단을 만들어가는 데에 성공했고, 21세기의 세계인들은 점차 문화적 할인이라는 전통적인 외래문화 수용 습관을 탈피하게 된다.
5. 혼종의 새로운 글로벌 미디어 정경
문화인류학자 아파두라이는 사람, 이미지와 정보, 기술, 자본, 이념 등이 국가의 경계를 넘어 끊임없이 이동하면서 탈국가, 세계화의 시대로 이행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필리핀 사람들이 미국 사람들보다 더 미국의 팝송을 잘 부른다거나 애초 영국에서 시작된 크리켓이 식민지였던 인도에 전파되어 토착화되면서 이제 크리켓은 더 이상 영국산이 아니라 인도의 국민 스포츠라고 예를 들면서 국민국가를 벗어난 지구화 시대를 설파했다. 그는 곧 도래할 초국가시대를 전망하며 국가의 경계를 넘는 ‘새로운 상상력’이 광범위한 공동체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예언한다(Appadurai, 1996). 명철한 통찰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외국에서 제작된 영상물을 초국적으로 소비하는 일이 점차 일상적 행위가 된 것은 그가 말한 ‘새로운 미디어 정경(Mediascape)’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그러나 인도 태생으로 미국에서 살며 가르치는 아파두라이의 눈은 세계화를 전망하고 있었지만, 정작 자신이 토대들 둔 미국의 정경을 묘출하는 데에는 인색했다. 그가 말한 ‘글로벌 미디어스케이프’는 미국 바깥의 이야기였다. 미국은 비영어권 영상 콘텐츠에 대한 장벽이 매우 높은 곳이며 철저히 자국산 콘텐츠를 중심으로 영상물 소비 시장이 돌아가고 있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비영어권에서 제작된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 위해 자막을 보아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감당하는 것은 미국인에게 매우 비주류적인 취미였다. “오스카는 로컬”이라며 미국 영상콘텐츠 시장의 폐쇄성을 지적한 봉준호 감독의 영민한 지적이 빛나는 이유다. 그렇지만 이제 미국인들도 1인치 자막을 통해 외국 드라마를 즐겨보게 되었다. <기생충>, <오징어 게임>, <파친코> 등 글로컬한 한류 콘텐츠가 거둔 성과다. 아카데미는 <기생충>을 ‘외국어 영화상’이 아닌 ‘국제장편영화상’과 각본상에 이어 백미(白眉)라고 할 수 있는 최우수작품상으로 선정하고 감독상마저 봉준호에게 시상함으로써 ‘미국의 로컬 잔치’가 아닌 글로벌 축제로 ‘상(賞)의 정경(Award-scape)’을 확장했으며, 에미상도 비영어권 작품 최초로 <오징어 게임>에 6개 부문을 시상함으로써 상의 글로벌 정체성을 확인했다. 더 이상 영상 콘텐츠의 세계는 할리우드와 나머지 지역이라는 이분법적으로 분류되지 않으며, 서구에서 지구촌 여타 지역으로 일방(一方)의 흐름을 보이던 대중문화는 이제는 문화적 수도가 다원적으로 존재하는 혼종(hibridity)의 공동체로 진화하고 있다. 메이저 국제상에서 대표적인 혼종의 글로컬 콘텐츠인 케이팝과 K-드라마가 연이어 수상한 것은 이렇게 변화하는 글로벌 대중문화의 흐름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미디어 제국주의의 역전(reverse media imperialism)”2)이라고읽는 것은 오독(誤讀)이다. 영상 콘텐츠 산업에서 서구 중심의 일방적인 흐름은 분명히 바뀌었으나, ‘초국적’이라 쓰고 ‘미국’으로 읽어야 하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지배 헤게모니는 여전히 공고하다. 구글과 넷플릭스 등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이 압도적이고, 한국을 비롯한 글로컬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는 이 구조에 매우 의존적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로벌 대중문화는 일방향 흐름에서 복잡계로 들어섰다고 보는 것이 설득력이 있을 것이며 그 방식은 전이(轉移)라기보다는 변태(變態)다.
K-드라마는 콘텐츠의 문화적 특성 면에서 볼 때 본질적으로 혼종문화다(강철근, 2006). 심두보는 한국 드라마는 미국 드라마 문법을 학습했으며, 미국 대중문화를 토대로 해 성공적으로 지역색을 갖춘 일본 애니메이션/만화와 홍콩 영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지적한다(심두보, 2022). 서양의 드라마투르기(dramaturgy)를 흡수하여 한국적 특성을 보태어 영상화에 성공한 K-드라마는 혼종화 과정에서 지역성을 탈피하고 보편적 코스모폴리탄 지향을 드러낸다. <킹덤>, <사랑의 불시착> 등에서 K-드라마는 글로벌과 로컬이 대치의 이분법으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잡종 혹은 혼종을 통해 글로컬리티(glocality)를 성취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혼종의 대중 문화콘텐츠에는 이제 국경이 없다. 우리는 팝송 부르는 필리핀 사람들이나 크리켓 하는 인도인들이 아니라 1인치 장벽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미국인들을 보면서 아파두라이가 내세운 명제의 느슨하고도 ‘풀린 고삐’가 이제야 비로소 죄어지는 것을 목도한다. 21세기 초반 글로벌 미디어 정경의 혼종성은 K-드라마가 추동한 주목할 만한 문화 현상이다.
2. 로저스와 쉬멘트 등은 제 3세계로부터 선진 발전국가로의 미디어 생산물이 대규모로 수출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를 미디어 제국주의의 역전(reverse media imperialism)이라고 표현했다(Schement, J. R. et al, 1984).
6. 누가 뭐래도 상은 시청자가 주는 것이다
K-드라마가 자본주의적 상품 생산과 전 지구화된 소비문화의 산물임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K-드라마의 전 지구적 수용은 본연적으로는 대중문화 상품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산업적 메커니즘 안에서 작동하는 현상이겠지만, 해외 팬들에 의해 적극적이고 집단적인 형태로 향유 습관이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초국적 보편성을 성취한 것은 단순히 플랫폼 문화 제국주의를 넘어서는 수용자 중심의 역동적인 변화의 흐름이다. 사실 그동안 글로벌 차원에서 주변적 위치에 있던 한국의 대중문화 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주목받게 된 성과에 대한 여러 진단과 설명이 시도되었지만 대부분 한국 콘텐츠가 가진 보편성, 혼종성, 독창성 그리고 가성비 등 ‘개별 콘텐츠의 작품성과 경쟁력’ 혹은 이를 만들어낸 제작자나 연기자들의 ‘역량’에서 원인을 찾았다. 그렇지만 문화 교류의 입장에서 K-드라마의 세계적인 호명과 인기 현상은 세계적인 ‘수용’을 전제로 성립한다.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은 구조인데, K-드라마의 경쟁력과 역량에만 치우치면 한류의 세계적인 확산을 가능하게 했던 다층적인 동력을 편협하게 이해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누가 뭐래도 K-드라마의 국제상 수상을 매개하고 구현한 것은 지구촌의 수용자들이다. K-드라마에 작동하는 수용자들의 능동적인 인식과 경험의 핵심은 향유를 지속적으로 구축하고 강화하며 확장하려는 수용자들의 욕망이다. K-드라마의 미래도 수용자가 하나의 텍스트에서 느낀 충족감에 대한 기대를, 또 다른 텍스트로 채워나가며 발생하는 통합적인 수용자 경험에 달려있다. 향후 K-드라마에 대한 통합적인 기대감이 수용자 경험을 통해 지속적인 패턴을 보일 때, K-드라마의 지속 가능한 생태계는 비로소 성취될 것이다.
상(賞)은 주최자가 혹은 평론가가 아무리 뭐라고 에둘러도 결국은 관객이 주는 것이다. 국제상 수상을 통해 우리의 시선은 글로벌 수용자에게로, 세계인의 시선은 다시금 K-드라마로 향한다. 국제상 수상을 통해 강화된 K-드라마 브랜드를 토대로 다양한 서사와 취향을 흡수하여 더 많은 역량을 축적하여 글로벌 수용자들과의 접점을 계속해서 넓혀 갈 것을 기대한다. 국제상 수상은 K-드라마뿐만 아니라 한류 콘텐츠 전반에 긍정적인 경제적 효과를 유인하고 사회문화적으로도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견인할 것이다. 국제상 수상은 K-드라마가 수용자의 긍정적 소비 경험에 기반하여 문화적, 산업적 성과를 성취한 것을 의미하며, 향후 K-드라마에 대한 지속 가능한 유입과 향유를 담보하는 기표(記表)를 획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 그러고 보니 국제상에 관해 긴 썰을 풀면서도 정작 꼭 해야 할 말을 아직 못했다.
“K-드라마 창작자들에게 큰 축하를 보냅니다. 그대들이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