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6
디지털 유통채널 전환과
한류 패션의 도약
한류 확산에 영향을 받은 패션은 디지털 유통채널 전환과 함께 온라인 수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온라인 수출 확대는 해외 마케팅에 열세인 중소기업에 적합한 수출방식이기도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한류에 호감을 지닌 소비자들의 소비 방식 변화에 기인하기도 한다. 패션 유통채널은 오픈마켓, D2C,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 등 다양한 형태로 분화되고 진화되면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으며 수출 영역에서 눈에 띄는 성과들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한류의 확산과 디지털 환경 변화는 패션기업에게 혁신을 요구한다. 소비자 취향 파악, 좋은 원단에 매력적인 패턴, 합리적인 가격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지났다. 패션기업일 뿐만 아니라 한국 대중문화의 자산을 상품화하는 스토리텔링 기업, 디지털 플랫폼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IT 기업으로서의 전문성과 혁신성, 그리고 이와 관련된 새로운 수익모델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윤경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산업연구센터 센터장
1. 온라인 수출, K-패션에 날개를 달다
한국 패션 수출이 성과를 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발표한 2022년 1분기 통계에 따르면, 한국 의류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4% 증가해 2004년 이후 최고의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세계적인 고금리, 고환율,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속에서도 좋은 실적을 보이는 한국 패션의 건실한 실적은 중소기업의 온라인 수출에서도 두드러진다.
중소기업벤처부가 발표한 2002년도 「중소기업수출동향」에 따르면, 한국 중소기업의 수출성과가 사상 최대였던 2021년보다 1.7% 증가하는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중소기업 수출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어려움을 겪는 우리나라 수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한 것이다. 전형적인 중소기업 품목인 패션산업도 온라인 수출에서 두각을 보였다. 중소기업 온라인 수출 품목 순위에서 의류가 2위를 차지한 것이다. 온라인 채널을 통한 의류 수출이 K-패션 성장에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기업에 비해 해외 마케팅에 열세인 패션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B2C 거래 등 온라인 수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 또한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이 글로벌 무역 규모를 축소시키기는 했지만, 국가 간 수출 품목과 수출 채널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물건이 소비자를 찾아가는 방식을 바꾼 것도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온라인 수출 상위 품목인 화장품, 의류, 음향기기(CD 음반 등) 등의 특성을 잘 생각해보면, 또 다른 공통점이 보인다. 온라인으로 한국의 화장품을 사고 한국 스타일의 옷을 골라 입고 한국 음반을 구매해서 듣는 글로벌 소비자, 혹시 한국 콘텐츠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한류 팬들이 아닐까?
2. 한국 패션, 한류로 알리다
앞서 밝혔듯이 온라인 수출 분야에서 국내 중소기업의 실적은 한류와 연관된 화장품, 의류, 음향기기(CD 등 음반)에 집중되어 있다(표1). 주요 수출 대상국도 한류 등의 영향으로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높으면서도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이 발달한 국가를 중심으로 교역이 활발하다. 이러한 데이터를 통해 한류 콘텐츠에 대한 열기가 높아지면서 한류에 영향을 받은 연관산업 수출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소기업들의 화장품, 의류, 음반 등 온라인 수출 확대가 지속되고 있는 2021년과 2022년, 한국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사상 최대 124억을 돌파했고 매출액도 전년 대비 7.1%나 증가했다(문화체육관광부, 2023).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가 화제를 모으고, 아이돌이나 스타의 스타일과 패션이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패션산업이 동반성장 하는 근거는 다양하다. 일본에서 실시한 한 조사(라쿠텐 그룹이 운영하는 플리마켓 앱 ‘라쿠텐 라쿠마’에서 실시한 ‘패션을 참고하는 나라’ 조사)를 들여다보자(KOTRA, 2022).
이 조사에서 일본 여성에게 ‘패션을 참고하는 나라’를 물었는데 한국이 1위로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옷을 구매할 때 한국 패션을 참고하는 이유로 전체 응답자의 37.1%가 ‘한국의 아이돌, 아티스트 등 연예인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으며, 응답자의 18.9%는 ‘한국의 대중문화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한국 패션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일본 소비자들의 과반수가 한류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2022년은 특히 한류 이슈가 많은 한 해였다.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 에스파가 빌보드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였고, 방탄소년단(BTS)은 전 세계 75개국에 실시간 중계되는 콘서트를 열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넷플릭스 콘텐츠 1위를 차지했고, <오징어 게임>은 비영어권 최초 에미상을 수상했다. 또한 국내 패션 브랜드 MLB가 단일브랜드 최초로 중국 시장에서 연 매출 1조를 달성했으며, 글로벌 팬들의 한국 패션 소비 순증가율이 2020년 2.9%에서 2022년 22.7%로 가파르게 상승하기도 했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2023). 한류의 확산과 더불어 패션이나 뷰티 등의 수출 판로가 확대되는 것은 사실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3. 한류 패션, 이커머스로 판매하다
한류 스타에 대한 호감은 한국 패션에 대한 호감으로 전이되고 한국 패션상품을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는 주로 이커머스(eComerce)를 통해 제품을 선택하고 구매한다. 글로벌 한류 팬들의 한국 패션제품 구매경로를 조사한 결과 ‘글로벌 사이트/앱’이 55.6%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자국 사이트/앱’이 55.5%로 나타나는(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2023) 등 이커머스는 한국 패션 제품을 구매하는 가장 중요한 통로로 보인다. 재택근무와 매장 휴업 등으로 오프라인 의류 소비가 위축되었던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오면서 소비자들은 온라인으로 의류를 고르고 입는 데 익숙해졌다. ICT 발전과 함께 패션기업이 새로운 채널을 활용해 소비자들의 구매를 촉진하는 방법도 다양해졌고, 중저가 위주의 B2C 거래가 많은 중소기업 제품 특성상 온라인 수출이 적합하기에 이커머스가 더 활발해졌다.
한국 패션제품이 판매되는 글로벌 오픈마켓 아마존과 라쿠텐 (출처: 셔터스톡)
코로나 시대의 이커머스는 오프라인 채널에 대한 전통적인 충성도를 변화시키고 거대 오픈마켓뿐만 아니라 D2C(Direct to Custom), 버티컬 커머스(Vertical commerce) 플랫폼 등 다양한 형태로 패션 제품 판매를 촉진했다. 한국 패션제품이 글로벌시장에서 아마존, 라쿠텐, 타오바오, 쇼피 등 대규모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되기도 하지만 D2C를 통해 발생하는 매출도 상당하다. D2C는 자사몰을 통해 중간 유통 단계 없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으로 해외 고객의 관심을 중간 커미션 없이 자사의 매출로 연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다른 유통채널이 아닌 브랜드 중심의 소통을 함으로써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고 재구매율을 높일 수 있기도 하다.
국내 주요 패션업체들은 높은 커미션을 지출해야 하는 타사 오픈마켓의 의존도를 높이고, 자체적으로 만든 온라인몰을 육성하여 경쟁력을 높이려고 노력 중이다. 2019년 거대 이커머스 플랫폼 아마존을 떠난 나이키가 D2C에 주력해 북미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D2C 전략을 채택하기 시작했고, 한국 의류 수출에서도 D2C가 매출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중소기업 예를 들면, 전체 매출의 40%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는 ‘로맨틱크라운’은 중국 고객들이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중국어로 된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하는 한편, 중국 유명 편집숍인 ‘IT’의 40여 개 매장에 유통하면서 한국 스트리트 패션을 알리고 있다. ‘어피스오브케이크’ 역시 해외에서 구매 가능한 영문 D2C를 구축하고 해외 전담팀을 꾸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면서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이다(송종선, 2021. 10. 28).
패션 수출 채널에서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일반적인 이커머스 플랫폼이 다양한 카테고리 상품을 넓게 다루는 종합몰인 것과는 달리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은 패션 제품을 깊이 있게 다루는 전문몰을 의미한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이 2021년 국내 쇼핑 앱 이용률을 조사한 결과, 패션만을 다루는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이 쿠팡, 11번가, G마켓 등과 같은 오픈마켓과 함께 상위에 랭킹돼 있었다. 모든 상품 카테고리를 다루고 있는 오픈마켓과는 함께 에이블리, 지그재그 등 패션만을 다루는 플랫폼이 높은 순위에 랭킹된 것은, 가격과 품질 이외에 취향이 깊이 관여하는 패션상품의 특성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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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적인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 ‘무신사’ (출처: 무신사)
국내에서 가진 플랫폼 파워는 디지털 커머스를 기반으로 하기에 국경을 넘는 데 제약이 적다. 국내 대표적인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인 ‘무신사’는 2021년 일본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는데, 플랫폼 자체가 진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입점 업체들이 일본 진출에 필요한 물류나 고객 관리와 같은 영업 인프라를 지원하는 방식을 택했다. 동대문 의류 판매 플랫폼인 ‘브랜디’는 네이버가 운영하는 스마트 스토어에 입점하는 방식으로 일본 진출을 시작했다. 카카오가 인수한 패션쇼핑 앱 ‘지그재그’는 일본에서 ‘나우나우’라는 이커머스 앱을 론칭했는데, 이 역시 동대문 시장 패션을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물류 서비스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의 에이블리는 일본 서비스 ‘파스텔(Pastel)’로 쇼핑 앱 다운로드(iOS+안드로이드) 순위 TOP5에 오르며 아마존, 라쿠텐, 조조타운 등 대형 글로벌 및 현지 이커머스 플랫폼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정효신, 2022. 10. 31).
이처럼 이커머스 시장은 오픈마켓, D2C,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 등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고 진화돼 온라인 판매채널을 강화하고 온라인 소비를 촉진한 것으로 보인다. 한류로 날개를 단 한국 패션도 산업 간 협력과 자체 혁신을 통해 이커머스 기반의 온라인 수출에서 꾸준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4. 디지털 유통채널과 한류 패션의 도전
디지털 전환과 한류의 확산은 한국 패션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부여했다. 한국 패션은 한국 대중문화가 지닌 매력을 담아내고 한국인의 일상을 세련되게 표현해내며 시장 크기와 수출 규모를 확대해 왔다. 한편으로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시장 활황으로 외형은 급성장했지만, 수익 구조가 점차 악화되고 있는 기형적 현상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한국섬유신문 취재부, 2022. 12. 15).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기존 경쟁력이 앞으로의 경쟁력이 될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하고 좋은 원단에 매력적인 패턴, 합리적인 가격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지났다. 패션기업일 뿐만 아니라 한국 대중문화의 자산을 상품화하는 스토리텔링 기업, 디지털 플랫폼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IT 기업으로서의 전문성과 혁신성, 그리고 이와 관련된 새로운 수익모델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류라는 소프트파워 활용을 통한 스토리텔링 능력 강화, 인공지능·ICT·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IT 기업으로서의 전문성 함양, 기존의 전문성에 기초하여 타 전문 분야를 이해하고 협업할 수 있는 유연한 벨류체인 구축 등은 한류 패션이 그다음 도약을 위해 당면하고 있는 과제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