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해외한류실태조사
일본 한류 심층분석
전 세계 어느 지역보다 일찍 시작된 일본 한류는 이제 20여 년의 세월을 지나 안정됐지만, 더욱 섬세하고 예민하게 발전될 필요가 있다. 그 배경에는 한국 문화콘텐츠 비호감도 원인 1위인 ‘한국과의 정치/외교적인 관계’가 있다. 이 같은 저해 요인은 단시일 내에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외의 요인을 분석하고 극복함으로써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다. 일본에서 가장 큰 인기를 보이는 음식을 비롯해 패션, 뷰티 등 일상 소비재와 드라마, 영화 등의 K-영상물, 그리고 무서운 기세로 인기를 얻고 있는 웹툰까지, 팬데믹 전후 일본인의 한류 인식과 현황을 분석했다. 그 결과, K-온라인 콘텐츠의 성장을 위해 한국 문화콘텐츠가 세계 시장을 겨냥한 보편적인 정서와 규격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한국 고유의 특색이 드러나되 전달력 있는 기획과 가공을 할 필요가 있으며, 온라인/모바일에 치중된 접촉 경로를 다양하게 개발할 필요가 있음을 제언한다.
고영란
전북대학교 일본학과
부교수
이 글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행한 『2023 해외한류실태조사』(2022.3.) 보고서의 통계 결과를 토대로 일본 한류 현황을 심층 분석한 것입니다. 보고서 전문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홈페이지(
www.kofice.or.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들어가며: 정체하는 일본 한류
팬데믹 종식이 다가온 가운데, 그간 제재로 쉽지 않았던 한일 간의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여행객의 도일(渡日) 기사가 연일 쏟아져 나오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최승표, 2022. 9. 20). 또한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 관심도 또한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정상혁, 2023. 3. 4). 이렇듯 2023년 현재 한일관계는 팬데믹 기간과는 달리, 상호 호감도가 높아지고 직접 교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실제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인식과 문화콘텐츠 이용 및 소비에 관한 변화는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났을까?
일본 한류는 가까운 지리적 특성 때문에 그 어떤 지역보다도 앞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는데, 일본 한류를 총 네 개의 시기로 나눈 연구에 의하면 그 특징은 다음과 같다(조규현, 2021). 제1차 한류는 2003년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의 지상파 방송 NHK를 통해 방영되며 주도했다. 제2차 한류는 한국 드라마와 소녀시대, 카라 등 케이팝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주도했다. 다만, 이 시기는 혐한 만화가 등장하고 일본 내 혐한 감정이 고조된 시기라고도 볼 수 있다. 제3차 한류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블랙핑크, BTS 등 새로운 케이팝 스타들의 등장에 힘입어 뷰티, 패션, 음식 등 한류가 라이프스타일까지로 확장한다. 주로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SNS 소통에 친숙한 10~20대가 주도했다(이석, 2019). 제4차 한류는 2018년도 이후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 K-드라마 및 K-영화가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해 확대·보급돼, 전 세계적인 인기 속에서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영상 콘텐츠에 국한되지 않은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이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소비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로 보인다. 이와 같은 제4차 한류 붐 속 일본의 한류 소비는 이제 한류라는 명칭에 구속되지 않고, 탈정치적 감각으로 일상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한국 문화의 소비가 한국 이미지 개선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 연구도 있다(한영균, 2020).
제4차 한류 붐 직후에 시작된 전 세계적인 팬데믹은 일본 또한 ‘한류 문화콘텐츠 이용 및 소비’가 온라인에 국한될 수밖에 없는 변화를 초래했다. 그러므로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1년도 하반기의 데이터, 「2022 해외한류실태조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2022)와 팬데믹 종식 이후 2022년도 하반기의 데이터 「2023 해외한류실태조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2023)의 비교를 통해, 일본 한류의 변화된 양상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미래의 일본 한류에 대한 예측과 대응을 제언하고자 한다. 일본은 중국과 더불어 최초의 한류가 시작됐던 국가로, 한류가 장기간 지속됐음에도 불구하고 2021년까지도 여전히 부정적 인식이 아래와 같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부정적 인식: 보통 51.4%, 공감 29.2%). 나아가 한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정치/외교적인 갈등(39.0%), 역사적 관계(29.5%) 등 긴 시간에 걸친 한일 양국의 정치와 외교 갈등에 그 원인이 있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본에서의 ‘반한’ 요인과 달리, 미주에서는 코리아부(Koreaboo)로 표현되는 한국 팬덤 문화에 대한 비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 또한 조사됐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2023). 코리아부 현상은 국경을 넘은 온라인상의 문화접촉을 통해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일본 한류의 부정적 인식과 중첩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그러므로 혐한 및 반한을 넘은 발전적인 한일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글로벌 한류 속 일본 한류의 특징을 이해하고 팬데믹 전후 일본 한류의 추이를 살펴, 일본 한류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2. 한국 문화콘텐츠의 인기와 K-영상물의 미래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문화콘텐츠별 인기 국가는 단연 미국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2021년과 2022년을 비교해 보면, 2021년 뷰티(한국 41.7%, 프랑스 23.3%, 미국 17.2%)와 패션(한국 34.4%, 미국 30.1%)에서 한국이 1위를 차지했었는데, 2022년 패션 콘텐츠에서는 미국(34.8%)이 한국(31.9%)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음식에서도 2021년에는 미국이 압도적인 1위(미국 62.2%, 한국 27.0%)였지만, 2022년에 한국과 미국은 각각 3, 4위(한국 20.7%, 미국 13.7%)로 밀려나고, 중국과 이탈리아가 근소한 차이로 1위와 2위(중국 24.4%, 이탈리아 24.1%)를 차지하는 큰 변화가 생겼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만 보더라도 일본 내 외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다양한 기호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1위를 차지한 뷰티와 3위를 차지한 음식을 제외하면, 모든 문화콘텐츠에서 한국이 2위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한류의 여전한 인기를 알 수 있다. 드라마 또한 1위와의 격차를 2021년 12.9%(미국 53.7%, 한국 40.8%)에서 2022년 4.5%(미국 48.7%, 한국 44.2%)로 상당히 좁혔다. 2022년에는 미국 웹툰(36.5%)에 이어 한국 웹툰(31.0%)이 급성장하며 2021년의 통계 데이터에는 잡히지 않았던 새로운 문화콘텐츠의 부상도 주목된다.
한국 웹툰 플랫폼은 일본은 물론 전 세계 앱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상위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박흥순, 2022. 11. 4; 정다은, 2022. 12. 25). 이처럼 한국 문화콘텐츠 플랫폼의 발전은 팬데믹을 전후하여 무섭게 성장하고 있으며, 일본 한류의 또 다른 축이 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한편 한국 문화콘텐츠 전반에 대한 호감 저해 요인 1위는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여전히 ‘한국과의 정치/외교적인 관계’에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한류 저해 요인인 ‘한국과의 정치/외교적인 관계’는 단시간 내에 극복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그 외의 비호감 요인은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인식변화를 통해 단시간 내에도 충분히 경감시킬 가능성이 있다. 또한 각 문화콘텐츠의 비호감 요인은 비단 일본에서만의 문제가 아닌, 전반적인 한국 문화콘텐츠의 문제일 가능성도 있어, 이를 분석·대응하는 것은 한국 문화콘텐츠의 전반적인 발전에 중요한 측면이다.
예컨대 드라마, 예능, 영화 등 K-영상물에 대한 호감 저해 요인 중 “한국식 웃음 유발 코드가 맞지 않아서”, “언어와 문화가 달라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워서” 등은 번역이나 통역, 혹은 배경지식의 전달에 따라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요인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언어·문화적 한계는 비단 한국 문화콘텐츠에만 국한된 점은 아니지만, 관련 종사자들의 인식에 따라 극복할 수 있는 요인으로써, 향후 점진적인 문화콘텐츠 성장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K-영상물의 인기 요인은 2021년이나 2022년 모두 드라마는 1위-짜임새 있는 스토리(39.2% → 36.6%), 2위-배우의 매력적인 외모(29.6% → 23.4%)이며, 영화는 1위-짜임새 있는 스토리(42.3% → 37.6%), 2위-자국 영화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함(28.2% → 36.1%)으로 나타났다. 예능은 1위가 3위(개성 있는 캐릭터 역할 32.6% → 24.4%)로, 2위가 1위(선호 스타 MC 출연 28.3% → 28.1%)로 바뀌었다. 이와 같은 결과를 통해 여전히 한국 문화콘텐츠 중 영상물 호감도가 작품의 우수성과 인적 자원의 인기와 재능에 의한 것임을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인기 요인의 미세한 변화로부터 알 수 있듯이 일본에서 한국적이고 개성적인 한국 영상물이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수 있다. 즉, 배우나 진행자의 인기만이 아닌 K-영상물이 갖는 고유성을 발굴해 나가는 것 또한 향후 한류 발전에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방증하듯, 2023년 3월 1일 일본 랭킹 사이트 <모두의 랭킹>(みんなのランキング,
https://ranking.net/rankings/best-popular-korean-dramas)에서 한국 드라마의 랭킹은 1위 <사랑의 불시착>, 2위 <도깨비>, 3위 <이태원 클래스>, 4위 <김비서가 왜 그럴까?>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해외한류실태조사 중 “최선호 한국 문화콘텐츠-드라마 부분”에서 3위에 <사랑의 불시착> (7.1%)이, 7위에 <김비서가 왜 그럴까?> (1.0%)가 올라와 있는 것과도 유관하다. 그런데 이 모든 작품은 ‘한국과의 정치/외교적인 관계’가 배제된 인류 보편적 정서인 로맨스를 전개하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개성 있는 소재, 배우들의 인기와 연기력, 그리고 한국 색이 과도하게 강조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K-영상물에서 한국적인 색채를 완전히 배제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모두의 랭킹>에서 한국 드라마 랭킹 5위에 오른 <달의 연인-보보심경 려>나 “최선호 한국 문화콘텐츠-드라마 부분” 2위에 오른 <대장금> (2.9%)은 한국 색이 짙은 편이지만, 전자는 소위 퓨전 사극으로 현대적인 이해를 돕는 스토리 전개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고, 후자는 음식 이야기와 로맨스가 교차하며 전개되는 스토리성을 지닌 작품으로, 두 작품 모두 한국 색이 잘 전달되어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일본 한류에서 K-영상물이 지속적으로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첫째, 직접적으로‘한국과의 정치/외교적인 관계’를 연상시키지 않는 소재를 사용하되, 둘째, 한국어나 한국의 개성을 보다 쉽게 전달해야 하며, 셋째, K-영상물의 강점인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개성 있는 소재, 배우들의 인기와 연기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3. 일본 한류 속 K-라이프스타일
일본 한류는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2년과 2023년 한류실태조사 “최선호 한국 문화콘텐츠-드라마 부분”에서도 11.9%, 10.6%로 연이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작품이 <겨울연가>다. 이 작품에 출연한 배용준은 ‘욘사마’로 여전히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 배우이기도 하다. 그러나 2021년과 2022년 일본인의 한국 연상 이미지 1위(40.4% → 36.6%)는 드라마(K-영상물)가 아닌 ‘음식’임을 아래의 통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한국 음식은, 실제 이용률도 상당히 높다는 점을 아래 통계를 통해 알 수 있다.
2021년 한국문화콘텐츠의 인기도에서는 ‘음식을 거의 이용하지 않은’ 비율이 4.2%로 상당히 낮았는데, 2022년 실제 이용 비율에서는 ‘최근 1년 이내에 한국 음식을 경험한 사람’의 비율이 70.9%에 달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아래 데이터에 의하면 한국 음식은 성별, 연령 큰 차이 없이 골고루 경험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아래 표에서처럼 음악(10대 81.1%, 50대 65.9%)이나 드라마(10대 56.0%, 40대 73.4%) 경험률이 연령별로 차이를 보이는 점이나, 뷰티(남성 23.5%, 여성 63.5%)나 패션(남성 26.7%, 여성 49.6%) 등 일상 소비재에서 성별 차이가 크다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즉, 한국 음식은 일본 한류 속에서 성별과 연령별 차이가 크지 않은 유일한 문화콘텐츠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이 일본 외 해외에서 한국 연상 이미지 1위는 음식이 아닌 케이팝이라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케이팝보다 음식을 비롯한 일상 소비재가 주목받는 것이 일본 한류의 특성이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국 문화콘텐트 Brand Funnel’의 통계에 의하면, 음식만이 친숙 전환율 85%를 보이며, 다른 한국 문화콘텐츠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을 제외한 여타 한국 문화콘텐츠는 ‘구입 고려’에서 ‘이용 고려’로 전환율이 50%~60%로 엇비슷하며, 이용 고려에서 ‘실제 구매/이용’으로 전환율은 24%~33%로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패션 40%, 뷰티 51%, 음식 55% 순으로 실제 구매/이용 전환율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위와 같이 2022년 한국 문화콘텐츠 인기도 상위 5위 중 세 가지(음식, 뷰티, 패션)가 일상 소비재다. 일본에서 음식을 포함한 패션, 뷰티와 같은 생활 소비재는 소비자가 관심만 있으면 실제 구매 혹은 이용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일종의 라이프스타일로서 자리매김한 한류 연관산업은 이미지나 인식이라는 관념을 넘어, 실제 일본인의 삶 속에 자리 잡고 있다. “2022년 현재 한류는 더 이상 일본에서만의 사회현상이 아니며, ‘K’와 결합한 한류 용어가 제4차 시기에는 더욱 빈번히 확인됐고, 이제는 영상콘텐츠, 케이팝 등 대중문화는 물론, 음식, 뷰티, 패션, 웹툰, 도서 등에 이르는 일상적 소비재가 세계적으로 관심받는 현상을 미디어 뉴스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이지수·고영란, 2022).
한편 음식, 뷰티, 패션과 같은 일상 소비재는 물론 K-영상물과 출판물 등의 접촉 경로는 주로 온라인/모바일이나 SNS 등 비대면의 경로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같은 경향은 물론 2021년에도 있었으나, 드라마(70.4%), 예능(64.5%), 영화(62.7%) 시청이 TV를 통해 이뤄진 비율이 1위를 점했던 것과 달리, 2022년도에는 드라마(64.8%), 예능(75.5%), 영화(65.0%) 모두 온라인/모바일로 접촉했던 비율이 1위를 차지하는 변화를 보였다. 팬데믹 종식 이후에 한국 문화콘텐츠의 접촉경로가 온라인/모바일을 통해 이뤄지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이와 같은 한국 문화콘텐츠 접촉 경로 변화 양상은 역설적으로 오프라인 통로만을 주로 사용하는 노년층이나 소외계층에게 친절하지 않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나아가 한국 문화콘텐츠로서 가장 인기가 있는 ‘음식’은 특성상 온라인/모바일만으로는 접촉과 소비의 한계가 있다. 아래 일본 총무성의 2022년 통계 데이터를 보면, 13세에서 69세 외의 연령층은 SNS 이용량이 현저히 떨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일본이 초고령화 사회라는 점을 고려하면, 오프라인의 한국 문화콘텐츠 접촉 경로를 고려하고 증가시킴으로써, 더욱 다양한 계층의 문화 소비 욕구를 충족시키고, 접촉 경로를 다양화할 수 있을 것이다.
4. K-온라인 콘텐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팬데믹 종식 이후, 일본 한류 문화콘텐츠는 온라인/모바일을 통해 접촉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2021년 ‘팬데믹 이전 대비 한국 문화콘텐츠 소비량 변화’에서 상위는 게임(33.3%), 웹툰(33.1%), 영화(32.4%), 도서(=전자책, 31.5%), 애니메이션(31.0%) 순이다. 즉, 팬데믹 이후 일본에서 K-온라인 콘텐츠 소비량은 30% 이상 증가했다. 2022년에는 웹툰(41.7%), 게임(32.9%), 애니메이션(28.5%), 출판물(24.1%)로 변화했다. 특히 웹툰의 소비량 증가 강세와 출판물 소비량 하락이 눈에 띈다.
아래 2022년 데이터에서도 웹툰(25.3%), 출판물(21.0%), 게임(18.5%) 등 K-온라인 콘텐츠 소비 비중은 상위에 속하고, 이에 지출하는 금액도 각각 6.3, 6.0, 8.4달러로 문화콘텐츠별 지출액을 놓고 볼 때, 중위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향후 K-온라인 콘텐츠는 일본에서 적극적으로 구매/이용될 가능성이 높기에, 확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팬데믹 이전 대비 상대적으로 인기가 하락하고 있는 한국 출판물에 한정해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할 수 있다. 2021년에 조사된 한국 출판물의 인기 요인은 1위 한국 문화의 독특함(39.1%), 2위 스토리/작화 선호(33.6%), 3위 자국 문화 코드와 잘 맞아서(23.6%)였다. 반면 호감 저해 요인은 번역 미흡(23.6% →23.7%), 너무 강한 한국적 색채(23.6% →25.2%)로 2021년에서 2022년 1년 사이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한국적 색채가 너무 강한 출판물에 대해 지속적으로 거부감이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국적인 서점 체인을 보유한 일본 기노쿠니야 서점(紀伊国屋書店:
https://www.kinokuniya.co.jp/)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검색된 <한국/조선문학> 항목의 2023년 3월 순위를 살펴보면, 일본에서만 15만 부 이상 팔린 서적 1위는 『모든 순간이 너였다.』(하태완, 2020)이고, 2위는 『파과』(구병모, 2022), 3위 『비행운』(김애란, 2022), 4위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김하나・황선우, 2021), 5위 『신판 한국현대시선』(茨木のりこ 역편, 2022)으로 조사됐다. 5위의 출판물을 제외하고는 모두 근 10년 이내 한국에서 출간된 작품으로 작가들은 순서대로 1996년, 1976년, 1980년, 1977년생이다. 일본 유명 서점 온라인 플랫폼 속에 나타난 한국 문학 서적 판매 순위가 K-출판물의 인기 성향과 특색을 모두 대변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 젊은 작가의 문학작품이 비교적 일본에서 인기가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1, 2, 4위의 작품이 모두 한국의 ‘위즈덤 하우스’라는 출판사에서 출간됐다는 점이다. 위즈덤 하우스는 홈페이지(
wisdomhouse.co.kr) 소개란에 “단행본 출판은 물론 재미와 감동을 주는 웹툰과 웹소설을 서비스하며, 이를 기반으로 드라마, 영화, 방송,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미디어와 연계하여 더 즐거운 가치를 만듭니다.”라고 명시하듯이, 온라인 콘텐츠 제작 및 서비스에도 힘을 쏟는 출판사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일본 시장에서 한국문학은 젊은 작가에 의해 집필되고, 온라인 콘텐츠 제작 및 서비스에 전문적인 출판사의 기획으로 적극적으로 홍보돼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록 지금까지는 K-온라인 출판콘텐츠가 일본 한류의 주축이라고 하기는 어려웠지만,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이 확장되고 있는 지금, K-출판물 또한 젊은 감각의 작가와 기획에 의해 일본 시장에서 주목받을 수 있다. 다만 일본에서는 강도 높은 혐한 출판물이 지속적으로 간행되고 있는바(김효진, 2021), K-출판물의 체계적인 기획과 혐한 출판물에 대한 관리와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5. 마치며: 한국 문화콘텐츠의 다양성과 과제
2021년 팬데믹 상황과 2022년 엔데믹의 데이터 비교 분석을 통해, 일본 속 한류는 크게 다음과 같은 변화를 보인다. 첫째, 팬데믹 종식 이후에 드라마, 예능, 영화 등 K-영상물을 비롯한 한국 문화콘텐츠의 접촉경로가 온라인/모바일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 엔데믹이 시작되면서 오프라인을 통한 접촉과 이용, 소비가 가능해졌음에도 한국 콘텐츠 전반이 온라인/모바일상에서 향유되고 있다. 둘째, 위와 같은 문화콘텐츠 향유의 경향 때문에, 웹툰을 비롯한 K-온라인 콘텐츠의 인기가 증가 추세에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물론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고령화 사회인 일본의 현실을 감안하면, 다양한 문화 소비층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한계를 갖는다. 셋째, 한국적이고 개성적인 K-온라인 콘텐츠가 인기를 얻었다. 이는 한국 문화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보편적인 정서와 규격을 목표로 하는 데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한국 고유의 특색이 드러나되 전달력 있는 기획과 가공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므로 향후 일본에서의 한류가 발전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로를 통한 한국적 특색의 문화콘텐츠가 개발돼야 한다.
한국 문화콘텐츠이기에 당연히 한국적 특색이 드러나고 한국적 멋이 드러나야 한다. 그러나 일본을 비롯한 해외 수용자(이용자)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획 단계에서 보편적 정서를 확대하는 노력은 앞으로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지금까지 한국어를 모르는 일본인에게는 다가가기 힘들었던 한국의 젊은 작가들의 문학작품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감각으로써 읽히기 시작하면서 일본 출판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는 한국 문화콘텐츠 시장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기획자, 번역가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양국 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상호 교류하는 데에 열의를 갖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기존 한국 문화콘텐츠의 위상을 드높인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된 배우나 연예인의 인기 또한 한국 문화콘텐츠를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지만, 음식, 뷰티, 패션과 같은 K-라이프스타일, 나아가 출판물과 같이 폐쇄적인 공간 속에서도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K-온라인 콘텐츠 또한 향후 한국의 국격을 높이는 데에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문화콘텐츠는 한국의 경제와 위상을 높이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일본인의 삶을 보다 풍부하고 다양하게 살찌운다. 이러한 점에 주목해, 한일 양국은 상호 이해와 협력 속에서 문화콘텐츠를 다양하게 개발·개척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