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월간 한류동향 심층분석보고서 <한류NOW>
한류포커스
한류 생산지형의 동학 - 창의적 생산자를 말하며

Focus 2

방송 방송영상콘텐츠 제작의 창의적 생산기지는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한국의 영상콘텐츠는 세계 최고의 제작 수준에 범접하고 있고, 전 세계 190개국에 동시 유통이 되면서 콘텐츠 파워가 글로벌 수준으로 증가했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고,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은 시청 시간을 기록했으며, KBS 2TV에서 방송한 <굿닥터>는 미국에서 리메이크돼 ABC에서 시즌 7을 이어갈 정도이다. 넷플릭스 등의 OTT에서 공개한 작품들이 화제가 되면서 힘의 균형도 바뀌고 있다. 한국의 방송영상콘텐츠 시장은 스튜디오 드래곤을 필두로 스튜디오화하고 있고, 제작의 주도권이 넷플릭스로 쏠리고 있다. 여기에는 넷플릭스의 제작자에 부여한 창작의 자유도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한국의 방송영상콘텐츠 시장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보고, 창의적 생산기지 확보방안으로 제작인력 육성, IP 확보, 제작시설 확충, 창작자 보호 등을 제안하고자 한다.
유건식 KBS 제작기획2부 국장급·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
1. 시작하며
한국의 영상콘텐츠는 세계 최고의 제작 수준에 범접하고 있다. 한때는 직배 영화 반대를 위해 극장에 뱀을 풀어 놓은 일도 있었고, TV에서 외화가 프라임타임에 편성되던 시기도 있었다. 이제는 영화 <기생충>이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의 영예를 안았고,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이 시청한 드라마가 됐을 뿐만 아니라 2022년 제74회 에미상에서 감독상 등 6관왕의 영예를 얻었다. KBS 2TV에서 방송한 <연모>는 제50회 국제 에미상에서 ‘텔레노벨라’ 부문상을 받기도 했다. KBS 2TV에서 2013년 방송한 <굿닥터>는 2017년 미국에서 리메이크돼 ABC에서 올해 하반기 시즌 7을 방송하기로 확정했고, MBC <복면가왕>은 미국 FOX에서 2019년에 리메이크돼 현재 시즌 9 방송을 마쳤다.
한국콘텐츠진흥원(2022: 8)의 방송분야 실적 발표를 보면 이러한 경향이 반영된 듯하다. 2022년 국내 방송 분야 매출은 24.6조 원에 달하고, 4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5.7%로 11개 분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성장률은 만화(20.4%), 지식정보(8.4%), 콘텐츠솔루션(7.6%), 음악(7.1%) 다음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2023년이 되면서 방송영상콘텐츠 업계는 2012년 이명박 대통령 독도 방문 이후의 일본 시장과 2016년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 시장의 급랭에 이어 새로운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 2022년에 만들어졌으나 방영하지 못한 드라마가 80편에 달했고, 넷플릭스 외에는 OTT는 제작을 중단했으며, 방송사도 요일 띠를 없애고 있어 제작사의 줄도산이 예상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또한, 미국 일각에서 부는 코리아부(Koreaboo)1)나 일부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반한류’ 바람도 불고 있다(양승준, 2023. 4. 22).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 방송영상콘텐츠 제작의 방향성을 진지하게 논의할 시점이 됐다. 특히, 세계적으로 증명된 국내 방송영상콘텐츠 제작의 우수성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창의적 생산기지 확보가 절실하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2023. 4. 26)도 “콘텐츠 경쟁력의 원천이 창작자에게 있다”며, 콘텐츠 산업이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급변하는 방송영상콘텐츠 제작환경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해 봤다.
1)Korea와 2000년대 일본 문화에 집착하는 서양인을 조롱하는 '위아부'의 합성어로 K-콘텐츠에 열광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용어다.
2. 방송영상콘텐츠 제작 환경의 변화
2-1. 방송영상콘텐츠 제작시장의 변화
방송콘텐츠 제작시장은 전통적으로 지상파 채널이 외주제작사에게 하청을 주던 구조이기 때문에 초록뱀미디어, 삼화네트웍스, 팬엔터테인먼트 등과 같이 지상파 채널의 주요 드라마를 제작하는 제작사 중심으로 시장이 성장했다. 최근 지상파 채널의 광고 수익 급감 등으로 이러한 지상파 채널 중심의 제작 시장이 위축되고, tvN과 JTBC 등 경쟁 PP들의 급부상으로 방송콘텐츠 시장 또한 재편되고 있다(콘텐츠진흥원, 2020: 101).
방송영상콘텐츠 제작시장이 급격하게 변화한 계기에는 1991년 도입된 지상파방송의 외주제작 의무편성비율도 있지만, 2011년 12월 종합편성채널 4개의 설립과 2016년 한국에 진출한 OTT 플랫폼 넷플릭스의 급성장이 있다고 할 수 있다(유건식, 2023b: 69). 이 무렵부터 CJ ENM의 스튜디오 드래곤이나 JTBC의 SLL(스튜디오 룰루랄라), SBS의 스튜디오S, KBS의 몬스터 유니온 등이 스튜디오 체제를 갖추기 시작했다. 또한 포털도 웹툰이나 웹소설 원작을 바탕으로 방송영상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고, 팬데믹을 겪으면서 영화 제작 인력이 방송영상 시장으로 상당수 진출했다.
방송영상콘텐츠 제작사는 M&A를 통해 대형화하고 스튜디오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작가, 감독, 배우를 주된 자원으로 설립된 제작사를 확보하기 위한 인수와 합병이 이뤄졌다. 이처럼 미디어 기업 간의 M&A는 방송영상콘텐츠 산업 내 가치사슬을 공유함으로써, 거래 비용을 감소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콘텐츠진흥원, 2020: 62). 실제로 이렇게 규모를 키워서 IPO(Initial Public Offering)를 통해 주식 시장에 상장하고, 자금조달과 주가 상승을 통한 자본이득을 취한다. 대표적인 예가 스튜디오 드래곤이다. 자본금은 140억 원이지만 현재 시가 총액은 1.99조 원에 달한다.
대형 규모의 스튜디오가 생기면서 콘텐츠 제작이 일부 제작사로 집중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방송영상콘텐츠 제작시장의 집중도는 시장 내에서 특정 주체가 갖는 집중도를 파악해 경쟁 정도를 평가하는 허핀달-허쉬만 지수(HHI), 시장 양극화를 나타내는 지니계수, 엔트로피 지수가 있다. HHI는 2,500을 초과하면 ‘매우 집중적인’ 시장이다. 상위 3개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구하는 CR3(Concentration Ratio)는 한 개 사업자가 50% 이상이거나 3개 이하 사업자가 75% 이상인 경우 지배적 사업자가 된다. 10분위 분배율은 하위 40% 제작사의 매출액을 상위 20% 제작사의 매출로 나누는 것으로 이 비율이 증가하면 매출 분배 상태가 개선됐다는 의미이다(콘텐츠진흥원, 2020: 73-75). HHI 기준으로 보면, 2014년 332.57에서 2018년에는 1,793.98로 증가해 소수 기업으로 집중되고 있다. 특히 드라마의 경우 2014년 1,742.79에서 2018년 4,731.8로 집중되고 있으나, 비드라마의 경우에는 2014년 430.03에서 2018년 603.36으로 크게 차이는 없다. CR3로 봐도 2014년 16.69에서 2018년 82.93으로 증가하면서 집중된 시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비드라마는 각각 29.35에서 34.95로 큰 차이가 없다. 10분위 배분율은 2014년 0.05에서 2018년 0.00으로 드라마 양극화 현상은 가중되고 있고, 비드라마는 2014년 0.01에서 2018년 0.02로 큰 차이가 없다(콘텐츠진흥원, 2020: 75-80).
또한, OTT 플랫폼의 오리지널 제작 확대에 따라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며 만든 화제작들이 넷플릭스나 디즈니+ 등에서 이뤄지고 있다. 한국리서치에서 모바일에서 OTT를 이용하는 1,500명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콘텐츠 이용 시간을 보면 2022년에 서비스된 작품들 톱10 중에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한 콘텐츠가 8개나 차지하고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뭉쳐야 찬다>, <재벌집 막내아들>, <우리들의 블루스>, <스물다섯 스물하나>, <나의 해방일지>, <런닝맨>, <지금 우리 학교는>이다(유건식, 2023a: 84).
이렇게 되면서 전통적인 방송 미디어 제작시장은 축소하고 있다. 2019년의 SBS, 2021년의 MBC, 2023년의 KBS에 이어 tvN도 수목극을 잠정 중단한다(김지원, 2023. 4. 26)고 발표한 것처럼, 최근 경제 위기에 따라 점차 드라마 제작을 축소하는 동향이 보인다. 그러면서 넷플릭스나 티빙과 같은 OTT 플랫폼에서는 제작비가 드라마에 비해 꽤 저렴한 오리지널 예능 콘텐츠 제작이 증가하고 있다.
2-2. 방송시장과 OTT시장 비교
방송 시장과 OTT 시장은 경쟁 관계이기도 하면서 상호 보완 관계이기도 하다. 한정된 시청자나 이용자를 확보해야 해서 경쟁 관계이다. 점차 시청자는 콘텐츠를 이용하기 편리한 OTT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구독모델인 SVOD가 너무 많아 구독 피로가 발생하면서 광고 기반의 AVOD도 급성장하고 있다. 디지털 TV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AVOD 시장이 2022년 410억 달러에서 2028년 91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Gruenwedel, 2023. 4. 25). 반면, 기존 미디어 기업의 경우에는 OTT 시장은 보완 관계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라 점차 이탈하는 시청자를 잡기 위해서 기존 미디어 기업은 별도의 OTT 플랫폼을 구축했다. 디즈니의 디즈니+나 NBC 유니버설의 MAX, CJ ENM의 티빙, 국내 지상파 방송의 웨이브 등이 그렇다.
방송시장과 OTT시장은 서로 구분돼 시장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가 다르다. 방송시장은 주로 매출과 시청률, 광고 금액이며, OTT시장은 매출과 이용자수로 파악할 수 있다. 「방송산업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TV 방송의 매출은 2015년 4조 1,007억 원으로 최고의 매출을 기록한 이후 감소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3조 9,882억 원을 기록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셈이다. 방송 광고의 경우에도 2011년 2조 3,754억 원을 최고로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1조 2,097억 원을 기록했다. 지상파TV 방송 채널의 광고 비중은 감소 추세(2014년 58.3% → 2018년 41.1% → 2021년 38.6%)임에 반해, PP의 점유율은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2017년 54.7% → 2021년 61.4%)이다(방송통신위원회, 2022: 101). 시청률도 그렇다. 지상파 3사의 2011년 연평균 가구 시청률이 23.2%에서 2021년 12.5%로 감소했다(방송통신위원회, 2022: 112). 감소한 시청률은 OTT 등으로 이동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OTT시장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전자공시자료에 의하면, 넷플릭스의 매출은 2019년 1,859억 원에서 2022년 7,733억 원으로 증가했고, 웨이브는 973억 원에서 2,735억 원, 티빙은 155억 원(2020년)에서 2,476억 원, 왓챠는 220억 원에서 734억 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 기준으로 보면, 넷플릭스만 지속적으로 흑자(2019년 22억 원, 2022년 143억 원)를 기록하고 있고, 웨이브(2019년 –137억 원, 2020년 -169억 원, 2021년 –558억 원, 2022년 –1,217억 원)와 티빙(2020년 –61억 원, 2021년 –762억 원, 2022년 –1,192억 원)은 적자를 보고 있다. 코리안클릭에서 제공하는 월 순이용자수를 보면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가 압도적으로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2023년 3월 기준으로 넷플릭스 1,263만 명, 티빙 510만 명, 쿠팡 427만 명, 웨이브 35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2-3. 방송시장과 OTT시장의 창작 환경 비교
방송시장과 OTT시장의 창작 환경은 유사한 것 같으면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프리 프로덕션, 프로덕션, 포스트 프로덕션 각 제작 단계별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작품 선택 기준, 톱 배우 선호도, 권리, 제작비, 영상, PPL 등에서 다름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OTT는 배우나 감독 등의 창작자에게 많은 자율성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심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창의적인 장면도 연출되지만, 폭력성이나 선정성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법 적용도 OTT는 방송법의 규제가 아니라 전기통신사업법의 적용을 받는다. 따라서 방송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가 없지만, OTT에서는 제한이 없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제작 기준은 국내외 OTT의 레퍼런스가 되었고, 국내 OTT도 이와 유사하게 제작하고 있다. 이러한 제작 환경의 차이에 따라서 제작사의 방송 플랫폼 선호도가 바뀌었다. 이러한 경향은 「2021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 거래실태조사」 보고서에 그대로 나타났다. 드라마 제작사가 선호하는 사업자는 1위 해외 OTT(77.8%), 2위 종편 PP(74.1%), 3위 국내 OTT(63.0%), 4위 지상파(59.3%)이다(콘텐츠진흥원, 2021: 122).
3. 방송영상콘텐츠의 창의적 생산기지 확보방안
3-1. 제작 인력 육성
창조산업의 특성 중의 하나가 전문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종사자들의 기술 및 재능의 편차가 크다는 점이다(정윤경·김미선, 2013: 211). 그렇기 때문에 전문적인 크리에이터 육성이 필요하다. 방송사가 모든 리소스를 갖고 있었을 때는 방송인력을 방송사 스스로 키웠었다. 1991년 외주제작 의무 편성 비율제도로 외주 제작사가 증가하면서 제작사에서도 인력을 키우고 있다.
대학과정 외에 제작 인력을 키우는 곳으로는 여러 교육기관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영화 아카데미로 봉준호 감독, 최동훈 감독 등을 배출했다. 드라마제작사협회에서 운영하는 방송영상인재교육원에서도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방송영상 기획·제작 과정’, ‘방송영상 마케팅 과정’, ‘OTT콘텐츠 특화 교육과정’, ‘글로벌 제작인력 전문성 강화 과정’이 있다. 방송영상 기획·제작 과정은 상반기와 하반기에 6개월씩 주 5일 180시간 강의로 이뤄져 있다. 방송영상 마케팅 과정은 6개월 동안 주 5일 180시간 강의를 한다. 수료하면 제작사에서 거의 채용하고 있다. OTT콘텐츠 특화 교육과정은 9개월 동안 교육팀별 기획안을 1~2편을 내고, 우수 기획 1편을 영상물로 제작한다. 글로벌 제작인력 전문성 강화 과정은 드라마와 비드라마로 구분하여 9개월 동안 월 1~2회 18시간을 강의한다.
작가의 경우 작가협회에서 운영하는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이 가장 유명하다. 드라마 작가 과정과 구성작가(예능·라디오·시사교양) 과정으로 구분된다. 드라마 과정은 기초반, 연수반, 전문반, 창작반으로 단계를 거쳐 올라가야 하지만 구성작가 과정은 단계가 없다. 각 과정은 21주씩 운영된다. 현재 활동하는 드라마 작가는 대부분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 방송사의 극본공모를 통해서도 작가를 양성한다. KBS, MBC, SBS 모두 공모전을 통해 우수 작가를 선발한다. 현재 가장 잘 운영되고 있는 곳은 CJ ENM의 오펜(OPEN)이다. 오펜은 작가를 양성하는 오펜 스토리텔러와 작곡가를 지원하는 오펜 뮤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2022년의 경우 각각 39명과 15명, 총 54명을 선발하였다(CJ ENM, 2022. 5. 26.). 이 외에도 K-콘텐츠의 인기에 따라 해외에서 한국제작을 확대하고 싶어 하므로 기획 프로듀서, 라인 프로듀서, 배우, 촬영, 편집, 미술, 조명, 음향, VFX, 무술, 음악 등 다양한 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해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3-2. IP 확보
방송영상콘텐츠의 출발은 스토리다. 스토리는 순수한 창작일 경우와 원작을 각색하는 경우로 나눠진다. 영상콘텐츠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원작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드라마의 경우 원작이 되는 장르는 소설, 만화, 웹툰, 웹소설, 영화, 뮤지컬 등으로 다양하다. 특히 웹툰은 완성도가 보장되고, 흥행 요인을 확인할 수 있고, 화제성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유건식, 2022). 나무위키에 등록된 작품을 기준으로 2010년부터 웹툰을 드라마화한 작품은 120여 편에 달한다. 대표적인 작품이 2010년 <메리는 외박중>부터, 2014년 <미생>, 2019년 <킹덤>, 2021년 <모범택시>, 2022년 <술꾼도시 여자들> 등이다. 영화화한 작품도 40편에 달하며, 쌍천만을 달성한 <신과 함께>가 대표적이다.
웹툰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다. 일본에서 네이버는 라인망가라는 이름으로 서비스하고 있고, 카카오는 픽코마라는 이름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네이버는 미국에서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를 인수했고, 카카오는 웹소설 플랫폼 래디시를 인수해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현지 버전의 웹툰이나 웹소설을 생산하고, 이를 국내나 현지에서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한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넷플릭스는 막대한 제작비가 소요되는 콘텐츠에 제작비를 투자하는 대신에 IP(저작권)를 모두 소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 콘텐츠 산업의 확장이 불가능하다. <오징에 게임>의 실사판을 넷플릭스 주도하에 영국에서 제작했고, 드라마에 나온 체육복 등의 굿즈 상품을 통한 모든 수익 또한 넷플릭스가 취하게 된다. 최근 지상파 TV인 MBC까지 <피지컬: 100>과 <나는 신이다>를 공급한 것은 K-콘텐츠의 활성화를 위해 고민해 봐야 할 지점이다.
3-3. 제작시설 확충
할리우드 하면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바로 생각난다. 유명한 영화를 제작한 세트를 보존해 영화 관련 장면을 연출하면서 관람객을 유치하고 있다. 세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일부 작품은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좋은 촬영 공간이 필요하다. 한동안 한국의 드라마는 대체로 물류창고를 세트로 개조해 촬영하곤 했다. 냉난방이 되지 않아 안정적인 촬영이 어렵고, 겨울에는 입김이 나오는 현상까지 화면에 보이곤 한다.
  •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제작 세트를 보존해 영화 관련 장면을 연출하면서 관람객을 유치하고 있다. (출처: 셔터스톡)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 촬영 스튜디오가 많이 설립돼야 한다. CJ ENM은 파주에 3만 7,407㎡ 부지에 대단위 스튜디오 단지를 설립했다. 국내 최대 크기인 1,600평을 포함해 13개 동의 드라마 스튜디오 타운이다. LED 버추얼 프로덕션, 크로마 벽체·가설세트·야외 특수 촬영 공간 등으로 이뤄진 멀티로드, 다양한 오픈 세트 등으로 구성돼 있다. 넷플릭스도 경기도 파주시와 연천군에 스튜디오 두 곳과 다년간 임대계약을 체결해 안정적인 제작 기반을 마련했다(권혁주, 2021. 1. 7).
문화체육관광부와 콘텐츠진흥원도 2017년 방송영상콘텐츠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대전에 총 5개 동으로 구성된 ‘스튜디오 큐브’를 건립했다. 여기에서 <오징어 게임>, <미스터 션샤인>, <스위트 홈>, <지옥>, <지리산>, <킹덤 2> 등을 촬영했다(김방현, 2022. 2. 5). 이러한 시설이 체계적으로 갖춰져 안정적인 제작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 문화체육관광부와 콘텐츠진흥원은 2017년 방송영상콘텐츠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총 5개 동으로 구성된 ‘스튜디오 큐브’를 건립했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3-4. 창작자 보호
현재 미국에서는 작가노조와 제작자협회 간에 임금 협상을 벌이고 있다. 5월 1일까지 협상이 되지 않으면 파업을 결의해 놓은 상태이다. 주요 쟁점 중의 하나가 재상영분배금(Residuals)이다. WGA는 “지난 10년 동안 우리 고용주들은 수백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지만, 우리의 보상과 잔여금을 삭감하고, 근무 조건을 약화시키는 비즈니스 관행을 수용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현재 시리즈 작가의 절반이 근무하는 스트리밍의 지배력이 높아지면서 짧아진 횟수, 집필과 제작의 분리, 시즌 주기의 부재로 인해 작가 보수가 하락했다”고 주장했다(Robb, 2023).
한국에서 작가협회와 실연자협회는 방송사와 계약을 체결해 방송사는 재방송부터 방송하는 경우나 국내외에 판매한 경우에 일정 비율의 금액을 협회에 납부하고, 협회는 이를 다시 창작자에게 배분한다. 넷플릭스의 경우 한 번 계약하면 더 이상 다른 곳에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추가적인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 황동혁 감독은 오히려 <오징어 게임>의 보상을 스페인에서 정산받았다고 밝혔다(나원정, 2023. 2. 8). 창작자 보호와 관련해서는 유정주·성일종 의원안과 이용호·노웅래·도종환 의원안이 발의돼 있다. 미국과 타 국가의 사례를 참고해, 제작자에게 추가 보상이 이뤄져야 창작자가 보호되고 더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4. 나오며
이제 한국의 방송영상콘텐츠 시장은 글로벌화했다. 전 세계 190개 국가에 동시 유통하는 넷플릭스가 주된 영향을 미쳤다. 미디어 생태계의 글로벌화로 방송영상콘텐츠 시장이 글로벌 가치사슬로 확대되면서 콘텐츠 파워 또한 글로벌 수준으로 증가했고, 콘텐츠 산업의 생산-유통도 글로벌 수준에서 이뤄지고, 편성도 글로벌화했다(콘텐츠진흥원, 2020: 19-20). 지금까지 한국의 방송영상콘텐츠 시장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보고, 이러한 환경 속에서 창의적 생산기지 확보방안으로 제작인력 육성, IP 확보, 제작시설 확충, 창작자 보호 등이 있음을 살펴보았다.
국내 방송시장과 OTT, 특히 글로벌 OTT시장에 디믹(Dimmick)이 주장한 적소 이론을 적용하면 경쟁 관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방송이나 OTT 서비스들 모두 동일한 이용자나 시청자를 모집단으로 놓고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한다. 넷플릭스가 2016년 국내에 진출했을 때는 공통 자원을 두고 경쟁하는 적소 중복이 크지 않았으나 현재는 적소 중복이 매우 강하며 넷플릭스 쪽으로 쏠리고 있다.
한편으로 현재의 환경은 주위 사물이 모두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가만히 있으면 뒤처지는 붉은 여왕 세상 같기도 하다. 이러한 때에는 챗GPT로 무장해 더 빨리 대응해야 생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더불어 치킨게임 같은 상황이기도 하다. OTT 업체는 넷플릭스를 따라서 오리지널 제작 등 콘텐츠 확보에 엄청난 투자를 진행했다. 그러나 넷플릭스 외에는 모두 적자다. 2022년에 넷플릭스만 흑자를 기록하고, 토종 OTT인 웨이브와 티빙, 왓챠는 적자를 기록했다.
현재 한국의 방송영상콘텐츠 시장은 한류를 더욱 확장할 기회를 맞기도 하지만, 자칫 한류의 성장이 후퇴할 위기이기도 한 상황이다. 방송영상콘텐츠 창작자들은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길을 찾고 있다(전승, 2023). 방송영상콘텐츠의 지속 가능한 제작과 창의적인 생산기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작자, 이용자, 정부 모두 머리를 맞대고 중지를 모아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 한다.
참고문헌
김방현 (2022. 2. 5). 여기가 전세계 '드라마 성지'…오징어 게임·지옥 모두 찍은 이곳.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45711#home
김지원 (2023. 4. 25). TV에서 사라지는 수목극, K콘텐츠 위기론. 《SportsQ》. http://www.sportsq.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1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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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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