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1
웹툰 기술과 웹툰 IP의 결합으로
‘스토리테크’ 개척하는 네이버웹툰
한국에서 처음 시작된 ‘웹툰’은 스토리의 독창성과 참신함을 기반으로 영화, 드라마 등 활발하게 미디어믹스 됐다. 이후 웹툰을 원작으로 한 다수의 작품이 글로벌 흥행을 이어가며 웹툰은 최근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강력한 IP로 자리 잡았다. 네이버웹툰은 2004년 한국을 대표하는 검색 포털 네이버의 작은 서비스 중 하나로 시작해, 기존 만화 시장을 혁신하고 전례 없는 창작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나아가 해외에도 ‘웹툰’이라는 새로운 콘텐츠와 서비스를 알리고 웹툰 산업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앞장서고 있으며, 전 세계 독자와 창작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누구나 창작에 도전할 수 있는 ‘도전만화’라는 공간을 만들어 업계 최초로 아마추어 승격 시스템을 만들었고 이를 ‘캔버스(CANVAS)’ 혹은 ‘인디즈(indies)’라는 이름으로 해외 서비스에도 접목해 글로벌 창작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2014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확장하기 시작해 현재 ‘웹툰(WEBTOON)’, ‘라인망가(LINE MANGA)’, ‘라인웹툰(LINE WEBTOON)’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 다양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전 세계 90만 명의 창작자와 8,560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글로벌 1위 스토리테크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필자는 AI 연구원의 입장에서 최근 네이버웹툰이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개발한 서비스 ‘툰필터’ 사례를 중심으로, 웹툰 IP와 AI 기술의 접목 효과 및 AI 시대를 맞아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김승권 네이버웹툰 AI PLAY팀 연구원
1. AI 기술과 웹툰 콘텐츠가 만났을 때
최근 챗GPT(ChatGPT)를 중심으로 AI 기술이 각종 산업에 혁신적인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웹툰 산업도 여기서 예외일 수는 없다. 네이버웹툰은 이미 2019년 컴퓨터 비전 분야 AI 스타트업 ‘비닷두(V.DO)’를 인수해 AI 기술 개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현재 네이버웹툰에서 연구개발 중인 다양한 AI 기술은 창작자와 사용자를 모두 아우르는 형태이며, 이는 최신 기술과 IP의 접목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스토리테크 기업의 특징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AI 기술은 웹툰 IP와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최근 네이버웹툰에서 선보여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서비스 ‘툰필터’의 예시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툰필터는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주어진 사진을 특정 웹툰 그림체로 변환할 수 있는 서비스다. 툰필터는 베타 서비스 출시 일주일 만에 2천만 장 이상의 변환된 이미지를 생성했다. 한국어로만 가능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별도의 해외 마케팅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해외 웹툰 팬들에게 알려지며 전체 사용자의 80%가 해외에서 유입됐을 정도로 글로벌 독자에게 인기를 끌었다.
오픈 소스로 다양한 생성형 AI 모델이 공개돼 있지만 이를 활용한 이미지 생성 및 변환은 국내외 일부 서비스를 제외하곤 상당수 연구 영역에 머물러 있다. 네이버웹툰은 독자적인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파인 튜닝(fine-tuning, 미세조정)을 진행해 웹툰 그림체에 최적화된 이미지 변환 서비스를 개발했다. 개발 과정에서 저작권에 문제가 없도록 창작자의 동의를 받는 절차도 준수했다. 그 결과 툰필터라는 서비스가 탄생했고 수많은 웹툰 팬들이 본인, 친구, 가족, 반려동물, 다른 웹툰 작품 등을 툰필터에 적용해 보며 웹툰을 가지고 즐겁게 ‘노는’ 현상이 발생했다.
1. 사진을 웹툰 그림체로 변환할 수 있는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 ‘툰필터’ (사진 출처: 네이버웹툰)
2. 수많은 웹툰 팬들이 본인, 친구, 가족, 반려동물 등을 툰필터에 적용해 보며 웹툰을 가지고 즐겁게 ‘노는’ 현상은 그 자체로 한국 웹툰 IP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툰필터’ 검색 결과 캡처본)
이는 한류 관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해외 마케팅 없이 수많은 해외 이용자들의 유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점은 AI 기술을 웹툰 IP에 잘 접목했을 때, 글로벌 MZ 세대를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 세계 이용자들이 툰필터를 활용해 팬 아트 형태의 N차 창작을 수행하고 웹툰으로 ‘노는’ 현상은 그 자체로 한국 웹툰 IP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2. 웹툰의 글로벌 확장과 다양성 반영
네이버웹툰은 툰필터의 글로벌 서비스를 론칭하기 위해 기획 단계부터 다양한 이용자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연구개발에 매진했다. 특히 다인종으로 이뤄진 글로벌 사용자의 특징을 반영하면서 동시에 웹툰 원작의 그림체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개인화와 웹툰화의 적절한 균형을 찾기 위한 많은 실험을 진행했다. 예를 들어 작품의 그림체 및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이슬람권 여성들이 착용하는 고유 복장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표현력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이다. 또한 이용자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네이버웹툰이 자체 개발한 필터링 기술 ‘엑스파이더 포 이미지(Xpider for image)’를 활용해 부적절한 이미지를 원천 차단했다.
필자는 툰필터 개발에 참여하며 두 가지의 시사점을 얻었다. 첫째, AI 기술과 웹툰 콘텐츠가 만나 한류 확산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툰필터 이전의 웹툰 관련 AI 기술은 주로 드로잉 툴에 집중돼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마니아 이용자층만 사용하고 즐길 수 있었다. 반면에 툰필터는 국적이나 그림에 대한 배경지식과 상관없이 웹툰 팬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특징을 바탕으로 빠르고 광범위한 확산 효과를 보여줬다.
툰필터는 국적이나 그림에 대한 배경지식과 상관없이 웹툰 팬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특징을 바탕으로 빠르고 광범위한 확산 효과를 보여줬다. (사진 출처: 네이버웹툰)
인도네시아에서는 이용자들이 본인 얼굴을 한국 웹툰 <외모지상주의> 그림체로 변환한 결과를 틱톡에서 공유했고, 빠르게 바이럴이 되면서 틱톡 검색어 1위를 달성하는 성과가 있었다. <외모지상주의>라는 IP 자체가 입소문을 타게 됐을 뿐만 아니라 웹툰 서비스에서 이탈한 이용자들이 툰필터를 사용하기 위해 웹툰 앱을 다시 설치하는 등의 사례가 나오면서 툰필터가 웹툰 플랫폼의 비즈니스에도 기여했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AI 기술들이 웹툰 IP와 접목돼 전 세계 웹툰 팬들을 찾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웹툰은 압도적인 사용자 수를 바탕으로 AI 기술을 활용해 한류 확산에 기여할 수 있는 스토리테크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입증했다.
둘째, AI 기술을 보다 많은 웹툰 IP에 접목하기 위해서는 인식 개선과 빠른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일부 이용자들은 생성형 AI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웹툰과 AI 기술의 만남 자체에 거부감을 표하기도 했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때, 웹툰 제작 및 소비 생태계 전반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3. AI 시대, 웹툰과의 시너지를 위한 제언
네이버웹툰은 창작자의 동의하에 최신 AI 기술을 연구개발 해왔고, 툰필터를 통해 웹툰 IP와 AI 기술의 조합이 한류 관점에서 얼마나 영향력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발전 속도가 점점 가속화되고 있는 AI 기술이 보다 많은 웹툰 IP와 효과적으로 접목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우선, AI 기술이 웹툰 산업에 미치는 역할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이용자 및 창작자와 계속해서 소통해야 한다. 웹툰 플랫폼 사업자, 웹툰 독자, 웹툰 창작자 사이에 AI 기술의 기대와 역할에 대한 컨센서스 정립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웹툰 IP와 AI 기술의 접목은 웹툰 산업 참여자 모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웹툰 구성원 간 AI 기술 사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은 물론 최신 AI 흐름을 플랫폼에 반영할 수 있는 연구개발 능력 배양이 병행돼야 한다.
과거 웹툰이 IT 기술을 활용해 출판 만화 시장을 성공적으로 혁신했던 것처럼 향후에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혁신을 주도하고, 보다 많은 글로벌 사용자에게 웹툰 IP의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그 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