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월간 한류동향 심층분석보고서 <한류NOW>
한류포커스
‘기술융합한류’를 꿈꾸며

Focus 2

음식 세계 최초 가축 인공지능 헬스케어,
기술과 음식한류를 전파하다

한류는 음악,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에서 시작됐지만, 최근에는 음식이 큰 열풍을 몰고 있다. 지난 2021년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한국 음식 관련한 한국어가 추가된 것이 대표적이다. ‘K-푸드'의 인기가 전 세계에 녹아들면서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먹방’, ‘치맥’, ‘삼겹살’과 같은 한국어 26개가 추가됐다(두가온, 2021. 10. 6). 이처럼 한국 음식이 한류 열풍의 새로운 주축이 된 상황에서 음식한류를 더욱 확장하고 K-푸드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차별화된 전략과 대응이 요구된다. 특히 한국의 ‘치킨’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음식한류의 중심에 서 있는 만큼, 가축 디지털 헬스케어 등 새로운 기술을 융합한 ‘K-축산물’을 앞세워 음식한류의 확장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대표
1. 음식한류의 품격을 높이는 ‘가축 디지털 헬스케어’
1-1. 기술 현황
우리 식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축산업은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왔다. 그러나 여전히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가축 질병은 축산업이 해결해야 할 난제로 남아있다. 가축 질병은 일단 발생하면 단순히 해당 가축의 폐사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인근 농가의 가축들까지 살처분 대상이 돼, 농가는 물론 공급량 또한 감소하고, 이로 인한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농가에서는 가축 질병 관리를 위해 가축에게 항생제 등 약품을 투여하고 있는데, 이때 축산물에 항생제가 잔류하는 문제가 생긴다. 잔류 항생제는 항생제 내성 문제로 이어져 매년 200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원인이 된다.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독감, 결핵, 에이즈 사망자 수를 모두 합친 수보다 많다. 건강한 축산물을 공급하고 지속 가능한 축산업을 만들기 위해, 선제적인 가축 질병 관리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현재는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가축 헬스케어 솔루션이 부재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축산테크 기업 ‘한국축산데이터’는 가축 질병 예방을 통한 건강한 축산물 생산에 기여하기 위해 국내외 축산 농가에 가축 디지털 헬스케어 ‘팜스플랜(Farmsplan)’을 공급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수의학, 데이터에 기반한 팜스플랜은 농장주의 경험에만 의존하지 않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솔루션이다. 기존의 축산업에서는 농장에서 매일 다양한 정보가 생산되고 있지만, 어떤 정보를 어떤 목적으로 정보화할 것인지가 정의되지 않아 가축 상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데이터가 부족했다. 팜스플랜을 적용하면 축사에 설치된 CCTV를 통해 가축을 24시간 비대면 모니터링하고, 이를 AI로 분석해 개별 가축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이상 징후 감지 시 신속하게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체중, 군집행동, 임상증상 등 외형적으로 나타나는 중요 체외 지표를 AI가 학습해 특이 증상의 조기 발견도 가능하다. 체외 지표뿐만 아니라 면역 기능 지표, 바이러스 항체가(Antibody titer), 염증 수치 등 체내 지표 또한 가축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수의사는 채혈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면역검사를 실시하고, 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가축 건강 상태를 진단한다. 이처럼 실제 수집하고 디지털화한 데이터를 축산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항생제 등 약품 사용을 줄이고 사료 효율성을 높이면, 생산성이 향상됨과 동시에 고품질의 축산물을 생산할 수 있어 농가, 소비자 모두에게 이롭다.

맛있고 건강한 축산물을 중심으로 새로운 음식한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사진 출처: 셔터스톡)

팜스플랜을 적용해 생산한 축산물은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아 동물복지 실현에 기여한다. 가축이 자라는 동안 최상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도록 해 면역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항생제와 약품 투여를 최소화해 가축이 받는 고통을 덜어준다. 이렇게 팜스플랜으로 관리한 가축에게서 생산한 고기는 가축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코르티솔 호르몬으로 인한 육질 저하 현상이 발생하지 않아 고기 수분을 유지하는 보수력이 높아져 육즙이 풍부하다. 육질 또한 탄탄해 고기 본연의 풍미가 뛰어나다. 이러한 측면에서 체계적인 가축 건강 관리를 통해 동물복지 축산물을 만들 수 있으며, 더 맛있고 건강한 축산물을 중심으로 새로운 음식한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1-2. 해외 진출 현황과 음식 한류 사례
축산업에서 데이터 정의, 수집, 분석이 명확하게 이뤄지고 이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 농장의 크기, 축종, 국가 등에 관계없이 데이터 활용 측면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앞서 소개한 팜스플랜을 들 수 있다. 팜스플랜은 국내 외에도 인도 젖소 농장, 말레이시아 양계 농장 등 해외 농가의 다양한 축종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 진출 사례는 국내 축산 기술 수출과 더불어 음식한류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말레이시아는 돼지고기 섭취를 금지하는 무슬림이 많은 국가로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닭고기를 소비한다. 팜스플랜은 말레이시아 닭고기 생산·판매 대표 기업인 에콘자야(Econjaya)의 현지 농장에 적용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최대 양계 농장 지역인 조호르주에 위치한 해당 농장은 닭 70만 마리를 사육할 수 있는 대규모 농장이다. 이곳에서 팜스플랜으로 건강하게 생산한 생닭은 ‘팜스플랜 치킨(Farmsplan chicken)’이라는 이름으로 최근 말레이시아 최고급 식료품 마트인 ‘자야 그로서(Jaya Grocer)’의 20개 매장에 입점해 판매를 시작했다.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의 여러 치킨 브랜드 제품이 판매되고 있지만, 치킨의 재료가 되는 생닭이 유통된 것은 첫 번째 사례다.

치킨의 원재료인 생닭을 말레이시아 내 유통한 첫 사례 ‘팜스플랜 치킨’. 향후 한국적인 레시피를 가미해 다양한 즉석요리도 선보일 계획이다. (사진 출처: 한국축산데이터)

팜스플랜으로 생산한 생닭은 국내 축산 기술을 적용했다는 점 외에도 김치, 홍삼 등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 요소를 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팜스플랜 치킨은 김치에 함유된 락토바실루스 유산균, 홍삼에 함유돼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사포닌 등을 첨가한 자사 사료 첨가제를 급여한 닭이다. 현지인들의 한국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을 반영해 이목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이다. 팜스플랜으로 기른 닭을 재료로 이용해 한국적인 레시피로 만든 다양한 메뉴의 즉석요리도 말레이시아 편의점 체인 ‘마이뉴스닷컴’을 통해 판매될 예정이다. 소비자가 미리 주문하면 아침에 조리된 음식이 고객이 지정한 마이뉴스닷컴 지점에 배달되고 고객이 픽업해 가는 방식이다. 마이뉴스닷컴은 국내 편의점 브랜드 씨유(CU)의 파트너사인 ‘마이뉴스 홀딩스’가 운영하는 브랜드로 CU는 마이뉴스 홀딩스와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현지에서 한국 제품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한국식 편의점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향후 말레이시아 외 싱가포르 등 여러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팜스플랜 기술 및 팜스플랜 적용 축산물 공급을 확대하면서 한국 프리미엄 축산물의 저변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 음식 한류 전망
2023년 5월, 할랄 인증을 받은 한우의 말레이시아 첫 수출 계약이 체결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말레이시아에 한우를 수출하기 위해 지난 2016년부터 검역 협상을 진행해 왔는데, 말레이시아 할랄 인증 기관이 국내에 있는 한 도축장을 할랄 전용 도축장으로 최종 승인했다. 농식품부는 이번 수출 계약에 따라 한우 수출량이 연간 소 약 2,500마리에 달하는 규모인 600톤(t)씩 증가해, 향후 3년 동안 총 1,875톤(t)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농림축산식품부, 2023. 5. 15). 이를 계기로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할랄 인증이 필요한 다른 국가에도 한우를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할랄은 이슬람 율법 아래에서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총칭하는 용어다. (사진 출처: 셔터스톡)

치킨과 떡볶이, 삼겹살 등 특정 메뉴를 중심으로 음식한류가 확장된 현시점에서, K-푸드의 차별성과 우수성을 강화하기 위해 건강하고 맛 좋은 재료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AI 기반 가축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로 생산한 고품질 축산물을 전 세계에 전파해 새로운 음식 한류의 방향성을 찾는다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더할 수 있다. 단순한 축산물 수출이 아닌 건강하고 맛있는 축산물을 생산하는 ‘기술’을 수출하는 것은 기술한류를 실현하는 것은 물론 음식한류의 새로운 장을 여는 의미 있는 도약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정부의 지원 정책 또한 적극 마련돼야 한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현지화해 잘 정착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동일한 산업이라도 국내와 해외 시장의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경쟁력과 뛰어난 기술을 가진 기업이라도 현지 정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현지에서 관련 사업을 많이 경험한 인력을 지원하거나 해당 시장 관련 데이터를 구축·제공하는 등 기업의 안정적인 현지 시장 진입을 돕는 정부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또, 기업의 기술과 제품에 가장 적합한 현지 파트너사를 발굴해 서로 교류할 기회가 활발하게 마련된다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가속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두가온 (2021. 10. 6).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반찬·대박·치맥 실렸다… K단어 26개 업데이트.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1006/109569723/1
농림축산식품부 (2023. 5. 15.) “할랄 인증 한우, 말레이시아 첫 수출 계약”.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관실.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150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