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월간 한류동향 심층분석보고서 <한류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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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1

드라마 <굿닥터> 그리고 <파친코>

- 미국 드라마의 기획부터 제작까지

2000년대 초, 겨울로 기억한다. 한국 영화 <화산고>(2001)가 미국 MTV에서 미국 유명 래퍼들의 더빙으로 방송돼 회자가 됐다. 그즈음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영화방송제작학과를 졸업했던 나는 이런 경험을 통해 한국 콘텐츠가 미국에 진출하는 것이 가능하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후 미국 베벌리힐스 영화관에서 한국 영화 <집으로 가는 길>(2013)이 만석으로 상영됐는데, 당시 영화관에 동양인은 나 혼자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국 이야기의 독특함과 특별함이 미국 내에서 인정받을 날이 있겠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시점이었다. 하지만 2013년까지 10여 편의 한국 영화가 리메이크될 동안 큰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나는 2008년, 직접 발로 뛰며 <시터헌터>를 미국 드라마로 제작하려 했던 경험을 통해 미국 내 영화와 드라마 제작 방식의 차이점을 깨달았다. 미국 콘텐츠시장에서 영화는 ‘감독의 매체’이고, 드라마는 ‘작가의 매체’라고 정의한다. 이와 확연히 다른 한국 업계의 차이점을 알게 되면서, 나는 처음으로 미국에서 한국 드라마 리메이크를 해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이동훈 ㈜엔터미디어 픽쳐스 대표이사
1. 미국 시장 내 한국 콘텐츠 ‘리메이크’ 태동기
2013년 미국 드라마시장에서는 <워킹데드>, <덱스터>, <브레이킹 배드>의 안티 히어로물과 좀비물 등 장르물이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이 시기에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의 첫 ‘K-Story in America’ 행사에서 만나게 된 <굿닥터>는 ‘장르물’의 현시대를 거스르면서 80~90년대에 경험했던 미국 드라마들을 떠올리게 했다. <천사 조나단>, <초원의 집>,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 등의 가족적이면서도 따뜻한 이야기 말이다. 그때 나는 2013년 당시에 미국에서 인기를 구가하던 드라마들과 전혀 다른 분위기였던 <굿닥터>가 충분히 승산이 있음을 확신했다. 콘진원 행사의 피칭 코치였던 래리 작가는 굿닥터의 피칭을 담당했던 당시 KBS아메리카 대표였던 유건식 박사에게 굿닥터를 미국인들에게 익숙한 <레인맨>과 <천재 의사 두기>가 만난 작품이라고 강조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고 피칭에서 이를 포함해, 그날 행사 중 가장 주목을 받았다. 이것이 <굿닥터>의 출발이었다. 지금까지 작품을 기획하고 피칭할 때, 시장에서 원하는 작품을 찾아 지금의 시장 상황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작품에 대한 애정을 통해 ‘작품을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것이냐’를 고민했을 때의 작품들이 제작과 흥행에 성공했다.

지금까지의 피칭 경험에서 시장에서 원하는 작품을 찾아 시장 상황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작품에 대한 애정으로 ‘작품을 어떻게 어필할 것이냐’를 고민했을 때, 즉 작품의 힘으로 시장에 도전했을 때 제작에 성공했다. (사진 출처: 셔터스톡)

미국 드라마 시장의 꽃은 지상파에서 시즌5 이상까지 제작돼 100회를 넘기는 것이다. 이렇게 시즌5를 넘기는 작품은 5년에 한 편이 나올까 말까 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를 ‘로또’에 비유하기도 했다. 2014년 <굿닥터>의 시작은 다니엘 대 킴 배우의 제작사인 3AD와 필자의 제작사인 엔터미디어 콘텐츠, 그리고 KBS아메리카 유건식 대표와 함께였다. 우선, 작가를 찾아 지상파에 피칭을 준비했다. 피칭은 파일럿(1화)의 줄거리, 주요 인물, 그리고 시즌3 이상의 밑그림 등 대략 20분 분량으로 구성해 작가가 구두로 진행한다. 작가와 프로듀서 모두가 인생 처음으로 진행했던 굿닥터 피칭의 방송국은 CBS였다. 운이 좋게도 모두가 첫 피칭이었던 방에서 바로 파일럿 대본 오더를 받았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많은 독자가 도서와 자료들을 통해 미국 지상파 드라마로 올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고 있겠지만, 다시 한번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미국 지상파 방송국 빅4로 불리는 CBS, ABC, Fox, NBC는 매년 400여 편의 피칭을 받는다. 대부분 아이디어 피칭으로 굿닥터가 준비했던 것과 같이 파일럿 줄거리, 인물 소개, 그리고 시즌3 이상의 밑그림을 준비한다. 이때 파일럿 대본을 집필하고, 시리즈물의 수장이 될 작가가 직접 피칭한다. 각 방송국당 400여 편의 피칭 작품 중 80~100여 편만이 파일럿 대본 오더를 받는다. 시리즈물의 시작을 알리는 1부 대본만 방송국이 구매하는 것이다. 앞서 2014년의 첫 피칭 후, CBS에서 굿닥터를 사겠다고 한 것은 바로 ‘파일럿 대본’을 사겠다는 것이었고, 이는 방송국, 스튜디오, 제작사, 그리고 작가가 파일럿 대본을 함께 개발한다는 의미다. 그렇게 2~3개월간 스튜디오(제작사)와 방송국이 함께 파일럿 대본을 완성해서 방송국에 파일럿 대본을 보낸다. 이 단계에서 다시 80~100여 편의 ‘파일럿 대본’ 중 8~10편만이 파일럿을 ‘제작’할 기회를 얻는다. 한국 작품의 리메이크 대본들은 여기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파일럿 대본까지 성공했던 굿닥터도 당시 파일럿 제작의 기회는 얻지 못했었다. 다행히도 2016년에 <하우스>의 크리에이터인 데이빗 쇼어 작가를 섭외함으로써 다시 한번 피칭을 시도하게 됐고, ABC 방송국으로부터 파일럿 오더를 받아 파일럿 제작 기회를 얻게 됐었다. 파일럿 제작 후에도 방송국에 제출된 8~10편 중에서 1~2편 정도만이 가을 정규시즌 편성을 받게 되는데, 그 외에 작품들은 편성의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2월 중순이나 3월에 13편 정도를 방송하는 ‘미드시즌’ 편성을 얻게 된다.

미국에서 리메이크된 한국 드라마 <굿닥터> 포스터 (사진 출처: ABC)

2017년 5월, <굿닥터>는 ABC 방송국 정규시즌을 편성 받아 총 13편(처음 시리즈 오더를 받으면 최소 에피소드인 13편이 편성된다)을 제작할 기회를 얻게 됐다. 방송이 시작되고는 시청률에 따라서 백9(Back 9, 뒤에 추가로 9편을 더 오더 받는 일)를 받거나 편성 취소를 받기도 한다. 13부만 만들고 끝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2017년 9월 말에 처음 방송되고 높은 시청률과 시청자 수를 기록한 굿닥터는 백5(5편 추가)를 받아 총 18부로 시즌1을 마무리하고 시즌2도 발표 일정보다 몇 개월이 빠른 시기에 확정받았다. 그렇게 시즌6을 마무리하고 2023년 현재에는 시즌7 오더를 받았지만, 미국 내 작가조합과 배우조합 파업으로 인해 제작이 지연되고 있다. 시즌6을 마무리한 굿닥터는 총 116부를 방송한 상태이다. 2022년 가을부터는 100부 이상 방영한 작품들만 가능한 신디케이션(syndication, 네트워크를 거치지 않고 프로그램 제작사나 스튜디오에서 개별 독립 방송국으로 직접 공급·편성하는 일)을 시즌1부터 미국 110여 개 지역방송국에 시작했다.
2. 글로벌 OTT 플랫폼의 기획부터 제작, 방송까지
<굿닥터>의 사례로 미국 지상파 드라마의 사이클을 보았다면, <파친코>를 통해 글로벌 OTT 플랫폼의 기획부터 제작, 방송까지의 단계를 살펴볼 수 있다. 글 초반부에 언급했듯이, 시장 상황을 먼저 고려해 작품을 찾기보다는 작품의 힘으로 시장에 도전하는 것이 제작될 가능성이 높았다. <파친코>는 2018년 엔터미디어 콘텐츠의 에이전트였던 WME(William Morris Endeavor)의 테레사 강(현재는 제작자)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됐다. 테레사의 이야기를 듣고, 원작 소설을 읽으면서 한없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이 이야기 속에는 한국인의 이야기, 그리고 바로 나의 할머니의 숨겨진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단숨에 읽자마자 테레사에게 전화를 걸었고, 어떤 형태이든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많은 걸림돌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먼저 언어가 영어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것도 총 3개 국어가 나와야 하는 작품이었기에 2018년 당시 이런 작품에 도전할 바이어들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제작사 미디어레즈와 허수진(수휴)작가, 그리고 테레사 강은 바이어들에게 피칭할 준비를 시작했다. 특히 파친코의 쇼러너이자 작가인 허수진(수휴)작가와 캐스팅 등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누면서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허작가에 대한 신뢰도가 쌓이게 됐다. 굿닥터가 공중파에 피칭을 진행했듯이, 파친코의 제작을 맡은 미디어레즈와 허수진 작가는 피칭을 준비한 후 피칭을 진행했다. 당시에는 엔터미디어가 작품의 제작자로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칭에 함께 하지는 않았다. 다만 애플티비플러스(Apple TV+) 피칭 당시, 허수진 작가와 애플 측 한국계 담당자가 함께 감동해서 울었다고 담당자들에게 전해 듣기도 했다. 그만큼 피칭에서 진정성을 느꼈다는 얘기였다.

드라마 <파친코> 포스터 (사진 출처: 애플티비플러스)

공중파에서 파일럿 대본, 파일럿 제작, 시리즈 오더, 시즌 오더를 하는 것과 달리, 스트리밍 플랫폼은 한 시즌 자체를 한 번에 제작할 수 있도록 시즌 오더를 파일럿 대본과 바이블로 결정해 준다. 그래서 파친코는 시즌1의 8부 대본이 먼저 완성됐고, 제작 준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초기 대본 완성 후, 실제 제작은 1년 뒤인 2020년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당시 팬데믹으로 캐스팅과 촬영 등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한국 스태프와 해외 스태프가 팬데믹 상황에서 한국 내 7개의 도시를 돌면서 촬영해야 하는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한국의 드라마 제작 환경과 진행 과정, 그리고 제작팀을 꾸리는 과정은 미국과는 달랐기 때문에 필자와 데이빗김 프로듀서는 시즌1 프리-프로덕션 단계에 한국으로 급파된다. 무엇보다 한국과 미국 제작 현장에서 제작, 촬영, 연출팀의 명칭과 맡은 임무(역할)의 정의가 각각 다르다는 점이 자칫 서로에게 혼돈을 줄 수 있는 상황들이었다. 또 미국에서는 배우들만 현장에서 움직이는 것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매니저, 헤어・메이크업 스태프가 배우와 함께 움직이는 경우들이 있어서 이런 부분들에 대한 차이점을 배우와 매니지먼트에 정확히 이해시키는 점도 중요했다. 각 스태프 팀과의 소통, 출연 배우들과의 소통, 촬영 현장과 작가, 번역, 통역과의 소통 등 다행히 지금까지 필자가 경험했던 미국과 한국 제작 현장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시즌1의 한국 촬영 현장을 잘 지켜낼 수 있었다.
파친코 시즌1은 그렇게 2022년 애플티비플러스를 통해 전 세계에 스트리밍되면서 많은 호응을 얻게 됐다. 한국에서는 애플 역사상 처음으로 유튜브를 통해 1화를 무료 공개하기도 했는데, 이 대목에서 애플티비플러스가 파친코에게 가지고 있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미국 내 30~40대 한국계 친구들은 부모님과 함께 드라마를 보는 것이 평생에 처음이라는 말을 전하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필자는 감동하기도 했다. <굿닥터>에 출연했던 한 배우는 파친코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역사에 대해 깊이 있게 알게 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파친코가 시즌1을 통해 좋은 출발을 한 것 같아 작품에 참여한 공동 수석 프로듀서로서 뿌듯하다. 허수진 작가가 인터뷰에서 얘기했듯 기획된 시즌4까지 무사히, 감동적으로 마무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3. 급변하는 미국 시장과 한국 콘텐츠 제작사를 위한 제언
<굿닥터>와 <파친코>에 참여하면서 미국과 전 세계 시장이 급변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굿닥터 피칭 당시만 해도 지상파가 여전히 힘을 얻고 있던 시기였지만, 시즌7을 기다리고 있는 2023년 7월 시점에서는 지상파와 케이블의 점유율이 미디어 점유율 조사 이래 처음으로 50% 미만으로 떨어지게 됐다.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점유율이 스트리밍 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스트리밍의 점유율이 계속해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2023년 7월 넷플릭스에서 라이선스로 방영하고 있는 미국 드라마 <슈츠>가 180억 시청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 크게 성공했던 <기묘한 이야기>와 비슷한 시청분을 기록했다. <슈츠>는 미국 케이블에서 시즌9, 총 134부로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였다. 이렇게 지상파 또는 케이블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100부 이상의 드라마들이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넘어와서도 여전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보면, 특별히 새롭게 콘텐츠의 수요가 급변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
전 세계 스트리밍 가입자는 포화상태로 가고 있다. 스트리밍의 가입자 수가 정체되면 업계는 가입자를 유지하는 것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이에 넷플릭스에서는 기존 한국 드라마를 전 세계에 공급하는 것이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작하는 것보다 가입자를 유지하는 데 비용 대비 낫다는 시장성을 보고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넷플릭스가 초기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한 시즌을 한 번에 공개하던 것을 매주 한편 또는 한국 드라마와 같이 매주 두 편씩 공개하는 것 또한 가입자 유지에 꾸준한 동력을 주고 있지 않을까? 또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에는 지상파와 같은 100부 이상 아니, 50부 이상의 작품은 한 편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100부 이상을 갈 수 있는 지상파 작품을 찾거나 비슷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스트리밍 플랫폼이 미국 지상파 드라마와 같은 100부 이상의 드라마를 선호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AI가 활용될 것으로 조심스레 예상해 본다. 현재 작가조합과 배우조합이 영화・드라마 스튜디오 단체와 싸우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작가나 배우의 자리를 AI가 대신하게 될 것을 우려해서다.

해외 시장의 홍보와 마케팅을 함께 고민할 때,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확장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사진 출처: 셔터스톡)

이러한 시점에서 국내 로컬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넷플릭스에만 기준을 두고 따라가려고 하지 않았으면 한다. 대신에 국내 업계에 한가지 도전 점을 던지고 싶다. 그것은 바로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4년 전부터 떠오르고 있는 FAST(Free Ad-supported Television)이다. 말 그대로 광고를 통한 무료 방송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현재 미국과 한국의 지상파를 스트리밍으로 가지고 왔다고 보면 될 것이다. 버라이어티지(Variety) 리포트에 의하면, 이 시장은 2026년 북미에서만 10조 원, 북미 시장을 제외한 시장에서는 9조 원으로 총 19조 원의 시장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FAST 채널을 통한 수익 창출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각 방송국은 오래된 고전 작품들을 보유하고 있다. 오래전 한국 작품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시청할 수 있게 무료로 제공하고 그에 붙는 광고 수익을 고려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국가 차원에서 이러한 플랫폼에 자막을 지원해주고, 공급 후에는 광고 수익을 크리에이터들과 제작사, 그리고 스태프들에게 배분해주는 방식이다.
2023년 8월, 국내에서는 디즈니플러스의 <무빙>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필자는 디즈니플러스가 아닌 훌루를 통해서 <무빙>을 시청하고 있지만, 미국 내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어떠한 홍보나 마케팅이 없고, 넷플릭스와 같이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홍보도 없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경우 그 작품이 한국 작품일지라도, 한국 넷플릭스와 미국 넷플릭스가 거의 동시에 새로운 시리즈를 MZ세대를 타깃으로 홍보한다. 하지만 디즈니플러스 또는 훌루 내의 한국 작품은 미국 내 어디에서도 홍보되지 않는다. <무빙>을 보다가 우연히 <악귀>도 훌루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악귀>나 <무빙>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면 어땠을까? 단연코 북미의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너무도 아쉬운 디즈니플러스와 훌루의 행보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대하는 미국 시장 내 여러 스트리밍 플랫폼 담당자들을 보며 한국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하는 글로벌 플랫폼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 넷플릭스에서 초대박을 내고 있는 미드 <슈츠>는 존재하지만, 한국에서 리메이크돼 인기를 끌었던 한국판 <슈츠>는 북미 시장에서 찾아볼 수가 없는 것처럼, 한국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해해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것인지를 고민하는 대형 미디어 회사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한국 콘텐츠가 나아갈 수 있는 시장은 너무나도 넓고, 깊게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겠다. 특히 넷플릭스가 아닌 다른 스트리밍 플랫폼과의 협업에서 조금 더 해외 시장의 홍보와 마케팅을 함께 고민한다면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확장은 더욱 견고해지고, 넓고 깊게 세계 시장을 지배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