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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콘텐츠 세제지원의 역할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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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콘텐츠 세제지원의
역할과 과제

OTT 시대 새로운 중흥기를 열고 있는 K-콘텐츠는 명실공히 국가미래전략산업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거대 글로벌 콘텐츠사(社)들과의 경쟁 심화 속 치솟는 제작비로 인해 콘텐츠 기업들은 재정 적자에 시달리며 경영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IP를 해외 OTT에 넘기며 일정 수익을 확정받는 ‘매절계약’의 성행으로 제작 하청기지화의 우려에 직면해 있다. 결국 국내 플랫폼사와 제작사가 제작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우수한 IP를 축적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업계는 과감한 콘텐츠 제작 투자를 감행하고, 정부는 파격적인 지원으로 K-콘텐츠의 IP 주권을 지켜나가야 한다.
박성현 CJ ENM 전략지원팀 부장
1. 들어가며
한국 영상·콘텐츠 산업은 넷플릭스, 애플TV 플러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를 통해 그 역량을 세계 시장으로 확대하고 입증할 기회를 맞이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한국의 콘텐츠 업계는 최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글로벌 OTT와의 경쟁으로 인한 제작비는 급격히 상승하는 반면, IPTV 등 기존 플랫폼 사업자가 콘텐츠 사업자에게 지불하는 프로그램 사용 대가는 콘텐츠 투자액의 1/3 수준이고, 방송광고 수입 또한 1/3 수준에 불과하다. 이 밖에도 국내 OTT의 구독료 수입을 기대할 수 있겠는데, 매출 증가가 예상보다 훨씬 더뎌서 매년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는 가운데 경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글로벌 OTT에 모든 판권을 넘기는 대신 10~15%의 마진을 받고 제작비 전액을 지원받는, 이른바 ‘매절계약’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자금력 충분한 글로벌 OTT 중심으로 생태계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뿐만 아니라 IP 주권을 빼앗길 수 있는 위기 상황을 이끌고 있다. 이른바 제작의 하청기지화가 가시화된 것이다. 결국, 국내 콘텐츠 제작사가 콘텐츠를 통해 장기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IP 확보가 필수적인 사항이며 이를 위해서는 제작비의 자체 조달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2. 거대한 변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지금까지의 영상콘텐츠산업은 망 기반 로컬(Local) 지향적 ‘Platform Driven’ 중심의 시장이었다. 즉 지상파, IPTV 등 지배적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수급하는 시장이었던 것이다. 반면 현재 미디어 시장 환경에서는 OTT 확산을 계기로 플랫폼과 콘텐츠 간 경계가 희석됨에 따라 고품질 콘텐츠가 플랫폼 경쟁력을 견인하는 글로벌(Global) 지향 ‘Contents Driven’ 생태계로의 거대한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즉, Orignal & Exclusive Contents를 유치해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이를 통한 수익 창출을 극대화해 콘텐츠 제작에 재투자함으로써 플랫폼과 콘텐츠의 양적·질적 동반 성장이 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미디어 시장 환경에서는 OTT 확산을 계기로 고품질 콘텐츠가 플랫폼 경쟁력을 견인하는 글로벌(Global) 지향 ‘Contents Driven’ 생태계로의 거대한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사진출처: 셔터스톡)

글로벌 OTT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 유치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며 이를 증명한다. 디즈니사는 2006년 픽사를 74억 달러, 2009년 마블엔테테인먼트를 42억 달러에 인수한 것뿐 아니라 2017년에 들어서 21세기 폭스사를 524억 달러에 인수했다. 그런가 하면 아마존 역시 <007>, <로키> 등을 보유한 MGM 스튜디오를 84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글로벌 미디어사업자들은 IP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면, 한국 콘텐츠 사업자는 독점적 지위의 국내 플랫폼사들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편향적으로 짜인 수익 배분 구조로 제작비 재원의 수급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콘텐츠 제작사나 창작자에게 자금력이 풍부한 글로벌 OTT의 매절계약 조건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애플TV라는 글로벌 OTT를 타고 얻을 수 있는 세계적인 인지도는 물론 단기적 수익 창출이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콘텐츠 제작사나 창작자에게 자금력이 풍부한 글로벌 OTT의 매절계약 조건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사진출처: 셔터스톡)

하지만 장기적으로 본질적 사업 권리인 IP의 확보가 불가함에 따라 콘텐츠로 창출된 수익이 선순환 고리 외로 이탈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언젠가 K-콘텐츠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져 이들의 투자가 중단될 때는, 중국 자본이 대거 유입됐다가 일시에 빠져 나가며, 80년대의 홍콩, 대만 영상콘텐츠 산업이 위기를 맞이했던 사례가 재현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국내 플랫폼은 위기를 맞고 있고 해외 OTT와 비교해 경쟁력이나 자금력에서 위기의 타개책을 찾기 힘드니, 높은 제작 역량을 가진 제작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K-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는 현실적 방안이지 않으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위와 같은 견해가 맞을 수 있으나 결국 국내 OTT를 포기하게 되면 글로벌 OTT의 독과점적 구조가 진행될 것이고 제작사는 글로벌 OTT에 종속돼 가격 결정권을 잃게 된다. 나아가서는 흡수합병 내지 우수인력의 유출 등으로 제작사까지 연쇄적으로 위기에 처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또한, 글로벌 OTT와 국내 제작사 간의 합리적 IP 배분과 수익 배분 계약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라도 국내 제작사뿐 아니라 국내 플랫폼에 대한 지원도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국내 플랫폼 사와 제작사가 제작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우수한 IP를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은 콘텐츠 업계가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적극적인 콘텐츠 제작 투자를 감행해야 하고, 정부는 과감한 세제 혜택과 투자 정책 확대로 업계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3. 정부 콘텐츠 세제지원 도입의 목적과 성과
2016년 정부 입법으로 발의된 세제지원 정책은 당초 대기업 7%,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로 발의됐다가, 국회 심의과정에서 대기업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 일몰 기한 3년으로 의결돼 2017년부터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후 2017년 논의 당시 공제 대상에 빠져 있던 예능이 2019년 추가되고, 2021년 해외제작비, 2022년 OTT까지 포함되면서 공제 대상을 확장해왔다.
정부가 영상콘텐츠 제작에 대해 세제지원을 도입한 것은 2016년 당시 <태양의 후예>라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며 해외 각국으로 수출된 일이 계기가 됐다. 기존 정부의 콘텐츠 지원 정책은 균형에 초점을 맞춰 중소제작사 중심으로 설계됐었는데 해당 정책은 경쟁력 있는 K-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장려하겠다는 목적을 가진 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가진다. 즉, 세계 시장에서 추격산업의 위치에 있던 영상콘텐츠산업에서 선도산업으로의 도약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현실화하는 정책 전환의 시작점이라고 평가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경쟁하는 글로벌기업들은 규모의 절대적인 우위에 더해, 각국 정부로부터 20~30%에 달하는 제작비 세액공제를 받고 있다. 3~10%를 받고 있는 국내 제작사들은 턱없이 부족한 세액공제율을 두고 계속해서 인상을 요구해왔다. 그도 그럴 것이 디즈니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1편이 영국 정부로부터 받은 세액공제액인 557억 원은 최근 3년간 우리나라 영상콘텐츠 산업 전체의 세액공제액 566억 원과 맞먹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세원 증대, 취업유발계수, 연관 산업의 간접적인 경제 효과 등 정부의 제작비 세제지원 확대가 단순히 지원으로 끝나지 않고 수배의 부가가치 창출로 기여될 수 있다. (사진출처: 셔터스톡)

이에 지난 수년간 계속된 콘텐츠 업계의 건의가 수용되며, 지난 7월 기획재정부는 ‘2024년 세법개정안’에 대기업 5%, 중견기업 10%, 중소기업 15%의 기본 공제율 상향에 더해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최대 대기업 15%, 중견기업 20%, 중소기업 30%까지 공제해주는 추가공제율 인상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해당 개정안은 역대 대통령들과 정치권 모두에서 한국 콘텐츠산업에 국가미래먹거리산업, 국가전략산업 등의 수식어를 붙이고 대선, 총선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던 제작비 세액공제 상향 약속이 이행되는 정책이며, 여·야 협치의 산물이기도 하다. 제작비 세액공제의 직접적 효과로는 세원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영상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제도의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변상규, 2022)’ 결과, 20년 기준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액 98억 원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약 10배인 1,032억 원으로 나타났다. 해외 연구를 살펴보면 영국의 경우 방송영상 분야 세금 공제액 1파운드당 약 8배인 8.31파운드의 총부가가치(Barnes, A. 2015)가, 호주의 경우 1A$ 당 약 4배인 3.98A$의 총부가가치(Olsberg・SPI, 2018)가 발생한다고 보고한다.
또한, 영상 제작 및 방송영화업의 취업유발계수는 각각 12.8, 10.3으로, 국가전략기술산업의 대표 격인 반도체 산업의 취업유발계수 2.1보다 5배 이상 높은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가진 산업이기도 하다(한국은행 산업연관표, 2019). 이 밖에도 여러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관광, 미용, 패션, 한식, 소비재 분야까지 한국 산업 전반에 간접적인 경제 효과가 기대되고 있어, 정부의 제작비 세제지원 확대가 단순히 지원으로 끝나지 않고 수배의 부가가치 창출로 기여될 수 있는 정책임을 증명하고 있다.
4. 과제 해결을 위한 남겨진 숙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확대안은 지난 7월 ‘2024년 세법개정안’에 담기며 큰 산을 넘었다. 하지만 세법개정안은 말 그대로 세법을 개정하는 일이기 때문에 향후 국회 조세소위의 심의 통과가 매우 중요한 일로 남아 있다. 다만 이번 세법개정안의 경우, 전술한 것처럼 역대 정부의 대선공약이며 여·야 구분 없는 정치권 모두에서 발의된 법안이기 때문에 국가전략산업 육성 차원에서 무난한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더해 국회에서 건설적인 추가 논의가 있길 바라본다면, 기본 공제율(5~15%)보다 요건 충족 시 받게 되는 추가 공제율(15%~30%)이 더 크게 설계돼 있는데, 추가 공제율보다 기본 공제율을 크게 설정해보는 방안을 다시 한번 검토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추가 공제율의 경우 소위 ‘슬라이딩 방식’이라는 구간별 적용 방식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겠다. 예를 들어 100점 만점 점수제를 도입했을 때 70점 이상은 추가공제율의 80%, 80점 이상은 추가공제율의 90%, 90점 이상은 100% 적용 등으로 적용하는 것이 정부나 업계의 부담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판단해 본다.
끝으로, 영상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의 확대가 국내콘텐츠 제작사들로 하여금 IP 확보를 용이하게, 또는 가능케 하고 글로벌 경쟁력까지 갖추게 되는 절대적인 정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다만, 세액공제 확대를 통해 확보된 자금으로 파일럿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여력을 갖출 수 있고 이를 통해 IP를 확보해 해외 OTT를 포함한 다양한 플랫폼사들과 공정한 수익배분 계약을 이끌어낼 기회의 여지를 만드는 중요한 역할이 돼줄 수 있다.
이제 공은 다시 업계로 넘어왔다. 업계의 요구가 상당 부분 수용된 만큼 그에 걸맞은 좋은 IP로 K-콘텐츠가 세계 콘텐츠 소비의 중심에 서게 하고, 콘텐츠를 통해 한국 여타 산업에 긍정적 영향력을 끼쳐 경제 성장의 중심점이 되는 계기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야 정부의 지원 정책 또한 빛을 발하고 향후 더욱 파격적인 지원 정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기획재정부 (2023. 7. 27). “2023 세법개정안 발표”. 기획재정부. https://eiec.kdi.re.kr/policy/materialView.do?num=241281
권혜미 (2023. 7. 26). 여야-전문가 “콘텐츠 세액공제 반도체(15~25%)이상으로 확 늘려야” 공감대. 전자신문. https://www.etnews.com/20230726000232
변상규 (2022).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제도의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한국언론학회 ‘영상콘텐츠세제 지원 제도의 경제 효과’ 특별세미나. 서울.
손재권 (2017. 12. 15). 디즈니, 200조원 `콘텐츠 왕국` 선언.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world/8097889
Barnes, A. (2015). “The Economic Contribution of the UK’s Film, High-End TV, Video Game and Animation Programming Sectors”. https://www.bfi.org.uk/industry-data-insights/reports/economic-contribution-uks-film-high-end-tv-video-games-animation-programme-sectors
Olsberg, J. & Barnes, A. (2014). Impact analysis of fiscal incentive schemes supporting film and audiovisual production in Europe. Strassburg: European Audiovisual Observa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