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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스포츠와
페이커 신드롬

1990년대 이후 한류가 세계로 소개되면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과 열광이 과연 일시적 현상일 것일지, 혹은 지속 가능한 아시안 문화 장르로 자리 잡을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그사이 대중문화를 즐기는 세대가 성장했고, 세대의 문화적 취향이 변했다. 특히 비디오 게임 대회 즉, e스포츠를 즐기는 세대가 급성장했고, 한국인 프로게이머 페이커를 향한 세계적 관심과 행동은 주목할 만큼 특별하다. 본 글은 한국 e스포츠와 페이커 신드롬을 살펴보는 것으로 e스포츠 스타의 온라인 팬덤과 경험경제가 미래 한류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살펴봤다.
최은경 한신대학교 e스포츠융합대학원 주임교수
1. 페이커 신드롬과 셀러브리티 파급효과
게임을 해봤고, 스포츠와 오락 방송을 즐겨봤다면 ‘페이커’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본명 이상혁, 그는 라이엇게임즈가 2009년 개발한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 LOL)의 프로 게이머로 한국인이고, 책 읽는 걸 좋아한다. 고등학교 재학 중 프로 데뷔를 했고, 2017년 2월에 개설한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181만 명으로, 총조회수가 약 3억 8천만 회에 달한다. 2013년 SK텔레콤 T1에 입단했고, 같은 해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월즈) 대회에 처음 출전해 우승했다. 그 이후 2023년을 포함해 네 번의 우승을 기록하면서 그는 고액의 연봉을 받는 성공한 게이머가 됐을 뿐만 아니라, 2023 항저우 아시안 게임 금메달리스트라는 수식어를 달고,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2019년 엔터테인먼트&스포츠 부분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세로 세계 유명 인사가 됐다(김남하, 2019. 4. 3).
많은 젊은이들의 우상이 된 그의 인기는 마케팅 시장에서도 활발하다. 최근 인터넷 서점과 중고매장을 운영하는 한 회사는 페이커가 읽고 추천한 책만 모아서 특별 코너와 온라인 이벤트를 열었다(이두현, 2024. 1. 3). 페이커가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읽고 있는 책을 올리기만 해도 서점가에서는 그 책을 구매하기 힘들 정도라고 하는데, 그는 벌써 어린이를 위한 위인전 시리즈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페이커(Faker) 이상혁 (사진출처: SK텔레콤 T1, 라이엇게임즈코리아, 시사IN)

그 밖에도 국내 은행과 금융사들은 젊은 고객층을 겨냥해 e스포츠 인기를 이용한 특별 상품을 출시했다. 페이커가 10년간 소속한 T1과 공동 마케팅을 추진하거나, 국내 롤 대회인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개막일에 선수들 친필 사인 유니폼을 추첨한다거나, 구단 응원 고객에 한 해 우대금리 적금 상품을 판매하는 등이다. 또 다른 은행은 e스포츠 구단과 장기간 메인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는데, 페이커가 모델이 된 상품 광고는 게임, 통신사, 음료수, 과자, 아이스크림, 안마의자까지 다양하다. 페이커를 향한 국내외 팬들의 행동 마케팅은 스케일이 더 대단하다. 예를 들면 서울 시내 지하철 역사 내 대형화면 광고 외에도,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는 이상혁의 생일 축하 메시지가 올라오기도 했고, 대만에서는 한 달간 버스에 생일 축하 광고가 걸리기도 했다(최은경, 2022). 최근 페이커의 중국 팬들은 그에게 10주년 축하 선물을 하기 위해 2년이 넘는 시간을 들여 그린 그림을 전달하기도 했다(전준강, 2023. 4. 7). 프로 게이머로서는 단연 독보적인 팬덤이 형성된 사례라 할 수 있다.
2. e스포츠 스타와 온라인 팬덤
페이커로 인해 e스포츠의 팬이 되거나, 페이커라는 선수를 포함해 e스포츠를 즐기는 팬덤의 성장은 다양한 수치로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2018년 전 세계의 게임 및 비디오 콘텐츠 시청자 수는 7억 5천만 명이었는데, 2022년에는 10억 명 이상으로 증가했다(임경업, 2023. 5. 24). 국내외 e스포츠 관객 수에서도 2012년 1억 3,000명 규모에서 2019년에는 4억 5,000명을 기록했고(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모든 스포츠 및 대면 행사가 영향을 받았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글로벌 e스포츠 시청자 수는 2020년 4억 3,570만 명에서 2021년 4억 8,950만 명, 2022년 5억 3,200만 명으로 꾸준히 증가했으며, 2025년에는 6억 4,800만 명으로 연평균 8.1%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e스포츠팬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소통하는 것에 익숙한 세대이다 보니, 리그, 구단, 선수 관련 정보와 콘텐츠를 온라인에서 주고받는다. 때문에 e스포츠 관련 기업들은 팬들이 e스포츠 경기 생중계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숏폼 콘텐츠를 제작해 상품 해시태그, 챌린지 이벤트 등으로 활용하고 있고, 경기 하이라이트, 선수들의 일상, 선수와 게임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콜라보 캠페인 등 다양한 이벤트가 상시 열리기도 한다.
과거 e스포츠 팬들은 PC 중심의 비디오 게임 종목을 중심으로 성장한 e스포츠 대회 중계방송을 즐겼다. 이들은 경기장에서 선수를 보고 응원하는 것을 즐겼고 아이돌의 생일을 축하하는 것처럼 생일 카페를 차리거나, 굿즈 숍을 방문하고, 팬들끼리 굿즈나 소품을 무료로 나누거나 거래하며, 소비를 경험하는 행위 자체에 큰 의미를 두었다.1) 이 때문에 e스포츠 팬들은 게임마니아나 축구, 야구 등 스포츠 팬들과 비교되기도 하는데, 이들은 일면 유사한 점이 있지만 e스포츠는 특별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이를테면 이들은 구단, 스폰서, 게임사가 제공하는 정보에 부족함을 느끼며 팬 커뮤니티를 스스로 만들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기록할 뿐만 아니라, 경기와 경기 해설을 분석하고 주장을 검증하기도 한다.

e스포츠 팬덤은 아이돌 팬덤처럼 생일 카페를 차리거나, 굿즈 숍을 방문하고, 팬들끼리 굿즈나 소품을 무료로 나누거나 거래하며, 소비를 경험하는 행위 자체에 큰 의미를 둔다. (사진출처: 셔터스톡)

1) 팬들이 주최하는 생일 또는 기념 카페란 보통 일정 규모의 공간을 대여해 현수막, 포스터, 전시품을 직접 준비하고, 직접 주문한 디저트와 음료를 무료 혹은 유료로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생일 카페에선 특정 대상을 좋아하고 응원하는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돼 있어, 수익을 목적으로 운영하기보다 오프라인이라는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운영진은 팬들의 선물을 모아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3. e스포츠와 팬덤의 경험 경제
특히 프로선수들의 연습 경기를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다. 프로선수들은 1인 미디어 즉, 개인 방송을 운영하는데 팬들은 이를 실시간으로 시청하며 메시지와 후원을 통해 스타와 직접 소통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여느 스포츠 스타와 팬의 거리를 비교할 때, 이들의 친밀감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실제 페이커가 개인 방송 도중 후원한 팬에게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기부도 좋지만 맛있는 것도 사 먹으세요. 기부는 저처럼 돈 많은 사람들이 많이 하면 됩니다”라고 했던 발언은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후 페이커를 포함한 많은 e스포츠 선수들의 사회 기부활동은 기성 언론보다, 온라인 매체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따라서 선수와 선수의 컨디션과 일상을 관리하는 매니저는 일상에서 상시적으로 팬과 소통하는 시간과 방식 또한 관리할 수밖에 없다. 팬들은 이렇게 선수와 직접 소통하는 기회를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의 소식을 리트윗하거나, 각종 게시판에 업로드하는 것이 일상이며, 특별한 이벤트를 위해 기금을 모으거나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편 e스포츠 팬들은 관련 상업 행사와 후원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 인기 종목에만 쏠린 상업적 관심에 휩쓸리지 않고, 비인기 종목에 대해서도 충성도 높은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자체적으로 대회를 열거나 중계하며 종목을 계속 발전시키는 주체가 되기도 한다. 이는 경험 경제를 일찍이 체험하며 창의적인 경제 활동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다운 문화 행위 그 자체라 볼 수 있다.
게임과 e스포츠 프로게임 산업 규모에서 미국, 중국과 비교할 때 한국은 내수 시장 규모와 종목사 부분에서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또한 e스포츠가 올림픽 정식종목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도 아직은 분분하며, 페이커에 쏠린 관심과 인기가 지나치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방송, 영화, 음악, 웹툰, 댄스 등 다양한 분야의 K-문화산업 못지않게, K-e스포츠의 가치와 성장은 미래가 더욱 기대될 만큼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강력한 문화적 신드롬을 탄생시킨 경험이 있고, 그 신드롬이 문화산업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문화자본주의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 영화, 음악, 웹툰, 댄스 등 다양한 분야의 K-문화산업 못지않게, K-e스포츠의 가치와 성장은 미래가 더욱 기대될 만큼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참고문헌
김남하 (2019. 4. 3). 포브스 ‘2019 아시아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로 선정된 페이커. 《인사이트》. https://www.insight.co.kr/news/220343
비마이프렌즈 (2023. 5. 25). 성장하는 e스포츠 산업, 팬덤으로 자생력 키우는 e스포츠. 《open.ads》. https://www.openads.co.kr/content/contentDetail?contsId=10862
이두현 (2024. 1. 3). 알라딘이 ‘페이커가 읽은 책’ 코너를 만든 이유. 《인벤》. https://n.news.naver.com/sports/esports/article/442/0000168687
이상원 (2023. 12. 13). 역대 최고 선수 페이커의, 당연하지 않았던 우승. 《시사IN》.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736
임경업 (2023. 5. 24). “선수 연봉만 수십억, 더 이상 못 버텨” 흔들리는 e스포츠 산업.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3/05/23/6FW7CZMJ2NAQ5HNKAVVWRQESWU/
전준강 (2023. 4. 7). 2년 반 오직 페이커만 생각하며 그림 그린 중국팬...이상혁이 직접 인증했다. 《인사이트》. https://www.insight.co.kr/news/435006
최은경 (2022). e스포츠와 PWCC: Play Watch Create Consume - e스포츠 시대, e스포츠 세대 이해하기. 서울: PWCCBOOKS.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e스포츠실태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