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월간 한류동향 심층분석보고서 <한류NOW>
한류인서트
국제문화교류를 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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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시대로부터
성숙의 시대를 향하는

‘국제문화교류’ 정책

2024년 희망찬 새해가 밝았지만, 전 세계적인 정치적·경제적·군사적 불안 요소들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더해 최근에는 미국·영국과 예멘 후티 반군 간의 군사적 대결까지 시작됐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날로 심화되고 있으며, 평화와 공동번영이라는 국제 사회의 기대가 언제쯤 안정적인 국면에 접어들 수 있을지 회의가 들기도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국내의 상황도 녹록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물가 상승과 금리 상승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고통에 더해 최근에는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의 폭탄이 한국경제에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갈등 요소도 곳곳에서 분출하는 중이다. 올 한해 한국은, 무엇보다도 우리 국민들은 잘 버틸 수 있을까?
어려운 상황임은 분명하지만, 필자는 우리 사회의 기초체력이 그렇게 간단치는 않다고 믿고 있다. 1997년 한보그룹의 부도 사태가 IMF 위기의 도화선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2024년 태영그룹의 워크아웃 사태가 우리 경제를 뒤흔들 사건으로 전화(轉化)하지는 않을 것이다. 2021년 하반기, UN 역사상 최초로 선진국 진입이란 ‘사건’을 만들어낸 한국 사회의 역량과 잠재력이 한 해, 두 해의 위기로 사라질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자랑할 만한 ‘산업화’와 ‘민주화’의 단계를 차곡차곡 밟아오면서 우리 국민들의 ‘의식문화’, ‘관계문화’, ‘표현문화’의 수준은 엄청나게 성장했다. 이와 같은 문화적 성장 또는 성숙은 정치와 경제의 위협을 포함해 각종의 사회적 위기에 대한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우리에게 제공해준다.
정종은 상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1. 성장의 시대에서 성숙의 시대로: ‘기교와 기법’을 넘어서 ‘깊이와 울림’을 향하여
그렇다면, 국내외 정세의 혼돈 상황에도 불구하고 큰 신경 쓸 것 없이 낙관하자는 말인가? 그렇지는 않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은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 앞에서 겪게 되는 심각한 성장통이 분명하다. 그것들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엄청나고 급작스러운 문제라기보다는, (서구 사회가 약 200년에 걸쳐 나누어 겪었던) 경제적·정치적·문화적 근대화를 반세기 만에 압축적으로 이룩하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통과의례’와 같은 것이다.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대안과 처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제 ‘성장의 시대’는 끝이 났음을 인정해야 한다. 압축적 성장을 위해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로서 소위 선진국을 모방하면서 신속히 인프라를 구축하고, 소프트웨어를 장착하고, 이를 운용할 인재를 양산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기회를 창출하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말이다. 산업화, 민주화에 이어 ‘문화화(culturification)’의 의제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에 진입한 이상 더 이상 추격국가 전략은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이제는 우리 자신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우리의 상황이나 우리의 문제에 대해 정답을 제공해주기 어렵다. 선도국가(first mover)로서의 의식과 제도, 관점과 품격을 우리 스스로 갖춰야 하는 것이다. 말을 바꾸자면, 현재 우리 앞에 펼쳐진 시대는 ‘성숙의 시대’라고 정의할 수 있다.
2021년 대한민국이 UN 역사상 최초로 선진국에 진입한 사건은 국내적인 관점에서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즉 성숙의 시대에 걸맞은 전적인 체질 변화가 시작돼야 함을 상징적으로 웅변하는 사건이었다. 예를 들어보자. 2020년대 초반에는 한국 콘텐츠들이 세계 콘텐츠산업의 정상에 오르는 일들이 앞을 다투어 일어났다. BTS, 블랙핑크,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은 국제 사회에서 비단 문화계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모르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의 브랜드 가치를 획득했다. 이러한 수준의 콘텐츠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어떠한 접근이 필요할까? 과거 전 세계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상황에서, 또한 시스템, 인력, 시장 등등 아무것도 없는 상황을 어떻게든 헤쳐 나가기 위해서 앞선 나라들을 거칠게 모방하면서 빠르게, 많이 만들어내는 양산시스템을 반복하는 것이 해답이 될 수 있을까?
단언컨대, 그렇지 않다! 거듭 말하지만, 이제 우리는 추격국가가 아니라 선도국가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제는 ‘면피’를 위한 기법과 기교에 만족하는 단계는 넘어섰다는 말이다.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깊이와 울림이 중요한 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필자는 후자야말로 BTS와 블랙핑크가 자신들의 콘텐츠에 대해서 늘 그리고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BTS와 블랙핑크가 도달한 ‘성숙의 시대’에 대한 고민은 우리나라 문화계, 경제계, 정치계가 마주한 시대적 고민과 다를 수 없다.
2. 세계 시민의식을 장착한 글로벌 문화자본, 한류
이와 같은 ‘선진국’ 또는 ‘선도국가’로서 전적인 체질 변화의 필요성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한류라고 할 수 있다. 아래는 문화체육관광부(2020)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채지영 외, 2020)의 시기 구분을 종합해, 필자가 한류의 발전 단계를 ‘문화자본’의 영토 변화를 기준으로 정리한 것이다.
1단계는 한국 대중문화 팬덤이 형성되고 해외 언론이 ‘한류’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하게 된 시기로서, 중국과 동남아에 국한된 일종의 지역(regional) 문화자본이기는 했지만 국제 문화산업 시장에 한류가 처음 얼굴을 내밀었다는 의의가 있다. 1997년 중국 CCTV 제1채널에서 <사랑이 뭐길래>가 방영된 해를 기준으로 삼았지만, H.O.T.의 영향력 역시 매우 거셌다.
2단계는 한류가 일본 문화시장에 상륙하면서 처음으로 선진국 문화시장에서 팬덤이 형성되고, 드라마와 영화를 중심으로 아시아 전체로 한류의 영향력이 확산된 시기이다. 전자에서는 2003년 4월에 <겨울연가>가 NHK에서 방영되면서 일본 주부들을 중심으로 강력한 팬덤이 형성된 것이 기념비적인 사건이었으며, 후자에서는 <대장금>과 <주몽>, 그리고 <올드보이>의 영향력이 주효했다. 이러한 대표 콘텐츠의 활약에 힘입어 한류가 짧은 시간에 아시아의 대표선수 또는 ‘대륙(continental) 문화자본’의 지위에 올라설 수 있었다.
2단계를 드라마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면, 3단계는 의심의 여지 없이 케이팝의 시대라고 부를 수 있다. 이 시기에는 2005년 처음 출현한 유튜브와 2007년 출현한 아이폰이 결합하면서, 2010년대의 젊은 케이팝 팬들이 적극적인 프로슈머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 가장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하겠다. 《빌보드》(Tamar, 2018. 9. 23.)가 올바로 지적하고 있듯이, 2008년 10월 한국인 최초로 빌보드 메인차트에 진입한 원더걸스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3단계의 시발점을 2010년으로 잡은 것은 그해 6월과 7월에 ‘원더걸스 월드투어’라는 이름으로 원더걸스가 총 27회의 미국 공연을 했던 사건에서 기인한다. 싸이, 빅뱅, 2NE1 등의 역할도 마찬가지로 중요했으며, 이들의 팬덤과 함께 한류는 이제 대륙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대륙 간(inter-continental) 문화자본으로 자리매김한다.
마지막 4단계의 시점을 2017년으로 잡은 것은 당연히 방탄소년단 때문이다. BTS가 2017년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수상한 것은 이후에 도래할 거대한 태풍의 전조였다. BTS와 팬클럽 아미 그리고 블랙핑크와 그들의 팬클럽 블링크의 유대감은 소위 ‘4세대 아이돌 그룹’에게 전범을 제공하며 케이팝의 전 지구적 확산을 견인하고 있다. 또한 이 시기에는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영향력을 확대한 글로벌 OTT, 그중에서도 넷플릭스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통해 K-드라마의 팬덤이 전 지구적으로 확장되며 한층 두터워졌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모든 기록을 새로 쓴 <오징어 게임>과 함께 칸영화제와 아카데미영화제를 동시에 석권한 <기생충>이 4단계 한류의 대표 콘텐츠로서 작용했다. BTS와 블랙핑크,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 등의 약진을 통해 한류는 이제 나름의 확고한 브랜드를 갖춘 글로벌(global) 문화자본으로 성장하게 된다. 20여 년의 경험과 자산을 바탕으로 한류가 드디어 글로벌 문화산업 시장의 주류(mainstream)에 진입한 것이다.
이처럼 한류는 다양한 국지적 문제 또는 저항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세계인의 감성에 일치하는 내용과 형식을 통해 스스로를 재구성해 왔고, 현재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동아시아 지역의 작은 문화현상으로 시작돼 결국에는 아시아 전역에 뿌리를 내렸고, 남미와 아프리카에 상당한 팬덤을 구축한 이후에는 구미주(歐美洲)의 젊은이들까지 매료시키면서 글로벌 문화시장의 중심에 진입한 것이다. 요컨대, 일종의 초국적(supra-national) 문화자본으로 한류가 성장해 온 여정은 위와 같이 지역(regional) 문화자본 → 대륙(continental) 문화자본 → 대륙 간(inter-continental) 문화자본 → 글로벌(global) 문화자본으로 진화하는 과정이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놀라운 성과를 자축하자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는 한류 초기 단계와는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위의 표에서 살펴보았듯이, 한류는 더 이상 지구상에서 확장할 영토를 찾을 수 없다. 과거 ‘성장’의 시대 구호, 즉 수출 확대를 위한 또는 국가 브랜드 제고를 위한 한류의 확산이나 도구적 활용이라는 목표는 이미 이뤄졌다는 말이다. 이제는 기교와 기법을 통한 성장이 아니라 깊이와 울림을 통한 성숙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관점은 이러한 상황 판단에서 기인한다. 더 이상은 양적인 성과 달성에 매달리기보다는 질적인 성취, 즉 지구촌 구석구석 한류 향유자들의 일상에서 긴밀한 상호작용을 이끌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성숙’의 시대, 즉 세계 시민의식을 섬세하게 고려하고, 반영하고, 체화하는 한류 콘텐츠 및 관련 정책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제 한류는 기교와 기법을 통한 성장이 아니라 깊이와 울림을 통한 성숙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양적인 성과 달성보다는 질적인 성취, 즉 지구촌 구석구석 한류 향유자들의 일상에서 긴밀한 상호작용을 이끌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사진출처: 셔터스톡)

3. 성숙의 시대를 여는 ‘전략적인’ 국제문화교류 정책: 제언과 기대
이러한 분석과 평가에 공감한다면, 문화체육관광부의 ‘국제문화교류 정책’은 너무나도 중요한 비중과 위상을 갖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압축적 성장 신화라는 자의식에 갇힌 상태로 끝없는 비교 속에서 우월감이나 열등감에 사로잡히는 것은 ‘선도국’에 어울리는 행태가 아니다. 대신, 과거의 성취를 바탕으로 한 자부심과 세계 시민들의 존중 속에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지향을 선구적이고 창조적인 프로젝트를 통해서 보다 성숙하게 실현하고 발산해나가야 한다. 2017년 3월 제정된 <국제문화교류진흥법>은 이러한 전환을 암시하는 중요한 계기였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동 법의 목적을 살펴보자.
“이 법은 국제문화교류 진흥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제문화교류를 위한 기반을 조성하여 국가 간 상호 문화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고, 우리 문화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높여 세계문화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1)
1)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
어떤가? 앞서 살펴본 성숙의 시대라는 지향이 물씬 느껴지지 않는가? 이 법률은 문화와 관련해 국제적으로 이뤄지는 모든 활동에 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사항과 의무를 포괄적으로 제시하는 방향으로 제정됐다. 과거에는 주로 외교적 차원에서 관습적으로 이뤄져 왔던 문화교류 활동을 법률로써 명시할 뿐 아니라, 그간 국제문화교류 활동을 주로 외교나 홍보 영역에서 규정해온 것을 넘어 시장 및 산업 영역까지 포괄하는 보다 적극적인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김현경ㆍ정종은, 2018). 그렇다면 이 법이 한류의 성장 및 성숙단계에서 4단계(글로벌 문화자본)가 시작된 해인 2017년에 출현한 것이 순전히 우연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물론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이명박 정부 중반에 대중문화 한류를 넘어서 순수예술과 전통문화 한류를 진흥하겠다는 ‘한류 3.0’ 정책이 추진됐음을 고려한다면, 십 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여전히 대중문화 한류에 비견할 만한 수준의 순수예술 한류와 전통문화 한류가 불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국제문화교류진흥법>의 제정 이후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필자는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국제문화교류 정책을 좀 더 세부적으로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웁살라(Uppsala) 국제화 과정’ 이론에 따르면, 한 기업의 국제화는 아래의 그림과 같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를 문화예술 분야의 해외 진출에 적용하면 국내 문화예술의 ‘국제화’는 ‘간접적 진출’, ‘매개적 진출’, ‘직접적 진출’과 같은 단계 또는 유형을 구분해 접근해볼 수 있다.
그간 국제문화교류 정책은 주로 1단계(간접적 진출)에 초점을 맞춘 경향이 있다. 가령 외교 수립 몇십 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나 널리 알려진 메가 이벤트를 바탕으로 비정기적인 또는 간헐적인 해외 진출의 장을 여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문화자본으로서 ‘한류’의 지위가 공고해진 현재에는 순수예술이나 전통문화 분야에서도 2단계와 3단계의 비중이 훨씬 더 커질 필요가 있다. 특히 3단계(직접적 진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2단계(매개적 진출)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중문화 한류에서도 해외 에이전시와의 긴밀한 네트워킹과 협력을 통한 준비과정이 축적되면서 직접적 진출을 위한 굳건한 토대와 경험이 마련됐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국제문화교류 정책은 전략적으로 (대중문화 장르 외에도) 문화 분야의 해외 진출 에이전시에 초점을 맞춘 사업을 집중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 예술적 수월성과 감식안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예술계에 형성되는 네트워크는 오랜 기간에 걸쳐 구축된 신뢰를 통해 작동한다. 해외 진출의 첫 관문으로서 현지에 우리의 ‘예술’ 상품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실력 있는 에이전트를 만나기 위해서는 우리 작품의 독창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존에 형성된 수준급 네트워크와의 접속을 통해서 신뢰를 획득한 이후에 그 채널을 통해 우리 작품이 현지 전문가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공지원 중심의 국제교류 체계는 이러한 장기적 관점의 신뢰 네트워크를 구축하거나 해당 네트워크에 진입할 수 있는 전문가를 지원하는 데에는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단기적 성과 중심의 프로젝트 지원보다는 장기적 관점의 인바운드/아웃바운드 교류 내실화가 정책 목표로 설정돼야 하며, 해외 진출을 위한 인력사업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재구조화될 필요가 있다(김현경ㆍ정종은, 2018).
세계 시민의식을 매개로 한 ‘깊이와 울림’이 성숙의 시대에 지배적인 에토스라고 할 때, 전략적인 세분화와 다층적인 사업 추진을 통한 정책의 효율성과 효과성 제고는 이러한 에토스에 맞지 않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실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성숙의 시대에도 여전히 성장은 필요하며, 따라서 성장을 위한 로고스는 변화된 환경을 고려해 신중한 성찰을 거쳐 변용될 필요가 있다. 성숙의 시대를 여는 국제문화교류 정책은 대중문화 한류와 순수예술 한류라는 서로 다른 대상에는 다른 방식으로 적용돼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간접적 진출, 매개적 진출, 직접적 진출을 아울러서 유형별 진흥 정책과 유형 간 시너지 도출 정책이 세밀하게 고민돼야 한다. 하지만 대중문화든 순수예술이든 우리에게 주어진 새 시대의 공리(axiom)는 달라지지 않는다.
“성숙의 시대는 지속적인 성장(sustaining growth)이 아닌 지속 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세계 시민의식에 토대를 두고 인문학적 성찰이 중핵을 이루는 해외 진출과 국제 교류가 요청되는 시대이다. 기교와 기법이 아니라 깊이와 울림이 있는 문화교류를 통해 선도국가의 역량을 키워가고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참고문헌
김현경ㆍ정종은 (2018). 예술분야 해외시장 진출 활성화를 위한 탐색적 연구 : ‘매개적’ 진출을 중심으로. 《지역과 문화》, 5권 2호. pp. 1-25.
문화체육관광부 (2020). 보도자료: 신한류로 전 세계 한류 열기 이어나간다. 세종: 문화체육관광부.
정종은 (2022). 『한류 맥 짚기: 신개발주의를 알아야 한류가 보인다』. 경기: 진인진.
정종은 (2023). “글로벌 문화자본으로서 한류의 형성 및 확산과정: 신개발주의적 관점을 중심으로”, 김성윤 외. 『한류: 문화자본과 문화내셔널리즘의 형성』. 서울: 북코리아
채지영 외 (2020). 「한류 20년, 성과와 미래전략」. 한국문화관광연구원.
Tamar, H. (2018.9.23.). “Looking Back On Wonder Girls’ ‘Nobody,’ A Decade Later.” Billboard. https://www.billboard.com/music/music-news/wonder-girls-nobody-10-year-anniversary-k-pop-hot-100-chart-8476481/